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그런 쓰레기들이려니 ...’ 하면서도 한 열흘쯤 전에 어쩔 수 없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한 뉴스를 접했다. 다름 아니라, “국방부가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현대사 기술 내용이 우리 젊은이들의 안보의식을 약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며 교과부에 “교과서 집필기준 개정 방향을 담은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개정에 대한 제안서’”를 보내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개정해줄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공식 요청”했으며, “교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개편할 때 국방부에서 건의한 내용을 검토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조선일보≫ 2011. 8. 23.)는 뉴스다.

극우 ≪조선일보≫의 경우 이 뉴스를 국방부와 같은 취지에서 제1면의 머릿기사로 취급하고 있었고, 어떤 방송의 밤 9시 뉴스 시간에는 이 무슨 교수라는 자가 나와서 국방부의 문제제기대로 교과서를 개정해야 하는 것이 절실하고도 시급하다는 식의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저들의 사고방식에 의하면, ‘교과서 집필기준’은 진실, 사실, 진리가 아니라 ‘안보의식’에 미치는 영향이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저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서뿐 아니라 자신들이 지배하는 대중매체를 통해서 일체의 역사ㆍ사회현상에 대해 그렇게 대중 이데올로기 조작을 행하고 있다.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넌지시.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사회적 담론의 주제 혹은 어젠다(agenda) 자체를 지배함으로써. 그리고 그리하여 그들 담론 혹은 논쟁에 등장하는 반대자들, 즉 ‘진보적인’ 정치인들이나 논객들은 자신들의 주관적 자기인식과는 다르게 저들의 이데올로기 조작의 주요한 도구로 전락하여. (이때 물론 국가보안법은 그러한 이데올로기 조작의 든든한 토대이자 최후의 몽둥이이다.)

최근 수개월째 자못 치열하게, 아니, 예컨대 아직 임기가 수년이나 남은 수도 서울시장이 날아갈 만큼 자못 처절하게 전개되고 있는 ‘복지 포퓰리즘’ 논쟁 역시 담론의 지배를 통한 대중 이데올로기 조작이다. 소위 ‘전반적 복지’를 주장하는 자들이나, 그것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면서 소위 ‘선택적 복지’를 강변하는 자들이나, 모두 다 지배계급의, 자본의 이데올로기 조작에 복무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지금 이 시대에 ‘복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따라서 근본적인 처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들의 계급적 처지와 그들이 받아왔고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반공교육의 영향으로 모두 다 그렇게 함구할 수밖에 없는 왜소하고 비뚤어진 지적 능력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그들 중 누구 한 사람에게라도 “싹! 밀어버리자.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¹⁾라는 외침을 기대하는 것은 분명 무리일 터이다.

저들의 논쟁을 보건대, 부르주아 내지 소부르주아로서의 저들의 계급적 처지와 저들이 안락하게 받아들인 교육의 공통성 때문에 저들 논쟁의 양(兩)당사자들은 공통의 전제 위에서 논쟁을 전개하고 있다. 크게는, 자본주의적 생산체제를 과거의 노예제나 봉건제와 같은 역사적으로 과도적인 체제로서가 아니라 초역사적이고 영구적인 체제로서 전제하면서, 그리고 작게는, 자신들이 조장한 선입관들을 역시 모두가 무비판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면서.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말의 조합은 분명 매도를 위한 것이다. 즉, ‘복지’를 매도하기 위해서 거기에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결합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때 포퓰리즘은 필시 ‘대중 인기 영합주의’, 그것도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대중 인기 영합주의’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을 터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영광스럽게도 조갑제ㆍ김동길ㆍ김대중(조선일보)ㆍ유근일ㆍ서정갑ㆍ서경석 등등과 함께 부르주아 국가주의자ㆍ극우 아이콘의 하나가 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교수)의 말씀을 들어보자. 이 사회에서, 그리고 이 논쟁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어떤 목적과 의미로 쓰이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반개혁의 정치’, ‘반세계화의 경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이 3가지 덫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 ‘복지 포퓰리즘’의 덫에 걸려 있다.

...

최근에 심히 우려되는 것은 여야 간에 격화되고 있는 ‘포퓰리즘 경쟁’이다. ‘세종시’라는 해방 후 최대의 포퓰리즘 정책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고부터, 우리나라 정치가 막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상급식, 부자감세 반대, 보편복지라는 선동적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선거 때가 되면, 무상의료ㆍ무상교육ㆍ무상주거 등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곧 닥치는 ‘통일과 고령화시대’에 대비하여 건전재정 확보가 시급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가 망해도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본래 좌파는 공동체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열시키고 못 가진 다수에게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을 약속하면서 정치적 세를 얻는다. 그러나 우파는 공동체 통합을 위해 자기희생과 모범을 보이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에게 유익한 정책이 무엇인가를 제시ㆍ설득하며 표를 호소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 우파는 희생도 모범도 보이지 않고 좌파를 흉내 내 ‘우파 포퓰리즘’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 정치판에선 좌파 포퓰리즘과 우파 포퓰리즘 어느 쪽이 국민을 더 잘 속이는가를 경쟁하고 있다. 한마디로 여야 모두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포기한 것 같다. 오직 서울시 오세훈 시장만이 무상급식이란 복지 포퓰리즘과 고군분투하고 있다.²⁾

여기서 분명 포퓰리즘은 ‘대중 인기 영합주의’, 그것도 ‘선거 때가 되면 기승을 부리는 대중 인기 영합주의’의 의미로 쓰이고 있고, 바로 그런 의미로 매도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대중 인기 영합주의’로서의 포퓰리즘은 당연한 매도의 대상으로 전제되기 때문에 논쟁의 한편은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고, 다른 한편은 결코 포퓰리즘이 아니며,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근거 없는 매도라고 항변한다. ‘포퓰리즘은 매도되어야 한다’는 공통의 전제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언가 수상하지 않은가?

저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보통선거 제도를 그 주권, 그 권력의 원천을 확인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제도 하에서는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책, 대중 인기 영합적 정책으로 “정치적 세를 얻”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혹은 그렇게 하여 이기려 하는 것은, 즉 “포퓰리즘 경쟁”은 어느 정치 세력에게나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고, 또 사실 당연한 것으로 전제되어 있다. 그것이 선거이고, 선거제도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저들이 의기양양하게 휘두르는 민주주의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동시에 그러한 경쟁을 매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심지어, “어떻게 할 것인가” 묻고 난 후 비분강개하여, “나라를 망치는 ‘복지 포퓰리즘’을 들고 나오는 삼류 정당과 삼류 정치가들을 정치권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결국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이 ‘깨어나’ 직접 나서야” 하고,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외치고 있다.

“국민이 ‘깨어나’ 직접 나서야”하고,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 국민이 무기를 들고 봉기하라는 말씀은 분명 아닐 터이지만, 그것이 봉기든 선거든, 다수 대중의 지지를 받지 않고, 즉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어떻게 몰아 낼 것인가?’

물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로 극우세력들은 자주 군사 쿠데타를 공공연히 선동하고 있지만, 그것이 민주주의는 아닐 터이다. ‘자유민주주의’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앞에서 박세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는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어떤 목적과 의미로 쓰이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의 하나”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우선 그는 ‘포퓰리즘 경쟁’ 비판, 혹은 ‘복지 포퓰리즘’ 비판이 “무상급식, 부자감세 반대, 보편복지”, “무상의료ㆍ무상교육ㆍ무상주거 등” “못 가진 다수에게 인기영합적 ... 정책”에 대한 반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정책을 “나라가 망해도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니, “나라를 망치는 ‘복지 포퓰리즘’”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라가 망해도 ...”, “망국적 ...”, “나라를 망치는 ...”, 나아가 “국가 비전과 전략” ... ― 주지하는 것처럼, 으레 극우 국가주의자들의 깃발을 장식하고 있는 공격 구호들이다. 그런데, 박 교수의 글에서 사실상 명확히 하고 있는 것처럼, ‘나라’, ‘국가’란, 다름 아니라, “못 가진 다수에게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에 반대하여, “무상급식, 부자감세 반대, 보편복지”, “무상의료ㆍ무상교육ㆍ무상주거 등”에 반대하여 지켜야 할 무엇이다. 그렇다면, 국가란, 부르주아 국가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저절로 명확해진다. 바로 “못 가진 다수”가 아닌 자들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참고로 그가 얼마나 사실을 왜곡하면서 자신의 비뚤어진 주장을 전개하는지, 간단히 그 한 예를 보자.

그는 말한다. ― “본래 좌파는 공동체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열시키고 못 가진 다수에게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을 약속하면서 정치적 세를 얻는다. 그러나 우파는 공동체 통합을 위해 자기희생과 모범을 보이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에게 유익한 정책이 무엇인가를 제시ㆍ설득하며 표를 호소한다.”

“좌파는 공동체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열시키고 못 가진 다수에게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을 약속하면서 정치적 세를 얻는다”? ― 그가 보기에는 이 부르주아 사회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유산자와 무산자로 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좌파가 분열시키는 것이고, 그러한 계급사회가 아니라 공동체 사회인 모양이다! 그러한 황당한 현실인식에 기초하면, “우파는 공동체 통합을 위해 자기희생과 모범을 보이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에게 유익한 정책이 무엇인가를 제시ㆍ설득하며 표를 호소”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박 교수는 또한 “선거 때가 되면, ...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데,³⁾ 이는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라거나, “정치판에선 좌파 포퓰리즘과 우파 포퓰리즘 어느 쪽이 국민을 더 잘 속이는가를 경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은 부르주아 선거제도의 진실에 대한 독백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잘 속이고 있는 것이라는 독백인 것이다.

사실 부르주아 선거제도의 이러한 사기성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 각하 만큼 솔직하고 담대하게 말씀하신 분도 아마 드물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미국 방문 중 2008년 11월 16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선거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자동차 산업과 관련, 한미 FTA에 문제를 제기했던 것을 염두에 두고 한 특파원이 “미국이 자동차 산업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천연덕스럽게, 아니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시기 때문이다.

“...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⁴⁾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 얼마나 명확한가?

그런데 부르주아 선거란 으레 그렇게 사기라는 데에 대해서 혹여 오해라도 있을까 봐서인지, ≪한겨레≫ 또한 같은 기사에서 ‘선거용’ 발언은 으레 그러한 것이 당연하다고 이렇게 토를 달고 있다. ― “오바마의 발언을 ‘선거용’으로 치부한 것이다. 재협상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참 편리하다.”

물론 그러한 사기는 맨입으로 되는 게 아니다. 당연히 돈이 든다. 그것도 말 그대로 가히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든다. 부르주아 사회의 선거에서는 어느 나라의 선거에서나!

혹시, ‘한국이나 기타 “민주주의 후진국”에서는 몰라도 설마 “민주주의 선진국”에서야?’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필시 가장 신뢰할 만한 ≪조선일보≫의 보도 기사를, 예컨대, “금권(金權) 판치는 미(美) 대선 전당대회”라는 2008년 8월 25일자 기사를 검색해보라. “금권(金權) 판치는 미(美) 대선 전당대회”에서는 “기부금 따라 좌석 이름ㆍ위치 달라”져서, “기부액이 좌석ㆍ후보 접근 여부 결정”한다는 중간제목부터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당신의 믿음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일깨워 줄 것이다. 물론 깨어날 자세와 용기가 있는 독자들에게 하는 얘기지만.

한편, 문제의 ‘복지 포퓰리즘’이나 부르주아 선거제도의 사기성에 대해서는 최근 일본으로부터도 아주 흥미로운 광대극이 벌어지고 있고, 이 사회의 극우언론ㆍ극우논객들은 또 그것을 호재 삼아 물 만난 개구리처럼 떠들어대고 있다. 역시 가장 믿음직한 극우신문 ≪조선일보≫의 기사를 일별해보자.

“매니페스토(민주당 공약)는 방향 면에서는 틀리지 않았지만, 재원 마련이 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실패한 정책입니다. 국민들에게 사과합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간사장에 이어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심의회에서 민주당 집권의 원동력이었던 아동수당 등 무상 복지정책에 대해 사과했다. 정부 대변인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국가전략 담당상도 “공약 작성 당시 재원 마련 계획이 너무 안이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간판 상품이었던 무상복지 공약에 대해 총리와 장관 등 민주당 집행부가 줄줄이 사과하는 것은 재원은 고려하지 않은 채 눈앞의 집권만을 목적으로 만든 퍼주기 공약의 덫에 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집권에 결정적 기여

민주당은 2009년 선거에서 고속도로 무료화, 아동수당 등 국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공약을 발표,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민주당의 공약은 자민당의 장기 집권을 종식시킨 묘책으로 꼽히면서 한국의 민주당이 벤치마킹할 정도였다.⁵⁾

하지만 무상 복지정책의 허상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초 민주당은 공약에 필요한 재원 16조8000억엔(약 225조원)을 세금이 아닌 예산 절감으로 조달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예산 절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은 3조9000억엔(약 52조원)에 그쳤다. 당초 공약했던 공무원 인건비 삭감, 국회의원 수 감축, 산하기관 보조금 감축 등도 이익단체들의 격렬한 반발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국가 부채가 1000조엔에 육박해 선진국 중 최악의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3ㆍ11 대지진까지 발생하면서 복구비 마련을 위해 공약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이다. 또 무상 복지 공약의 허상 등이 드러나면서 작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패배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참의원의 다수당이 된 자민당 등 야당은 공약을 수정하지 않으면 지진복구 등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압박을 가해 민주당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운운)⁶⁾

그런데 ‘복지 포퓰리즘’으로 매도되고 있는 예산은 16조8000억 엔인 데 비해 ‘흥미롭게도’ 국가 부채는 “1000조 엔에 육박해” 있단다! 물론 그 1000조 엔은 결코 그간의 ‘복지 지출’이 주요 원인이 되어 누적된 게 아닐 터! 그리고 모르면 몰라도 분명 군사예산과 공황으로 파산해가는 독점자본을 구제하기 위한 자금 지출이 적자의 주요 내용을 이룰 것이다. 그런데도 극우 언론과 논객들은 막무가내다. 아무튼 그 적자 구조가 적이 궁금하다.

저들은 물론 “누적 적자가 1000조라고 해서 16조 8000억이 적으냐?! 마지막 한 방울을 더 붓지 않으면 대야의 물이 넘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모르느냐?!”고 호통 치며 나서고 싶을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지금 부르주아 국가들, 부르주아 체제는 바로 그 마지막 한 방울이 결정적인 상황에 이르러 있고, 이르고 있다. 다름 아니라, 재정위기! ― 한 동안 전반적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체제를 가까스로 떠받쳐왔던 국가독점자본주의가 파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어릿광대 같은 ‘진보적인’ 소부르주아 언론과 논객은 최근 미국이나 유럽의 소수 거부들의 ‘증세 요구’를 “바로 그거야” 하고 외치 듯 떠들어대기도 하지만, 대부르주아 언론은, 물론 신자유주의적 탐욕도 작용해서이겠지만, 보다 냉정히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역시 믿음직한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해보자.

최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 갑부들이 자국의 재정적자 해소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부자에 대한 증세(增稅)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들의 바람이 현실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지난주 이탈리아 정부는 소득세율 인상과 부유세 도입안을 철회했다. 이어 스페인 정부도 부유세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공화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세율 인상만은 저지하겠다는 태세다. 영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50%로 인상했던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워런 버핏과 프랑스 로레알 그룹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등 전 세계 거부들이 “세금을 더 내 경제위기의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하는데도 정작 재정적자 때문에 한푼이 아쉬운 각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프랑스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연간 수입 50만유로(약 7억6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에 대해 3%의 세금을 더 걷겠다고 밝혔지만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세수는 2억 유로(약 3022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만 10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재정적자 해소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세율을 높일 경우 절세ㆍ탈세가 늘어나고 주요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부추겨 실제 세수증대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각국 정부가 앞다퉈 세율을 인하한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FT는 지난 1981년 대다수 선진국의 최고 소득세율이 70%에 달했지만 2000년대 들어 대부분 40%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전했다.⁷⁾

아참! ‘복지 포퓰리즘’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 그것은 일부 극우 언론과 논객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나라야 망하든 말든 아랑곳 하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포퓰리즘의 발로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거꾸로 ‘복지를 확충하지 않고는’ ‘나라’가, 나아가서는 자본주의적 생산체제 그 자체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따라서 그것들을 구하고 싶은 충정에서 기인하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공황과 그에 따라 심화되고 있는 노동자ㆍ근로인민의 빈곤과 고통, 그리고 다시 그에 따라 격화되고 있는 노동자ㆍ근로인민의 저항과 투쟁이 ‘나라’와 체제를 싹 밀어버리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그로부터 ‘나라’와 체제를 구하고자 하는 충정 말이다. 소위 ‘보편적 복지’를 떠드는 자들도, ‘선택적 복지’를 떠드는 자들도, 그리고 나아가 신영복 선생님이나 ≪한겨레≫처럼 소위 ‘사회적 기업’ 운운하는 반동적 (소)부르주아 사회주의자들도 모두 같은 공포와 충정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그들은 물론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시스템으로는 답이 없”고, “그냥 싹 밀어버리고 업그레이드 시켜서 다시 깔”지 않고는 “어떤 백신도 안 통한”다는 것을. “백약이 무효”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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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에서 우리는 ‘포퓰리즘 비판’을 비판했다. 물론 이는 가당찮은 ‘포퓰리즘 비판’에 대한 비판, 우(右)로부터의 ‘포퓰리즘 비판’에 대한 비판이다.

좌로부터는 물론 당연히 포퓰리즘을, 소위 ‘좌파 포퓰리즘’을 비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위 ‘좌파 포퓰리즘’ 그것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자본주의적 소유관계, 따라서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소유를 존치시킨 채, 착취와 억압을 존치시킨 채 대중을, 노동자계급과 근로인민을 빈곤과 고통, 타락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는 듯이 떠들어대는 사기극, 반동적 (소)부르주아 사회주의이기 때문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