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던 순간인가?

오늘, 우리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엄숙한 순간을 맞이하였다.”

10년 전인 2002년 3월 24일, 고려대학교에서 공무원도 노동자임을 선언하며 공무원노동조합의 출범을 알리는 공무원노동조합 창립선언문의 첫 부분이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감격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 2012년 10월 20일 “1020총회투쟁” 현장은 그 벅찬 감격을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또 다시 느끼게 하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012년 3월 2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제9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공무원노동조합 1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아왔던 질곡의 아픔을 딛고 당당하게 일어서며, 앞으로 10년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10월 2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총회를 개최할 것을 의결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민주공무원노조로 분열되었던 노동조합이 법원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3개 조직통합을 이루어내고, “공무원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설립신고를 3번이나 이명박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는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있다는 이유와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설립요건 불충분의 이유를 들어 3번 모두 다 신고서를 반려했다 (도저히 이루지 못할 총회의 이유를 정부는 내세움). 이것이 총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의 하나이다. 또한 총회를 통하여 조합원의 투쟁력을 확인하고 공무원노동자가 누려야할 천부적인 권리를 당당하게 정부에 요구하는 계기를 만들어 내고, 10년 동안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던 것을 한꺼번에 되찾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대의원대회 후부터 총회가 개최되는 날까지도 과연 5만 명이 참여하는 총회가 성사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조합원은 우리를 감동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고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고 말았다. 10월 20일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은 경찰추산 4만 1천명, 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4만 7천명이 참석했다고 공식적인 발표가 이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제주도에서 항공기를 전세내서, 도서벽지에서 선박을 이용, 전국각지에서 전세버스 1,300여대가 서울 잠실올림픽 경기장에 모여든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고 운동장 안에서는 축제분위기 속에서 총회를 성사시킨 자신감에 향후 10년 내에 공무원이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었다.

10월 20일 오늘의 총회가 성사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공무원노동조합 출범 10년의 탄압을 이겨 낸 고통과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출범은 1991년 1월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이 시행되면서 시작된다. 전국 곳곳에서 직장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억눌려 있던 공무원들이 부당하고 불편한 공직내부 사안들(기자실폐쇄, 일숙직비 현실화, 신문강제구독 폐지 등)을 개선하는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보수 연금 등 임금과 관련된 사항과 불합리한 제도개선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협의회가 따로 요구해서는 될 수 없다는 한계를 겪게 되어, 2001년 3월 서울대학교에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을 결성하였다. 결성과정에서 행사도중 전기가 끊기는 등 탄압을 받기도 하였지만 일단 연합을 하니 힘도 생기고 자신감도 발생되어 공무원이 나아갈 방향도 찾게 되었다. 그러나 직장협의회로는 공무원노동자의 근본적인 노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그 대안이 바로 “노동조합”이었다. 

노동조합 결성의 초석은 2001년 6월 9일 경남 창원대회에서 “공무원도 노동자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마련되게 되었다.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외침에 정부는 가혹한 탄압을 가했고 우리는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며 7월 28일 부산대회, 11월 4일 서울 보라매 대회 등으로 맞서며 노동조합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갔다. 2002년 3월 23일 고려대학교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창립대회를 열고 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되었음을 만천하에 알려내자 정부는 공무원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110명의 대의원을 연행하고 지도부에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등 탄압을 했지만 중앙과 광역, 지방자치단체별로 창립식과 결의대회가 공원, 역, 강변등지에서 개최되어 정부를 압박하였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공무원노조가 아닌 공무원조합을 허용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이고 뒤틀린 법안을 마련 중에 있음을 알고 행정자치부장관실 점거투쟁, 10월 26일 지역별 결의대회,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투표율 81%/ 찬성율 89%)를 거쳐 11월4일부터 5일(1박2일)까지 연가투쟁에 돌입하여 김대중 정부로 하여금 공무원노동조합법의 입법추진을 중단하게 하였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공무원노동조합법을 특별법형태로 준비함에 따라서 11월 15일 일반법에 의한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법안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결행하였다. 사상초유의 공무원 총파업에는 전국에서 77개 지부 4만5천명이 참가하였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110명을 현장에서 체포하고 455명을 파면해임, 2,622명을 징계조치하고 노동조합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면서 까지 12월 31일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말았다. 2006년 1월 특별법이 발효되면서 정부는 설립신고를 강요하기 시작했고, 공무원노조는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며 정부정책에 반하는 요구를 하자 3부장관 합동담화문을 발표하고 합법노조전환과 자진탈퇴,  직무명령이행, 노조활동행위 엄정대처 등 각종 지침을 시달하는 한편 8월에는 120개의 지부와 2개의 본부사무실을 강제 폐쇄조치하고 그 과정에서 133명이 연행되고 2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2007년 탄압이 극한에 처하자 조직진로와 관련하여 법 내 설립신고를 놓고 논쟁과 갈등이 치유되지 못한 채 공방을 되풀이 하다 결국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전국민주공무원노조로 분열되어 전국민주공무원노조는 설립신고를 마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헌법노조(법외노조)로 갈라지는 아픔의 겪게 되고 말았다.

동일한 요구사항을 가지고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이 둘로 갈라져서 각자 투쟁을 하게 됨으로써 투쟁력의 소모가 많아지고 대정부 투쟁에 한계점을 느껴 2009년 법원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3개 노동조합이 통합을 하고 하나 된 공무원노동조합으로 새롭게 탄생을 하게 된다. 노동조합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 총투표가 가결됨으로써 노동조합의 투쟁에 대한 두려움과 정치적 위기의식을 느낀 이명박 정권은 또 다시 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온갖 탄압으로 맞서며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자 했지만 14만이라는 최대의 단일노조를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을 알고 설립신고 반려와 제도적으로 세련된 탄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정부가 마련한 특별법에는 설립신고가 안 되었지만 당당하게 헌법(법외노조)노조로써 노동조합 활동하고 있고 이 사회의 변혁적 추체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음을 정부는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2012년, 노동조합이 출범한 지 10년이 지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공무원노동조합 6기가 선거를 통하여 선출되고 이제까지 억눌리고, 탄압을 받아왔던 상황을 떨쳐버리고 공무원노동자의 권리향상과 사회적 역할 강화와 정치적 입지를 넓혀나가기 위한 국민과 함께하는 과제를 대의원대회에서 의결 받아 10월 20일 총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총회에서 샤ㅏ 이날 통과된 주요 안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공무원에 대한 처우개선이다. 공무원의 보수는 최저임금과 함께 전 국민의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 보수를 인상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임금을 인상시키는 효과로 나타나고, 공무원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과중된 업무에서 벗어나게 하므로 국민에 대한 행정서비스를 강화하고 신뢰를 높여나가는 계기가 된다.

두 번째로 대학생자녀 학자금지원이다. 우리나라 대학교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공무원의 자녀에게는 고등학교까지 학비를 지원하지만 대학교부터는 지원이 아닌 학자금 대출이라는 것으로 공무원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공무원 대학생자녀에 대한 등록금을 지원하게 되면 정부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어 재정적인 압박을 받게 되어 대학교 등록금 인하정책을 취하게 되므로 반값등록금 제도의 시행이 빠르게 진행되므로 국민의 부담이 줄어들게 되고 더 나아가 대학교 무상교육이 실현될 것이기에 공무원 대학생자녀 학자금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로 해직자 원직복직이다. 공무원노동조합 10년의 과정에서 공무원노동조합 설립과정과 사회개혁, 노동자 연대투쟁을 하다가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2,944명, 파면, 해임, 계약해지, 직권면직, 당연면직 등 해직된 공무원이 527명에 이른다. 해직된 공무원 중 389명은 법원판결 또는 소청에 의하여 복직되었지만 138명은 아직도 복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노숙투쟁 중이다. 공무를 담임하는 공직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되었어도 투쟁을 통하여 복직을 한다면 노동법에 적용을 받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하여 해고되어도 투쟁으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가 있다.

네 번째로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57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의 금지”를, 국가공무원법 제66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58조는 “집단행위의 금지”라는 표제 하에 공무원과 교사에 대한 정치적 활동을 포괄적으로 제한한다. 헌법 제7조 2항에서 규정하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통해 직업공무원제도가 규범화되어 있다. 다시 말해 직업공무원제도는 바로 그러한 제도적 보장을 통하여 모든 공무원으로 하여금 특정 정당이나 특정 상급자를 위하여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선언적으로 규정했다. 현행 법규에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정치권은 공무원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켜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시키는 등 정치적 도구로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의무가 아니라 직무에 있어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공무원노동조합은 최고의결 기관인 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한 1020총회투쟁을 성사시키기 위해 20개 본부/ 208개 지부가 총력투쟁 체제로 전환하고 6개월 동안 혼을 담은 현장 조직으로 지금 눈앞에 펼쳐진 1020총회투쟁을 이루어냈다.

오늘 잠실올림픽경기장의 함성은 이명박 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반면 노동자 서민에게는 사회변혁의 가능성을 보여준 희망의 북소리였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총회투쟁이 아닌 노동자를 탄압하고 자본을 비호하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 또는 파업을 단행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총회투쟁을 통하여 10년 동안 탄압을 받아 위축되었던 조합원에게 다시금 희망의 불씨를 지폈고 자신감을 얻게 하는 성과로 안위를 삼고 싶다. 공무원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각인하게 하는 총회투쟁이었다. 사회변혁의 주체가 되고자 국가의 왼손 역할을 확실하게 할 것을 다짐하며 내일의 희망을 위해 어둠이 내리는 잠실운동장을 뒤로하고 서울을 빠져나온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