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일로의 대공황 (1)

지난달에도 썼지만, 지금 세계사적 상황이 급격히 반전되고 있다. 2007년 하반기부터 엄습해온 대공황이 심화되면서 노동자계급 운동에도 급격히 새로운 정세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하반기 이후 사실상 주요 산업부문 모두에서 4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과잉생산은 갈수록 그 생산과 소비 간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결정적 파국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괴물처럼 거대화된 독점자본들이 주요 산업부문 전반을 장악하여 그 생산 용량을 여전히 유지ㆍ확장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노동생산력을 더욱 고도화시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공황의 중압에서 벗어나려는 독점자본과 그 국가의 제반 정책들이 주로 대량해고, 긴축정책을 통한 사회보장제도의 파괴 등 노동자ㆍ인민에 대한 공격의 강화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공황에도 불구한 생산역량의 유지ㆍ확장은 분명 거대 독점자본,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력이다. 개별 독점기업들, 독점자본들은 드물지 않게, 그리고 커다란 사회적ㆍ경제적 파장을 동반하면서 파산해가지만, 그 생산설비, 생산 역량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구제금융, 즉 공황구제를 통해서, 혹은 다른 독점자본에 의한 인수ㆍ합병을 통해서 그 대부분이 유지ㆍ보존된다. 그리하여 한편에서는 독점이 더욱더 고도화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과잉생산의 잠정적ㆍ폭력적 해소기구로서의 공황의 순환적 기능이 그만큼 마비되어 있다.

기술혁신 그것은 자본주의적 ‘자유경쟁’에 의해 강제되고 있고, 독점자본의 거대한 자본력에 의해 뒷받침되어 체계적인 과학기술혁명으로서 비약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이 과학기술혁명의 핵심적 경향은 자동화이다. 그리고 이 자동화는 이미 1970년대부터 직접적 생산과정뿐 아니라 유통과정을 포함한 재생산과정 전반에 걸쳐 가히 ‘무인화’를 구가해가면서 그 재생산과정 전반에서 구조조정, 감량경영, 정리해고 등의 이름으로 산 노동력을 대량으로 배제해가고 있다. 즉,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 간의 모순을 급격히 격화시켜 가고 있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따라서 악화일로의 실업문제는 이미 지난 세기 말부터 자본주의적 생산의 주요한 특징, 더 정확하게는 주요한 모순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순이 공황을 맞아, 그리고 그 공황이 더욱 심화되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격화일로의 대공황 (2)

19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자본주의적 생산은 전반적 위기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이후 자본주의 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면적인 전시경제든, 협의의 케인즈주의든, 광의의 케인즈주의의 한 형태로서의 신자유주의든, 재생산과정 전반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지지에 의해서 유지되어 왔다.

참고로 말하지만, 이 점은 불치의 종파주의, 반쏘주의 때문에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적대적인 논자들조차도,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대한 자신들의 적대에 반하여, 필시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른 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성진 교수가 그 좋은 예이다.

그는, 경제과학의 그야말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개념 중의 하나인 노동생산성 혹은, 같은 말이지만, 노동생산력의 개념조차 반맑스주의적으로, 따라서 비과학적으로 이해하면서도 스스로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인물이고, 또 이 사회의 천박한 지적 풍토 때문에 상당한 수의 사람들 속에서 그렇게 통하는 인물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는, “생산력이 아무리 변동하더라도 동일한 노동은 동일한 시간 내에는 언제나 동일한 크기의 가치만을 생산한다”¹⁾는 맑스의 규정에 반하여, 그는 “노동생산성(=부가가치/종업원수)”²⁾로, 즉 ‘생산력이 변동하면 동일한 노동시간이라도 다른 크기의 가치를 생산한다’고 이해하고 주장하면서도,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철저히 맑스주의 경제과학에 무지하면서도,³⁾ (어쩌면 반쯤은 바로 그 무지 때문이고, 반쯤은 무지와 오류를 지적받아도 모른 척 무시해버리며 떠들어대는 철면피 때문이겠지만), 스스로 맑스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체하고 스스로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수호자”로 자처하면서 부지런히 그리고 화려하게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그가 이번의 대공황을 맞아 우선 이렇게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대한 적의를 드러낸다.

현재 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인 분석은 이제 막 시작된 상태인데, ... 채만수 등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 채만수는 이미 오류로 판명된 ... 스탈린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고집한다.⁴⁾

그러면서 그는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현재 세계 경제 위기는 앞서 강조한 것처럼 1970년대 이후 이윤율 장기 저하[믿거나 말거나!―인용자]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윤율 장기 상승 국면[아니면, 말고!―인용자]에서 예외적으로 발생했던 1930년대 대공황 이상으로 심각할 수 있다.⁵⁾ 게다가 1930년대 대공황의 경우에는 자유방임주의에서 국가주의(케인스주의)로 정책 체제를 전환할 여지가 있었지만,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는 ...(강조는 인용자)⁶⁾

일부 논자들은 오늘날은 1930년대 대공황 직전과 달리, 자본주의 국가가 경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와 수단이 발달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번 세계 경제 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의 위기로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7년 여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발발한 이후에 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고 금리 인하, 세금 환급, 구제금융, 국유화, 금융 재규제 등 모든 종류의 정책 수단이 총동원됐지만, 위기가 진정되기는커녕 세계 경제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자본주의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은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 (강조는 인용자)⁷⁾

이렇게 그는, 1930년대의 대공황을 계기로 자본주의가 “자유방임주의에서 국가주의(케인스주의)로 정책 체제를 전환”했다는 것,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가 경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와 수단이 발달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다만 “자본주의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은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하고 있다! 다름 아니라,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그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대한 스스로의 종파주의적 적의(敵意)와 정면으로 모순되는 발언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결국 1930년대 이후 자본주의적 생산체제는 재생산과정 전반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지지에 의해서 유지되어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아무튼, 다시 우리의 주제로 돌아오면, 전반적 위기에 사로잡혀 있는 자본주의체제는 이렇게 재생산과정 전반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지지에 의해서 유지되어 왔는데, 자본주의 국가의 그러한 ‘위기 대응 능력’이 지금 한계를 드러내면서 파탄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를 시발(始發)로 폭발하기 시작한 부르주아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바야흐로 무엇보다도 이를 웅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에서 재정위기가 현실화되었고,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등이 바로 그 뒤를 이을 기세이지만, 사실은 그뿐이 아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은 물론 가장 건실하다는 독일까지도, 즉 사실상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들 모두에서, 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째깍째깍 재정위기의 시한폭탄이 돌아가고 있다. 1999년 저 유명한 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에서 유럽 단일통화 유로(Euro)의 출범조건으로 연간 재정적자 3% 이하, 누적 재정적자 GDP의 60% 이하로 정하고 유로를 출범시켰을 때, 그리고 2001년에 그리스가 이른바 유로존(Euro zone)에 결합했을 때, 설령 일부에서 설왕설래하는 것처럼 거기에 어떤 훠징(fudging)과 훼이크(fake), 즉 수치 조작과 협잡이 있었다 하더라도, 불과 10년 안팎에 저들 국가의 재정이 저토록 급격히 악화되어 재정위기가 폭발하고, 또 그 폭발을 심각히 염려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그 누구 하나 진지하게 얘기한 적이 있던가? 그런데 오늘날에는 사실상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모두의 재정 건전도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 재정위기의 시한폭탄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대공황은 그렇게 격화되고 있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공세 (1)

주기적인 공황은, 그리고 그 공황들이 거듭되면서 격화ㆍ증폭되어 결국엔 결정적인 파국에 이르는 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필연적 법칙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시마다 대량의 실업, 임금 삭감, 빈곤 등 노동자ㆍ인민의 고통과 참상이 어느 때보다도 증대ㆍ심화되는 것, 그리하여 노동자계급과 기타 광범한 인민 대중이 계급투쟁을 강요받는 것 또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필연적 법칙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안전(眼前)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도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자본과 국가에 의한 이데올로기상의 기만과 공세를 수반하면서 전개된다. 물론 노동자ㆍ인민의 투쟁이 자본주의적 생산체제 그것을 위협하지 않도록 위기의 원인과 본질을 은폐하고, 도리어 위기의 원인을 노동자ㆍ인민의 탓으로 돌려 자신들의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 공세를 합리화하고,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공황이,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그리고 ‘복지’에 대한 대중의 요구와 그를 위한 투쟁이 강화되면서 자본과 국가의 이러한 이데올로기상의 기만과 공세가 특히 강화되고 있다. 공황과 재정위기는 사유재산제에 기초한 무정부적 자본주의적 생산에 필연적이라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서, 특히 급격히 악화된 재정적자, 재정위기는 한편에서의 공황에 따른 생산의 축소와 다른 한편에서의 엄청난 규모의 공황 구제, 즉 파산해가는 독점자본을 구제하기 위한 구제금융의 결과이자 지금도 이 구제금융이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⁸⁾ 은폐하기 위해서, 유효한 출구는 사회혁명밖에 없다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서, 그리고 노동자ㆍ인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서 저들 자본가계급과 그 이데올로기 장치들이 허위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주 비근하고 대표적인 예는 극우 <<조선일보>>가 크게 떠들어온 이른바 “자본주의 4.0” 운운이라든가, 최근 연재하고 있는 “복지 백년대계 – 남유럽 실패 연구” 같은 것들이다.

“자본주의 4.0” 운운은 이번 공황을 계기로 자본주의가 온정주의적인 그것으로 변화되어야 하고, 변화되고 있으며,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사기를 친다. 3년 전, 그러니까 2008년 가을에 미국의 거대 금융자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전면화ㆍ첨예화되자 좌ㆍ우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이 신자유주의적 금융 관행은 변화되어야 하고, 변화되고 있으며,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사기를 쳤듯이 말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금융 관행은 여전하고, 자본주의가 그 명을 지속하는 한 여전할 수밖에 없듯이, “자본주의 4.0”은 여전히 “자본주의 3.0”, 즉 수탈적 자본주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기를 치는 저들도 분명 이를 알고 있을 수밖에 없고, 저들이 사기를 치는 것도 바로 이 수탈적 자본주의를 보다 강고히 하기 위함이다.

저들의 ‘자본주의 4.0’ 사기가 바로 그 수탈적 자본주의를 강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다름 아니라 요즘 저들이 연재하고 있는 “복지 백년대계 – 남유럽 실패 연구”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11월 9일 현재 “복지 백년대계 – 남유럽 실패 연구”는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저들은 이들 국가의 위기의 원인을 주로 ‘과도한 복지’에서 찾고 있고, 부차적으로 그들 국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이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조차 ‘과도한 복지’를 대가로 한, 부패에 대한 대중의 관대함 탓으로 돌리고 있다. 1997년-98년 ‘IMF가 터졌을 때’에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사악한 얘기들, 즉 ‘아시아적 모델’론이라든가, ‘정실 자본주의론’이라든가, ‘과(過)소비론’ 등등과 그 맥을 같이 하는 얘기들이다.

보다 실감을 더하기 위해서 저들의 악의적 헛소리를 잠깐 들어보면, <<조선일보>>는 문제의 “복지 백년대계 – 남유럽 실패 연구”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 날치 제1면 머릿기사의 제목을 “그리스, 대학원까지 무상... 졸업하면 실업자”로 뽑고 있다. 그리고 “산업 일굴 돈으로 무상복지 – 기업 대신 일자리 만드느라 노동인구의 25%가 공무원 – 월급ㆍ수당에 정부예산 허덕 – 올 상반기 청년실업률 43% - ‘정치선동[에] 혹한 기성세대 탓’”⁹⁾이라는 미다시(見出し, 표제어들)가 이어진다. 현재 그리스 정부가 공무원들의 “월급ㆍ수당에 정부예산 허덕”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올 “상반기 청년실업률 43%”인 것도 사실이지만, 마치 이 모두가 ‘무상복지’ 탓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사기이다. 그리고 공무원이 노동인구의 25%라는 것 역시 사기이다.¹⁰⁾

그런데 <<조선일보>>(박정훈 기자)의 그 다음날 연재분 제목은 “그리스 좌파 ‘국민이 원하면 다 줘라’에 우파도 굴복... 결국 공멸”이다!

‘좌파’고 우파고 간에 그리스의 어떤 집권 정치세력도 결코 국민이 원한다고 ‘다 주지’ 않았다는 것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거니와, 저들의 저러한 발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독점자본의 이데올로기가 일방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대반동의 시대인 오늘날 ‘좌파’라는 단어가 얼마나 구역질나게 왜곡ㆍ변질되어 유통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극우적 관점이 세계에 횡행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들이 지금 ‘좌파’라고 매도하고 있는 세력은 그리스의 현 집권당인 사회당(PASOK)과 그 주변세력들이다.

그들은 과연 좌파인가? 그렇다. 좌파이다. 그런데 어떤 좌파?

그리스 독점자본의 좌파이고, 제국주의 하수인의 좌파이다. 사실상 그리스 극우의 좌파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리스 독점자본의 우파, 제국주의 하수인의 우파, 극우의 우파인 신민주당(ND)와 연합정부를 추진하고 있다.

저들이 그리스 사회당 PASOK를 좌파라고 매도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극우 한나라당이나 ‘조중동’ 등이 민주당이나 그 주변 시민운동 세력들을 ‘좌파’로 매도하고 있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이는 물론 독점자본가 계급 내부, 제국주의 하수인 집단 내부의 치열한 패권 다툼, 치열한 종파적 권력투쟁임과 동시에, 더 중요하게는 노동자계급과 인민 일반에 대한 주요한 이데올로기적 공격이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공세 (2)

그런데 독점자본과 국가, 그 이데올로기 장치들의 이러한 공세는 그 형태와 내용이 너무나 노골적이고 저열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판적 사회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것이 거짓이요 사기임을 금새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보다 훨씬 더 해악스러운 공세는 보다 더 교묘하고 은밀한 형태와 내용들로 가해지고 있다. 대개는 ‘좌파’ 혹은 ‘진보’의 복색을 걸치고!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난 1997-98년의 외환-금융위기 때에 수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은 소위 ‘경제위기-재벌 책임론’을 들고 나와 경제위기는 재벌의 ‘천민자본적’ 행태 때문이라며, 재벌의 개혁 혹은 그 해체를 주장했다. 언뜻 들으면, 더구나 재벌 그것의 해체까지를 주장하는 데에 이르면, 대단히 진보적이고 민중적인 주장인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은 위기의 원인과 본성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그것에 있음을 은폐하는 반동적인 주장이며, 독점자본 합리화론 혹은 그 효율화론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 합리화 혹은 효율화를 노동자ㆍ민중의 부담으로 달성하려는 사실상의 음모이다.

오늘날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과 관련하여 ‘정치인들의 부패’를 그 위기의 주요 요인의 하나로 드는 것도 이와 유사한 유형의 공세로서, 이 역시 위기의 원인과 본성을 은폐하고, 부르주아 정치의 합리화 혹은 효율화를 노동자ㆍ인민의 부담으로 달성하려는 수작이다.

앞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지난 2008년에 소위 써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위기가 전면화하자, 수많은 ‘진보적 논객들’은 그 원인을 ‘신자유주의’에서 찾으며, 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조선일보>> 등이 열심히 설파하고 있는 이른바 ‘자본주의 4.0’론도 이러한 주장의 한 형태이다. 이렇게 말할 때의 ‘신자유주의’란 물론, 전반적 위기가 재격화된 시기의 자본주의 그 자체, 즉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의 필연적 형태 그것이 아니라, 임의의, 자의적으로 선택된 정책들에 불과하고, 따라서 저들의 ‘신자유주의 비판’이란 그 선택을 역시 임의로, 자의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위기의 원인과 본성으로서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그것의 본성과 운동법칙을 은폐하려는 음모이고, 그러한 이데올로기 공세이다.

그런데 이러한 류의 주장 중에서 그것이 미치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해악 때문에 여기서 특히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소위 ‘사회적 기업’론, ‘사회적 기업’ 운동이다.

이 운동은 지금 극우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해서도, 일부 재벌에 의해서도, 그리고 <<한겨레>> 같은 ‘진보적인’ 언론이나 시민운동 단체들, 신영복 교수 등등과 같은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들에 의해서도 추진되고 있다. 말하자면, 본인들의 주관적 의도야 어떻든 극우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벌 등이 벌이는 소위 ‘사회적 기업’ 운동을 ‘진보적인’ 언론과 지식인들, 시민단체들이 후원하고 지지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데,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착한 기업’으로서의 소위 ‘사회적 기업’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먼저 ‘사회적 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중부일반노조의 신문 <<메아리>> 10월 18일자(파업속보 1호)는 이렇게 부르짖는다.

재활용센터 분회가 10월 18일부터 원주시청 앞 출근 집회를 시작으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

재활용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유한회사 ‘다자원’은 사회적 기업이다. 노동조합은 국내 최초로 착한 기업 ‘사회적 기업’에 맞서 파업을 하는 못된(?) 노동조합이 되었다. 누가 들으면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 ‘다자원’과의 지난 9개월간의 단체교섭은 우리 노조 소속 어느 사업장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힘든 단체교섭이었다. ...

...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다. 특히 원주시 위탁 사업에 진출한 사회적 기업 ‘다자원’은 청소업무의 민간위탁을 확산시키고, 비정규직 간접고용을 고착화 시키는 위탁자본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마치 ‘다자원’은 “자신들이 하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환상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회사 측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고 결국 노사관계는 파행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

사회적 기업 ‘다자원’은 자신들이 원주시 재활용센터를 운영하면서 선별률이 향상되는 등의 성과를 낳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6월 모범적인 사회적 기업이라며 이명박 정부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고 한다. (사회적 기업 진흥원의 모 간부의 발언)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노동조합과의 교섭에서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매일 ‘죽는 소리’, ‘어렵다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밖에 나가서는 “잘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안에서는 “죽겠다”고 말하고 있는 ‘다자원’!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사회적 기업 ‘다자원’이 기존의 기업문화와 다른 것을 추구하고, 성공한 사회적 기업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노동조합과의 관계부터 새롭게 써 나가야 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 운동을 벌이는 ‘진보적’ 지식인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이 모든 위기와 대량 실업 등의 참상이 마치 기업이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데에서 연유하는 듯이 말한다. 그러면서 그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이른바 ‘사회적 기업’을 확산시키면 그러한 위기와 참상을 모면할 수 있거나 적어도 완화할 수 있다는 듯이 선전한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사회적 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앞에서 본 것처럼, 이렇게 외치고 있다. ―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다. ... 사회적 기업 ‘다자원’은 청소업무의 민간위탁을 확산시키고, 비정규직 간접고용을 고착화 시키는 위탁자본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바로 이 노동자들의 외침이야말로 ‘사회적 기업’의 진면모를 이야기 하고 있다.

“자유경쟁은 개별 자본가들에게 대하여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법칙들을 외적인 강제법칙으로 작용하도록 한다.”¹¹⁾ 그런데도 ‘사회적 기업’ 운운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자본주의적 생산에 그러한 강제법칙 따위는 없다는 듯이, 그리하여 자본가가, 기업이 마음만 잘 먹으면 착한 자본가, 착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듯이 설교한다.

‘사회적 기업’론, ‘사회적 기업’ 운동이란 결국 자본주의적 생산의 본성과 법칙을 은폐하는 음모인 것이다. 만일 소위 ‘진보적인’ 언론과 지식인들의 주관적 의도가 그와 다른 것이라면, 그것은 그들이 기껏해야 무지한 어릿광대, 무지한 소부르주아 속물에 불과할 뿐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대공황이 장기화ㆍ심화되면서,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의 명운 그 자체에 짙은 위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이러한 음모, 이데올로기 공세, 소부르주아 속물들의 이러한 어릿광대 놀음이 노동자ㆍ인민 대중에게 광범한 이데올로기적 해악을 끼치고 있다.

노동자ㆍ인민의 반격

그러나 물론 이러한 이데올로기 공세, 어릿광대 놀음이 투쟁을 강요당하고 있는 노동자ㆍ인민의 투쟁을 멈추게 하고, 끝내 왜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에 걸친 독점자본의 이데올로기 지배, 노동자계급의 장기간에 걸친 정치적 후퇴, 한 마디로, 장기간에 걸친 대반동의 여파로 당장의 투쟁은 그 규모도 작고, 그 사상적 내용도 빈약하고 많건 적건 왜곡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노동자ㆍ인민은 이미 세계적인 규모로 반격에 나섰다. 그리고 그 규모도 내용도 날로 날로 급격히 거대해지고 고양되고 있다. 그리하여, 지난달의 글로부터 다음과 같은 부분을 반복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노동자ㆍ인민의 투쟁의] 발전...양태나 속도는 불균등하다. 어떤 곳은, 특히 그리스[같은 곳에서]는 혁명적 노선을 빠르게 회복ㆍ강화하면서 전진하고 있고, 더 많은 곳에서는 아직 경제주의적ㆍ개량주의적 정치투쟁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 후자까지도 중요한 의의, 혁명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 사회의 운동이 아직도 그러한 것처럼[그러한 것과는 달리], 사상ㆍ이념적으로도, 투쟁이라는 면에서도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 운동과 투쟁은 급격히 전진하고 있고, 고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갈수록 재정위기라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대공황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파탄상(破綻像)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파산하는 독점자본에 대한 부르주아 국가의 공황구제도, 노동자ㆍ민중에 대한 혁명 예방적 사회보장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불가능해지면서 계급투쟁이 급격히 격화되고 있다. 가히 점입가경,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아직 ‘긴축재정 반대!’, ‘독점금융자본(가들)의 탐욕 반대ㆍ규탄!’, ‘월가를 점령(?)하라!’, ‘일자리를 보장하라!’, ‘사회보장을 강화하라!’ 등등 개량적 구호, 개량적 요구를 내걸고 전개되고 있는 투쟁이 혁명적인 그것으로 전화되는 것은, 어떤 예상치 못한 계기로 현재의 위기가 극복되지 못하는 한, 사실상 시간문제일 뿐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