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의 수원여성 살인사건이 연일 매스컴의 도마 위에 오르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나타나고 있다. 이 사건을 가지고 한국사회는 모든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언론만이 아니라 반이주노동자 감정을 갖고 있는 안티이주노동자 단체들 또한 이주노동자들의 범죄율이 심각하다며, 모든 이주노동자들을 한국사회에서 강제 추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일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은 이해의 부족 그리고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단일민족 사상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누구의 필요에 의하여 입국하였는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사회가 거부한 일자리에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하여 일을 하고 있다. 비단 한국사회만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보면 이주노동자들은 일명 3D(danger, difficult, dirty) 일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 사회 깊숙이 들어가 사회 경제적으로 동화되어 살아가는 지구촌 이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배타적 일방주의로 치닫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살해, 도박, 사기 등 부정적 사건을 일으키면, 이주노동자 그/녀 모두를 문제가 있는 사람, 범죄자, 사기꾼, 일자리를 뺏는 사람으로 몰아가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 없이 그/녀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다. 한국사회에서는 개인의 범죄를 집단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주노동자 개인의 범죄를 집단화시켜 모두를 범죄자로 재구성하는 언론의 보도와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서, 한국사회 인식의 척박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일부 한국인 또한 집단화시켜 특정 집단에 대해 죄악시하며 낙인찍는 집단적 최면이 범죄를 더욱더 부추기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기숙사와 회사를 제외하면 갈 곳이 딱히 없다. 안산, 동대문 정도 있지만 그곳도 문화 공간이기보다 소비를 위한 유흥가에 가깝다. 일자리를 벗어나면 소비와 향락으로 치닫는 공간으로 내몰리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에서 이들이 갈 곳은 없다. 또한 자국의 문화를 향유하고 느끼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 결혼이민자 150만명 시대.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이주노동자 그/녀를 받아들일 공간, 그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과 지원을 받을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수원 여성 살해사건, 그리고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중국동포의 살해 사건에서, 우리사회는 과연 이주노동자 그/녀들을 위한 사회적 노력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의 다문화정책 일방주의로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들은 사회적 혜택에서 제외되었고, 결혼이민자 일방의 정책으로 예산과 지원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재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 등은 더욱더 늘어날 전망이고 결혼이주민에 비해 사회적으로 더욱더 확대될 것이다.

이주노동자 범죄를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실태와 지원방안, 범죄예방을 위한 대책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야 한다.

실질적으로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은 한국체류자격만 부여되었을 뿐 정주할 사람들이 아니기에 한국사회에서 그/녀들을 소외시켰다. 사회적 서비스나 건강권, 노동권, 사회권, 교육권에서부터 소외된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은 한국사회에서 머물다 가는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러한 실태에 대한 반성이 일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사회가 먼저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들을 소외시키고 사회적으로 포용하지 못하였다. 이것의 결과가 범죄, 사기 등 다양한 문제로 나타날 것이다. 비단 우리사회만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이러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소외현상에 대한 우리사회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주노동자를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촌 식구로서 인식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사회적 냉대와 사회적 적대감은 범죄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것이다.

중국동포의 살인사건이 왜 모든 이주노동자의 범죄로 재구성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천민성과 민족주의에 입각한 국수주의는 이를 부추긴다. 무조건적 차별과 편견은 이민사회인 미국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빈번히 벌어지는 이주민의 범죄와 총기난사 사건은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족과 차별이 낳은 현상이다. 

한국사회가 이들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사회의 물질만능, 경쟁, 인간성 소외, 사회적 냉대는 이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주고, 박탈감에 빠지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낙인찍으며 범죄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느껴야 했던 차별과 절망 그리고 사회적 고립감은 사회적 적대감으로 양산되고 분화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마치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국사회의 인력불균형과 비정규직노동자로 몰리고 있는 이주노동자 현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이 연계 고리를 갖고 있다. 한국산업 구조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낳은 천민성 때문에 열악한 일자리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한국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받으며 연장수당과 특근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낮은 임금은 제조업 현장의 야간근로와 연장근로를 부추기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자국의 문화를 지니고 자국에서 일자리가 없어 해외로 나온 노동자들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적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통해 사회적 융합과 사회적 관계 설정을 통하여 이주노동자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할 때이다.

이주노동자는 일자리를 빼앗으러 온 사람도 아니고, 범죄자도 아니다. 경제고도화와 고령화사회, 고학력 저출산 사회가 된 한국에서 함께 살아갈 파트너이며, 이웃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노동권, 여성권, 정주권, 교육권, 건강권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와 지원이 마련되고, 한국사회와 동반성장하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다시금 조망되어야 한다. 지금 이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강제단속, 이주노동자의 살인범죄는 한국사회 천민성이 낳은 기형적 현상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한인, 이주민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서 그 사회가 얼마나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차별하고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린 스스로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적 천민성 개선과 사회적 안전망 확충의 시급함을 이 범죄를 통해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울러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 결혼이주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고민이 필요하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