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일본에서 유학 중이다. 요 며칠 전, 이곳의 박사 후 연구원 N 씨로부터 단체 메일을 받았다. 우리 과에서는 여러 정보를 주로 단체 메일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N 씨는 일본 내의 필리핀 이주민들을 연구하고 있다.  N 씨는 먼저 이자스민 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는 보도를 한 일본 필리핀 소식지를 소개하였다. 그 다음, 연이어서 한국의 외국인 기피증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여 공유하였다. 그가 소개한 신문보도는 다름 아닌 ≪조선일보≫의 것이었다. ≪조선일보≫ 한국판 신문의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웹상에 공개하고 있다. 그 일본어 판 기사 내용은 유료로 제공되고 있다. N 씨는 일단 그 제목만을 공유하였다. 그 제목들은 “다문화를 보는 한국인의 두 가지 얼굴” “인종차별 공격 받은 이자스민 씨의 코멘트”, “잔혹한 인종차별 공격은 세계의 수치”, “(사설) 진보정당은 이자스민 씨에 대한 중상을 방관하는가” 등이었다. 나는 ≪조선일보≫가 별도의 일본판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주요 지식원의 하나가 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N 씨가 ≪조선일보≫의 보수적 경향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외국인에게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은 ‘상당히 진보적’인 것으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 살면 소위 ‘민족’문제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교토도 마찬가지이다. 오사카나 교토와 같은 간사이 지역은 공산당이나 사회당이 비교적 강세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우익이 험악하기로도 유명하다. 총련계 주민센터가 우익들에 의해 공격을 받는 동영상은 인터넷 상에서 비교적 쉽게 검색된다. 그 동영상은 총련계나 인권단체가 올리는 것은 아니다. 우익들이 자신의 활동을 자랑하기 위해 올리는 것이다. 주변 사회운동가들 가운데, 우익 테러를 당한 경험은 흔하다. 시비가 붙고 실랑이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신이 멍이 들거나, 혹은 회복이 되지 않아 다리를 절게 되는 정도까지 있다. 이러한 차별은 총련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 정도가 덜하기는 하지만 총련계이든, 그 외(민단?)이든, 코리언 일반, 자이니치[ざいにち(在日)] 일반은 그 존재 자체로 사회적 마이너리티이다. 보이지 않는 차별은 물론이거니와, 보이는 차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 있으면 ‘민족’을 둘러싼 차별을 체감하게 되어, ‘민족’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이자스민 씨의 이야기가 나에게 궁금증을 자아낸 것은 이러한 내 생활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여러 의구심들이 들었다.

이 글은 정보를 검색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이상한 점들을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몇 가지 사회적 의미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1. 이자스민 씨를 둘러싼 사건의 경위

먼저 이자스민 씨의 개인 정보나 프로필은 이미 공개되어 있다. 그녀는 필리핀 출신으로 현지 한 학교의 의학부를 중퇴하였다. 그리고 국제결혼을 한 이후, 남편은 사망. 그 후 한국에 살면서 다양한 경험과 자원봉사를 하며 신뢰를 구축하였고, 다수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등장하였다. 최근에는 영화까지 제작 중이다. 새누리당의 비례후보로 출마하였고, 당선되었다. 새누리당은 ‘감동을 주는 비례후보’의 대표주자로서 이자스민 씨를 내세웠고, 이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러 문제가 발생하였다. 먼저 학력위조 논란이다. 이자스민 씨는 의학을 중퇴하였다고 했으나, 사실은 생물학과를 중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교의 위상도 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되는 것임이 드러났다. 필리핀의 학제와 한국의 학제가 다른 점에서 생겨난 오해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학력을 그렇게 신고하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학력 위조나 논문 카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새누리당은 골머리를 앓을 만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크게 논란거리는 되지 못했다. 아무리 야당이라 하지만, 이자스민 씨를 감히 비판하지는 못할 정도로 이자스민 씨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당선이 된 이후부터이다. 갑자기 이자스민 씨에 대한 인터넷 공격이 몰아치고 있고, 이것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판단하고, 삭제를 해도 된다는 지침을 내린 것이 시작이다. 갑자기 새누리당은 이러한 것을 정치에 이용하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앞서 기사 제목에서 본 바대로, ≪조선일보≫는 사설에까지 이자스민 씨를 등장시키며 “진보진영은 왜 가만히 있는가”라고 훈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자스민 씨는 칩거에 들어갔고. 이자스민 씨와 다문화를 옹호하는 수도 헤아릴 수 없는 지식인, 언론인, 정치인의 훈계가 이어졌다. 얼마 후 다시 이자스민 씨는 나타났다. 고통을 감내한 듯이. 갑자기 한국 사회에는 위험해진 다문화 사회를 지켜내기 위한 전 국민적 캠페인이 몰아쳤다. 이 사태는 무엇 때문에 발생되었을까? 왜 갑자기 새누리당은 인권을 수호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된 것일까?

2. 이자스민 씨에 대한 공격은 실재하였는가?

그런데 여기서 조중동과 KBS, MBC를 제외한 언론들의 보도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겨레 신문≫은 트위터의 노출도에서 이자스민 씨에 비판적인 노출은 1.2%에 지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이자스민’ 당선자가 언급된 트위트의 노출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 544만3704점 가운데 인종차별적 내용이 담긴 트위트의 노출도는 1만3955점, 가짜공약을 확산시킨 트위트 노출도는 5만4032점으로 전체의 1.2% 수준이다. 허위학력 논란 트위트 노출(4만3680점)을 합할 경우 2%다. 노출도를 높인 트위트는 3건 정도(20회 이상 리트위트)에 불과했다”(≪한겨레 신문≫, 2012년 4월 19일자).

또한 ≪머니투데이≫는 이자스민 씨를 공격한 대표적인 곳이라고 KBS가 소개한 트윗은 대부분 활동이 거의 미진한 것들이었다고 인터뷰를 인용, 보도하였다.

“KBS가 제시한 자료화면에 나온 트윗들을 찾았더니 대부분 팔로어가 100명에서 200명밖에 되지 않는 계정이었고 리트윗이나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KBS는 이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인 양 확대해서 보도했다”(≪머니투데이≫, 4월 17일 자).

같은 보도에서 심지어 KBS가 모자이크를 잘 못 처리하는 바람에 전혀 다른 글이 인종차별적 글로 둔갑했다는 지적까지 있었다.

“‘미디어 한글로’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광현씨(@hangulo)는 해당 트위터 화면이 조작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씨는 KBS 뉴스의 자료화면 속 트위터러들의 멘션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한국인 등골 빼먹는...' 등 이자스민 당선자를 비난하는 내용은 트위터러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해당 트위터러가 동아일보 기사를 리트윗하는 과정에서 기사 제목을 올린 것인데 KBS가 트윗 뒷부분을 모자이크하는 바람에 마치 트위터러가 이 당선자를 향해 ‘한국인 등골 빼먹는'이라 비난한 것으로 보여졌다는 것이다.”(≪머니투데이≫, 같은 날짜)

KBS 뿐만 아니라 MBC도 마찬가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4월 16일 자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새누리 이자스민 '인종차별' 공격 난무...왜?“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했다. 그런데, 그 보도에 사용된 자료들이 과장되었거나, 고의 짜깁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트위터 사용자 미디어 한글로(@hangulo)는 "마치 이것(<뉴스데스크>가 보도한 화면)만 얼핏 보면 이자스민에게 비난을 퍼붓는 몹쓸 사람들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종 차별을 하지 말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며 "기껏해야 위쪽에 있는 계정은 팔로워 700명대의 좀 의심이 가는 계정이다. 심지어 ‘매매혼으로 팔려온 X’ 라고 쓰인 트위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고 꾸짖은 트윗이다. 이건 사기다"라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4월 17일 자)

이러한 점들을 살펴볼 때 이자스민 씨에 대한 공격이 존재하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있었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공격 내용 보다 언론의 보도 내용이 과장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실제 사실과는 다른 일종의 ‘허위’ 보도 내용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일부 언론들은 다소 선정적인 양상을 띠고 있었다. 왜 KBS와 MBC는 그러한 보도를 하여, 갑자기 한국 사회를 더욱 심한 인종차별적 사회로 부각시키는 데 일조하였는가? 또 ≪조선일보≫는 그걸 그대로 받아 적으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였는가?

이미 ≪조선일보≫는 한국계 중국인에 의한 살인 사건을 대대적으로, 선정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끔찍한 단어를 써가면서 그 현장을 스케치 하였다. 또 마치 그 중국인이 다녀간 곳의 실종자는 전부 그 사람이 살해한 것처럼 추정 보도하기도 하였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이번에는 인권 옹호자가 되어 나타났고, 게다가 과장된 보도로 까지 이어졌다.

3. 이자스민 씨로 상징되는 것

이상의 언론 보도 양상과 새누리당의 반응에 대해 한 이주 노동자 단체 활동가는 그동안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겨놓고 이자스민 씨를 내세워 외국인 혐오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갑자기 주장하는 것은 모순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그의 주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로, 안산, 동대문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대해서는 ‘밤길이 무섭다', ‘외국인이 칼을 들고 설치고 다닌다'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으로 언론 보도를 하고, 외국인 범죄는 더욱 잔인하고 흉폭하다는 인상을 심어줘 제노포비아를 부추긴 게 보수언론들의 행태였다”(“이자스민 감싸기, 보수 언론 정신분열 일으키고 있다” ≪미디어오늘≫ 4월 19일 자, 이주노동자 후원회 정영섭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중에서).

즉 이러한 행태들 속에 은연히 드러나고 있는 것은 ‘착한’ 외국인과 ‘나쁜’ 외국인의 구별이다. 몰아내야 할 외국인에 대해서는 마땅히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자스민 씨와 같은 ‘착한’ 외국인은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수 언론들의 행태는 외국인 혐오증에 대한 반대라는 구호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외국인은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쁜 외국인과 미등록 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완전 기생충과 동일시해 몰아내야 하는 대상이라고 하고, 범죄자로 낙인을 찍고, 배제 축출시키는 것은 폭력적인 방식의 인종 차별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위 인용과 상동).

또한 이러한 구별 속에서 생겨난 ‘착한’ 외국인이라는 이미지 역시 또 하나의 차별이다. ‘착한’ 외국인이라는, 이 사회에 살아가기에 적합한 존재를 상정하는 것은 이미 불쌍한 외국인을 품어주겠다는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면에 한쪽에서는 다문화를 얘기하면서 시혜적이고 착한 한국인을 조작해냈다’며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지만 착하고 불쌍한 외국인을 품어주겠다는 우월의식 또한 인종차별의 또 다른 한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위 인용과 상동).

이자스민 씨의 착한 이미지는 ‘미등록 체류 외국인’, ‘외국인 범죄자’ 등 나쁜 이미지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그러한 양면의 어느 한쪽을 가리키고 있다. 새누리당은 외국인 인권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즉 자신들이 생각하는 한국에 살기에 적절한 외국인 만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이다.

4. 새누리당이 선점한 인권과 복지가 의미하는 것

‘보수’라 일컬어지는 부류들이 ‘모든’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프랑스의 사례와 비교하면 천만 다행이라 할 수도 있다. 프랑스 선거에서 사르코지 후보는 자신도 이민자이면서도 “프랑스에 외국인이 너무 많다”라는 둥의 극우주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것은 표를 의식한 것인데, 프랑스에서는 이미 외국인 혐오적 발언이 표가 될 정도의 사회적 분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프랑스의 정당에 비해 진보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은 더 인권적인 사회란 말인가?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색깔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상징적으로는 ‘좌익’의 상징이었던 빨간색을 내세웠다. 박근혜 씨는 어디를 가서건 ‘복지’를 언급하면서 따뜻한 분위기의 정당임을 강조하였다. 거기에 상징적으로, 아니, 국회의원 한 자리를 줄 정도의 ‘실질적’으로 이자스민 씨라는 귀화인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야당을 응원했던 언론들은 ‘안타까워’ 하거나, 짐짓 꾸짖었다.

“진보개혁 정당한테 좀 더 친화적일 다문화 쟁점에서조차 새누리당한테 뒤진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박창식, “이자스민한테 한방 먹은 야당” ≪한겨레신문≫, 2012년 4월 26일 자).

“결과는 속셈이 어디에 있든 이자스민을 선택한 새누리당이 더 민주적, 진보적이었다.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이야말로 누구보다 통합진보당이 앞서 끌어안아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내부 권력다툼과 이념의 도그마로 그들의 눈은 멀고, 귀는 막혔다. 그러니 부정이 보이지 않고, 국민 여론은 들리지 않을 수 밖에”(이대현, ‘김재연보다 이자스민’ ≪한국일보≫ 5월 23일 인터넷판).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외국인에 대해 동정적인, 혹은 복지적인 시선이 대세임을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자스민은 그 어떤 당에서도 손을 내밀 수 있는 ‘보편적인’ 후보였던 것이다. 약자 혹은 인권의 상징을 두고 민주당은 그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반면, 새누리당은 잽싸게 그 상징을 낚았다. 그리고 이번 일을 ‘벌여’ 그러한 상징의 효과를 끝까지 발휘하였다. 가상의 적을 만들고, 이에 함께 싸우지 않은 야당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새롭게 ‘인권적’ 영역에까지 발을 내딛는, 예전과는 다른 역동성을 이번 기회에 새누리당은 획득한 것이다. 그만큼 새누리당은 절박했다고 할 수 있으며, 선거 승리 이후에는 그만큼 세련미를 갖추고 여유로운 정당으로서의 자신을 나타내었다.

이것은 그만큼 인권과 복지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인권과 복지가 사실은 지극히 양면성을 가지고, 이 사회에 적절치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판단하여 가르고, 이들을 탄압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의 이주민에 대한 권리에 대한 인식은 정확히 그 정도이다. 법적으로 열심히 살려고 하고, 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한다면, 또한 능력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에 대해서 험악한 말을 하지 말라, 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대로 그러한 구별을 통해, 그렇지 않은 자들을 구별해 내고, 이들에 대해서는 그 모델이 되지 못함을 비난하고, 또 해당 법적 조치를 취해야 된다는 논리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논리는 이주노동자나 귀화인에게만 해당되지는 않다. 그 열악한 홈리스에게도 그러한 착한 홈리스의 이미지를 언론이나 정책자들은 ‘성공한 홈리스 사례’를 통해 자주 만들어 낸다.  또한 ‘이례적’ 성공사례와 동전의 양면인 그렇지 않은 자들의 구조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거나 무시, 배척하게 하는 논리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 주의를 해야 될 것이다. 또한 그리고 이러한 ‘성공 사례’,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사례’의 폭이 심각하게 좁아들면, 이는 곧 배외주의나 전 사회적인 배척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인권과 복지라는 단어의 보편성에 민감해 질 필요가 있다. 인권과 복지는 이제 보편적 단어로 활용되고 있다. 그만큼 이제 무색무취하다. 새누리당까지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 보편성에 해당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이고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보편성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으나,  ‘최소’를 넘어서는 요구를 방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홈리스에 대해서는 인간의 최소한이 보장되지 않아 비판되지만, 그것을 언급하는 순간 아이러니컬하게 빈곤의 수준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극히 하향되고 만다. 따라서 홈리스가 빈곤의 상징이 되는 순간, 즉 최소한으로 되는 순간, 그 위의 것들은 이미 인권이나 복지와 무관한, 최소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상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언제나 법으로 귀결됨으로서 그 테두리가 한정되어 그 이상의 요구를 제한하는 역할, 또는 그 요구의 형식을 법적으로 제한해 버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이주노동자까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미등록 체류 외국인 등을 불법이라 간주하며 이러한 인권의 선으로 이주민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자스민 씨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자학적인 원맨쇼, 이에 호응한 주변의 지식인들의 반응은 이러한 것들을 웅변한다. 우리는 보편성에 가려진 구체적인 것들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