1. 동아시아에 밀려오는 대공황의 파고

그리스에서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긴축을 강화하고 민중을 수탈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자 폭동이 발생했다. 그리스의 독점자본의 유지와 회생을 위해 민중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정책이 통과된 것에 대한 민중들의 반발이 폭발한 것이다. 그리스의 극우정당의 입에서는 혁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고 그리스의 혁명이 유럽전체의 혁명으로 번질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국가가 공황의 방파제에서 공황의 진원지로 전화되어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시시각각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리스의 위기는 세계대공황이라는 상황이 유럽연합체제가 갖는 모순과 맞물려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의 위기는 유럽연합체제를 균열시키고 있는데 조만간 그리스의 유럽연합체제로부터의 탈퇴를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의 독점자본가들의 연합이라는 유럽연합의 성격이 위기 상황하에서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세계대공황이 조만간 수습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스의 위기는 유럽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밖에 없고 이는 세계적 차원에서 변혁의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동안 세계대공황이 그 심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은 중국이 세계대공황의 버팀목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경제는 내수중심이 아니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체제인데 그동안은 무려 4조 위안에 달하는 공황구제용 투자를 실시하여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왔으나 이제는 그러한 대책이 한도에 달하고 있다. 그리하여 올해 중국경제는 성장률이 반토막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세계대공황의 상황에서 여전히 호황을 구가했던 동아시아 경제 전체가 가라앉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2012년에 중국경제가 본격적으로 공황국면으로 접어들면 세계경제는 날개없는 추락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면 중국을 포함하여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동안 세계대공황에 대한 구제를 위해 협력을 해왔던 체제가 붕괴되고 각국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정세에 있어 새로운 국면의 전개인데 2차 대전 전의 세계대공황의 경험을 돌아보면 각국은 제국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세력권으로서 블록화를 강화했고 그러한 추세가 결국은 2차대전으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21세기 지금의 대공황에 있어서도 예측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대립이 강화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약소국에 대한 전쟁의 위협과 시도가 강화될 것이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이라는 제국주의 나라들은 현재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지 않고 공황에 대해 협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대공황의 상황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그러한 협력체제를 붕괴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전쟁위협에서 볼 수 있듯이 제국주의 국가들은 대공황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불안정을 호도하기 위해 약소국가에 대한 전쟁위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우도 본격적으로 공황이 시작되면 정치적 불안정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고 중국과 미국의 패권대립 속에서 동아시아의 정세가 격랑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반도는 그러한 패권대립의 무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데 한반도는 세계사의 모순이 집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정세변화의, 나아가 세계정세 변화의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2. 한국자본주의의 현주소에 대한 진단

2011년의 한국의 주요 독점자본들을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세계대공황의 상황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한-미 FTA 비준에 이어 중국과의 FTA가 추진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주요 독점자본들은 축적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동아시아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을 기초로 2011년까지 세계경제침체 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켜왔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일류기업인 애플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한국자본주의의 지위 상승을 잘 말해준다.

그러나 한국자본주의의 고유한 모순, 즉 내수가 취약한 가운데 극단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자본주의의 2012년의 전망은 그렇게 밝지가 않다. 중국경제가 2012년에 본격적으로 공황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나아가 세계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것이 전망되는 상황은 한국자본주의 또한 위기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지난 1월 내수에 있어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자동차 판매가 작년 1월 동기에 비해 무려 18%가 감소했다. 이는 한국경제에서 본격적으로 내수의 위축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수출은 어떠한가? 중국이 수출에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한국 또한 수출에서 급격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세계경제 전체가 본격적으로 위기국면으로 접어들 것이 예상되는 현실은 한국자본주의의 축적구조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가 대외적 축적조건의 악화를 배경으로 한 공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2년 혹은 2013년에 한국자본주의가 97년 외환위기 이상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예상된다. 97년 외환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개발도상국의 위기라는 차원에서 전개되고 수습되었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세계경제 전체의 위기라는 점에서 97년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주요 독점자본들은 한-미 FTA, 한-중 FTA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 하지만 이는 한국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을 심화시키는 것이고 따라서 위기의 폭발은 더욱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97년 외환위기가 신자유주의의 한국으로의 본격적인 유입으로 귀결되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억압과 개량주의의 시대를 열었다면 다가오는 위기는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열어제낄 것이다.

3. 각 정치세력에 대한 분석

한국사회의 기본적인 계급대립은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계급의 대립이다. 자본가계급은 독점자본과 중소자본으로 구별되고 있고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에서 소부르주아지가 존재한다. 소부르주아지는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소부르주아 상층과 소부르주아 하층으로 구별된다. 노동자계급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자본에 의해 분할되어 있다.

한국의 각 정치세력과 정당들은 이러한 계급대립구도를 반영하여 성립되어 있다. 한나라당이 약화되고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꾸는 것은 한국의 실질적 지배계급인 독점자본의 현재의 불안정한 정치적 지위를 말해주는 것이다. 최근에 경제민주화가 회자되고 재벌에 대한 규탄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의 약화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중소자본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 집권을 통해 독점자본의 한 분견대로 변신을 했다. 민주당은 한국사회의 발전 전망에 대해 독점자본 주도의 발전전망에 충실한 세력이고 새누리당과의 대립을 기초로 계급화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성장을 도모하는 세력이다. 이들의 정치적 실체는 김대중, 노무현 집권하에서 이미 폭로되었으나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무능력이 이들을 회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이외에 의미있는 세력으로 존재하는 것은 진보민중진영이다.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이익에 기반한 진보민중진영은 현재 대중들에게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국참당을 껴안아서 자유주의 세력 추종노선을 걷고 있어서 진보민중진영의 독자성을 타격하고 있고 대중들에게 개량주의의 환상을 심어주는 주된 세력이다. 진보신당은 반자본, 반재벌, 평화, 생태 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확고하게 독자적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소위 야권연대에 대해 동요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 사회주의 세력이 소그룹적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진보민중진영의 현재의 주소이다.

현재 각 정치세력의 추이를 보면 새누리당이라는 반동부르주아지의 약화, 민주당이라는 자유주의세력의 강화, 통합진보당이라는 개량주의의 강화, 진보민중진영의 분열의 모습 등이라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의 약화는 새누리당이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의 주요 담당자라는 점에서 충분히 설명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강화는 민주당이 아무런 전망을 대중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무능한 세력이라는 점에서 보다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강화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듯이 야권연대전술의 결과이다. 민주당과 진보민중진영의 상당수가 연합한 정치적 결과가 일차적으로 민주당의 강화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통합진보당이 주된 주체인 야권연대 전술 혹은 민주대연합의 정치적 성격은 지배계급의 주요한 한 분파인 민주당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늘리는 것이다. 바로 이 점으로 인해 한국의 정치질서, 지배질서는 여전히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진보민중진영의 변혁적 분파는 이러한 부르주아 정치질서를 위협할 만한 전망과 역량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진보민중진영의 변혁적 분파는 한편으로 진보민중진영의 독자성을 고수하는 전술을 펴면서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변혁적 분파들을 묶어 세우고 대중에게 변혁의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만이 다가오는 위기의 폭발을 변혁의 시대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길이다.

4. 계급투쟁의 쟁점에 대하여

작년 말 한나라당의 한-미 FTA 강행처리라는 폭거에 맞섰던 대중투쟁은 현재 잠잠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은 한-미 FTA 반대투쟁이 의회주의적 한계, 야권연대전술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회의 연단을 장악한 민주당의 의원들과 이정희 등 민주노동당 세력들은 한-미 FTA를 강행처리한 한나라당을 총선과 대선에서 심판하자는 주장, 의회적 방식의 투쟁으로 수렴하자는 주장을 했고 이를 통해 대중들은 거리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한-미 FTA반대투쟁을 확대시켜나갈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는 모든 것을 총선으로 미룬 채 한-미 FTA투쟁은 관성적인 집회로 전락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는 예속적인 독점자본들의 사활적인 축적전략이면서 동시에 민중들에게 있어서는 사활적인 계급적 이익이 달려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계급적대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는 지속적으로 정치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의 개량주의 세력은 이러한 쟁점에 대해 자신들이 집권하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의회주의적 환상을 대중에게 심어주는 것을 통해 대중투쟁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제국주의 자본과 결탁한 예속독점자본들의 한국 민중에 대한 전면적 수탈체제의 건설이라는 점에서 의회주의적 방식으로 폐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점을 대중에게 알리고 대중투쟁의 전망을 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또하나의 주요한 계급투쟁의 쟁점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문제이다. 작년의 김진숙 동지를 지지, 지원하는 희망버스에 이어 쌍용차 정리해고자를 지지, 지원하는 희망텐트라는 연대투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투쟁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이 투쟁은 대중운동의 현 주소를 잘 나타내고 있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가 사실상 독자적으로 투쟁을 조직할 능력과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대중적 연대를 통해 운동의 불씨를 살려나가겠다는 마음들이 모여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초점으로 운동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2012년과 13년의 한국자본주의의 위기가 몰고올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광풍에 대한 대중투쟁전선을 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쌍용차 연대투쟁의 강화를 통해 밑으로부터 대중투쟁을 강화하고 노동이 사회적 쟁점의 중심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 또한 이러한 투쟁의 강화를 통해 노동조합 상층부의 개량주의적 경향, 계급협조노선을 폭로하고 타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진보민중진영의 현실을 보면 새로운 모습이 움트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 세력인 국참당과 통합하여 통합진보당을 만드는 것에 대해, 그리고 민주노총 집행부의 통합진보당 지지에 대해 반대하면서 대중적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반대 운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1,500여명의 민주노조활동가가 선언을 했고 민주노총 조합원을 상대로 한 선언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기초로 중앙과 각 지역에서 선언운동본부(조직위원회)가 결성되어서 과거와 다른 운동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상적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반대운동이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대의 연합이 건설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여러 분파로 갈려 있던 변혁적 분파들이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대의 연합으로 결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에는 좌파단체들만이 아니라 노동운동에서 국민파를 제외한(혹은 국민파 일부까지 포함하여) 현장파, 중앙파 등 폭넓은 세력이 참여하고 있다. 2012년의 진보민중진영의 모습은 이 흐름이 어떻게 발전하는가에 의해 상당히 좌우될 것이다. 이 흐름이 발전하여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대의 연합을 넘어서서 대안적인 전망을 갖고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가가 2012년의 정세와 2013년의 운동의 전망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5. 2012년 한국의 정세의 추이

동아시아에 밀려오고 있는 대공황의 파고는 한국자본주의에도 강력한 타격을 줄 것이고 한국자본주의의 취약한 축적구조는 97년 외환위기 이상 가는 위기의 폭발을 불러올 것이다. 현재 각축하는 한국의 각 계급정치세력들의 투쟁은 이러한 토대 위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라는 부르주아 정치세력은 반혁명이라는 공통분모 앞에서는 언제나 단결해왔다. 오직 통합진보당이라는 소부르주아 세력만이 자유주의세력에 대한 환상을 갖고서 자신들이 부르주아 지배체제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민주당의, 자유주의세력의 민중배신성은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 그때에는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전술, 민주대연합 전술이 대중적 심판의 도마에 오를 것이다.

2012년의 한국의 정세변화는 격동의 양상을 보일 것이다. 대공황의 파고가 동아시아에 밀려올수록 한국의 정세는 심화되는 계급대립을 기초로 정치적 긴장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다. 한국경제가 본격적으로 공황국면에 진입하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반대투쟁, 생존권 투쟁 등 경제투쟁이 광범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부르주아지는 또 그들과 연합하는 통합진보당은 선거를 통해 정치적 긴장을 해소하려 하겠지만 계급대립의 심화와 대중투쟁의 진전은 부르주아지의 의회주의적 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2011년의 희망버스의 승리는 한국에서 노동운동이 자본가계급에 의해 일방적으로 밀리던 상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대중투쟁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지는 않은데 이는 그동안 자본가계급의 억압이 노동자계급을 질식시켜왔다는 역사적 조건, 그리고 노동운동의 지도부가 개량주의적 노선을 걷고 있다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개량주의적 노선이 대중의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날수록 대중적 계급투쟁은 상승하고 정세는 서서히 고양기로 접어들 것이다.

6. 노동자계급의 과제

민주노총 지도부는 4월 총선승리(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승리를 의미한다)를 기초로 100일 내에 10개의 법안을 통과시키고 8월에 정치총파업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즉, 총선승리라는 정세변화를 기초로 정치총파업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철저하게 민주대연합 노선에 기반하고 있는데 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총파업이라는 노동자계급의 전진을 이루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가계급의 힘을 빌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우선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이해가 절실한 10개의 법안이 100일 내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총선을 기점으로 의회주의적 전략에 민주노총이 전력투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의회주의적 전략에 전력투구하는 것을 기초로 8월에 정치총파업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수긍이 가지 않는 이러한 계획을 민주노총 지도부는 전략이라고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실제적 계획은 매우 어수룩하다. 총파업을 조직하려면, 나아가 정치총파업을 조직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에 걸쳐서 현장에서부터 조직하는 것이 필요한데 실제로 각 산별노조에서 그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8월의 정치총파업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민주당의 총선승리에 기대어 생색을 내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정치총파업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역량의 성장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에 대한 민주당의 장악력을 높이는 데 봉사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개량주의적 노선을 폭로하고 노동자계급이 역동하는 정세에서 전진하여 고지를 점령하고 다가오는 위기의 폭발에 대처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민주노총의 정치총파업이 민주대연합노선의 강화가 아니라 무너져 있는 현장과 대중운동을 재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의 정치총파업 계획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밑으로부터 총파업을 조직하는 현실적 계획이 수립되고 조직되도록 하여야 한다. 밑으로부터 힘에 의해 관료적인 상층의 기도를 무력화하고 정세를 변화시키는 총파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쌍용차 희망텐트 투쟁을 중심으로 하여 대중투쟁 전선이 확대되고 상승하도록 하여야 한다. 한국자본주의의 위기가 97년 외환위기와 같이 노동운동의 몰락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전진의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은 대중투쟁의 확대를 필요로 한다. 올해부터 더 심화될 정리해고의 광풍에 맞서는 대중투쟁전선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는 개량주의 노선을 무력화하기 위해 현재 조직되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반대운동을 상승시켜서,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대의 연합을 넘어서는 대안적 세력으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주대연합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묶어 세우고 이 연합이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으로 발전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대연합 노선이 진보민중진영의 독자성을 타격하고 진보민중진영을 분열시키고 자유주의세력을 재차 강화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진보민중진영의 독자성을 고수하고 반자본주의의 기치를 세우는 선거전술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이것의 기초는 야권연대전술과의 철저한 단절이 될 것이다.

다섯째,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주의 세력은 현실 정세의 변화에 개입하고 헌신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 운동의 전반적인 재건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이 자유주의세력 추종노선과 절연하고 정치적 거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이 있어야한다. 폭넓은 반자본주의전선의 형성과 강화는 그 전제로서 사회주의 세력이라는 구심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격동으로 접어드는 한국의 2012년은 진보의 전망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의 분발을 요구한다. 나아가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혁과 노동해방의 전망을 세우는 것은 이론의 영역을 넘어서서 현실 정세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격동하는 정세 속에서 실천적으로 운동의 전망을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 지금까지의 관성을 깨고 한 걸음 한 걸음 과학적이고 변혁적인 전술을 수립하면서 운동의 전진을 이루어가자.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