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격동으로 접어드는 세계정세

지난 10월 15일, 세계정세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1%에 맞서는 99%의 전 세계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의 반자본 시위의 물결이 일어난 것이다. 세계대공황이 심화되면서,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1%의 자본을 위해 긴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와 민중에게 위기를 전가하는 데에 맞서는 투쟁이 벌어진 것이다. 국가의 구제금융을 받아 위기 속에서도 돈잔치를 하는 대자본들의 모습에 유럽과 미국의 노동자와 민중들이 분노를 표출했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1000여 곳 이상의 도시에서 동시에 벌어진 시위는 세계정세에 중대한 충격파를 던졌다. 그리스의 총파업, 이탈리아의 대중적 시위, 스페인에서의 시위, 그리고 미국에서 수십개의 도시에서 벌어진 반월가 시위 등은 세계 민중이 자본의 압제에 더 이상 무릎꿇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아니었다. 이러한 세계 동시 시위는 그 규모에서 그리고 그것의 요구와 지향점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정세 추이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이루는 것이었다. ‘우리가 99%이다’라는 시위대의 구호는 시위의 계급적 성격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었다. 1%에 맞서는 99%의 연대와 연합이라는 성격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직접적으로는 금융자본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고 긴축정책으로 민중의 고통을 강요하는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지만 시위의 지향점은 차츰 체제 자체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부르주아 언론들은 심지어 조·중·동까지 부패하고 탐욕적인 금융자본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들 부르주아 언론들은 시위의 성격을 반자본주의가 아니라 단지 금융자본의 부패에 대한 분노로 축소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세계 민중은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대와 새로운 대안 사회로의 행진을 분명히 선언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날의 시위가 세계정세에 던진 의미는 쏘련 붕괴 후의 기나긴 반동의 시대가 마감되고 세계적 차원에서 새로운 변혁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치 증식을 위해 무한 질주하는 자본의 운동법칙이 결과하는 공황이, 1970년대 신자유주의 발생 이래 전개된 세계경제의 금융화로 표현되는 부패화의 경향이, 소수 독점적인 다국적 기업의 세계지배질서가 전 세계민중의 투쟁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쏘련 붕괴 후에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하고 사회주의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세계 민중이 대공황이 강제하는 현실 속에서 새로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적 사회를 사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 사회주의 운동의 전망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리스는 공산당 주도아래 전 노동자계급의 48시간 총파업이 벌어져 그리스 사회를 마비시켰는데 여타의 유럽과 미국의 경우 그렇게 강력한 구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적 구심은 아직은 확고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시위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물질적 조건을 보여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른바 세계화시대로 표현되는 자본의 국제적 이동의 자유 속에서 각국의 노동자와 민중의 동질성이 높아지고 또 IT기술로 인하여 정보의 신속한 교류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확고한 구심, 국제적인 인터내셔널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정세를 변화시키는 시위 행동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점차적으로 각국에서 강고한 사회주의적 정치적 구심이 형성되고 국제적 인터내셔널이 형성되어 간다면 세계정세를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의 시위는 폭발적인 대중투쟁으로 나타났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경우는 대중시위가 있었지만 그렇게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특히 중국 대륙의 경우는 시위의 물결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정세가 이러한 이유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 중심의 제조업이 지금까지 일정하게 경제성장을 이끌어서 공황의 여파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일본의 재정위기의 심화에 따라 세계시장의 성장이 지체되거나 축소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의 제조업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의 경우 세금인상에 항의하는 대중폭동이 일어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선전장이었던 중소기업의 집결지인 원저우의 경제가 몰락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또한 외부적으로 급격하게 무너지지는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공황의 여파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의 경우도 세계경제의 침체가 계속된다면 수출중심의 제조업의 취약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이는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를 이끄는 토대로 작용할 것이다.

2. 한국에서의 정세변화의 특징

이러한 세계정세의 변화 속에서 한국의 정세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지난 4.27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후 정세 반전의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아직 그 변화는 미미하지만 과거의 퇴조의 추세, 일방적으로 밀리던 상황은 끝나가고 있고 대중투쟁이 완만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김진숙 동지의 크레인 농성을 지지하는 희망버스에 대한 대중의 호응과 참여의 지속,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대중투쟁의 상승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한국에서 정세의 변화를 기초지우는 것은 한국의 경제상황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3/4분기에 접어들면서 상승세가 꺾이고 있고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3/4분기에서 독점재벌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업이익율이 마이너스, 즉, 적자영업을 하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물가는 4%이상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렇게 극단화된 독점구조, 축적 구조는 그동안 세계시장의 확대를 기반으로 하여 한국의 노동자와 민중에 대한 초과착취, 가혹한 수탈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점점 더 한계 상황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지배계급은 한-미 FTA를 추진하여 민중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오직 소수 예속적인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하여 한국의 노동자와 민중의 이익을 철저히 희생시키고 나아가 한국의 주권을 미국에 예속시키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한-미 FTA가 지금 첨예한 계급투쟁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공황과 물가상승으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와 민중의 이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예속적인 독점자본의 축적의 확대, 시장의 확대를 위해 자국의 민중의 이익을 철저히 희생시키는 것, 나아가 한국사회의 경제구조를 미국식으로 재편하여 극단적인 계급대립의 재생산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한-미 FTA의 현실적인 의미이다. 이러한 한-미 FTA는 전략상의 차원에서 보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신식민지주의의 재편이고 예속성의 고도화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사활적인데 왜냐하면 떠오르는 중국의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는 하나의 고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세적 차원에서 보면 현재 미국의 경제공황으로 인한 자국의 위기를 한국에 전가시키는 것이다. 즉, 국제적 차원에서 위기전가인 것이다.

이렇게 경제공황의 지속 혹은 심화라는 정세 속에서 계급대립의 심화, 대중의 불만의 상승이 지속되고 있고 또한 그것은 서서히 대중행동의 고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의 불만은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극적으로 표출된 바 있다. 반민중적인 주민투표 실시에서 패배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뒤이어 박원순씨가 당선된 것이다. 이 선거는 현 정세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먼저, 대중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대, 30대, 40대까지 압도적으로 반한나라당, 박원순 지지로 나타났다. 심지어 강남에서도 박원순씨는 45%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경제침체로 고통받는 대중의 현실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었고 나아가 이명박의 경제살리기라는 사탕발림에 대한 대중의 분노의 표출이었다. 즉, 경제침체 상황에서 한나라당,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반동부르주아지, 독점자본의 이익의 전투적 대변자들은 정세변화의 주도권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세계경제의 침체가 계속되고 그에 기초하여 한국경제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또한 후보를 내지 못했고 시민운동의 대부인 박원순씨를 밀어야만 했다. 또한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변화를 원하는 대중의 열망이 민주당이라는 자유주의 세력에게 완전히 흡수되지 못하고 있고 대중은 새로운 질서를 원하고 있고 새로운 질서에서만 자신들의 처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이러한 지점을 박원순씨가 치고 들어 온 것이고 더불어 안철수씨 같은 사람이 대중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사실 박원순씨가 주도한 참여연대 등의 시민운동은 그동안 시민이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리고 안철수씨 같은 경우도 대중적 인기는 있지만 대중에게 정치적 전망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따라서 박원순씨를 선택한 대중의 의식은, 안철수 현상에 열광하는 대중의 의식은 변화를 바라지만 아직 그 변화의 방향과 전망을 찾지 못한 의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박원순, 안철수의 흐름은 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의 지지는 물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지지까지 받은 야권 단일후보로 추대되어 정치적 성공을 거둔 것이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세력은 8,90년대 반파쇼 투쟁을 통해 정치적 성장을 했지만 김대중, 노무현의 집권 후에 독점자본의 한 부대로 정치적 변신을 하였다. 신자유주의 좌파라는 노무현의 고백은 민주당 또한 독점자본의 이익에 충실한 세력임을 말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비정규직의 확대, 신자유주의의 고조가 민주당 10년 집권 하에서 이루어졌고 이 기간에 독점자본들은 고도의 축적을 하였다. 현 시점에서 이들의 정치적 역할은 계급투쟁의 무마, 노동자와 민중의 혁명적 진출의 저지에 있는 것이고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힘을 흡수하여 부르주아지의 정치적 힘을 확대시키는 데 있는 것일 따름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중적 신망을 점차 상실하고 있는 자유주의 세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으로 대표되는 개량주의 세력이다. 이는 민주당이 집권전략을 위해 야권연대에 목을 매고 있는 것에서 확인된다. 오직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통한 민중의 정치적 열망을 흡수할 때만 자신의 정치적 힘을 키울 수 있는 것이 민주당의 정치적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야권연대 전술은 부르주아지의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보완하는 데 봉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개량주의 세력은 자신의 정치적 성장을 위해 대중투쟁을 활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독자성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즉, 노동자, 민중의 투쟁력은 인정하고 활용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독자성을 통한 정치적 성장은 외면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량주의의 논리가 강화되고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열망이 개량주의 세력을 통해 민주당이라는 부르주아지에게 흡수되는 것이 지속된다면 진보의 가치는 어느 새 민주당이 대변하게 되고 한국사회에서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약화되고 결정적으로는 변혁세력이 위축되고 변혁의 전망은 사라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야권 연대 전술은 현상적으로는 반한나라당, 반MB라는 점에서 진보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이익을 국회의원 몇석을 위해 부르주아지에게 팔아넘기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러한 한국에서 정세변화의 특징을 정리하면 첫째 경제적 토대에서 위기의 지속으로 대중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둘째, 대중의 불만이 희망버스, 한-미 FTA반대 투쟁 등으로 서서히 행동으로 조직되고 있다. 셋째, 그러나 대중의 불만은 지금까지의 한국의 역사적 조건을 반영하여 개량주의 세력에 의해 흡수되고 있고 이를 기초로 야권연대전술이 구사되고 박원순의 정치적 성공이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그럼에도 대중의 정치의식의 현 주소는 현재의 지배질서가 아닌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야만 자신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처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바로 이러한 한국의 정치적 지형, 역사적 조건으로 인하여 경제공황이 강제하는 정세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정세의 완만한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즉, 대중의 불만이 한편으로 선거를 통해 흡수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투쟁으로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정세변화의 굴곡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중에게 변혁적 정치적 전망이 제시되고 대중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변혁의 전망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불가피할 것이다. 

3. 민주대연합의 논리에 대한 비판

그러면 본격적으로 민주대연합의 논리를 비판해보자. 민주대연합은 현상적으로는 MB에 반대하는 야권의 승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야권의 승리는 민중의 승리라는 의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로 박원순씨는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나서 환경미화원을 살피고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 등 민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행보를 떠나 박원순씨의 계급적 기반과 성격을 볼 때만 보다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다. 박원순씨는 80년대에 비타협적인 민주주의자로서 인권변호사를 했고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투쟁을 했다. 그러나 쏘련이 무너지고 사회주의 운동이 퇴조하자 그는 변신을 하여 참여연대를 만들고 시민운동을 오랫동안 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민운동은 점차적으로 민중운동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점진적인 개량을 추구한다는 것이 그간 10여년의 기간 동안 확인되었다. 또한 시민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고 비판받았는데 즉, 인권변호사, 교수 등의 명망가들의 운동단체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시민운동의 자금모금을 위해 삼성 등 재벌로부터 후원을 받았고 또한 참여연대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은 제국주의 자본의 한국재벌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데 봉사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박원순씨의 계급적 기반은 소부르주아 상층과 부르주아지를 오락가락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박원순씨의 이번 서울시장 당선으로 인해 시민운동의 정치참여가 전면화되는 것은 시민운동이 비정치적임을 표방했지만 그것은 단지 중립을 가장한 (소)부르주아적 정치였음을 보여준다. 사실 계급 사회에서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이 허구임은 한국사회의 오랜 역사가 말해준다.

따라서 박원순의 등장은 민주당의 민중에 대한 정치적 장악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부르주아지의 민중에 대한 정치적 장악력을 키우는 것이다. 즉, 박원순씨는 고조되는 민중의 불만을 부르주아지가 흡수하여 부르주아지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통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메카니즘을 완성시키는 것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맞장구이다. NL파인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소위 PD라고 하는 진보신당의 상당수도 야권연대전술에 참가하고 있는데 이들이 야권연대전술에 목을 매거나 아니면 끌려 들어가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변혁의 전망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개량주의의 실체는 변혁의 전망의 포기와 같은 것이다. 이는 쏘련 붕괴 뒤 한국사회에 몰아쳤던 청산주의가 정치적으로 표면화하는 것과 같다. 겉으로는 운동을 하지만 변혁의 전망을 상실한 운동, 민중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현실에 눈길을 보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르주아 사회에서 상승하기를 꿈꾸는 운동, 이러한 비틀어진 굴절된 운동이 바로 개량주의 운동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개량주의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대안은 한국사회의 변혁의 전망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개량주의가 지금의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현실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량주의의 해악, 야권 연대전술, 혹은 민주대연합의 해악은 운동진영을 조각조각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몇 개월의 통합진보정당 논의는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진보민중진영을 분열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 진보신당이 통합파와 독자파로 갈려 분열했고 민주노동당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논의는 노동운동을 분열시키고 있다. 그리고 운동에 이러한 해악을 끼치는 것을 토대로 겉으로 화려한 야권연대전술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개량주의세력에게 민중이라는 의미는 단지 투쟁 부대일 뿐 정치적 대의, 정치적 전망, 역사의 주체가 아니다. 과거 김대중, 김영삼이 반파쇼 투쟁과정에서 민중을 투쟁부대로 활용하고 자신들의 파쇼와의 거래에 밑천으로 써먹었던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노동자, 민중이 투쟁부대를 넘어 정치적 부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자계급의 독자성, 진보민중진영의 독자성을 고수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이러한 관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은 자본가계급의 타도, 노동해방을 강령과 조직, 전략, 전술에서 관철시키는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위해 강령에서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의 계승을 삭제했다. 이들에게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을 구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같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민주대연합을 하나의 전략으로 격상시켜서 야권연대를 통한 공동정부의 구성, 나아가 5년 후에는 민중집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은 야권연대전술을 펴서 민주당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5년 후에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그것이 민중집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계급사회에서 민중이 집권한다는 것은 혁명을 말하는 것이고 자본가계급의 타도를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혀 자본가를 타도함이 없이 이루어지는 민중집권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자본가의 지배를 용인하는 민중집권이라는 것은 하나의 허구이다. 즉, 그것은 자본가의 지배를 용인하는 것을 전제로 약간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러한 민주노동당의 민중집권의 길에서 운동진영은 조각조각 분열이 되고 진보민중진영은 해체의 길을 걷고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될 전망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민중집권에 다가설수록 억압과 착취로부터의 해방의 전망이 사라진다는 이 모순! 이 모순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와 민중의 정치적 대의를 부르주아지에게 팔아넘기는 것을 기초로 정치적 힘을 키우는 세력이라는 것, 얄팍한 개량으로 민중을 달래고 얼러서 부르주아지에게 아첨하는 세력이라는 것, 변혁의 전망을 상실한, 나아가 노동자와 민중에게서 적극적으로 변혁의 전망을 거세하는 세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성장을 위해, 운동의 전망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이들 개량주의세력과의 투쟁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 개량주의 세력의 주요한 일파인 NL파의 야권연대전술의 기초는 근본적으로 그들의 잘못된 전략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들은 8,90년대와 2011년 현재의 달라진 정치지형을 구분하지 못한다. 즉, 8,90년대에 민주-반민주 구도가 주요했다면 현재는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주요한 계급대립이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과거의 변혁은 반제반파쇼 민족민주변혁이었다면 현재의 변혁은 민족민주적 과제를 포함하는 사회주의 변혁이라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NL파가 이렇게 사고하는 것은 그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는데 이들은 여전히 한국사회가 미제의 식민지이며 따라서 미제를 축출하지 못한 현재의 한국사회는 여전히 미제를 축출하는 민주주의 변혁을 과제로 하고 있고 따라서 미제축출과 통일을 위해 민주당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을 기초로 자신들의 모든 개량주의적 노선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첫째, 한국사회는 미제의 식민지가 아니라 예속독점자본이라는 독자적인 지배계급이 지배하는 신식민지 사회이다. 미제는 이들 예속독점자본을 통하지 않고는 한국사회를 지배할 수 없는 처지, 즉, 신식민지적 지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당면 변혁은 미제축출을 필요로 하지만 주요한 계급대립은 미제 대 한국민중의 대립이 아니라 한국의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대립이다. 즉, 한국의 정치지형은 과거의 민주-반민주의 대립이 아니라 민주당 등 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하는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대립이다. 최근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가 첨예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사회의 전면에 대두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미제축출, 국가보안법의 폐지, 민족통일 등 민족민주적 과제는 자본가계급을 타도하는 투쟁에 수반하는 과제라 파악하는 것이 정확하다. 셋째, 이들이 제시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전혀 진보적이지 못하다. 현재의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진보적 운동이 되려면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혹은 적어도 예속적 독점자본에 대한 몰수 등을 제기하고 사회주의적 혼합경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한국의 실질적 지배계급인 재벌 등에 대한 몰수를 선전, 선동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개량주의로 돌아서면서 대기업의 공공적 성격의 강화, 약간의 공기업의 강화 등을 내세우며 이를 진보적 민주주의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진보적 민주주의에 기반한 개량주의의 성장은 진보민중진영의 분열과 약화를 토대로 부르주아 사회에서 자신들의 상승을 가져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끝으로 이들의 민주대연합 혹은 야권연대전술은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통일전선전술에 대한 철저히 잘못된 파악에 기초한다. 이들의 민주대연합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을 포기하고 있고 나아가 운동진영을 분열시키고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민중의 불만을 체제내화하여 부르주아지, 민주당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런데 20세기 역사에서 관철되었던 통일전선전술은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을 철저히 관철시키는 것이었고 나아가 부르주아지와의 계급협조가 아니라 부르주아지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통일 단결의 역사였다. 즉, 사회민주당 등 노동자계급의 일부 그룹은 계급협조를 하고 다른 일부 그룹은 투쟁을 하는 상황을 끝장내고 노동자계급이 단결하여 부르주아지에 맞서는 공동전선을 결성하자는 것이 통일전선전술이었던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통일단결에 기초하여 단결의 범위를 전 민중으로 확장한 것이 반파쇼 인민전선, 반제 민족해방전선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으로 볼 때 NL파의 민주대연합 전술은 통일전선전술에 대한 지독한 왜곡에 기초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요구되는 전선은, 대중운동에서 요구되는 전선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의 전면화에 기초하는 것이고 자본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지지, 엄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4. 왜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구축이 현 시기에 요구되는가

이렇게 민주대연합 노선은 전혀 민중집권의 전략이 될 수 없다. 또한 그것이 근거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현재 진보민중진영의 투쟁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진보민중진영의 현재의 목표는 자본주의 반대, 30대 재벌의 몰수와 국유화,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는 민중집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민주대연합은 투쟁의 고무가 아니라 부르주아지와의 계급협조노선이다.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에서 통일전선의 역사가 계급협조노선에 대한 투쟁을 통하여 계급의 단결을 추구한 것이었는데 민주대연합은 노동자계급의 분열을 기초로 부르주아지와의 계급협조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민주대연합에 대한 비판을 기초로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대안을 살펴보자. 먼저 전략적 차원에서 한국의 정치지형과 대중운동에서 요구되는 전선은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이다. 한국사회는 미제의 신식민지이고 분단사회이고 여전히 파쇼적인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에서 민주당 등 자유주의 세력은 더 이상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미제축출을 위해 투쟁하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세력은 김대중, 노무현 집권을 통하여 독점자본가계급의 충실한 한 분견대가 되었다. 한국사회의 현실적인 정치 지형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및 민중의 대립이 기본적인 계급대립구도이고 그 중간에 소부르주아 상층이 동요하는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소부르주아 상층은 개량을 추구하는데 부르주아 사회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점하면서 부르주아지로의 계급 상승을 자신의 전망으로 하는 세력이다. 현재의 민주대연합은 바로 이들의 정치노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는 전선이 전략적 차원에서 꾸려져야 한다. 그것은 한편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을 보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을 지지, 엄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계급 이외의 민중들의 계급적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노동해방, 민중해방을 자신의 기치로 하는 전선이 결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에 봉사하는 전선은 반자본주의 연합 전선이라 할 수 있다. 자본의 압제에 신음하는 모든 노동자와 민중의 단결의 결집체로서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이 꾸려져야 하는 것이다. 이 전선에는 노동자계급 이외에도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포괄되어야 한다. 영세상인, 중·소농, 진보적 지식인, 빈민 등 현실적으로 한국자본주의에 의해 고통받고 몰락하는 모든 세력이 포괄되어야 한다. 이러한 포괄적인 전선을 꾸리기 위해서는 현 체제의 부분적 개량을 넘어서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것은 이미 대중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1%에 반대하는 99%의 연합과 연대가 바로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은 전략적으로 필요할 뿐 아니라 현 정세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 정세의 특징은 지금까지 10여년의 관성을 반영하여 퇴조와 억압의 증대가 한편으로 작용하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공황에 의해 강제되는 대중의 불만과 행동의 고조이다. 이에 대해 정세의 상승을 지연시키고 운동을 분열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민주대연합 즉,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과 이익을 부르주아지에게 팔아넘기고 있는 노선이다. 이러한 민주대연합노선이 강화된다면 8,90년대 가열찬 운동으로 확보했던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사회적 힘은 사라져 버리고 우리 사회는 부르주아적 사기와 술수, 체념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대연합 노선을 타격하고 경제공황에서 고조되는 대중의 불만을 조직하고 그것의 올바른 정치적 표현을 위해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1%에 맞서는 99%의 연합, 반자본주의 전선을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운동이 민주대연합을 통해 해체될 것인가, 아니면 반자본주의 전선을 결성하여 대중투쟁을 고취하고 무너져 있는 현장과 대중운동을 재건할 것인가를 가름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셋째, 한국에서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결성은 세계적 차원에서 대중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반자본주의 전선의 일환이다. 지난 10월 15일 전 세계 민중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를 선언했다. 이는 세계정세의 전환으로서 세계 민중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사회를 위한 행진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그러한 대중투쟁이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정세는 세계정세의 일부를 구성하며 역으로 세계정세에 의해 규정된다. 나아가 한국에서 반자본주의 전선의 결성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한국의 운동에서 복원하는 데 기여를 할 것이다. 한국에서 반자본주의 전선이 결성될 때 그 전선은 세계의 운동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그를 통하여 한국의 운동은 국제주의 운동으로 발전할 것이다.

넷째,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결성은 한국의 현 지형에서 통일전선의 모범을 창출할 것이다. 뜨로츠키주의자들은 20세기 통일전선의 일종이었던 반파쇼 인민전선을 계급협조노선이라 악선동한다. 그러나 반파쇼 인민전선은 계급협조가 아니라 파시즘이라는 자본가계급의 가장 강대한 힘에 맞서는 일종의 계급투쟁 전선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반자본주의 전선의 결성은 지금 시기 요구되는 통일전선의 현실화를 의미한다. 이는 전술적으로 중요한데 지금까지 오해되고 왜곡되어 왔던 통일전선전술을 복원하고 한국사회에 올바로 적용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섯째,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결성은 지금 침체되어 있고 무너져 있는 현장과 대중운동의 재건을 고취시킬 것이다. 자본가의 압제에 눌려서 변변한 투쟁 한번 못해보고 눈앞의 실리에 우왕좌왕하던 것이 지난 10여년의 기간 동안 현장과 노동운동의 현 주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중적인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이 출현한다면 현장투쟁과 대중운동의 고양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이해는 화해할 수 없다는 것, 한국사회 전체가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를 요구한다는 것이 대중적으로 인식될 때 개별 자본에 맞서는 노동자의 투쟁력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 이외에 여타의 민중의 경우에도 자신들을 짓누르는 자본의 압제에 맞서서 많은 투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은 대중운동을 강화할 것이고 역으로 대중운동의 강화는 반자본주의 전선의 폭과 질을 심화시킬 것이다.

끝으로 반자본주의 전선의 건설은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에 있어서 사활적이다. 사회주의 운동은 본질적으로 사상을 핵으로 하여 전개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은 일정 발전단계에 접어들면 사회주의전위당 건설을 향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운동이 인텔리운동을 넘어 대중적 영향력을 갖는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현실의 전선과 대중운동과의 결합이 필수이다. 한국사회에서 지금 사회주의 운동의 면면을 보면 사상 자체가 크게 무너져 있고 조직적 측면에서는 소그룹적인 정파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자본주의 전선이 대중적으로 구축되는 것은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을 크게 고취시킬 것이다. 반자본주의가 대중적으로 성립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주의의 본질, 사회주의의 역사, 현 시기 사회주의 운동의 상, 전략과 전술, 조직론 등에서 많은 탐구와 논쟁을 불러올 것이고 이를 기초로 사회주의 운동은 본격적으로 재건의 길을 걷고 사회주의 전위당을 향할 수 있다. 즉, 현실의 전선의 추동력에 의해 당 혹은 전위조직 건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80년대를 돌아보면 광주항쟁에서 싸웠던 사람들은 사회주의도 몰랐고 전위조직도 몰랐지만 바로 이들이 있었기에 80년대의 가열찬 전위조직운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현실의 전선과 당운동, 전위조직운동과의 관계이다. 그런 점에서 반자본주의 전선의 대중적 구축을 위한 노력은 바로 사회주의운동의 재건과 연결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5. 반자본주의 연합전선 구축의 원칙과 경로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은 일종의 통일전선전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책략 혹은 술수가 아니라 투쟁전선을 꾸리는 것이다. 즉,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은 상층의 협정 혹은 몇몇 정파의 연합을 넘어 전반적인 노동자, 민중투쟁전선을 꾸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구축은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즉, 현 시기 예속 독점자본을 축으로 하는 자본가계급의 착취와 수탈, 억압을 폭로하는 것을 기초로, 소부르주아 전술인 민주대연합을 분쇄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민주대연합을 통해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힘이 부르주아지에게 용해되는 것을 차단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을 기초로 연합전선을 꾸려야 하는 것이다. 계급협조에 대한 반대, 노동자계급의 단결, 노동자계급의 해방투쟁이라는 대의의 기치를 대중적으로 올려야 한다.

둘째, 반자본주의 전선은 일종의 연합전선이다. 즉, 각각의 계급, 계층의 그리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연합전선이다. 이것은 당적 질서가 아니라 반자본주의라는 포괄적 방향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의 연합이다. 당적 질서는 사상을 핵으로 하여 모이는 것이라면 반자본주의 전선은 자본주의에 대한 분노를 공통분모로 하며 1%에 맞서는 99%의 연합을 모토로 각 세력의 차이를 존중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은 신자유주의 반대를 넘어서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특정 경향과 지배방식인 신자유주의 반대를 넘어서서 자본주의 자체를 반대하고 넘어서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때만 광범한 전선의 결집이 가능하다. 반자본주의라는 거창한 구호와 달리 약간의 개량을 목표로 하는 전선은 광범한 대중의 동력을 결집할 수 없다. 자본주의적 착취를 반대한다는 것, 나아가 사적 소유를 통한 자본의 권력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취득의 사적 성격이라는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을 지양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때만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결성은 가능할 것이다.

넷째,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건설은 현실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투쟁전선을 발전시키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 희망버스, 한-미 FTA반대투쟁, 선거투쟁 등 일체의 투쟁전선을 반자본주의라는 목표와 전망 하에 배치하고 투쟁을 극대화시키고 그 힘을 전선으로 묶는 것이다. 이는 정세와의 조응이라는 점 그리고 상층의 협정이 아니라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대중투쟁전선의 고취라는 반자본주의전선의 본질과 합치하는 것이다. 즉, 반자본주의 전선의 건설 자체가 일종의 전술이고 전술이라는 점에서 정세와 조응할 때만 성공가능성이 주어지는 것이다.

다섯째, 현재 진보민중진영의 단결체로서 민중의 힘이 존재한다. 민중의 힘은 11월 9일 본조직 건설을 선언하려 한다. 민중의 힘은 그동안 진보민중진영의 분열의 상처를 씻고 제반의 투쟁영역에서 일정하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민중의 힘은 내적 규율과 현존하는 역관계에 의해 민주대연합 노선을 묵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진영은 민중의 힘에서 반자본주의 성격이 강화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 힘이 하나의 투쟁부대를 넘어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독자성에 입각하여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에 나서도록 견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부 세력은 민중의 힘이 의미가 없어졌고 깨야 한다고까지 말하지만 그러한 견해는 분파주의적이다. 진보민중진영의 단결은 서로 간의 일정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상위에 존재하는 대의이다. 그러한 단결이 유지될 때만 새로운 혁신, 반자본주의 전선의 결성과 강화도 가능한 것이다.

여섯째, 반자본주의 전선 결성은 다가오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일정하게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선거전술의 주요한 주체로서 반자본주의 전선이 역할해야 하는 것이다. 총선에서 자본주의 반대를 내세우는 후보를 출마시키거나 지지 지원하고 대선에서도 자본주의 반대, 노동해방, 민중해방을 내세우는 독자후보를 출마시켜야 한다. 이는 민주대연합의 해독에 대한 반대라는 점, 현 정세가 반자본주의를 내세워야 대중운동의 전진이 가능한 시점이라는 점 등에 기인한다.

일곱째, 반자본주의 전선이 일부 정파의 연합, 상층의 연합이 아니라 대중적인 전선으로 구축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1%에 반대하는 99%의 연합이 세계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상황은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대중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선의 구축과정에서 대중투쟁과의 결합, 대중투쟁의 지지,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대중적 구호를 개발하고 세계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자본주의 전선의 대중화는 그 자체가 대중운동의 재건일 수밖에 없다. 대중운동의 선진적 부위를 반자본주의 전선으로 묶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끝으로 반자본주의 전선과 사회주의적 전망과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반자본주의 전선은 강고한 사회주의적 정치적 구심을 필요로 한다. 20세기의 예를 보아도 모든 성공적인 통일전선의 중심에는 공산당이라는 전위조직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에서 그러한 전위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은 반자본주의전선의 건설을 위해 노력할 때 사회주의적 전망을 구체화하고 사회주의 조직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한국사회 변혁의 전망, 전위당 건설의 전망은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전제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은 차이를 전제로 하는 전선으로서 다양한 세력들의 결집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적 전망은 반자본주의 전선의 건설의 전제가 아니라 반자본주의 전선의 건설을 기초로 논의될 수 있고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현재의 격동하는 세계정세는 세계적 차원에서 대중운동의 부활, 세계 사회주의운동의 재건의 전망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금의 세계대공황은 짧게는 쏘련 붕괴 뒤의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모순, 그 반동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고 멀리 보면 1970년대 신자유주의 등장 이후 가속화된 세계적 차원의 독점자본의 지배구조, 다국적 기업의 지배체제의 모순의 발로이고 또 고삐가 풀린 금융자본의 투기의 가속화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세계사적 모순은 현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유럽, 미국의 재정위기에서 보듯이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재정위기는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국가의 기능이 마비된다는 것으로서 자본주의 자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세계정세가 소용돌이에 들어가고 있고 한국의 경우도 서로 대립하는 2가지 경향이 맞부딪히고 있다. 지난 10여년의 관성대로 자본가계급의 압제가 심화되고 한편으로는 개량주의가 강화되는 하나의 경향과 반대로 경제위기의 심화를 기초로 대중투쟁이 상승하고 대중이 새로운 질서를, 새로운 운동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 부딪히고 있다. 여기에서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것이 민주대연합을 통해 운동을 분열시키고, 그 대가로 개량주의의 입지를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반자본주의 전선을 꾸려서 새로운 운동의 전망을 열어갈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운동에서 지배적인 것은 민주대연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극적으로 강화되었다. 그러나 개량주의가 현재 한국사회의 모순, 대중의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제는 개량주의의 질곡을 깨고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세력이 대중적으로 출현해야 할 때이다. 현재의 역량이 약하다고 주눅들 필요가 없다. 한국사회는 아직까지 변혁운동의 전통이 살아 있고 진보민중진영의 사회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다시금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해방의 전망을 분명히 하면서 고도화되는 착취질서에 도전하기 위한 걸음을 내딛을 때이다. 노동자는 흩어지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단결하면 모든 것이다라고 어느 선각자는 말한 바 있다.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기치를 들고 새로운 운동, 새로운 질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자.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