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끝없는 경쟁과 착취, 억압과 수탈에 의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인민대중들!

어느 누구랄 것도 없이 힘겨운 현실의 노동자계급이지만, 그 가운데 화물운송을 주 업무로 하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있다. 특별할 수 없는 평범한 인간들이지만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특수한 이름이 멍에처럼, 목줄처럼 붙어 다닌다. 화물운송 노동자인 나 자신부터가 가감 없이 느끼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현실의 열악함은 필설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이다. 물론 과잉생산으로 인한 전 세계적 공황의 굴레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죽음보다 힘든 삶을 사는 것이 어찌 화물운송노동자들 뿐이겠는가. 살인적인 기름 값, 노동력의 재생산비로서의 최소한의 생활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 물가 수준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운송료, 치솟는 물가에 편승해 거침없이 올라가는 부대비용(타이어 값, 차량 부속 값, 수리비 )등등이 특히 화물운송 노동자가 처한 비참한 현실이다.

화물운송 노동자를 둘러싸고 있는 이 가시밭 같은 삶은, 삶을 살 만한 그 어떤 희망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죽음보다 못한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거기에 더해 화물운송 노동자를 사람취급 안하는 사악한 물류자본의 치 떨리는 안하무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짓밟히는 서러움을 느끼게 한다.

편안함과 안락함, 그 위에 위선으로 덧칠하여 인민대중을 이용하고 군림하는 것도 모자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마저 상실한 자들. 인격화된 자본으로서, 바로 그 자본의 노예로서, 자본의 이해와 이익에만 골몰하여 우스꽝스러운 인간의 탈로 무장한, 그야말로 타인의 노동을 좀 먹는 잉여인간인 자본가. 그리고 그 주위에 얼쩡거리며 부스러기나 주워 먹는 기생계급의 진면목을, 화물운송의 실태를 모르는 이들에게 약간의 소개를 하고자 이 글을 쓴다.

2012년 현재 화물노동자의 삶에 대하여!

먼저 살인적인 기름 값 (차량의 연료인 유류 대)에 대해 약간의 예를 들고자 한다. 아래의 예는 약 두어 달 전 모 기관지에 게제 한 내용의 일부를 재인용한 것이다.

필자가 운송하는 주된 화물은 컨테이너이다. 40피트 컨테이너 전용 샤시에 40피트 컨테이너만 운송한다. 2012년 3월 현재의 경유가(價)는 약 1850원~1890원 또는 1920원까지로, 도시와 시골, 번화가와 외곽지역의 주유소의 위치에 따라 소매가격이 유동적이다. 여기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유류보조금이 345.54원이다. 예를 들어 300L의 기름을 넣고 나면 300L×345.54= 103,662원이 정부에서 보조하는 유류보조금이다. 전후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보조받는다고 하면 혹자들은 화물연대의 투쟁이나 주장, 그에 대한 생존을 위한 절규를 오해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를 또 하나 들어보겠다. 필자는 며칠 전 수출컨테이너를 싣고 전라도 광주에 갔다 왔다. 짐은 20톤이었고 운송료는 50만원이었다. 필자는 그 수출품을 싣기 위해 08시 도착인데, 조금만 늦으면 출근시간에 막혀 시간을 못 맞추기 때문에 새벽 2시에 차를 출발시켜야 했고, 오후 4시에 컨테이너를 하차 할 때까지 14시간의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하차 후에 기름을 넣으니 1889원×215 L = 406,135원이 들어가고, 사무실 관리비가 운송료의 6%인 3만원, 왕복 도로비 약 4만 3천원, 두 끼 식대가 1만 4천원 모두 합쳐 액면 상 1차 경비만 493,135원이 들어간다.;

벌써, 받은 운송료로 남는 것이 전무한 상황에서 1차 경비를 제외한 2차 경비; 월 법인 지입료 20만원, 년간 보험료(종합. 도로배상책임. 적재물보험 등)의 총액 400~500여만원(보험료 최저인 60% 수준이며 보험수가가 높으면 400만원 넘음), 나날이 오르는 한 개에 43만원 하는 타이어 18개(필자의 샤시는 5축이기 때문에 총 18개의 타이어가 꽂히며, 6축인 샤시는 22개의 타이어가 사용됨)의 전체 타이어 값 7~800만원, 오일교환 2~3개월 치 약 30만원, 차량수리비용 월 최소 50~100만원 등등을 나누어 적용해보자. 그러면 일을 하는 것이 벌이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무료 아니 손해를 무릅쓴 봉사를 위해, 새벽부터 밤잠 안 자고 다니는 것이 된다. 위 예로 든 운송 중 유류보조금인 74,291원을 보탠다 해도 화물운송노동자로서 나의 삶은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윤획득이라는 목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수(?)한 형태의 ‘특수고용노동자’(먹지 않고 자지 않고 자식은 오로지 방치하는 특수한 인간)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고, 그야말로 비참하고 처절하며 생존의 극에 달한 인간의 삶으로서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위에는 1억~2억이나 하는 수입차를 뽑아서 타고 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차를 타고 다니려면 대단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그런 차를 타고 다니려면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기본적인 재력 ― 동산이나 부동산 또는 신용등급 등등 ― 이 있어야만 차를 살 수 있다. 그 다음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온갖 시키는 일을 다 할 마음의 소양(현대판 노예의 정신자세)으로 무장한 채, 하루에 부산과 서울을 한탕씩 일주일에 5~6탕, 운 좋으면 한 달에 스물 몇 탕을 할 각오를 해야만 그런 차를 타고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는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도하고 극심한 노동과 야간노동에서 오는 피로는 인간의 신체를 극도로 파괴하고, 0.005초 찰나의 졸음에 이승의 삶을 마감하게 만들거나 불구가 되게도 만들다. 차에서 운전을 하는 중에 쓰러져서 사경을 헤매다 죽게 만들고, 이 곳 저 곳 온몸을 종합병원으로 만들어서 고생고생 하다가 생을 마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용케 할부를 다 끝내고 몇 년의 세월을 버틴 행운의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앞에 놓인 현실은 앞에서 필자가 늘어놓은 냉엄한 자본주의의 현실의 넋두리와 다르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차가 비싸거나 좋다고 결코 운송료가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연비가 좋아서 한탕에 기름 값 고작 몇 만원 더 남기는 것이 혜택이기 때문이다. 오직 그것 때문에 온 몸을 화력으로 삼아 불꽃을 피우는 것이 화물운송 판의 현실이다. 자신의 몸을 연료로 삼아서...

2012년 5월 화물운송 노동현장의 분위기들!

살인적인 기름값과 최저생활임금 수준에도 닿지 못하는 턱없이 비현실적인 운송료 등으로 고통 받는, 화물운송노동자들의 투쟁 조직 화물연대는 5월 12일 부산역광장에서 전 조직의 절반이 넘는 약7천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정권과 자본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투쟁을 다짐했다. 그리고 6월말 7월초 투쟁을 천명하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력한 투쟁으로 생존권쟁취를 위해 싸우자고 결의하였다.

뜨거운 결의의 땀방울이 식기도 전인 이틀 뒤, 부산항 국제신항에서 컨테이너 하차를 기다리던 화물연대 조합원 김모 동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했다.

터미널에 진입하고 배정받은 위치에서 컨테이너 잠금장치를 풀고 대기하던 중,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하차를 하라는 터미널 측의 지시를 받고 이동하여 TC(컨테이너 상하차용 크레인)가 컨테이너를 하차하는 순간, 잠금장치의 약간의 틀림으로 컨테이너와 분리되지 못한 차량의 샤시가 공중으로 딸려 올라가며, 차량의 헤드(운전석부분)와 샤시(짐을 싣는 피견인 차량), 그 위에 남은 컨테이너 한 개가 2미터가 넘는 공중에서 곤두박질치며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운전자 김모 동지는 다행스럽게도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심한 심리적 충격과 뇌진탕증세로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원인은 TC 크레인 장비 기사가 컨테이너를 하차하면서 차량과 컨테이너의 완전한 분리를 확인(약간 들어 올려 차량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 올리는 것)하지 않고 자동작동으로 끌어올리면서 다른 것(야드 전산 입력이나 아니면 무전이나 전화기 통화 등등)에 정신을 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딸려 올라가던 운전자 김모 동지와 그 주변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TC크레인 기사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장비기사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끌어 올렸고, 마침내 하중을 이기지 못한 샤시의 컨테이너 잠금장치가 뜯어지면서 차량이 통째로 추락하며 전도된 것이다. (크레인 기사도 운송하역 노동자로서 안전에 대한 부주의로 인한 사고의 책임을 결코 면할 수는 없겠지만 컨테이너 처리 갯수(TEU)등 동료와의 경쟁과 심리적 압박이 안전에 대한 소홀함을 불러 일으켜 사고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사고 직후 연락을 받은 화물연대 부산지부에서는 현장으로 달려가서 사고처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전도되어 있는 사고차량은 처리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현장보존을 위해 그대로 두라고 주문했고, 이에 알겠노라고 답한 국제신항 측은 이내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사고 차량을 치워야 한다며 자신들의 이해에 급급해서 경찰을 입회시켜서 사고 차량을 치워 버렸다.

차량이 최초 전도되었을 때 1차 견적이 2400만원이 나왔다. 국제신항 측은 자의적으로 차량을 해체하여 밖으로 들어내면서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100% 자신들이 부담할 것이라고 하며 차량을 들어냈다. 무지막지한 견인작업의 결과 2차 견적은 9700만원이나 나와 버렸다. 물류자본이 얼마나 화물운송노동자의 생명과 재산을 하찮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국제신항 측은 스스로 약속했던 ‘100% 자신의 부담’을 번복하며 ‘통상적인 보험적용’으로 입장을 바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자본이 자신들의 이해와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상식과 인간적인 도덕성마저 외면할 때 화물운송노동자가 오로지 현실의 모든 불이익과 피해를 안을 수밖에 없다.

거의 폐차수준이 되어 운행이 불가능해 보이는 차량을 배 째라고 내미는 물류자본과 법적 소송이라도 하게 되면 그 피해나 삶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사고 직후 국제신항 앞 도로변에 농성장을 설치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얽매이면서도 쉬는 시간을 빼서 농성에 참여하는 동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것은 여태껏 물류자본의 힘에 눌려온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한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잘못된 구조와 관행을 바꾸지 않고는 화물운송 노동자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결의이며 이 모든 것의 배경인 총자본에 대한 분노인 것이다.

벌써 2주가 넘어간다. 여전히 가해자인 국제신항에서는 보험적용 등의 개소리만 해대고 있다. 이럴수록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데도, 총선 승리와 통합진보당 사태라는 호기를 잡은 정권과 자본은 해방연대 회원들을 구속하는 등 메카시즘의 광풍을 획책하며 사회를 공안 분위기로 몰아가면서 물류자본의 편에 서서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이제 6월말, 7월초 투쟁은 부산에서 시작 되어야만 할 것 같다.

물론 5월 12일 대회에서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대해 언급을 하였다. 그러나 노조상층부의 레토릭(수사)으로서 언급된 총파업이 아니라 자본에 타격을 가하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총파업을 위해서는 화물연대만이 아니라 건설노조와의 연대 총파업이 있어야 한다. 화물연대는 현장을 중심으로 파업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건설노조와의 연대파업을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너무나도 오랜 세월을 눌려온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정권과 자본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총파업 투쟁으로 자연스럽게 승화시키는 것이 일단 시급한 과제이기에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다.

지금 화물 현장의 분위기는 2006년 3월의 삼성광주공장을 마비시켜버린 위력적이고 영웅적인 차량시위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싸움에서 진다면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삶은 정말 특수한 위치(개, 돼지 취급을 당하는 인간)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절체절명의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 분노를 모아 총파업투쟁으로 연결하여 자본과의 한판의 싸움을 준비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굳이 길게 갈 것도 없다. 물류의 중심부 부산의 항만에서 파업과 투쟁의 나팔과 북소리를 울리며 자본가계급과 한판 승부의 도화선에 불을 붙여야 할 때이다.

이에 아마 자본가계급의 입장에서도 이번 싸움이 선례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범자본적 전선을 치고 온각 악선전을 해대며 최선을 다해 발악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기에 사즉생의 각오로 싸워야 할 것이다.

6월말, 7월초로 예정된 우리의 파업투쟁은 반드시 승리한다.

전국의 화물운송노동자여. 단결하라!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