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도 없고 등도 없는 작은 배가 가고 있다

쉴 새 없이 이 세계를 돌며 가고 있다

달이 수면을 내려다보면

풍우에 다 바랜 마스트가 서 있다

마음 무거운 뱃길잡이가 뱃길을 잡는다

뺨에는 핏기가 없고

머릿속에는 생각의 톱니바퀴 돌지 않고

눈에는 빛이 없다

그때 파도는 거칠게 일어

배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친다

그러나 작은 배는 부서지지도 않고 흔들리며

가라앉았다가는 다시 떠오른다

바닷물은 대량학살의

피의 분수처럼 솟는다

어둠에 찬 뱃길잡이 심장은

격동하고 팽창한다

그때 망령들은 복수의 소리를

배 밑에서 배 위에서 짖어댄다

뱃길잡이의 마음은

점점 어둡고 무거워지고

배는 화살처럼 물 위를 달려간다

배는 멀리 육지를 바라보며

저 해안에 인사를 한다

그때 수면의 불에 배는 빛나고

바닷물의 입맞춤에 끌려들어간다

출처: ≪젊은 마르크스의 시≫, 풍경, 1990. pp. 64-65.

편집자:　지금 노동자들은, 사상적으로 무장해제 되어, “돛대도 없고 등도 없는 작은 배”처럼, 신자유주의라는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