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여 동안 통합진보당이 받아온 것만큼 불같이 뜨겁고 맹렬한 여론의 관심을 집요하게 받아온 정치세력은 한국의 정치사에 일찍이 어느 하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잔인한 관심은 아직도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는 말도 있겠다, 그 관심의 치열함만을 보면, 통합진보당을 향해 축하라도 할 일이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전혀 그 반대인 것이 심히 유감스럽다. 하기야, 지금 논란과 공격의 표적으로 되어 있는 사람들이야 결코 여느 정치인들과 같은 속물들이거나 인간말종ㆍ쓰레기들이 아니며, 또한 다름 아니라 바로 그 때문에 그토록 잔인한 관심과 공격의 표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까지를 싸잡아서 ‘정치인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 운운하는 것은 커다란 실례이지만 말이다.

통합진보당을 둘러싸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보통, 한편에서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혹은 ‘공당(公黨)―자타가 공히 공당(公黨)! 공당(公黨)이란다!―의 민주적 절차 훼손’의 문제로 포장되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종북주의’ 세력의 국회 입성 불가”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소위 ‘비례대표 경선 부정’, 혹은 ‘공당(公黨)의 민주적 절차 훼손’이란 문제부터 보자.

이 문제를 둘러싼 다툼의 직접적 두 당사자 중 누구와도, 즉 요즘 언론에서 불리는 방식으로 얘기하자면, ‘(구)당권파’와도, 국민참여당계를 위시한 ‘(구)비당권파’와도 관계가 없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에도 비례대표의 경선과정에 어쨌든 문제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의 ‘진상보고서’가 부실, 즉 과장이었다는 것이 이제는 공공연해졌듯이, ‘비당권파’의 사람들이나 악의적 언론이 사실상 주장하는 것처럼 조직적이나 계획적인 부정이나 그토록 광범한 부정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투표관리의 미숙에 의한 것이든, 무심한 관례에 의한 것이든, ‘(구)당권파’가 공격의 빌미를 준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더구나 한국의 정치계가, 더더구나 조ㆍ중ㆍ동 등의 극우언론계나 새누리당 등의 극우의 세계가 그 정도의 ‘부정’, 그 정도의 ‘민주적 절차 훼손’에 그토록 집요하게 분노할 만큼 청정하고 투명했던가? 저들 극우ㆍ보수 정당들에서는 인선이 걸려 있는 당대회마다 돈봉투는 물론 각종 기발한 형태의 매수가 판을 친다는 것은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이며, 심심치 않게 탄로ㆍ고발되는 적도 있지만, 나아가 소위 ‘차떼기’까지가 탄로ㆍ고달되기도 했지만, 나는 온 언론이 저토록 길길이 뛰며, 그것도 그토록 장기간 집요하게 분노ㆍ적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의 경우 적어도 돈봉투나 기타 어떤 형태의 매수도 없지 않았는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물론 통합진보당이, 혹은 그 ‘(구)당권파’가 범한 잘못을 변호하려는 게 물론 결코 아니다. 다만 저들 민주주의의, 정의의 준엄한 수호신들의 가증스러운 위선, 한없이 음흉한 위선을 지적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할지 모른다. ― ‘그래도 명색이 진보정당인데?!’ 혹은 ‘그래도 명색이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 ‘나는 똥을 묻히고 살지만, 그리고 그게 너무도 당연하지만, 너는 왜 겨를 묻혔어?!’

참으로 고결한 정신 자세, 삶의 자세다!

II

그러면, 저들 민주주의의, 정의의 준엄한 수호신들의 가증스러운 위선, 한없이 음흉한 위선의 실체, 내용은 무엇일까?

그것은 광적인 반북ㆍ반공주의 히스테리, 광적인 매카씨즘이다. “‘종북주의’ 세력의 국회 입성 불가”를 외쳐대는 극우세력들은 물론이지만, 점잖을 빼면서도 비판(?)ㆍ공격의 집요함을 잃지 않는 저 민주주의자들이나, 저 자칭 ‘좌파’ 혹은 ‘범좌파’의 투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통합진보당 내의 국민참여당계를 위시한 ‘비당권파’의 절대 다수도 이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라면, 극우세력들이 한편에서는 민주주의 운운하는 위선의 탈을 쓰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숨기지 않고 노골화하고 있는 데에 비해서, 다른 세력들은 그 매카씨즘을 감추고 있거나, 자칭 좌파 혹은 범좌파의 투사들처럼 반북ㆍ반쏘주의라는 자신들의 광적 매카씨즘을 매카씨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비당권파’, 그 중에서 ‘좌파’를 자임하는 구 진보신당 출신들의 반북 히스테리는 이미 오래 전에, 즉 그들이 ‘종북주의’ 운운하며, 아니 ‘종북주의’라는 극히 반북ㆍ반공적인 폭력적 언사를 사실상 발명ㆍ유행시키면서 민주노동당을 박차고 나갔을 때에 이미 공인되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시절에 그 정권의 주체의 일부를 이루면서 신자유주의의 강고한 집행자였고 심지어 극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의 연합정권까지 제안했던 국민참여당계나, 그들의 ‘비판적’ 동료였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평소에는 온건하고 은폐된, 그러나 이제는 폭발한 매카씨즘은 최근의 자신들의 언동이 입증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극우 조ㆍ중ㆍ동과 입을 맞추어 “경기동부연합의 실체가 있지 않느냐, 왜 부인하느냐” 운운할 수 있겠는가?!

당 소속 의원수 1명의 감소를 전제한 “비례대표 경쟁부문 총사퇴”라는 요구도, 이제 2명 혹은 3명의 상실을 전제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출당 움직임도, ‘민주적 절차’의 문제만으로는 사실상 설명되기 어려운 사태들이다.

이 사회에 광적인 반북ㆍ반공주의 히스테리, 광적인 매카씨즘이 이토록 광범하고 위력적인 것은 물론 이 사회 지배계급의, 즉 제국주의와 그 내부 동맹자계급의 이데올로기의 강력한 지배력 때문이다. 맑스와 엥겔스가 일찍이 이렇게 지적하지 않았던가?

지배 계급의 사상이 어느 시대에나 지배적인 사상이다. 즉, 사회의 지배적인 물질적 권력인 바의 계급이 그 사회의 지배적인 정신적 권력이다. 물질적 생산을 위한 수단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계급은 그와 동시에 정신적 생산을 위한 수단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또한 정신적 생산을 위한 수단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에 종속되어 있다. 지배적 사상이란 지배적인 물질적 관계의 관념적 표현, 사상의 형태로 표현된 지배적인 물질적 관계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아니며, 따라서 그것은 실로 하나의 계급을 지배계급이게 하는 관계의 관념적 표현, 따라서 이 계급의 지배의 사상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아니다. (≪독일 이데올로기≫, MEW, Bd. 3, S. 46.)

게다가, 한국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사실상 헌법의 상위에서 헌법상의 자유민주주의적 사상ㆍ학문ㆍ양심의 자유를 견고히, 공고히 지키고 있다!¹⁾

필시 통합진보당의 내부인사이기도 할,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재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가리켜, “먹을 거 서로 먹겠다고 난리”로 규정했다고 한다. 당 내부 관계를 볼 때에는, 특히 ‘비당권파’, 그 중에서도 특히 구 국민참여당계의 행태를 볼 때에는, 이러한 판단은 사태의 원인ㆍ동기ㆍ추진력의 주요한 한 측면을 지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 내부의 ‘난리’에 한한 것일 뿐, 통합진보당을 둘러싸고 당 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야말로 난리는 분명 아무것도 해명할 수가 없다. 외부에서 잔인하고 집요한 관심을 퍼붓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태를 둘러싸고 “먹을 거”가 있다면, 그것은 통합진보당 그 자체요, 저들이 ‘경기동부연합’이라고 지목하는 ‘(구)당권파’일 것이며, 나아가서 범노동자ㆍ민중의 진보적ㆍ변혁적 정치의식일 터인데, 최순영 씨가 얘기하는 “먹을 거”가 분명 이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광적인 반북ㆍ반공주의 히스테리, 광적인 매카씨즘을 빼놓고는 이 난리를 해명할 수 없는 것이다.

III

그런데 이 대목에서 분명 대로ㆍ분노ㆍ광노할 것이다. 자칭 좌파, 범좌파의 투사님들께서 말이다! ― ‘아니? 우리가, 우리 사회주의자들, 우리 꼬뮌주의자들이 광적인 매카씨스트들이라고?!’

그렇다. 당신들이 반북ㆍ반쏘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당신들은, 당신들의 그 알량한 주관, 그 알량한 열정과 상관없이, 객관적ㆍ실천적으로는 매카씨스트들일 뿐인다! 그것도 은폐되어 있는 만큼 그만큼 더 위험한, 그 알량한 주관, 알량한 열정이 강한 만큼 그만큼 더 위험한 매카씨스트들일 뿐이다!

아니, 사실은 메카씨스트들 이상의 그 무엇, 객관적으로는 매카씨스트들인데도, 주관적으로는 자신들을 그와 정반대물로 굳건히 믿고 있는 그 무엇, 나의 짧은 어휘 실력으로는 일종의 괴물들, 한국에서의 그들은 특히 국가보안법의 사생아들일 뿐이다.

당신들은, 특히 그 지식인들, 그 먹물들은 필시 자신들이 맑스주의자, 혹은 맑스-레닌주의자라고 믿고 있고, 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공연히 그렇게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들은 누구 한 사람도 맑스주의자거나 혹은 맑스-레닌주의자가 아니다. 기껏해야, 그것도 기껏해야 단지 그 앙상하디 앙상한 교조주의자들일 뿐이다.

왜냐?

당신들은, 물론 당신들이야 쉽사리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어떤 사회가 어떤 역사적이고 구체적인 조건에서 어떤 이유와 원인 때문에 어떻게, 어떤 구체적인 형태를 취하면서 이행ㆍ발전해 가는가, 갈 수밖에 없는가 하는 데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고가 사실상 전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구체적 역사성에 이르면, 자신들이 어떻게 독점자본과 그 공공연한, 혹은 음흉하게 숨겨진 이데올로기 조작ㆍ조종자들, 데마고그들의 포로가 되어 있는가도 모르고, 떠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아직 약간의 참된 지성이라도 남아 있다면, 자신들의 그 추한 모습을 돌아보라. 왜 자신들은 북의 문제, 쏘련의 문제, 20세기 사회주의의 문제에만 이르면, 언제나 저들 공공연한 극우들과 사실상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똑 같은 목소리로 떠들어대는지를 말이다. 왜 그토록 정확히 똑 같이 적대하는지를 말이다.

저들 극우들이 자신들의 계급적 정체성을 망각하고, 그 계급성을 배반하는 소리를 그렇게 요란하고 집요하게 떠드는 것일까? 아니면, 바로 당신들이 그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북과 쏘련, 20세기 사회주의의 문제는, 역사적ㆍ사회적 문제, 따라서 계급적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가 아니고, 수학이나 자연과학상의 진리처럼 계급적 이해와 상관없이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일까?

IV

천박하기 그지없는 부르주아 언론과 그것이 선도ㆍ지배하고 있는 여론의 특성 때문에 이른바 ‘통합진보당 사태’만이 주로 부각되고 있지만, 지난 4ㆍ11 총선을 계기로 명확해진 소위 ‘진보정치’ 일반의 사태는 그 이상의 폭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사회의 노동자ㆍ민중에게는 더욱 그렇다.

4ㆍ11 총선을 계기로 명확해진 소위 ‘진보정치’ 일반의 사태는, 사실은 25년 전, 그러니까 1987년 6월 항쟁과 7ㆍ8ㆍ9월 노동자 대항쟁 이후 노동자ㆍ사회 운동 일부에서 전개되기 시작하고, 특히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어온 소위 합법정당 운동, 그리고 그와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논리와 동일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온 소위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파탄을 최종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는 현상이다. 좌파를 자임하며, 구 민주노동당의, 조금은 탈노동자계급적인, 그러나 실천적으로는 의미가 없지 않은 반제국주의적 노선에 반대, 적대하던 진보신당이 사실상 어떤 의미 있는 사회적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해체되었다면, 통합진보당의 경우, 그 ‘(구)당권파’가 가졌던 예의 반제국주의적 성격 때문에 요란하게 그 파탄을 확인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합법정당’ 운동 일반의 파탄은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명백했다. 그리하여, 이렇게 떠들던 자들, 즉,

이 운동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이미 우리도 다 안다. 분명 처음엔 아무 성과도 없는 것처럼, 실패처럼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중ㆍ장기적으로는 분명 성공할 것이며, 또 성공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사명이다. 우리는 실패하고 또 실패해도 적어도 30년간은 이 운동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운운하고 읊어대던, 제1세대 핵심들은, 주지하는 것처럼, 이미 오래 전에 부르주아 정치권으로, 심지어 적지 않은 인물들은 극우 신한국당ㆍ한나라당ㆍ새누리당으로까지, 그리고 더러는 자유선진당 등으로까지 자리를 옮겨 그 야망과 역사적 사명을 실천ㆍ실현 중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미 그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강령에서 사회주의라는 극히 추상적이었던 지향조차 삭제했을 뿐 아니라, 4ㆍ11총선을 앞두고는 자칭 좌파 신자유주의 세력을 자임했던 세력과 통합한, 그런 진보정당이었다. 즉 이미 충분히 소부르주아적인 정당이었다. (물론 진보신당 역시 충분히 소부르주아적인 정당이었다.) 그리고, 이번의 사태를 거치면서 그것은 더욱더 부르주아화 한 정당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는 당의 새로운 다수가 된 자들의 계급적 성격ㆍ성분이 그렇고, 소위 공당(公黨), 공당으로서의 소임과 처신을 다할 것임을 거듭거듭 다짐하는 저들의 최근의 각오로 미루어 봐도 그렇다.

그런데, 저들 1세대 핵심들의 더러운 ‘전향’도, 최근에 최종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이 파탄도 결코 우연이나, 개인적인 ‘배신’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른바 ‘합법정당’ 운동, 그것과 그 맥락ㆍ논리ㆍ방식을 사실상 같이한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필연적 귀결일 뿐이다.

애초부터 그리고 본질상 ‘합법정당’ 운동 그것은, 노동자계급의, 노동자계급으로서의 정치적 노선과 그것이 요구하는 조직상의, 그리고 투쟁의 노선이 아니라, 극히 무원칙한, 그야말로 부르주아 합법주의적인, 편의주의 노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무원칙한, 부르주아 합법주의적인, 편의주의적인 노선을 통해서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대의, 그 사명을 실현하려고 드는 것은, 바늘 허리 매어 쓰려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무원칙한 편의주의, 부르주아 합법주의 때문에, 과거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진보신당의 분열을 보면서, 그리고 그 후에도 서너 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한 것이지만, 그들 양대 세력 모두 탈노동자계급화, 소부르주아 정당화할 수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 그나마 건질 게 있다면, 구 민주노동당 계열의 반제국주의, 물론 비노동자계급적이기 때문에 소부르주아화한, 따라서 불구화된 그것이지만, 아무튼 그 반제국주의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허기져 미친 승냥이떼처럼 덤벼들고 있는 매카씨스트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는 물론 자초한 것이다. 지금 ‘(구)당권파’를 공격하는 자들이 지적하는 ‘비례경선 부정’이나 ‘민주적 절차의 훼손’ 따위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다름 아니라, 예의 무원칙한 편의주의 때문에 (잠재적이었지만) 적대적인 세력들과, 특히 신자유주의 세력들과 합당한 것을, 그리고 그러한 세력들과 ‘야권연대’한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예컨대,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의 무어던가 핵심적인 직책을 맡았던 이화여대 조 모 교수 같은, 민주당과 민주당 주변 인물들의 입에서, 이번 4ㆍ11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은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한 ‘좌편향’ 때문이었다는 블랙코미디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을 보라. 당신들이 어떤 세력과 어떤 짓을 했는지.)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는 이제 더 이상 복귀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른바 ‘혁신비대위’가 추진하는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ㆍ출당의 건이 어떻게 처리되든, 필경은 그들과 한 당에서 활동할 수 없을 것이고, 또 설령 모종의 타협이 이루어져서 그것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그들과 한 당에 머무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당권파’, 민주노동당계의 세력이야말로 이번의 사태를 가히 ‘혁명적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왜 이러한 사태를 자초하게 되었는지를 철저하게 되돌아보면서!

그리고 한 가지 간단히 부언하자면, 그러한 반성적 성찰은 마땅히 지난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의 사회성격 논쟁, 사회구성체 논쟁에서의 자신들의 견해에 대한 철저한 비판적 재검토에까지 미쳐야 할 것이다. 강고한 정치적 지향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무원칙한 편의주의 때문에 오늘의 사태에까지 이른 것은 의식의 소부르주아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이는 한국사회의 자본주의적 발전에 대한 저평가, 즉 한국 사회를 ‘식민지 반봉건 사회’니,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니 하고 규정하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혁명’을 꿈꾸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의 성격규정에 혁명적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 “하나의 사회구성은, 그것이 생산력에 충분한 여지를 가져 이 생산력이 모두 발전해버리기 전까지는 결코 몰락하지 않고, 새로운, 더욱 고도의 생산관계는 그 물질적 존재조건이 낡은 사회 자체의 태내에서 부화되어버리기까지는 결코 낡은 것을 대체하지 않는다.”(MEW, Bd. 13, S. 9.)

V

(이 글을 작성하는 중에 갑자기 참기 어렵도록 밀려닥치고 있는 일신상의 이유로 서둘러 끝맺자.)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최근 전개되고 있는 사태들은 지금까지의 합법주의적ㆍ편의주의적 ‘노동자 정치 세력화’ 운동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그 합법주의, 무원칙한 편의주의에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에서 배워야 할 제일의 교훈은 그러한 합법주의와 편의주의를 철저히 경계하고 배격하는 것, 노동자계급으로서의 독자적인 정치노선과 그 노선이 요구하는 조직ㆍ투쟁노선을 확립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물론 노동자계급이 자신을 정치적인 세력으로 세워나가고, 조직해나가면서 합법적 공간을 경시ㆍ배격하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당연히 합법공간은 중시되고 효율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자신을 가두는 우를 다시는 범해서는 안 된다.

다음엔, 그리고 위와 같은 교훈을 살리기 위해서는, 철저히 현실적이어야 한다. 앙상한 교조가 아니라, 역사적ㆍ구체적 조건을 고려한 위에서 판단과 구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위에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는 뜻이다. 돈키호테가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