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모임’(이하 변혁모임)이 ‘노동자 대통령’이라는 기치 하에 대선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후보선출이 완료되었으며, 이미 ‘변혁정치’라는 제하의 유인물을 통해 ‘노동자 대통령’에 관한 내용이 집회 공간에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오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선거투쟁본부를 공식 발족할 예정이다. 공식적으로 출범한지 불과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조직에서 대선후보전술을 구사한다는 것은 그 알맹이야 어찌되었든 ‘뭔가 해보자’하는 나름의 ‘의지’가 모여지고 있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비록 변혁모임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조직과 활동가들이 변혁모임을 주목하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당을 건설한다는 것이 ‘결의’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계급정당’ 건설을 직접적인 자기 과제로 제출한 변혁모임 역시 예외가 아니며, 실제 건설 여부와는 별개로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와 문제에 직면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사실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 역시 완곡하게 표현해 ‘썩 개운치 못한’ 과정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9월 9일의 전국대토론회와 10월 13일의 전국활동가대회에 필자 역시 참가한 바, 이 자리에서 논의되고 결의된 내용을 토대로 변혁모임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간략한 경과

변혁모임에 관한 논의는 작년 하반기 ‘진보진영’ 내에서 많은 논란이 되었던 통합진보당으로의 ‘3자 통합’과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반대하는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선언에 참여했던 활동가, 노동자들 중 일부가 현장의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고민하자는 취지하에 논의를 시작, 지난 5월경부터는 공개적으로 지역별·산업별 논의를 진행해 왔고, 이를 9월 9일 현장활동가 전국대토론회로 확장하였다. 그리고 전국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지난 10월 13일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 전국활동가대회’를 개최하여 조직의 위상을 ‘추진모임’으로 전환하고 2012년 대선투쟁을 결의하였다. 이로써 일정하게 자기 내용과 질을 획득한 단위로 전환하였으며, 이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실천을 벌여내기에 이르렀다.

몇 가지 쟁점에 관하여

무엇을 평가했는가

변혁모임은 소위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와 통합진보당으로의 우경화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파산으로 평가하고 현장의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고민하자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개최된 토론회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왜곡에 있어 그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자성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평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평가가 전략전술과 사상 전체에 대한 평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활동방식이나 운영방식, 즉 표피적인 문제에 한정됨으로써‘진보정당’ 운동이 가졌던 문제가 변혁모임에도 사실상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변혁모임의 기조에서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체제 변혁과는 아무 상관없는 경제 민주화나 경영참가, 사회적 기업, 기본소득제, 세제 개혁 등의 과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하거나, 혹은 그동안 전략적 과제로 주장해 왔던 활동가들이 아무런 자기반성 없이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또한 제국주의 반대와 국제연대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리비아나 시리아 등 소위 ‘불량국가’나 ‘독재국가’에 대한 제국주의의 침략에 동조해 왔던 활동가가 아무런 반성 없이 참여하는가 하면, 그러한 개인·세력들과 공동으로 선거투쟁을 전개하려는 모습은 또 어떤가. 의회주의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주의로 일관해왔던 활동가가 참여하여 목소리를 높이거나 의회주의 세력과 공동으로 대선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최소한 공개적인 반성문(?) 정도는 받아야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독자 완주, 야권연대 문제에 있어서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후보)전술임에도 불구하고 고정 불변의 대원칙, 전략으로 격상되어 있다. 기존의 ‘야권연대’에 대한 반편향이 굳게 자리하고 있다. 대체 무엇을 평가한 것인가!

대선전술에 관하여

앞서 언급한 대로 변혁모임은 2012년 대선투쟁계획으로 독자후보전술을 결정하고 후보자를 선출하였다. 또한 ‘변혁모임의 방향과 기조에 동의하는 개인, 세력과 공동대선투쟁을 모색한다.’는 전국활동가대회에서의 결정에 따라 제 세력과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여러 조직과 공동으로 선거투쟁본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있어서도 우선은 변혁모임의 기조와는 다른, 오히려 기조에 반하는 내용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력과의 공동 선거대응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자본주의 합리화에 복무하거나 제국주의 침략에 동조하는 세력, 의회주의로 일관해 온 세력과의 공동 선거투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변혁모임의 기조와 공동대응에 관한 결정사항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부분이다.

대선전술에 있어 또 하나의 문제는 사실상 ‘대선=후보전술’로만 논의되었다는 것이다. 후보전술은 대선전술의 틀 내에서 하나의 하위 전술로서 논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후보를 내지 않는 대선전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로 다른 여타의 대선전술, 계획 등은 논의마저 차단당했다. 이는 후보전술의 적합성을 떠나서 ‘현장 정치활동의 강화’라는 변혁모임의 실천 방향과도 어긋나는 발언이며, 그동안 자신의 정치활동의 수준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발언이라 아니할 수 없다.

후보전술을 구사함에 있어 중요하게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후보전술이 말 그대로 전술이라는 점이다. 대선이라는 공간을 활용하되 주되게는 후보를 통해, 즉 후보의 ‘입’으로 폭로하고, 후보의 ‘몸’으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말할 내용이 있어야 하고, 투쟁할 조직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지역모임이 조직되지 않은 곳이 상당하며, 공동 선거 대응 논의 과정에서 표면적으로야 어떠하든 실질적으로는 기조조차 견지하지 못하고 있다. 변혁모임 내부조차도 내용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못한 상태에서 이질적인 단위와의 공동 선거 대응은 변혁모임의 기조를 끊임없이 흐릿하게 만들 수밖에 없고, 정치폭로가 아닌 조합주의적 폭로로 전락시킬 수 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동자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요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 후보전술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10월 13일 전국활동가대회의 논의는 사실상 이미 결정된 사항을 형식적으로 통과시키는 자리에 불과한 것처럼 느낀 건 필자뿐일까. 특히 시간상의 이유(?)로 논의가 충분히 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또한 일부 조직의 경우 조직 성원의 대부분이 변혁모임에 결합하고 있고 이들이 주도하여 후보전술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변혁모임 이외의 단위를 통한 대선투쟁을 준비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혁모임은 ‘개별’참가이니 조직의 결정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열’, ‘유체이탈’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당 건설에 관하여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는 노동자 계급운동의 지도부임을 자임했던 저들과 저들 사상의 실패, 그리고 이로 인해 노동자 계급성을 상실해 갔던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바로 이것, 노동자 계급 운동의 지도부, 즉 과학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으로 무장한 전략주체·전위주체를 세워내는 것이다. 이 전략주체·전위주체야말로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에서 정세에 맞게 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우리의 구체적 실천 역시 일차적으로 이러한 전략주체·전위주체를 세워내는 방향으로 맞추어져야 한다. 즉, 노동자 계급 운동의 정치적 지도부를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운동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긴급하고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변혁모임의 모든 활동의 일차적 과제는 전략주체·전위주체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맞추어져야 한다. 대선투쟁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변혁모임의 대선투쟁전술, 후보전술이 그러한 전략주체·전위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과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내적 통일성도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엇을 통일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 것이며, 더군다나 공동선거투쟁을 위해 외연을 확장한다면 최소한의 기조마저 견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주체를 보전하고 사상적 통일성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또한 다양한 정치폭로와 공동투쟁을 통해 새로운 주체들을 발굴·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후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다시, 변혁모임에 대하여

공식적으로는 불과 수개월 밖에 되지 않은 변혁모임에 대해 너무 가혹하게 평가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수백의 현장 활동가들, 노동자들이 ‘변혁’을 내걸고 당 건설을 지향했다는 것만으로도,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모으고 결의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모였다는 것, 그리고 낮은 수준이지만 공동투쟁과 실천을 결의했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지만, 훗날 노동자 계급 운동의 정치적 지도부로, 전략주체·전위주체로 성장할 때가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치열하게 논쟁하고 학습하고 투쟁하자!<노사과연>

‘변혁모임’*¹⁾에 대하여

박봄매｜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