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적 부하린주의자 집단에 대한 재판

1937년 2월, 숙청을 결정하다

(지난호에 이어 “7장: 대숙청”) 1937년 초에 볼셰비끼 당 중앙위원회의 중대한 회의가 열렸다. 숙청의 필요성과 그것을 어떻게 실행해야 할 것인지가 그 회의에서 결정되었다. 이어서 스딸린은 중대한 문서를 발표하였다. 총회 기간에 경찰은 지노비예프와 뺘따꼬프의 재판 중에 밝혀진 반공산당조직의 모반 행위들에 대해 부하린이 인지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를 수집했다. 총회 기간 동안 부하린은 이러한 비난에 직면했다. 다른 집단과는 달리, 부하린 집단은 공산당의 바로 핵심에 위치해 있었으며 그의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스딸린의 보고서가 ‘테러’와 ‘터무니없는 범죄행위’를 폭발시킨 신호를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 문서의 진정한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그는 첫 번째 논제에서 혁명적 경계의 결핍과 정치적인 순진함이 당 전체에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끼로프 암살은 첫 번째 심각한 경고였으며, 그로부터 필요한 결론들이 모두 도출된 것은 아니다. 지노비예프와 뜨로츠키파에 대한 재판에서는 이들이 체제를 파괴하기 위해 어떤 행동이라도 할 태세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성공으로 당 내부는 자기만족과 승리감에 도취되었다. 당 간부들은 자본주의의 포위와 국제적 규모에서 증대되는 계급투쟁의 격렬함에 대해서 잊어 버렸다. 많은 것들이 사소한 경영 문제에 가려졌고, 더 이상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주요한 투쟁에 몰두하지 않았다.

스딸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지들, 여기 총회에서 낭독된 이 보고서들과 이것에 대한 논의에서 보건데, 우리가 다음 세 가지 주요 사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첫째, 파괴분자, 반정부 활동가, 외국 간첩의 활동, 그 중에서 뜨로츠키파는 상당히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는데, 이는 거의 모든 우리의 조직에 ― 경제, 행정, 당 ― 영향을 끼쳤다.’

‘둘째, 외국 첩보원들과, 그들 중에서 뜨로츠키파가 우리의 하부 조직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지위의 구성원 속으로 침투했다.’

‘셋째, 본부와 지구의 우리 지도부 동지들 중 몇몇은 이러한 파괴자, 반정부 활동가, 간첩, 암살자들의 본 모습을 식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부주의하고 자기만족적이고 순진하여 빈번하게 외국 첩보원들이 중책에 진출하도록 도왔음이 드러났다.’¹⁾

이러한 관점에서 스딸린은 두 가지 결론을 내렸다.

먼저, 정치적 어리석음과 순진함을 타파하고 혁명적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패배한 착취계급의 잔당들은 더 격렬한 방식의 계급투쟁에 의지할 것이고, 운이 다한 이들의 마지막 수단으로서 가장 필사적인 형태의 투쟁을 움켜잡을 것이다.²⁾

1956년에 흐루시초프는 비밀보고서에서 이 구절을 언급했다. 그는 스딸린이 ‘우리가 사회주의를 향해 전진함에 따라 계급투쟁은 반드시 ... 격렬해진다.’라는 정식을 제출하면서 ‘대규모 테러’를 정당화하였다고 주장했다.³⁾

이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가장 ‘격렬한’ 계급투쟁은 1818-1920년의 경우와 같이, 대규모의 대중이 서로 부딪힌 전반적인 내전이었다. 스딸린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구 계급의 잔당들이 공격, 암살, 파괴활동과 같이 가장 날카로운 형태의 계급투쟁에 의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딸린의 두 번째 결론은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당 간부들에 대한 정치적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세포(cell) 단위의 지도자들에서부터 최고위직의 지도자들까지 모든 당 간부들을 4~8개월간 교육하는 정치 교육 제도를 제안했다.

3월 3일 발표된 스딸린의 첫 번째 보고서는, 중앙위원회의 위원들이 상황의 중대함에 주목하게 하고, 그동안 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던 파괴 행위의 규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데올로기 투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3월 5일의 그의 연설은 다른 형태의 일탈행위, 특히 좌익주의(leftism)와 관료주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스딸린은 임의로 숙청과 억압을 확대하는 경향에 대해 명시적으로 경고하면서 시작했다.

‘그것은 진정한 뜨로츠키파뿐만 아니라, 과거 한때 뜨로츠키주의 방향으로 흔들렸던 자들, 오래전에 뜨로츠키주의를 내버린 자들; 언젠가 뜨로츠키파의 누군가가 지나갔던 길을 우연히 따라간 자들까지 모두, 우리가 타격하고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무튼, 그러한 발언들이 총회에서 들렸다... 당신은 모든 이들을 같은 척도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러한 일괄적인 접근은 진정한 뜨로츠키파 파괴자들과 간첩들에 맞선 싸움을 방해하기만 할 뿐이다.’⁴⁾

전쟁을 준비하면서 당은 잠입한 적들을 확실히 숙청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딸린은, 진정한 적들에 대한 투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임의로 숙청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당은 잠입한 적들의 전복활동에 의해 위협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 간부들의 심각한 여러 일탈행위에 의해서, 특히 친분이 있는 자들 간에 폐쇄적인 파벌을 형성하고 관료주의적 방법을 통해 병사들과 대중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으려는 경향에 의해서도 위협을 받았다.

먼저, 스딸린은 ‘사업의 결함에 대한 비판이나 사업의 지도자들이 자기비판을 하지 않는’ ‘가족적 분위기’를 공격했다.⁵⁾ ‘빈번하게 노동자들은 객관적인 이유가 아니라 임의적, 주관적, 속물적, 쁘띠-부르주아적인 이유로 선택되었다. 소위 아는 사람, 친구들, 같은 지역 사람들,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사람, 상관에게 아첨 잘하는 사람들이 보다 자주 선택되었다.’⁶⁾

마지막으로, 스딸린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히 전례가 없던’ 관료주의를 비판했다.⁷⁾ 조사 기간 동안, 많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수동성’ 때문에 당으로부터 추방되었다. 이러한 제명의 대부분은 정당화되지 못했고, 오래전에 취소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많은 지도자들은 이렇게 부당하게 추방된 당원들에 대해 관료주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⁸⁾ ‘우리 공산당 지도자들 몇몇 사람들은 인민들, 당원들,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그들은 당원들이나 노동자들을 개별적으로 접근하여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대개 제멋대로 평가한다... 오직 사실상 근본적으로 반당 분자들만이 당원들에 대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⁹⁾

관료주의는 또한 당 지도자들이 대중들로부터 배우는 것을 막았다. 그렇지만 당과 국가를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서는 당 지도자들이 대중들의 경험에 기초해야만 했다.

최종적으로 관료주의는 당원들이 지도자들을 통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지도자들은 회의에서 그들의 업무를 보고하고 그들의 평당원들로부터 비판을 들어야 했다. 선거기간 동안 여러 후보자들이 소개되고, 서로 토론을 한 후, 선거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어야 했다.¹⁰⁾

리우틴(Riutin) 사건

1928년에서 1930년 동안 부하린은 그의 사회-민주주의 사상, 특히 집산화에 대한 반대와 꿀락들에 대한 ‘사회적 평화’ 정책, 그리고 공업화 노력을 늦추려고 한 그의 시도 때문에 맹렬히 비판받았다.

부하린보다 더 나아가, 미하일 리우틴(Mikhail Riutin)은 1931에서 1932년 동안에 공개적으로 반혁명 세력을 조직하였다. 전 중앙위원회 대체위원이었던 리우틴은 1932년까지 모스크바 지구의 공산당 서기를 맡았다. 그는 슬렙꼬프(Slepkov), 마레츠끼(Maretsky), 페뜨로프스끼(Petrovsky)를 포함하여, 여러 명의 유명한 젊은 부하린파를 거느렸다.¹¹⁾

1931년에 리우틴은 반혁명적인 부르주아지를 위한 실질적인 강령을 담은 200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작성하였다. 여기에 몇몇 문단을 제시한다:

‘이미 1924-1925년에 스딸린은 그의 “브뤼메르 18일(Eighteenth Brumaire)”을 조직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루이 보나파르트(Louis Bonaparte) ―(나폴레옹 3세: 역자) ― 가 의회 앞에서 헌법에 대한 그의 충성을 맹세하면서, 동시에 황제로서의 선언을 준비한 것과 마찬가지로.... 스딸린은 한 집단 한 집단을 제거해 나가면서 “무혈” 브뤼메르 18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맑스주의적 방법으로 생각할 줄 모르는 이들은 스딸린의 제거가 동시에 쏘비에뜨 권력의 패배를 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는 스딸린과 그의 파벌 때문에 필연적으로 타락할 것이다. 스딸린을 제거함으로써, 우리는 그것을 구하는 많은 기회들을 얻을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공산당.’

‘1. 스딸린과 그의 파벌에 의한 독재를 청산하라.’

‘2. 공산당 기관들의 전체 지도부를 교체하라.’

‘3. 공산당 비상회의를 즉시 소집하라.’

‘쏘비에뜨’

‘1. 임명을 배제한 새로운 선거’

‘2. 사법기구의 교체와 엄격한 법률적용 도입’

‘3. 연방국가정치보안부의 숙청과 교체’

‘농업’

‘1. 강제로 형성된 모든 꼴호즈들의 해산’

‘2. 이윤을 내지 못하는 모든 쏘포즈들의 청산’

‘3. 농민에 대한 약탈을 즉각 중지’

‘4. 사적 소유자에 의한 토지의 개발을 허용하고, 이들 소유자들에게 토지를 향후 장기간 동안 반환해주는 것을 허용하는 법률 제정’¹²⁾

리우틴의 ‘공산주의’ 강령은 반혁명적 부르주아지의 강령과 결코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공산당 지도부의 해소, 국가 보안 기관들의 해체, 개인 농장과 꿀락의 재설립. 흐루시초프부터 고르바초프와 옐친에 이르기까지, 모든 반혁명주의자들은 이 계획을 고수하고자 했다. 그러나 1931년에, 리우틴은 뜨로츠키처럼 ‘좌파주의’적 수사로 치장하여 그의 계획을 숨겨야만 했다: 보다시피, 그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구하고, 반혁명을 ― 즉 ‘브뤼메르 18일’이나 ‘테르미도르’를 ― 저지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복구를 원했다.

1938년 그의 재판 동안 부하린은 1932년 여름 말에, 젊은 부하린파가 ― 슬렙꼬프의 동의와 주도 하에 ― 함께 협의회를 조직해서 리우틴의 강령을 승인했다고 진술했다.

‘나는 이 강령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그것에 대해 완전히 책임진다.’¹³⁾

부하린의 수정주의

1931년부터 시작해서, 부하린은 지식인들 사이에서의 당 사업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쏘비에뜨 과학계와 과학원(Aademy of Science)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¹⁴⁾ 정부 기관지인 ≪이즈베스티아≫의 편집장으로서 부하린은 그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노선을 조장할 수 있었다.¹⁵⁾ 1934년 쏘비에뜨 작가회의 창립대회에서 부하린은 ‘반항적으로 비정치적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를 장황하게 칭찬했다.¹⁶⁾

부하린은 부농들의 우상으로 남았고 또한 테크노크라트¹⁷⁾(technocrats)들의 기수가 되었다. ≪부하린과 볼셰비끼 혁명(Bukharin and the Bolshevik Revolution)’≫ 전기물의 저자인 스티븐 F. 코헨(Stephen F. Cohen)은 부하린이 스딸린의 지도부를 도왔고 지도부에 적대하는 세력에 맞서는 투쟁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당과 국가가 (전망이: 역자) 불확실한 새로운 시기로, 뿐만 아니라 쏘비에뜨 국내외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 있는 새로운 시기로 들어서고 있음이, 부하린에게 분명했다. 이러한 사건들에 참여하고 영향을 끼치기 위해, 그는 또한 스딸린의 과거 지도력에 대한 외관상의 만장일치와 무비판적 수용을 지지해야 했고, 그 지도력의 이면에서 국가의 장래 진로에 대해 소리없는 투쟁이 수행되어야 했다.’¹⁸⁾

1934년부터 1936년 동안에, 부하린은 파시스트의 위협과 나찌즘과의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대해 자주 기술했다. 국가가 장래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취해야만 하는 조치들에 대해 말하면서, 부하린은 그의 예전의 우익-기회주의자 및 최근의 사회-민주주주의 사상을 야기했던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주로 농민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주민들 사이의 거대한 불만’이 제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당시 농촌에서 유일하게 진정으로 ‘불만을 품은’ 계급인 꿀락들과 화해를 요구하는 것으로, 그가 과거에 요구한 꿀락들과의 화해가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집산화 경험을 공격하기 위해 부하린은 ‘사회주의 휴머니즘’이란 주제와 관련된 선전활동을 전개했는데, 거기서 ‘척도는 최대 다수 인민의 최대한의 발전의 자유이다’라고 주장했다. ¹⁹⁾ ‘휴머니즘’이라는 이름 하에 부하린은 계급 간 화해와 신흥 및 기성 부르주아 분자들의 ‘최대한의 발전의 자유’를 설교했다. 파시즘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대중들에게 ‘유복한 삶’을 제공하는 ‘민주주의적 개혁’이 도입되어야 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역자). 국가가 나찌에 위협받고 있었고 저항을 준비하기 위한 커다란 희생이 필요했던 이러한 시기에 ‘유복한 삶’에 대한 약속은 순전한 민중 악선동책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상대적으로 후진적인 국가에서 테크노크라트들과 관료들은 자신들의 발생하던 부르주아적 경향을 위한 ‘민주주의’를 원했고, 노동 대중들을 희생하여 ‘유복한 삶’을 원했다. 부하린은 그들의 대변인이었다.

부하린주의 계획의 기본은 계급투쟁을 주저하고, 반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정치적인 경계심을 청산하며, 악선동적으로 생활 수준의 즉각적인 향상을 약속하고, 기회주의자 및 사회-민주주의적 경향을 위한 민주주의였다.

호전적인 반공주의자였던 코헨이 이 계획을 흐루시초프 계획의 전조라고 부른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²⁰⁾

부하린과 볼셰비즘의 적들

부하린은 맑스와 엥겔스의 원고를 얼마간 가지고 있던 멘셰비끼인 니꼴라예프스끼(Nikolayevsky)를 만나기 위해 파리로 파견되었다. 쏘련은 그것들을 사길 원했다. 니꼴라예프스끼는 부하린과 나누었던 토론을 기록했다.

‘부하린은 모스크바에서 그의 삶이 부과한 피로에서 벗어나고, 평온함을 갈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지쳐 있었다.’²¹⁾ ‘부하린은 나에게 그가 중앙아시아에서 엄청나게 비관적으로 되었으며,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렸다고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는 자살은 원치 않았다.’²²⁾

이어서 멘셰비끼인 니꼴라예프스끼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공산당원들이 비당원들에게 당내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산당의 지시를 알고 있어서, 나는 그 주제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공산당 내부 상황에 대한 몇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부하린은 대화를 원했다.’²³⁾ ‘고참 볼셰비끼’였던 부하린은 정치적인 적과 마주하며, 공산당의 기본 규칙들 대부분을 어겼다.

‘파니 예제르스카야(Fanny Yezerskaya)는... 그가 해외에 머무르도록 설득하려 했다. 그녀는 그에게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일을 올바르게 알리고,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반대세력의 신문을 해외에서 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부하린이 적절한 능력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나는 내가 러시아 없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진행되고 있는 것들과 그것이 지배하는 긴장감에 익숙해져 있다.”라는 부하린의 대답을 전해주었다.²⁴⁾ 부하린은 볼셰비끼 정권의 타도를 꾀하는 적들이 접근하도록 스스로 허락했다. 그의 우회적인 대답은, 해외에서 반볼셰비끼 간행물을 그에게 지도하게 하려는 도발적인 제안에 대해, 원칙에 기초를 둔 단호한 태도가 없음을 보여준다.

니꼴라예프스끼는 이어 말했다: ‘우리가 코펜하겐에 있었을 때, 부하린은 나에게 뜨로츠키가 인근인 오슬로(Oslo)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윙크를 하며 그는 말을 꺼냈다: “우리가 이러한 중요한 일을 가지고... 뜨로츠키와 하루를 보낸 것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이어 말했다: “명백히, 우리는 끝까지 격렬하게 싸웠지만 그로 인해 내가 그(뜨로츠키: 역자)에 대한 최대한의 존경심을 버리게 된 것은 아니었다.” ’²⁵⁾ 파리에서 부하린은 또한 멘셰비끼 지도자였던 페도르 단(Fedor Dan)을 만났는데, 그에게 자신의 견해로는 스딸린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라고 털어놓았다.²⁶⁾

1936년에 뜨로츠키는 테러리즘과 반볼셰비끼 반란을 위한 빨치산을 요구하는 화해할 수 없는 반혁명주의자가 되었다. 단은 사회-민주주의적 반혁명세력의 주요한 지도자의 한 명이었다. 부하린은 이러한 사람들과 정치적으로 가까워졌었다.

니꼴라예프스키가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그가 나에게 최신판을 읽을 수 있게 뜨로츠키의 회보를 구해다 줄 것을 요청했다. 나는 그에게 ≪Sotsialistichevsky Vestnik≫ 를 포함해서 사회주의 간행물 또한 가져다 주었다.... 최신판의 기사는 여러 다른 당으로 지식인을 재편성하고, 그들이 선거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르끼(Gorky)의 계획에 대한 분석을 싣고 있었다. 부하린은 대답했다: “제2의 당이 필요하다. 만약 야당이 없는 단일 후보자 목록만 있다면, 그건 나찌즘과 똑같은 것이다.” ’²⁷⁾

‘부하린은 주머니로부터 펜을 꺼내들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자세히 보게. 새로운 쏘비에뜨 헌법의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이 펜으로 쓰여졌네.” ... 부하린은 그 헌법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전반적으로 그것은 단일당의 독재로부터 진정한 대중 민주주의로의 평화로운 이행을 위한 훌륭한 구조였다.’²⁸⁾

사회-민주주의자들 및 뜨로츠키의 사상에 ‘흥미를 가지고’, 부하린은 심지어 반볼셰비끼 야당 세력의 필요성에 대한 그들의 주요 논제마저 채택하였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모든 반동세력의 재집결점이 될 것이었다.

니꼴라예프 스키가 말하길:

‘부하린의 휴머니즘은 대부분 강제 집산화의 무자비함과 공산당 내에서 촉발된 내부 다툼 때문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라고 부하린은 말했다. “그들은 정말 끔찍한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어버렸다. 인민의 총체적인 비인간화가 쏘비에뜨 여러 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다.” ’²⁹⁾

‘볼셰비끼 혁명 초기에 보그다노프(Bogdanov)는 경제 지도자들이라는 새로운 계급에 의한 독재의 탄생을 예언했었다. 독창적인 사상가이며 1905년 혁명 동안 볼셰비끼 중에 두 번째로 중요한 인사였던 보그다노프는 부하린의 교육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부하린은 보그다노프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계급의 독재의 창조는 ― 볼셰비끼가 창조하고 있었던 ― ‘초기 사회주의’에 존재하는 커다란 위험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부하린과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토론했다.’³⁰⁾

가혹한 계급투쟁의 시기인 1918년에서 1920년 동안, 모든 노동자 운동의 부르주아적 분자들은 ‘휴머니즘’이라는 이름 하에 짜르주의자들과 제국주의자들 반동편으로 넘어갔다. 영국-프랑스의 간섭을 지지하고, 그래서 가장 테러리스트적인 식민주의 체제를 떠받친, 체레텔리(Tsereteli)부터 보그다노프까지 이 모든 인사들이 쏘련의 ‘독재’와 ‘새로운 계급인 볼셰비끼 귀족들’을 비난했다.

1930년대의 계급투쟁 상황에도 불구하고, 부하린은 같은 노선을 따랐다.

부하린과 군사음모

1935년에서 1936년에 부하린은 공산당 수뇌부를 전복시키는 음모를 꾸미는 군사 음모자 집단들과 더욱 긴밀하게 관계를 진전시켰다.

1936년 7월 28일, 토까예프(Tokaev) 대령을 포함한 반공주의 조직의 비밀모임이 열렸다. 회의의 안건에는 새로운 쏘비에뜨 헌법에 대한 여러가지 계획안에 대한 논의가 포함되었다. 토까예프가 이렇게 기록했다:

‘스딸린은 일당 독재와 완전한 중앙 집권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부하린은 여러 당들과 심지어 민족주의당까지 구상했으며, 최대한의 분권화를 지지했다. 그는 또한 내부의 (쏘련을 구성하는 : 역자) 여러 공화국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찬성하였고,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 심지어 외교권까지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1936년경에, 부하린은 서방의 좌익 사회주의자들(left-wing socialists)의 사회민주주의적 관점에 근접하고 있었다.’³¹⁾

‘부하린은 데모크라또프(Demokratov)(토까예프의 비밀 조직 일원)에 의해 준비된 (헌법의) 대체 초안을 연구했는데 ... 이 문서에는 우리의 작업에 근거한 여러 중요 관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³²⁾

토까예프 조직의 군사 음모자들은, 부하린이 방어한 정치적인 입장에 자신들이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부하린은 농민들과 천천히 가길 원했고, NEP(신경제정책)의 종결을 미루길 원했다.... 그는 또한 모든 곳에서 혁명이 무장 반란과 무장 세력에 의해 일어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부하린은 모든 국가들이 그들 자신만의 노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하린, 리꼬프 그리고 ?스키)는 (그들 계획의) 주요 요점들을 발표하는 데 성공했다: 1) 신경제정책(NEP)를 끝내지 말고 적어도 10년은 유지한다...; 4)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혁명은 일반 사람들을 위해 일어난 것임을 기억하라. 그래서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경공업에 투자되어야 한다. ― 사회주의는 굶주린 거지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고 풍요로운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5) 강제적인 농업 집산화와 꿀락들을 파멸시키는 것을 중지하는 것.’³³⁾

이 계획은 농업, 상업, 경공업에서 부르주아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공업화를 늦추기 위해서도 고안되었다. 만약 이것이 실행되었다면, 쏘련은 의심할 바 없이 반파시스트 전쟁에서 패배했을 것이다.

부하린과 쿠데타에 대한 문제

부하린은 재판 동안 브레스트-리또프스크 조약(Brest-Litovsk Treaty) 후인 1918년에 레닌, 스딸린, 스베르들로프를 체포하고 ‘좌익 공산주의자’들과 사회혁명당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려던 음모가 있었음을 법정에서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처형할 계획도 있었다는 점은 단호하게 부정했다.³⁴⁾

그렇게 부하린은 1918년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위기의 시기에 레닌을 체포할 준비를 하였다.

18년 후인 1936년에 부하린은 완전히 타락한 사람이 되었다. 막 수면 위로 떠오른 세계대전으로 인해 긴장감은 극도에 달했다. 공산당 지도부에 대항한 쿠데타 시도의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졌다. ‘고참 볼셰비끼’로서 명성이 있던 부하린; 스딸린과 같은 위상의 유일한 ‘경쟁 상대’인 부하린; 스딸린 체제의 ‘극단적인 가혹함’을 혐오했던 부하린; ‘스딸린주의자들’이 ‘새로운 귀족’을 형성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사람; ‘민주주의’만이 쏘련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인 부하린이, 일어날 수 있는 ‘민주적인’ 반스딸린 쿠데타를 그의 권위로 은닉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겠는가? 1818년에 레닌을 체포하려고 준비했던 사람이, 훨씬 긴장되고 극적인 시기에 스딸린, 쯔다노프, 몰로또프, 까가노비치의 체포를 은폐할 준비를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것이 바로 문제점이었다. 타락하고 정치적으로 끝난 사람인 부하린은 더 이상 스딸린에 대항하여 중요한 투쟁을 이끌 여력이 확실히 없었다. 하지만 다른 우익 혁명가들은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부하린은 합법성 부여에 있어 유용했을 수 있었다. 토까예프 대령의 책이 이러한 분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1939년에 토까예프와 고위 장교였던 그의 동료 다섯 명은 부디예니 군사 학교(Budyenny Military Academy)의 교수 사택에서 만났다. 그들은 전쟁이 났을 경우에 스딸린을 타도할 계획을 논의했다. ‘슈미트(Schmidt)(보로쉴로프 레닌그라드 군사 학교<Voroshilov Leningrad Military Academy>의 일원)는 잃어버린 기회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만약 부하린의 재판 때 우리가 행동했더라면, 농민들은 그의 이름 하에 봉기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겐 인민들을 고무시킬 수 있는 그만한 인물이 없다.’ 음모자들 중 한 명은, 예조프(Yezhov)에 의해 체포된 많은 사람들을 석방시켜 명성을 얻은 베리아(Beria)에게 총리직을 주는 것을 제안했다.³⁵⁾

이 구절은 적어도 초기에는 군사 음모자들이 그들의 반공주의 쿠데타를 성공시키기 위해 ‘볼셰비끼 깃발’이 필요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부하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이러한 우익 군사세력들은 만약 스딸린이 제거된다면, 그(부하린 :역자)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실 부하린의 재판기간인 1938년에 토까예프와 그의 조직은 이미 이러한 전략을 고려하고 있었다. 라덱이 체포당한 후 자백했을 때, 어떤 동지는 보고서를 입수해 읽어볼 수 있었다. 토까예프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라덱은 부하린이 체포되어 재판받고 총살당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했다....’

‘우리는 라덱의 배반에 대해 적어도 (1936년 10월 16일, 부하린의 체포일) 2주 전에 알고 있었고, 우리는 부하린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밀하고 명백한 제안이 그에게 제시되었다.: ‘라덱이 현재 당신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서면으로 한 후, 예조프와 뷔신스키는 또 다른 정치적 재판을 대비해 곧 당신을 체포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당신이 지체 없이 “자취를 감추기”를 권한다. 여기에 우리가 이것을 실행하는 구체적 계획이 있다....’

‘어떠한 정치적 조건들도 그 제안에 (반대급부로: 역자) 결부되지 않았다; 만약 내무인민위원회가 재판에서 부하린을 까메네프(Kameniev), 지노비예프(Zinoviev) 또는 라덱으로 바꾼다면³⁶⁾, 그것은 치명타가 될 것이기 때문에 ... 그러하였다. 반대세력이라는 바로 그 개념이 쏘비에뜨 사회주의 공화국 국가 전역에서 불신임받을 것이다.’

‘부하린은 그 제안에 대해 따듯한 감사를 표했지만 그것을 거절했다’³⁷⁾

‘만약 (부하린이) 이것(재판: 역자)을 견디어낼 수 없고 혐의가 잘못되었음을 입증할 수 없었다면, 그것은 비극이 될 것이다: 부하린에 의해서, 모든 다른 온건 반대파 운동은 빛이 바랠 것이다.’³⁸⁾

부하린의 체포 전에 군사 음모자들은 부하린을 그들의 깃발로 사용하려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들은 부하린에 대한 공개재판의 위험성을 이해했다. 까메네프, 지노비예프 그리고 라덱은 그들의 모반 행위를 시인했고, 그들은 반대파의 명분을 ‘배신’해 버렸다. 만약 부하린이 법정 앞에서 그가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시도에 관련되어 있었음을 시인한다면, 반공주의 반대세력은 치명타를 맞을 것이다. 그 당시 공산당과 군부 내부로 침투한 볼셰비끼주의의 가장 위험한 적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부하린 재판의 함의는 그러하였다.

나찌 침공의 시기에 토까예프는 국가와 군 내부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우리는 최고위직 인사들이 이성을 잃었음을 곧 깨달았다. 그들은 단지 그들의 반동 체제가 진정한 대중의 지지를 송두리째 잃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공포와 자동기계 같은 정신(mental automatism)에 의거한 것이었으며 평화에 의존한 것이었다; 전쟁이 그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런 다음 토까예프는 여러 장교들의 반응을 묘사했다.

베스까라뱌니(Beskaravayny)는 쏘련 분할을 제안했다: 독립 우끄라이나와 독립 코카서스가 훨씬 더 잘 싸울 것이다! 끌리모프(Klimov)는 정치국을 없앤다면 인민들이 국가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코꼬리요프(Kokoryov)는 유대인들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³⁹⁾ 

‘혁명적 민주주의자처럼 우리의 문제는 바로 우리 정신 속에 있다. 아마도 스딸린을 타도하는 시도를 할 때가 바로 이 순간이 아니었던가? 많은 요인들이 고려되어야 한다.’⁴⁰⁾ 당시에 X동지는 스딸린과 관련하여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확신했다.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가 히틀러를 해방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X동지는 ‘우리는 스딸린 체제의 몰락을 위해 반드시 준비를 해야 하지만, 그것을 약화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⁴¹⁾

나찌 침략자에 대한 첫 패배에 의해 야기된 커다란 무질서와 극도의 혼란으로 매우 불확실한 정치적 정세가 초래되었음이 분명하다.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 반공주의자들 그리고 반유대 인종주의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숙청이 단호하게 수행되지 않았더라면, 만약 기회주의자 반대파가 당지도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더라면, 만약 ‘체제 교체’를 할 수 있는 부하린 같은 사람이 남아 있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겠는가? 그러한 극도로 긴장된 시기에 군사 음모자들과 기회주의자들은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그들이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쿠데타를 실행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지위에 머무르려고 했을 것이다.

부하린의 자백

재판 동안 부하린은 여러 자백을 했고 다른 피고인들과 대면하며 음모의 특정한 부분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이자 유명한 변호사였던 조셉 데이비스는 모든 재판을 참관했다. 자격을 갖춘 다른 외국인 참관자들처럼, 그는 부하린이 자유롭게 진술했고 그의 자백에 거짓이 없음을 확신했다. 1938년 3월 17일, 데이비스는 워싱턴에 있는 국무부 장관에게 기밀 전문을 보냈다.

‘자백한 증거가 초래하는 선입견과 피고인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법 제도에 대한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증인, 증언하는 그들의 태도, 그들의 증언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드러나는 보강증거들, 그리고 재판에서 드러나는 다른 사실들을 ― 그리고 사법적 인지⁴²⁾로 인정할 수 있는 것들도 함께 고려하면서 ― 재판과정에서 매일 지켜본 뒤에, 정치적 피고인들이 쏘비에뜨 법에 의해 충분한 범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에 대하여, 반역죄라는 유죄 판결과 형벌의 선고가 정당하다는 것이 ― 쏘비에뜨 형법 규정에 따라, 증거에 의하여 그리고 의심할 여지없이 ― 확립되었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재판을 거의 빠지지 않고 방청한 외교관들은 만만찮은 정치적 반대 세력과 지극히 심각한 음모가 있었다는 것이 그 재판으로 밝혀졌다는 점에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⁴³⁾

수십 시간의 재판 동안, 부하린은 아주 정신이 명료했고 또렸한 상태로 토론하고 논쟁하며 때때로 농담을 하고 특정 혐의에 대해서 격렬히 부인했다. 재판기록을 읽어볼 수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과, 재판을 방청한 이들과 관련하여서는, 반공주의자들에 의해 널리 퍼진 ‘재판 쇼’ 이론(`show trial' theory)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토까예프는 ‘그가 법정에서 전 세계에 진실을 외치지 않도록’, 체제가 ‘그를 고문하는 것을 주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⁴⁴⁾ 토까예프는 법정 검사에 대한 부하린의 신랄한 답변들과 그의 용기 있는 부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부하린은 최고의 용기를 보여주었다.’⁴⁵⁾

‘뷔신스키는 패배했다. 마침내 그는 부하린을 공개 법정에 데려온 것이 중대한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⁴⁶⁾

800페이지에 달하는 재판기록을 읽어보면 매우 유익하다. 그것들은 ‘끔찍한 재판들’을 악선전하는 널리 퍼진 장황한 열변들이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마음에 남겼다. 부하린은 반복되는 사건에서 정치적으로 패배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비판받은 기회주의자로 나온다. 그는 그의 쁘띠 부르주아 세계관을 변형하기보다, 공산당의 노선과 그것의 인상적인 업적에 대해 감히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마음이 상한 사람이 되었다. 당지도부에 남아, 그는 음모와 밀실 공작을 통해 그의 관점을 주입시키고 지도부를 타도하길 원했다. 그는 모든 부류의 비밀 반대세력과 결탁했는데, 그 중 몇몇은 반공주의에 몰두했다. 공개적인 정치투쟁을 이끄는 것이 불가능해진 부하린은 군사음모의 결과나 대중 폭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쿠데타에 그의 희망을 두었다.

재판기록을 읽어보면, 부하린과 그의 동료들의 정치적 퇴보와 ― 암살, 반란, 스파이활동, 외국세력과의 공모 등의 ― 실질적인 범죄행위와의 관계를 명료하게 알 수 있다. 이미 1928년에서 1929년에, 부하린은 꿀락과 다른 착취계급의 이해를 표현하는 수정주의자의 입장을 취했다. 부하린은 그러한 계급을 대변하는 공산당 내외의 정치적 파벌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계급투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부하린은 그러한 세력들과 동맹했다. 임박한 세계대전은 모든 방면에서 긴장을 고조시켰고, 당지도부를 반대하는 세력들은 폭력행동과 쿠데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하린은 비록 암살과 간첩활동을 실제로 조직한 것에 대해선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그들과의 관계는 시인했다.

뷔신스키가 ‘당신은 외국 정보기관과 파시스트 조직과의 관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라고 묻자, 부하린은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증언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답변했다.⁴⁷⁾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하린은 그가 이끌었던 반대파 집단내부에서 몇몇 사람들이 독일 파시스트와 연락망을 확립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아래는 이 주제에 대한 재판에서 나온 언쟁이다. 음모집단 내의 어떤 지도자들은, 독일과의 전쟁 패배에서 야기된 혼란이 쿠데타를 일으킬 이상적인 여건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부하린은 설명한다.

부하린: ‘1935년에 ... 까라한(Karakhan)은 ?스키를 제외한 지휘 본부의 구성원들과 사전에 대화 없이 떠났다....’

‘내가 기억하기론, 까라한이 뜨로츠키보다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독일과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스끼가 나에게 말했다...’

뷔신스키: ‘당신은 독일에게 전선을 개방하는 데 대한 대화를 언제 나누었나?’

부하린: ‘내가 ?스끼에게 쿠데타 계획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자, 그는 그것은 군사조직 업무라고 말했고, 그것은 전선을 개방하는 것이었다.’

뷔신스키: ‘그러니까 ?스끼가 전선을 개방할 준비를 하는 중이었나?’

부하린: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뷔신스키: ‘?스끼가 “전선개방”이라고 말했나?’

부하린: ‘정확하게 정리해 보겠다.’

뷔신스키: ‘그가 뭐라고 말 했나?’

부하린: ‘?스끼는 이것은 군사적 편제의 문제이고, 그것은 전선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뷔신스키: ‘왜 그것이 전선을 개방하는 것이었나?’

부하린: ‘그는 말하지 않았다.’

뷔신스키: ‘왜 그것이 전선을 개방하는 것이었나?’

부하린: ‘내 관점으로는, 전선을 개방하지 말아야 한다...’

뷔신스키: ‘?스끼의 관점에서는 (쿠데타 관련 계획이: 역자) 전선을 개방하는 것인가, 아닌가?’

부하린: ‘?스끼의 관점에서? 적어도 그는 이러한 관점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뷔신스키: ‘그가 동의했나?’

부하린: ‘그가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대략 3/4 정도는 동의했음을 의미한다.’⁴⁸⁾

부하린의 진술에서, 그는 본인의 수정주의 노선으로 인해 다른 반대세력들과의 불법적 관계를 추구하게 되었고, 국가 내에서 반란이 그에게 권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 희망했으며 그가 테러리즘과 쿠데타 쪽으로 본인의 전술을 변경했음을 인정했다.

부하린의 전기에서 코헨은 “부하린이 스딸린주의에 대한 그의 반대를 진심으로 후회하고 그에 따라 당에 대한 ‘마지막 봉사’을 하기 위해 섬뜩하고 터무니없는 범죄를 기꺼이 자백했다는 널리 퍼진 오해를” 정정하려고 노력한다.⁴⁹⁾

코헨은 ‘부하린’의 계획이 ... 본인의 재판을 스딸린 정권에 대한 ... 반격 재판(counter-trial)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그의 전술은 그가 어떠한 실제적 범죄를 ... 단호히 부인하면서 동시에 ... 그가 모든 것에 “정치적인 책임”이 있다는 포괄적인 자백을 하려는 것이었다.’ 코헨은 부하린이 ‘반혁명 조직’이나 ‘반쏘비에뜨 집단’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때, 그가 실제로 의미한 것은 ‘고참 볼셰비끼 공산당’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표적인 볼셰비끼의 상징적인 역할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나는 반쏘비에뜨 집단에 책임이 있다”는 말은 볼셰비끼주의에 책임이 있다는 의미이다.⁵⁰⁾

나쁘지 않다. 미국 이해의 대변자로서 코헨은 실제로 가서 재판기록을 확인할 독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러한 급선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하린의 정치적 변화와 관련해서, 재판에서 그가 한 증언의 핵심구절들을 연구하는 것은 상당히 교육적이다. 부하린은 그 자신의 정치적 퇴보의 과정과 어떻게 그가 반혁명 음모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명석했다. 코헨과 부르주아지들은 부하린을 ‘볼셰비끼’로 꾸미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공산주의자들에게, 부하린의 자백은 서서히 진행되는 퇴보와 반사회주의자로의 전복의 기전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해준다. 이러한 여러 자백을 살펴보면 나중에 등장하는 흐루시초프와 미꼬얀, 그리고 브레즈네프와 고르바초프와 같은 부류의 인사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래는 부하린이 진술하는 문장이다.

‘우익 반혁명가들이 처음에 “일탈”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우리는 개인 기업에 대한 과대평가, 그것의 이상화에 대한 굴종, 토지소유자에 대한 이상화 등 매우 흥미로운 진행과정을 겪었다. 그것은 점진적 변화였다. 우리의 계획은 개인 농장의 번영이었지만, 실제로는 꿀락이 궁극적 목적이 되었다... 집단 농장은 훗날에 가능한, 듣기 좋은 소리였다. 필요했던 것은 바로 부유한 농장주들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의 관점과 심리에서 일어난 거대한 변화였다.... 1928년에 나는 농민에 대한 군사-봉건적 착취 공식을 내 자신이 고안했다. 즉 나는 계급투쟁의 비용에 대한 비난을 프롤레타리아트에 적대적인 계급이 아닌,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의 지도자들에게로 돌렸다.’⁵¹⁾

‘나의 계획에 대한 입장이 실제적으로 공식화되었다면, 경제 분야에서 국가 자본주의, 부유한 개인 농민, 집단농장의 축소, 외국에 이권양여, 외국무역에 대한 독점권 포기, 그리고 결과적으로 국가 내에 자본주의의 부활이 되었을 것이다.’⁵²⁾

‘국가 내에서 우리의 실질적인 계획은 ... 부르주아-민주주의적 자유와 연합으로 일탈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멘셰비끼와 사회혁명당원들, 그리고 그와 같은 세력들의 연합으로 말미암아 다당제의 자유, 정치적 연합의 자유가 존재하게 될 것이며, 또한 투쟁을 위해 필연적으로 세력들이 결합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동맹 세력이 선택된다면 가능한 승리의 다음날에 그들은 권력의 동반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⁵³⁾

‘?스끼 및 리꼬프와 나의 친선관계는 대략 1928에서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앙위원회 위원들과 접촉하여 의중을 떠보았고, 중앙위원회에서 불법으로 여기던 불법적 회의를 가졌다.’⁵⁴⁾

‘여기서 집단(blocs)에 대한 탐색이 시작되었다. 먼저 나는 까메네프의 사택에서 그와 만났다. 다음으로 까메네프가 있던 병원에서 뺘따꼬프와 만났다. 세 번째로 슈미트(Schmidt)의 시골집에서 까메네프와의 만났다.’⁵⁵⁾

‘우익 반혁명 조직을 만드는 다음 단계는 1930년에서 1931년에 시작되었다. 당시는 꿀락의 파괴활동, 공산당 정책에 대한 꿀락의 저항 등 대단히 날카로운 계급투쟁이 벌어진 시기였다....’

‘(부하린-리꼬프-?스끼) 우리 3인방은 불법적 본부(center)가 되었고, 그래서 전에 이 3인방이 반대파 서클의 수뇌부였지만, 이제는 그 조직은 불법적 반혁명 조직의 본부가 되었다....’

‘예꾸드니제(Yekudnize)는 이러한 불법적 본부와 가까웠는데, 그는 ?스끼를 통해 이 본부와 접촉했다....’

‘대략 1931년 말엽 쯤에, 소위 학파(school)라 부르던 구성원들은 모스크바 밖의 보로네즈(Voronezh), 사마라(Samara), 레닌그라드(Leningrad), 노보시비리스크(Novosibirsk)로 전근되어 갔으며 이러한 전근 또한 반혁명 목적을 위해 활용되었다.’⁵⁶⁾

‘1932년 가을쯤에 우익 조직 성장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었다. 즉 쏘비에뜨 정권을 강력하게 전복시키는 전술로의 변화였다.’⁵⁷⁾

‘이른바 리우틴 강령(Ryutin platform) 만들어졌을 때, 나는 그 당시 모습을 기록했다.... 리우틴 강령은 우익 반혁명 조직의 강령이었다.’⁵⁸⁾

‘리우틴 강령은 우익 본부의 이익을 승인했다. 리우틴 강령의 본질적인 요점들은 “궁전 쿠데타”, 테러리즘, 뜨로츠키파와의 직접적인 동맹을 향한 것이었다. 이 무렵에 “궁전 쿠데타”의 개념은 우익 조직 내, 그리고 상위 조직에서 뿐만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모스크바를 벗어나 일하고 있는 사람들 간에서도 성숙되고 있었다. 처음에 이러한 개념이 ?스끼에 의해 제기되었는데, 그는 예누끼제(Yenukidze)와 접촉하고 있었고 ...당시 예누끼제는 끄렘린 경호를 책임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궁전 쿠데타”을 위해 사람들을 모집한 것이었다. 당시는 까메네프와 지노비예프의 정치적 연대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 기간에 우리는 또한 시르초프(Syrtsov)와 로미나제(Lominadze)와 회담을 가졌다.’⁵⁹⁾

‘1932년 여름에 뺘따꼬프는 테러리즘에 대한 뜨로츠키 정책과 관련하여 쉐도프와 자신이 만났다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 시기에 뺘따꼬프와 나는 이것들이 우리의 사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곧 공통된 언어를 찾을 수 있으며 쏘비에뜨 권력에 대항하는 투쟁에서 우리의 차이가 극복될 것이라고 믿었다.’⁶⁰⁾

‘적군(Red Army) 내부의 공모 집단의 형성은 그 시기와 맞물린다. 나는 ?스끼에게 그것을 들었는데, ?스끼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예누끼제에게 직접 이 소식을 들었다.’

‘나는 ?스끼와 예누키제에게, 적군(Red Army)의 고위직에서 우익, 지노비예프파, 뜨로츠키파가 당시 힘을 합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들이 언급되었고 ― 내가 그 모든 이름이 모두 정확히 기억이 난다고 보증할 수는 없지만 ― 내가 기억하는 인사들은 뚜하체프스키, 꼬르끄(Kork), 쁘리마꼬프(Primakov), 뿌뜨나(Putna)였다.’

‘따라서 우익 본부와의 연계는 군부, 예누끼제, ?스끼, 그리고 다른 인사들의 노선을 따라간 것이다.’⁶¹⁾

‘1933년에서 1934년에 꿀락들은 이미 파멸하였고 반란의 가능성은 사라졌으며, 그 결과 우익 조직의 본부에서는 반혁명 음모적 쿠데타를 지향하는 것이 중심 사상이 되는 시기가 또다시 도래했다....’

‘음모 세력은 예누끼제와 야고다(Yagoda) 세력, 그리고 끄렘린과 내무인민위원회에 있는 그들의 조직들로 구성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예누끼제는 또한 이 무렵에 끄렘린의 전임 사령관 뻬떼르손(Peterson)도 포섭하는데, 그는 일생 동안 뜨로츠키 일행의 사령관이기도 했다.’

‘그 때, 뚜하체프스키와 꼬르끄,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 음모자들의 군사 조직이 있었다.’⁶²⁾

‘제17차 공산당 당 대회 이전의 시기에 ?스끼는 무장한 반혁명 세력의 도움을 받는 쿠데타가 제17차 공산당 당 대회 개최와 정확하게 맞추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스끼의 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쿠데타의 필수적인 부분은 소름끼치는 범죄인 제17차 공산당 당 대회를 저지하는 것이었다.’

‘?스끼의 이 의견은 비록 매우 조잡한 것이었지만 토론이 필요했으며, 모두가 이 의견에 반대를 했다.’

'뺘따꼬프는 근본적인 면에서 반대한 것이 아니라, 전술상 반대를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중들에게서 엄청난 분노를 자아내게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견이 제출되고 토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와 같은 조직의 기괴함과 범죄성을 충분히 분명하게 보여준다.’⁶³⁾

‘1934년 여름, 라덱은 나에게 뜨로츠키로부터 방침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뜨로츠키가 독일과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며, 그가 이미 독일에 우끄라이나를 포함한 여러 영토의 할양을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 내가 라덱에게 항의했음을 밝힐 필요가 있다. 라덱은 다음 내용을 그의 증언에서 확인했다. 나와 대면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나는 이것을 반대하고, 그리고 라덱이 반드시 서면으로 그리고 말로서 뜨로츠키에게 그가 협상에서 너무 멀리 가고 있고, 그는 반드시 그 자신뿐아니라 그의 모든 동맹자들 특히 우리 우익 공모자들과 절충해야만 하며, 이것은 분명히 우리 모두의 재앙을 의미한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대중의 애국심이 의심할 여지없이 증대되는 상태에서, 이러한 뜨로츠키의 견해는 정치상으로나 전술상으로 부적절하게 보였다.’⁶⁴⁾

‘나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제출했다. 이것이 군사 쿠데타였기 때문에, 사태의 논리적 귀결로, 공모자들의 군사 조직이 비상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에서는 항상 그러하듯이, 커다란 물질적 힘을 지휘하고 결과적으로 정치적 힘을 가질 부위는, 그리고 독특한 나폴레옹식 독재 정치의 위험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위는, 결합된 반혁명 집단상부의 바로 그 부분(군사조직: 역자)일 것이다. 그리고 나폴레옹식 독재 정치자들은 ― 나는 특히 뚜하체프스키를 생각하고 있었다 ― 그들 동맹자들과 이른바 나폴레옹 방식을 고무하는 자들을 가차없이 다루며 시작할 것이다. 나는 대담을 하는 동안 언제나 투하체프스키를 “잠재적인 작은 나폴레옹”이라고 불렀으며, 여러분은 나폴레옹이 소위 이데올로기 연구자(ideologists)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알 것이다.’

‘뷔신스키 : 그러면 당신은 본인을 이데올로기 연구자(ideologists)라고 생각하는가?’

‘부하린 : 나는 반혁명 쿠데타의 이데올로기 연구자(ideologists)이자 동시에 실천적  인간이다. 물론, 당신은 내가 스스로를 간첩으로 간주하기를 바라겠지만, 나는 결코 스스로를 간첩으로 여긴 적이 없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뷔신스키 : 간첩이라고 여기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부하린 : 그건 당신의 의견일 뿐, 나의 의견은 다르다.’⁶⁵⁾

부하린이 최후 진술을 할 기회가 왔을 때, 그는 이미 자신이 사형 선고를 받을 것을 알았다. 코헨은 이러한 진술을 ‘진정한 볼셰비끼주의에 대한 훌륭한 방어’와 ‘스딸린주의에 대한 탄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공산주의자는 수년간 사회주의에 대항했고, 돌이킬 수 없는 수정주의자의 입장을 취했으며, 죽음에 직면하여 격렬한 국내외의 계급투쟁의 상황에서 자신의 수정주의로 인해 반역죄를 범한 것을 깨달은 한 인사의 진술을 듣게 된다.

‘이러한 적나라한 투쟁 논리는 사고의 퇴보와 심리 상태의 퇴보와 함께 일어났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이곳 피고석에 앉아 있는 우리 모든 이들이 특이한 이중적 심리와, 반혁명의 명분에 대한 불확실한 신념으로 아마도 고민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일정 수준으로 반 마비된 의지, (본질 혹은 진실의: 역자) 반영의 지체 ... 우리의 퇴보의 가속과 이러한 반영의 지체 사이에 일어난 모순이, 발전하는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상황 하에서 반혁명의 입장, 또는 반혁명의 전개로 표현되었다. 이중적 심리 상태가 생겨났으며....’

‘비록 그 직후에 실제적인 범죄 행위로써 이것을 부인했지만, 심지어 내가 사회주의 건설에 대해 쓴 찬사에 때때로 스스로 도취되기도 했다. 헤겔(Hegel) 철학에 있는 가장 불행한 정신이 떠오른다. 이러한 불행한 정신은 그것이 또한 범죄적인 정신이 었다는 사실에서 있어서만 일반적인 보통의 정신과 다르다.’

‘프롤레타리아 국가의 힘은 그것이 반혁명 세력을 물리친 사실뿐만 아니라, 그 내부에서부터 적들을 붕괴시켰다는 것, 즉 적들의 의지를 지리멸렬하게 만들었다는 것에서 표현된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으며, 어떠한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후회는 티베트 가루 (Thibetan powders⁶⁶⁾) 등등과 같이 명백히 불합리한 여러가지 것에 종종 기인한다. 나는 1년 이상 감금된 감옥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내 정신을 명석하게 유지했음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이것은 모든 우화와 어리석은 반혁명적 중상을 사실로써 반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최면술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나도 또한 합법적인 입장에서 법정에서 나 스스로를 변호했고, 쟁점들에 맞섰고, 국가 검사와 논쟁했다; 그래서 누구든지, 심지어 이러한 의료 분야에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런 종류의 최면은 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이제 나는 내 자신에 대해, 후회의 이유에 대해 말해보겠다. 물론, 범죄에 대한 증거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석 달 동안 나는 어떤 것도 진술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증언을 시작했다. 왜? 그 이유는 감옥에서 나의 모든 과거를 재평가해 보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죽어야만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나?”라고 자문한다면, 당신이 이것에 대해 타당한 대답을 찾기 전에 순간적으로 칠흑 같은 진공상태에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후회없는 죽음을 생각한다면, 그것을 위해 죽어야 할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반대로, 쏘련에서 빛나는 긍정적인 모든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차원을 획득하게 되었다. 결국 이것이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켰으며 당과 국가 앞에 무릎 꿇게 만들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이러한 후회, 즉 특히 나의 개인적인 후회가 아니다. 법정은 그것 없이도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피고인의 자백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고백은 중세 법제의 원리이다. 하지만 여기 우리는 또한 내부에서 파괴활동을  하는 반혁명 세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 사람은 뜨로츠키임이 분명하다.’

‘나는 여기서 반혁명 전술을 구성하는 힘의 평행사변형에서 뜨로츠키가 근본적인 원동력이었음을 말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격렬한 방식들은 ― 테러리즘, 간첩행위, 쏘비에뜨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분할과 파괴 - 근본적으로 이들이 추진한 것이다.’

‘제2인터내셔널뿐만 아니라 뜨로츠키와 나의 다른 공범들이, 우리와 특히 나를 변호하려고 애를 쓸 것이라고, 더욱이 내가 니꼴라예프스키(Nicolayevsky)와 이것에 대해 토론한 이래로 선험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변호를 거절하는데, 왜냐하면 나는 지금 국가, 공산당, 그리고 전 인민 앞에 무릎을 꿇고 있기 때문이다.’⁶⁷⁾

부하린에서 고르바초프까지

반공주의 저자인 스티븐 코헨은 1973년에 아주 호의적인 부하린 전기를 썼는데, 부하린은 ‘최후의 볼셰비끼’로 묘사되었다. 공인된 반공주의자가 ‘부하린과 러시아 볼셰비끼주의의 종말을” 어떻게 “애도”하는가를 보는 것은 감동적이다!⁶⁸⁾ 부하린의 또 다른 추종자인 로이 메드베데프(Roy Medvedev) 또한 비문에 이와 동일한 글을 남겼다.

‘스딸린주의는 맑스-레닌주의 또는 30년간의 공산주의로서 간주될 수 없다. 스딸린이 공산주의 운동에 이론과 실천을 도입했다는 것은 왜곡된 것이다....’

‘공산주의 운동을 정화하는 작업, 즉 모든 방면에서 스딸린주의라는 오물을 씻어내는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끝까지 계속되어야 한다.’⁶⁹⁾

여기에서 코헨과 메드베데프, 두 명의 반공주의자는 스딸린이 레닌주의를 추구한 것을 레닌주의의 ‘곡해’로, 그리고 그를 공산주의와 화해할 수 없는 적으로서 묘사했다. 그리고 ‘공산주의 운동의 정화’를 제안했다! 물론, 이것은 수십 년간 알맞게 발전시킨 전술일 뿐이다: 일단 혁명이 성공하고 견고해지면, 혁명의 최악의 적들은 ‘그(혁명의 : 역자) 지도자들이 바로 시작부터 배신한’ ‘진정한 혁명’의 최상의 옹호자로 자신을 묘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헨과 메드베데프의 이러한 이론들이 거의 모든 흐루시초프파들에 의해 채택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심지어 피델 카스트로 스스로도 흐루시초프의 이론에 영향을 받았으며, 이러한 유혹에서 항상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일한 전술이 쿠바 혁명에 맞선 미국의 전문가들에 의해 사용되었다. 1961년 직후에, CIA는 ‘(혁명을: 역자) 배신한’ ‘강탈자 피델 카스트로’에 대항한 ‘쿠바혁명의 방어’을 위한 공격을 시작했다. 니카라과에서 이든 파스토라(Eden Pastora)는 “본래의 산디니스트 강령(the original Sandisist program⁷⁰⁾)”을 방어하기 위해 CIA에 합류하였다.

1948년 직후부터 유고슬라비아는 부하린주의와 뜨로츠키주의로 전향한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였다. 티토는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원조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티토주의자들의 사상은 동유럽 대부분에 침투하였다.

1970년대 동안에 코헨의 저서 ≪부하린과 볼셰비끼 혁명≫뿐만 아니라, 영국 사회민주주의자이자 버트란드 러셀 평화 재단(Betrand Russell Peace Foundation)의 대표인⁷¹⁾ 켄 코티스(Ken Coates)의 저서는 부하린의 명예회복을 위한 국제적 기초 자료로서 사용되었는데, 부하린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공산당의 수정주의자들, 사회민주주의자들 ― 페리칸(Pélikan)에서 질레스 마르티네트(Gilles Martinet)까지 ― 그리고, 물론 다양한 뜨로츠키주의 분파들을 통합시켰다. 이러한 동일한 기류가 고르바초프까지 계속해서 끝까지 이어졌다. 1970년대에 이러한 모든 반공주의자들은 단합하여 부하린의 명예를 회복시켜, 레닌이 ‘당 전체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 ‘위대한 볼셰비끼’로 복권시켰다. 모든 이들은 부하린이 ‘대안적인’ 볼셰비끼주의를 대표한다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몇몇은 그가 유로꼬뮤니즘(Eurocommunism)의 선구자라고 주장했다.⁷²⁾

이미 1973년에 이러한 운동의 방향이 공공연한 반공주의자인 코헨에 의해서 설정되었다:

‘부하린주의 방식의 여러 사상과 정책이 부활하였다. 유고슬라비아, 헝가리,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공산주의 개혁가들은 시장 사회주의, 균형잡힌 경제 계획 과 성장, 진화적인 발전, 시민 평화, 혼합된 농업부문, 단일 정당 국가의 틀 내부에서 사회 및 문화적 다원주의에 대한 관용을 옹호했다. ’⁷³⁾ ‘이것은 1988년에서 1989년 동안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둔 벨벳 반혁명에 대한 완벽한 정의이다.’

‘만약에 ... 개혁론자들이 좀 더 자유로운 공산주의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인간적 모습을 한 사회주의”, 부하린의 견해, 그리고 그가 옹호했던 신경제정책식의 질서는 무엇보다도 ― 스딸린 후의 스딸린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 공산주의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원형이었음이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⁷⁴⁾

1960~70년대에 여러 동부 유럽 국가의 이러한 ‘선도적 경험들’을 바탕으로, 고르바초프는 부하린의 계획을 채택했다. 코헨이 ‘새로운 사고’와 ‘사회주의의 재건’의 위대한 선각자로서 고르바초프의 쏘련을 두팔 벌여 환영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하린 학파’가 덩샤오핑(Deng Xiaoping)의 중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 또한 주목하라.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