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11 총선과 통진당 내부분란 후의 계급지형의 평가

4.11 총선의 결산은 무엇일까? 그것은 새누리당이라는 신자유주의 우파의 온존과 민주대연합을 앞세운 신자유주의 좌파의 부활, 그리고 여기에 야합한 소부르주아 기회주의 세력인 통합진보당의 성장이다. 또한 이 과정은 노동자계급정치의 실종이었고 좌파의 무기력함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돌이켜보면 2011년 초반부터 정치공학에 기반하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소부르주아적 민주대연합운동과 진보적 지식인들이 주도한 진보대통합운동 그리고 노동자당운동이 있었다. 결과는 민주대연합운동은 승리하였고 진보대통합운동은 실패하였으며 노동자당운동은 지지부진하였다.

이 시점에서 두 운동의 실패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금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통진당 내부의 분란에는 NL종파가 있다. 이들은 한마디로 계급의식과 투쟁의식이라고는 추호도 찾아볼 수 없고 그들이 한때 몸담았던 낭만적 반미 민족주의를 술자리의 안주로 삼으면서 오직 패거리들의 세력확장에만 몰두하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자세를 제외하고는 민주당과 정치의식에서 조금도 차이가 없는 이들이 지난 10여년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그리고 각종 연대운동을 패권적으로 장악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의 운동과 투쟁에 막대한 질곡이 되어왔다. 이들의 지향은 민주통합당과의 연대 속에서 자파의 세력확장이고 따라서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온 이후에는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는 세력이라고 부르기조차 난망하게 되었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으로 그들의 진보성이 상실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에 몰계급적인 민족주의의 간판을 내건 기회주의적 종파들의 패거리당에 불과하였다. 혹자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당원이고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최소한의 노동자성이나 진보성을 얘기할지 모르지만, 민주노총의 지지라는 게 사실상 똑같은 NL패거리들이 대중을 기망하여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들의 노동자성은 인정하기 어렵다. 통진당 내부의 분란이 어떻게 수습되고 대외적으로 어떤 가치를 표방하더라도 그들은 소부르주아 기회주의와 출세주의자들의 집합체일 뿐 운동과 투쟁에 기여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을 추구했던 진보대통합운동은 그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또한 노동자당운동이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 당면시기 계급운동의 과제

신자유주의와 경제공황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전선은 분명 민주 대 반민주나 보수 대 진보가 아니라 자본 대 반자본 혹은 최소한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형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좌파의 무능력을 포함한 계급역량의 부족으로 정치적 담론과 투쟁의 장에서 자유주의 세력과 (그에 영합한) 소부르주아 세력만 활보할 뿐 계급세력이 개입력과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혹자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얘기하고 혹자는 사회주의당과 노동자당을 얘기한다.

신자유주의란 한마디로 자본의 천국을 만들기 위한 자본가계급과 자본가국가가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삶에 대해 행하는 철면피한 공격이다. 사회주의와 노동자계급의 중심성을 전면에 내걸고 투쟁하지 않는 한 민중들에겐 희망이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노위를 비롯한 여러 당운동이 진행되어 왔다. 또 한편으로는 노동자계급의 중심성과 반자본도 얘기하지만 사회주의를 전면화하는 데에는 주저하는 당운동도 있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제2의 노동자당을 주장하는 운동도 있다.

이 상황에서 짚어볼 점은 민주노총에 기반한다는 것이 과연 노동자계급 중심성과 같은 개념이냐는 것이다.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은 그 내부에 좌파를 비롯하여 건강한 투쟁세력만이 아니라 지금도 패권을 장악하고 투쟁에 대하여 한사코 발목을 잡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삼는 몰계급적이고 기회주의적인 NL 종파들도 있다. 이들 종파들이 대공장의 이기주의와 야합하여 지난 10여년간 노동자계급의 계급의식과 계급역량을 좀먹어 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지를 하나로 엮어내는 것도 난망한 일이지만 설령 하나로 엮어내어도 과거의 민주노동당처럼 또다른 소부르주아 노동당일 뿐 계급적 투쟁정당은 될 수 없다.

사노위는 5개 정치방침을 밝힌 바 있다.

— 정치적 지향에서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당 

— 진보정당(계급연합당)이 아닌 노동자계급정당

— 의회주의 수권정당이 아닌 노동자(민중)권력 수립을 목표로 하는 당

— 당원은 당규에 동의하고 당의 한 기구에 속해 활동하는 당

— 정당 등록 문제는 열어놓되, 등록(합법) 정당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정당

최근에 당운동을 하는 분들은 너도 나도 사회주의와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얘기한다. 이 두 가치는 사노위나 노혁추나 해방연대를 비롯하여 좌파라면 어느 세력이나 주장하는 가치이다. 그런데 왜 이 운동이 답보되고 있는가?

내가 보기에 각 당운동 세력들의 차이점은 의회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태도에서 먼저 차이가 있는 듯하다. 대중을 주체로 세우는 대중적 투쟁정당을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제도내 진출을 중심에 놓을 것인가 그리고 사회주의를 전면화할 것인가 아니면 반신자유주의나 반자본주의를 전면에 내걸 것인가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지난 2-30년간 누적된 경험에서 비롯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있다. 이런 차이와 불신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운동 속에서 각개분투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차이와 불신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극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시점에서는 각자의 정체성과 기준(방침)을 명확히 제시하고 투쟁과 실천 속에서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난 수십년간 운동 속에서 투쟁한 인자들이 정체성과 방침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조직으로 뭉치지 않는 이유에는 서클주의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당이라는 게 정치사상의 통일체인 까닭으로 정치사상이 다르면 한 조직에서 함께하기 어렵겠지만 똑같이 사회주의를 지향하여도 혁명적 언사주의자와 개량주의자 그리고 투쟁주의자 역시 한 조직으로 뭉치기는 어렵다. 이것은 작풍상의 차이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 토론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좌파들은 주되는 정체성이 합치한다면 즉 사회주의와 노동자계급 중심성 그리고 대중적 투쟁을 중심에 놓는 세력이라면 작은 차이나 불신을 넘어 하나의 당운동으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좌파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당을 함께할 수 없을 만큼 경향성이나 지향에 차이가 있다면 반자본 공동투쟁전선으로 연합하여 자본과의 전선을 시급히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공동전선을 만들어 내어야만 선거를 포함한 여러 계기와 투쟁 속에서 좌파는 성장하고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