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은 지금 고립되어 있다. 그 이유를,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기에 외지인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지리적 조건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아니다. 그것은 민중운동진영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제국주의와 지배권력의 탄압에 맞서 외로이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마치 해방직후 4.3항쟁이, 80년 광주항쟁이 전국전선과 단절되며 고립된 것처럼 지금의 제주강정은 고립되어 있다.

혹자는 일부 종교인과 평화생태활동가들이 주도하는 투쟁이기에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계급투쟁이 아닌 반전평화운동이나 생태운동쯤으로 폄하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 강정의 현장은 이 투쟁의 계급적 본질을 그 어떤 설명보다도 생생하게 깨닫게 한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펜스!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경찰병력! 바닷가 바위를 빈틈없이 둘러 날카롭게 쳐져 있는 철조망! 이른 새벽을 깨우는 싸이렌 소리! 이런 상황에서 지배계급의 물리력에 맞서 그 누구보다도 전투적이고 비타협적으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사제복 입은 전사들을 비판하기 앞서 이들의 발뒷꿈치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변혁진영의 실천력을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선거를 통해 해결하자는 정치인들의 주장은 매일매일 목숨을 건 이들의 투쟁 앞에 그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다. 종교적 의식으로 가득찬 미사와 비폭력 평화생태운동을 상상하고 있다면 현실은 그 정반대이다. 미사와 기도회가 어느 순간 지배계급의 온갖 거짓말과 폭력을 성토하는 집회로 변하고 지배계급의 물리력에 처절히 저항하는 투쟁과 실천의 장임을 알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부들이, 평화생태운동가들이 앞장서고 있다고 해서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의 계급적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투쟁이 격화될수록 그들조차 점차 계급의식화되지 않을 수 없음을 지금 제주 강정에서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문제는 전세계 경제위기 심화와 자본주의체제의 위기를 전쟁을 통해 극복하려 하는 미제국주의의 군사적 야욕을 계급적 관점으로 보지 못하는 변혁진영의 편협한 인식이다.

제국주의 문제도 민족모순도 계급모순의 또 다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노동자와 자본 간의 투쟁에만 매몰된 채 계투전선의 확대가 아닌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지금 변혁진영의 모습에서 어쩌면 제주강정투쟁의 고립은 필연적일 것이다.

또 한편 반미문제를 그 어떤 계급투쟁보다 앞세웠던 소위 우파진영은 야권연대란 미명하에 지배계급과 손을 잡으며 사실상 미제의 해군기지로 전락할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를 입안하고 추진했던 최초의 세력이 노무현정권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지금도 안보를 위해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떠드는 저들과 과연 무엇을 같이 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선거에 매몰되어 더욱 우경화되고 있음을 제주 해군기지 반대투쟁이 이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이처럼 운동진영 좌우를 막론하고 무관심과 외면이 제주강정을 고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민주노총이 주관했던 4.3항쟁 노동자순례단이 머물었던 시간은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에도 민주노총은 야권연대의 총선승리를 위해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을 것이다. 

부르주아의 정치쇼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선거를 통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노동자민중투쟁을 조직하자고 한다면, 지금! 시급히 연대를 확장하여 고립된 제주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국적 대중투쟁으로 상승시켜내야 한다.

쌍용차 투쟁을, FTA투쟁을, 제주해군기지반대투쟁을 단일한 계급투쟁으로 묶어내고 전국적 전선을 구축하는 임무가 변혁진영에게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