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미 FTA 국면의 정세적 의의

한-미 FTA 국회비준 이후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치는 대중시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대중들은 총선, 대선이 아니라 거리에서 끝장내자는 구호를 제출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계급, 계층의 범위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시위에 대한 지지도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한-미 FTA 반대시위가 점화되고 있어서 한-미 FTA반대 투쟁은 현 정세를 변화시키는 핵심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렇게 대중시위가 밑으로부터 정세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정치 질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도부가 붕괴하는 가운데 박근혜의 등판이 점쳐지고 있고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재창당의 수순으로 들어섰다. 민주당 또한 통합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재편의 수순을 밟고 있다. 민주노동당, 통합연대, 국민참여당은 통합하여 통합진보당을 띠우고 있고 진보신당은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밑으로부터의 대중시위의 확산과 부르주아적, 소부르주아적 정치질서가 함께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중시위는 고조되는 대중의 불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받아온 상태에서 한-미 FTA 강행처리라는 지배계급의 폭거가 대중의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시위는 현 시기의 민중들의 정치적 표현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한-미 FTA 강행처리를 막아내지 못하고 혹은 방조한 상태에서 대중들은 의회적 방식이 아니라 행동으로서 자신들의 정치적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미 FTA 강행처리 전에 한나라당과 타협을 시도했고 또 강행처리 시에 물리적 저지의 표현을 보여주지 못했다. 즉, 말로는 한-미 FTA를 반대했지만 행동으로서는 사실상 방조를 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소리높여 한-미 FTA 반대를 외쳤지만 역시 의회적 방식의 저지에 있어서 무력했다. 바로 이러한 점이 대중들이 의회적 방식을 넘어서서 거리에서의 대중행동의 강화로 나타나게 하고 있는 요인들인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총선, 대선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끝장내자는 구호가 나오고 있는 것이고 시위의 양상도 지도부의 통제를 넘어서서 역동적인 거리행진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시위는 현 정세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 예상되고 있고 또 그 속에서 정세를 압축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시위의 확산은 이명박 정권의 지지기반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경찰력에 의존하는 것 말고 대중시위가 급격히 확산되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태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현 정세 속에서 이명박 정권의 헤게모니는 급격하게 실추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를 전면에 등장시키고 재창당의 길을 걷는 것으로 현 정세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간판을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총선, 대선 국면에 이르기까지 정세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국익을 위해서 한-미 FTA를 강행처리했다고 하지만 그 국익은 민중의 이익이 아니라 소수 예속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민중에 대한 수탈체제를 건설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1%의 예속 독점자본을 위해 99%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점이 민중들에게 각인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반동적 본질에 대해 민중들은 저항의 확대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현 정세 속에서 민주당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으로 야권통합을 통해 세를 확대해가면서 한-미 FTA 반대투쟁을 총선이라는 테두리 내에 가두어두는 것이다. 즉, 한-미 FTA를 강행처리한 한나라당을 규탄하지만 그 규탄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져서 총선, 나아가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여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사탕발림을 하는 것이다. 대중투쟁을 의회주의적 틀로 수렴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숨김없는 의도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미 FTA를 반대하고 폐기하는 투쟁전선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과 예산국회에 등원할 것을 합의하고 거리투쟁에서 슬며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으로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민중에 대한 배신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중투쟁을 활용하되 의회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발전되는 것을 저지하고 한-미 FTA 반대투쟁이 대중운동의 급격한 고양, 나아가 대중의 혁명적 진출의 경로가 되는 것을 저지하고자 하는 것이다.n

이에 대해 그동안 야권연대를 통하여 한-미 FTA 반대투쟁을 해왔던 민주노동당은, 지금은 통합진보당은 반발하고 있지만 그러한 반발은 무의미한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본질은 바로 민중 배신성이라는 점을 그들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중배신적인 세력에게 민중투쟁을 헌납하는 것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지분을 늘리는 것이 바로 통합진보당으로 대표되는 소부르주아 세력의 본질임이 정세의 진전 속에, 대중투쟁의 고양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대중투쟁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대중 스스로 야권연대라는 정치전술의 한계를 스스로 느낄 수밖에 없고 반대로 대중투쟁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야권연대라는 틀을 넘어서는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 정세는 대중의 역동성이 발전하는 가운데 정치질서 전반의 재편이 나타나고 있는데 두 가지 대립되는 현상, 즉, 의회적 방식을 넘어서는 대중행동의 고양을 한편으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 한나라당, 민주당, 통합진보당이라는 의회적 틀 내의 재편이 다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질서의 재편에서 노동자계급에게 의미 있는 것은 1%에 맞서는 99%의 연합이라는 전선이 한국적 상황에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대중투쟁전선의 구축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반자본주의 전선이 한국적 상황에서는 한-미 FTA 반대전선으로 특수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미 FTA는 미제국주의와 예속적 동맹을 하는 독점자본이라는 1%의 이익과 헤게모니를 전면화하면서 노동자, 민중을 전면적으로 수탈하는 체제를 건설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한-미 FTA의 계급적 성격이 광범한 대중투쟁전선의 구축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2. 한-미 FTA의 계급적 의미

그러면 한-미 FTA의 계급적 성격을 본격적으로 분석해보자. 한-미 FTA의 경제적 측면은 이미 많은 논자들이 분석을 해왔다. 먼저 민중부문을 보면 농업의 전면적 몰락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농업자본이 물밀듯 들어올 것이고 영세소농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농업은 이에 대처할 수 없다. 또한 노동자계급에게 있어서 한-미 FTA는 비정규직, 정리해고, 구조조정 의 칼날이 더욱 광포해짐을 의미한다. 미국자본의 논리가 여과없이 한국의 노동자에게 강요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구조조정을 위해 외부적 충격으로서,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한-미 FTA가 필요하다는 경제관료들의 논리는 노동자계급에게 있어서는 신자유주의의 극단적 적용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민중 전반에 있어서는 의료보험체계의 미국식 재편,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수입으로 인한 건강권의 침해,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로 인한 고통의 강화 등 수많은 영역에서 삶의 질의 저하와 비용의 증대를 감수해야만 한다. 또한 한-미 FTA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급격히 몰락하고 있는 소부르주아지를 더욱 더 타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SSM이라는 기업형 슈퍼에 대한 규제가 한-미 FTA로 인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된다. 나아가 한-미 FTA는 중소자본에 대해서도 타격이 된다. 기존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독점자본의 전횡과 횡포에 맞서 중소자본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러한 독점규제 조치 또한 한-미 FTA로 인해 타격을 받는 것이다. 즉, 한-미 FTA는 소수 예속적인 독점자본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 말고는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이라는 민중은 물론 중소자본까지도 타격하는 전면적인 수탈체제의 건설인 것이다. 이러한 전면적인 수탈체제의 건설의 동력은 예속독점자본과 미국제국주의 자본의 동맹, 예속적 동맹의 힘이다. 이러한 예속적 동맹의 본질은 한-미 FTA의 여러 측면에서 확인된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이다. 즉, 미제의 자본의 이익을 위해 한국정부의 공공정책이 얼마든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정부의 환경정책으로 인해 미국 자본의 공해기업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한국정부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정부의 공공정책이라는 최소한의 공적 성격마저도 무력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미 FTA는 한국의 입법권과 사법권을 제약한다. 역진방지조항에 의해 한-미 FTA에서 이미 보호되는 미국기업에 대해 공공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은 불가능해진다. 또한 한-미 FTA는 사법권을 침해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판사 160여명이 대법원에 의견을 제출한 상태이다. 이렇듯 한-미 FTA는 소수 예속독점자본과 미제국주의 자본의 이익을 위해 한국 민중 전반의 이익을 철저히 희생시키는 것이고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는 한국의 주권의 상당부분을 미제국주의에 예속시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한-미 FTA의 계급적 성격을 기초로 한-미 FTA의 전략적 의미를 분석해 보자. 먼저 한-미 FTA는 동북아 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미제국주의가 대공황의 상황에서 자신의 경제위기를 한국사회에 전가한다는 정세적 의미가 있지만 한-미 FTA는 이러한 정세적 의미를 넘어서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 한-미 FTA는 한국경제의 미국 블럭에의 통합을 의미한다. 즉, NAFTA가 멕시코 경제의 미국에의 통합을 가져왔던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한-미 FTA는 TPP 즉,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이라는 미제국주의의 태평양 전략, 동아시아 전략의 일환이다. 한-미 FTA의 비준이 강행처리되자 마자 일본의 경우도 TPP에 참가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는 한-미 FTA가 철저히 미국의 동아시아 재편전략의 일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한국의 지배계급인 예속 독점자본은 이러한 미국의 전략에 대해 한국 민중을 짓누르면서 충실히 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은 떠오르는 중국에 대한 미제국주의의 대응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일본이 중국과 연합하는 것을 차단하고 한국이라는 예속적 동맹자를 보다 확실하게 미국블럭에 포섭하는 것이 한-미 FTA의 동아시아 질서에서의 의미인 것이다.

한편 한-미 FTA는 예속독점자본들의 축적전략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미제국주의와 경제통합을 하여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한국독점자본들의 힘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조그마한 나라에서는 아무리 독점자본이라고 해도, 심지어 삼성과 같은 초국적 자본이라 해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세계시장의 진출과 진출한 자본의 보호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무한 경쟁이라는 질서에서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독점자본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예속적 동맹이 사활적인 것이다. 이와 같이 한-미 FTA는 예속의 심화를 통한 축적의 고도화라는 한국자본주의,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의 고유한 경향의 관철이면서 이러한 경향을 심화시키고 한 단계 상승시킨 것이다.

또한 한-미 FTA는 제국주의 질서의 측면에서 보면 미제의 한국 사회에 대한 신식민지주의의 완결판이다. 신식민지주의는 제국주의 질서의 변화, 한국에서 자본주의 발전, 한국에서 계급투쟁의 발전에 의해 규정되면서 변화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미제국주의는 한국과의 전면적인 경제통합을 통해 한국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지배력을 비약적으로 높인 것이다. 이러한 미제의 한국사회에 대한 신식민지주의의 강화는 한국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경제적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정치적인 측면까지 전반적인 질서의 변동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한-미 FTA로 인해 미국경제의 한국경제에 대한 규정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미국 자본의 한국으로의 진출과 지배력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미제와 동맹한 한국의 독점자본은 축적의 더 한층의 고도화의 길을 밟을 것이고 이는 극단적인 독점구조를 초래할 것이고 삼성, 현대차 등 5대 그룹과 나머지 30대 재벌을 차별화할 것이다. 이러한 예속독점자본의 축적의 고도화의 길에서 중소자본과 소부르주아지는 수탈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노동계급은 착취질서의 고도화에 직면할 것이다. 즉, 미제와 예속적 동맹을 하는 독점자본들의 한국 민중에 대한 전면적인 수탈체제의 건설이 한-미 FTA가 경제의 측면에서 가져오는 변동이다.

둘째, 한-미 FTA는 사회적 측면에서도 심대한 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한-미 FTA가 가져오는 사회적 변동의 핵심은 계급구조의 변화이다. 먼저 한-미 FTA는 소부르주아지의 급격한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자본주의에 이식되는 미국식 질서는 소부르주아지의 삶의 공간을 거의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소부르주아적 삶의 대표인 농민들이 한국 농업의 붕괴로 벼랑으로 몰릴 것이고 영세상인들도 급격히 축소될 것이다. 또한 한-미 FTA가 전면적인 수탈체제의 건설이라는 점에서 중소자본은 집중적으로 독점의 수탈에 직면할 것이고 중소자본가계급은 축소의 길을 걸을 것이다. 노동계급은 수에 있어서 꾸준히 증가할 것이지만 노동계급의 삶은 미국자본주의 기준의 강요로 인한 억압의 증대에 직면할 것이고 투쟁을 통하지 않고서는 8,90년대 노동운동을 통해 확보했던 성과들이 유실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셋째, 이러한 경제적, 사회적 변동은 정치적 변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미제국주의는 자신들의 정치구조를 한국에 강요할 가능성이 큰데 공화당, 민주당이라는 독점자본의 양당구조, 독점부르주아지의 독재체제를 한국에 이식하려 할 것이다. 이는 8,90년대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운동, 민중운동을 통해 한국의 진보민중진영이 확보했던 정치적 힘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국의 진보민중진영의 힘이 민주대연합 노선을 통해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에게 빨려들어가는 현재의 상황이 종식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민주당이 진보의 가치를 독점하게 되고 한국의 변혁세력, 운동세력은 거세되고 진보민중진영은 해체의 길을 걸을 것이다. 이는 노동계급이 철저히 배제되고 기껏해야 조합주의적 목소리를 내는 양상에 머무는 부르주아 독재체제의 완성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변동에 맞서기 위해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운동의 변혁적 강화와 사회주의당건설의 전망을 세우는 길을 걸어야 하며 노동자와 민중의 투쟁의 성과를 부르주아지에게 헌납하여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을 저해하는 개량주의 노선과 단호히 싸워나가야 한다.

3. 한-미 FTA반대투쟁의 강점과 약점

현 시기 한-미 FTA 반대투쟁은 대중의 역동성에 의거하여 전개되고 있다.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치는 대중들의 열기는 매주 역동적인 거리행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의 진압작전과 저지작전을 무력화시키면서 흐르는 물처럼 대중행동이 뻗어가고 있는 것이다. 총선, 대선이 아니라 거리에서 끝장내자는 대중의 요구는 이러한 투쟁의 강점을 표현하고 있다. 즉, 현 시기 한-미 FTA반대투쟁의 강점은 대중의 건강성과 역동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민주당이 투쟁에서 발을 빼고 한나라당과 국회등원에 합의하자 민주당을 비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한-미 FTA반대투쟁은 이렇게 대중의 역동성에 기초하여 뻗어가고 있지만 약점 또한 존재한다. 즉, 야권연대전술이라는 틀을 아직 넘어서고 있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집회에서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의회주의적 한계가 대중투쟁과 시위를 아직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집회의 지도부가 야권연대전술을 옹호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즉, 지도부 자체가 의회주의적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대중의 역동성은 발전하고 있는데 대중투쟁을 이끌 전위부대, 돌파부대가 아직은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기존의 운동의 역사적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10여년의 기간 동안 개량주의가 노동운동, 민중운동을 지배해왔다는 현실이 현재의 한-미 FTA반대투쟁에서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대중시위가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노동계급은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다. 노동계급이 한-미 FTA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떨쳐나설 때 한-미 FTA반대투쟁은 전면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지도부 또한 전투적인 사람들로 재편될 수 있는데 아직 노동계급은 침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시기 자본의 공격이 노동자계급에 집중되어 있어서 노동자계급이 아직 침체와 무기력을 극복하고 있지 못하고 심지어는 일정한 패배주의를 이겨내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말한다. 그러나 한-미 FTA로 인해 가장 고통받고 있고 집중적인 억압을 당하는 계급은 노동자계급이다. 또한 한-미 FTA투쟁이 발전하여 전반적인 반제, 반독점, 반자본주의 전선이 쳐지는 것에 이해관계가 절실한 계급은 노동자계급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한-미 FTA 반대투쟁이 꾸준히 발전하도록 노력하면서 일정한 성과와 승리를 낳은 희망버스에서도 보았듯이 쌍용차 등의 현실의 노동자투쟁전선을 지원하고 고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한-미 FTA투쟁전선이 노동자투쟁전선의 발전을 낳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4. 한-미 FTA 반대투쟁의 역사적 성격

한-미 FTA 반대투쟁은 지배계급의 총체적 전략에 맞서는 총체적 투쟁의 성격을 갖는다. 즉, 현재의 정세에서의 의미 외에 전략적 성격을 갖는 것이다. 한-미 FTA 반대투쟁은 세계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반자본주의 전선의 한국적 판본이다. 즉, 그동안 무너져 왔던 대중투쟁전선이 한-미 FTA 강행처리라는 폭거를 계기로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은 한-미 FTA 반대투쟁이 보다 폭넓게 발전하고 보다 변혁적으로 발전하여 반자본주의 투쟁전선으로 상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세적으로, 표면적으로 한-미 FTA반대투쟁에는 두가지 노선이 있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하나는 의회주의 전략으로서 한-미 FTA반대투쟁을 총선과 대선에 수렴하려는 경향이다. 민주당이 대표적이고 이정희 등의 통합진보당 또한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대중의 역동성을 기반으로 총선, 대선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끝장내자, 즉, 이명박 정권퇴진 투쟁을 본격적으로 전개하자는 흐름이다. 아직은 전자가 지배적이고 후자의 흐름은 의식적으로 조직되고 있지 못한데 대중의 역동성 자체가 자생적으로 후자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미 FTA 반대투쟁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은 총선,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여 정권교체하면 한-미 FTA를 폐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기와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적인 한-미 FTA 반대투쟁을 방기하면서 예산국회를 위해 FTA 날치기 주범인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거짓이다. 한-미 FTA를 체결한 당사자가 민주당 집권시기의 노무현 정권이었다. 나아가 민주당은 이미 민중의 대변자가 아니라 독점자본의 분견대일 뿐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민주당과의 민주연립정부를 내세우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는가? 개량주의 노선의 통합진보당이 할 수 있는 것은 한-미 FTA를 수정보완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정치적 입장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는 투쟁을 조직할 의사와 능력은 없는 것이다. 이정희 스스로 한-미 FTA 촛불집회에서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연설을 하여 한-미 FTA투쟁을 의회주의적 한계에 가두려는 당사자이다. 이는 한-미 FTA의 본질이 단순한 법률이나 조약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민중에 대한 폭력적 조치이고 전략이라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다. 즉, 한-미 FTA는 의회주의적 방식으로 폐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면 한-미 FTA를 현실적으로 폐기하는 길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중투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대중시위가 뻗어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르주아 정치질서의 지반을 지속적으로 흔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대중 스스로 총선과 대선을 통한 의회적 방식이 아니라, 부르주아 정당과 소부르주아 정당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대중 자신의 힘에 의한 전투적이고 혁명적 방식으로써만 한-미 FTA의 폐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핵심적으로는 노동계급이 전선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동자투쟁이 한-미 FTA반대투쟁으로 뻗어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전개되는 한-미 FTA 반대투쟁은 역사적 의의가 있다. 첫째, 한-미 FTA 반대투쟁은 한국사회의 전망에 대한 대립하는 2가지 경향의 투쟁이다. 더욱 혹독하고 전면적인 수탈체제를 건설하는 것을 통해 예속독점자본의 축적을 고도화하는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한국사회를 민중적 방식으로, 착취와 예속을 끝장내는 길을 향해가는 한국사회 발전의 전망을 세울 것인가를 가늠하는 것이 한-미 FTA반대투쟁의 계급적, 전략적 의미인 것이다.

둘째, 한-미 FTA 반대투쟁은 한국사회가 당면하는 사회주의 변혁의 전망에서 큰 의의가 있다. 쏘련 붕괴 뒤 무너진 운동을 재건하고 사회주의적 변혁의 전망을 세우는 데 있어서 한-미 FTA반대전선이 성립하고 발전하는 것은 사활적이다. 이 전선이 발전하여 반자본주의적 성격을 점차 강화하고 끝내 반자본주의 전선을 성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주의자는 이렇게 현실의 전선이 성립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이렇게 성립, 발전하는 대중투쟁전선에 계급적, 변혁적 각인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한-미 FTA 투쟁의 지속적 발전은 의회주의적 한계를 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아직은 대중의 상당수는 한-미 FTA반대투쟁에 있어서 개량주의적 지도부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투쟁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회주의적 한계, 야권연대라는 틀을 넘어서야만 하고 또 대중투쟁의 발전 속에 대중 스스로 야권연대라는 틀을 넘을 가능성이 자라고 있다. 이는 중요한데 그동안 10여년의 관성대로 개량주의적 운동과 실천에 대중투쟁이 갇힐 것인가, 아니면 개량주의적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운동의 전형을 창출할 것인가가 한-미 FTA 반대투쟁의 발전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미 FTA 반대투쟁은 정세적 의미를 넘어서서 전략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역사적인 대중투쟁전선이 쳐지고 있다는 것, 한-미 FTA의 폐기는 의회주의적 방식으로 불가능하고 대중의 혁명적 방식으로만 가능하다는 점, 이러한 전선과 투쟁의 발전은 한국사회의 혁명적 재편의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 등이 한-미 FTA 반대투쟁의 역사적 성격이다.

역사는, 운동은 일직선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반자본주의라는 세계사의 새로운 흐름은 한국사회에서 한-미 FTA반대라는 특수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변혁의 전망을 세우는 고된 작업은 세계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넘어서 한국사회의 특수에 한국의 운동가들이 착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 대중투쟁전선을 발전시키고, 거기에 노동계급의 각인을 찍고 제기되는 한국사회의 전망의 문제에 대해 총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현실 전술에서 관철시켜내야만 하는 상황, 그러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즉, 변혁의 시대로 한국사회가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시대의 전개는 노동자계급이 역사의 주인으로 나서고, 변혁의 주체로 일어설 것을 요청하고 있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