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휙~ 한번 둘러보기

택시를 타고 이야기를 나눴다. 14시간 혹은 16시간 운전을 하고 3만원 가지고 간단다. 여러 당들이 쏟아내는 공약에 대해서는 “이제는 실망을 넘어 절망입니다”라고 한다. 어느 화물연대 노동자의 넋두리를 들어보자. 부산에서 광주까지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가면 운임이 50만원인데 연비가 낮은 낡은 차로 가면 기름값만 40만원이 넘어가는데 통행료에 이것저것 때고 나면 차량관리비는 고스란히 적자란다. 기름을 적게 먹는 새차로 바꾸면 기름 값을 줄일 수 있으나 대신 빚더미에 앉는다. 일하면서도 사실상 실업자와 다름없는 화물노동자의 하소연이다. 모든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노동강도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시급 4,580원의 최저임금이 최대임금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한 ‘전쟁 같은 노동일’은 7~80년대 이야기가 아니다. 850만 비정규직은 노동에 지쳐 뭔가를 고민할 여력조차 없다. 건설노동자들은 일거리가 계속 줄어 죽을 맛이다.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쉽게 자영업자가 되지만 대부분은 망하고, 가계부채만 늘고 있다 (전체 가계부채의 50%를 차지). 늘어나는 도시빈민과 실업자는 말해 뭐하겠는가!

과잉생산에 따른 대공황의 먹구름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한국의 독점자본은 97년 경제위기 때와는 사뭇 다르게 신기하게도 잘 버티는 듯한 외양을 띠고 있다. 이러저러한 원인이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850만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초과착취 구조가 떠받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건설산업은 중대형 건설사조차 무너지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설이 계속 나돌고 있고, 자동차도 도요타 리콜사태 등으로 잠깐 득을 보더니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린다. IT산업은 세계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자본의 ‘전반적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첨예하게 재격화되고 있지만, 세계 독점자본의 수뇌들은 착취와 수탈체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과 전쟁을 획책하는 것 외에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 핵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한 제국주의 세력의 전쟁책동, 이미 아랍의 반제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에 이어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나토 연합국의 공작과 공세는 가히 야만 그 자체이다. 자본주의적 생산과 축적시스템 자체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한편,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이 몰리고 몰려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희망을 찾을 수 없어 보인다.

곳곳에서 생존권을 둘러싼 저항이 격화되고 있으나, 노동자ㆍ민중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할 사상과 조직 그리고 전술은 자본의 그것 만큼이나 혼란에 빠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올바른 방향과 경로를 전반적인 평가로부터 도출하는 것, 현재 우리 앞에 전개되어 있는 객관적ㆍ주체적인 이러저러한 조건으로부터 ‘올바른 정치세력화’의 방향과 그에 이르는 경로에 대한 답이 필요한 상황이다.

2. 노동자계급 운동의 역사적 전개과정과 사상ㆍ이념적 상황

: ≪정세와 노동≫2011년 10월호에 실린 “한국노동운동의 몇 가지 쟁점에 대하여”(채만수) 제하의 글 중에 일부를 재구성함.

1) 운동의 암흑기를 뚫고 성장한 이념적 발전

해방 직후 노동자ㆍ민중운동은 당―노조―인민위원회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정세를 주도했으나, 미군정과 이승만 파쇼정권은 50년 한국전쟁까지 변혁세력의 씨를 말리는 작전을 전개했다. 결국 남과 북이 갈라진 조건에서 남쪽의 변혁세력은 거의 절멸상태를 맞았다. 그 이후 1960~70년대는 한국에서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자본주의 축적체제를 전면화하는 과정이었다. 1979년에 엄습한 공황과 더불어 반파쇼 민주화 투쟁과 YH산업 여성노동자 투쟁에 이어 부마항쟁이 폭발하면서, 지배계급 내부의 자중지란으로 박정희가 피살되고 유신체제는 붕괴되었다.

1980년엔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ㆍ노태우의 군사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북 탄광노동자 투쟁을 비롯한 노동자ㆍ민중투쟁이 격화되었고, 광주 민중항쟁과 대학살로 이어졌다. 광주학살의 충격은 노동자ㆍ민중으로 하여금 이 사회의 근본모순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게 했고, 마침내 제국주의와의 민족모순 및 자본과 노동 간의 계급모순이라는 한국 사회의 양대 근본모순을 명확하게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 중ㆍ후반에 걸쳐서 ‘한국사회 성격 논쟁’ 혹은 ‘사회구성체 논쟁’이라는 형태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사회변혁 논쟁은 바로 이러한 사상ㆍ이념적 발전의 표현이었다.

1987년의 6월 항쟁과 그에 이은 7ㆍ8ㆍ9월 노동자 대투쟁은 파쇼지배를 무력화시키고 대중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열면서 대중운동을 전면화시켰다. 특히 당시 1987년의 노동자 대투쟁은 한국 노동자계급의 ‘인간선언’이자, ‘노동자계급으로서의 당당한 시민권을 얻는 과정’이었다. 이념적 성향이 강한 소수 활동가들에게 머물렀던 ‘노동해방 사상’이, 이 대투쟁을 통해 배출된 수많은 선진노동자들의 이념적 지향으로 되었고, 노동자 대중조직인 전노협이 ‘노동해방, 평등세상 실현’의 기치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노동자계급운동에서 극복되어야 할 사상ㆍ이론적 경향

1980년대 투쟁과 논쟁을 통한 민족모순 및 계급모순에 대한 인식의 재발견과 그 노동운동과의 융합은 사회와 역사를 인식하는 데 가히 의식상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발전이었다. 특히 NL-PD논쟁은 한국사회를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사상, 이론적 발전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 논쟁과정에서 발생한 NL과 PD로의 분립은 발전적으로 극복되고 통일적으로 재정립되는 과정으로 발전했어야 했으나, 이러한 사상ㆍ이론 논쟁의 지양ㆍ발전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기도 전에 쏘련을 비롯한 20세기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해체를 맞았고, 이는 세계적인 대반동의 시대를 불러왔다. 이리하여 한국 노동자계급의 사상ㆍ이념적 좌표도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고, 발전의 경로를 밟아야 할 사상ㆍ이론적 진전은 중단되고 말았다. 쏘련을 비롯한 20세기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해체라는 역사적 사건은 오랜 노동자계급 투쟁의 역사로부터 축적된 풍부한 경험과 교훈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를 불러 일으켰고, 노동해방의 전망을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사회와 운동이론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치열한 논쟁이 중단되면서 미완의 사상ㆍ이론은 그 지양ㆍ발전의 운동을 멈추어 버렸다.

그 결과 운동의 합목적성을 밝히는 이론은 경시되고 종파적 패거리주의가 선진노동자들을 갈라놓았다. 선진노동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사상ㆍ이론적 혼란으로 인한 정파적 대립과 그 고착화는 노동자계급 운동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자계급 운동의 선진부위에 있는 상당수 활동가들조차, 독점자본의 이데올로기에 깊이 침윤되면서, 노동자계급 운동을 왜곡시키고 그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1) 민족모순에 천착하는 세력들은, 물론 제국주의에 대한 건강한 실천적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도 많으나, 많은 경우 민족문제를 부르주아적 내지 소부르주아적으로 해석하여 민주대통합이니, 야권연대니, 연합권력이니 하는, 독자적인 계급적 전략 없는 몰계급적인 현실주의적 전술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독자적인 계급적 전략 없는 몰계급적인 전술을 통해서 노동자계급 정치를 개량주의적ㆍ독점자본의 정치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애써 눈감고 있다. 이들은 당 강령에서 아예 사회주의라는 용어조차 삭제하고 더 이상 혁명은 논하지조차 않는다. 그들은 노동자계급 정치를 부르주아 정치 속에, 특히 오직 의회 진출을 통한 집권전략 속에 용해시켜버리면서 노동자계급운동을 교란하고 있다.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은 결코 별개도, 서로 대립적인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면적ㆍ이분법적 인식으로 발달한 독점자본주의 사회의 첨예한 계급적대의 주요한 지점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2) 좌파임을 자임하는 세력에는 여러 색조가 있으나, 그러한 색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상당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의 공통점은 가지고 있다.

첫째는, 제국주의 시대의 민족모순에 대한, 그리고 그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인식의 결여가 그것이다. 제국주의 시대의 민족모순, 즉 민족적 종속과 피억압은 명백히 노-자 간의 계급모순의 다른 표현, 혹은 그 표현형태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임을 자임하는 세력의 상당 부분은 계급모순의 문제를 협소하게 이해하여 제국주의, 민족모순의 문제를 경시하고, 심지어는 왕왕 제국주의ㆍ민족모순과의 투쟁이라는 실천을 혐오하면서 그 실천세력과 적대하기까지도 한다. 이러한 관점과 태도는 당연히 필연적으로 협소한 노동자주의로 귀결되면서 노동자계급 운동의 소위 NL-PD로 분열을 고착화시킬 따름이다.

둘째는 이들 세력의 상당 부분이 가지고 있는 쏘련을 위시한 20세기 사회주의 체제 및 그 국가들에 대한,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현존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한 매우 적대적이고 청산적 태도가 그것이다. 이들의 상당 부분은 쏘련을 위시한 20세기 사회주의 체제를 ‘국가자본주의’ 또는 ‘타락한 노동자국가’로 규정ㆍ적대하면서 반쏘ㆍ반북주의, 반공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집적된 거대한 계급투쟁의 경험과 이론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비판적으로 숙고하는 대신에 ‘스딸린주의’라는 단 한마디로 치환해버리는 비변증법적, 몰역사적 관점은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반쏘ㆍ반북의 반공주의는 명백히 종파주의에 그 근원적 동기가 있고, 역사와 현실에 대한 무지와 주관적 해석에 의한 것이며, 동시에 독점부르주아지의 반공ㆍ반북 악선전에 의해서 영향과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앞에서 민족모순에 천착하는 세력들이 많은 경우 민주대통합이니, 야권연대니, 연합권력이니 하면서, 독자적인 계급적 전략 없는 몰계급적인 현실주의적 전술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내세우며 제도 정치권에 발을 내디딘 소위 ‘좌파’ 세력 역시 이미 그 혁명성을 잃고 사민주의적 개량주의 세력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도 정치권의 이른바 좌파 세력의 일부는 아직 민주대통합이니, 야권연대니, 연합권력이니 하는 따위의 전술에는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노동자계급의 전략적 목표와 그것을 추구하는 수단의 건전성에서라기보다는 오히려 협소한 노동자주의의 잔영(殘影), 개량주의적ㆍ소부르주아적으로 전락한 노동자주의의 잔영 때문일 뿐이다.

3. (민주노총의) 노동자계급 정치에 대한 평가

1)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의 경과

1987년 노동자대투쟁은 노동자계급의 ‘인간선언’이자 노동자계급이 시민권을 획득하는 과정이었다면, 1996~97총파업투쟁은 ‘정치세력화를 대중적으로 선언’하는 과정이었다. 민주노총은 96~97파업투쟁 이후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통령후보로 내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2000년 1월에는 민주노동당을 창립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힘입어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지역구 2명, 비례대표 8명 등 10명의 원내 진출, 정당득표율 13%를 정점으로 지지도가 계속 떨어졌다. 급기야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패권주의’, ‘종북주의’ 문제가 불거지며 상당수 세력이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창립하면서 분당을 맞았다.

이후 민주노총 주도로 ‘진보정당통합’이 추진되었으나 실패하고, 민주노총이 배제된 채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상층 간의 합의에 따라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졌다. 이후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둘러싸고 논쟁이 격화되었고, 배타적 지지 방침을 반대한 세력은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이하 선언운동본부>를 구성하여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대응하는 한편,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와 진단, 방향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2)  ‘선언자대회 토론회’에 발표된 여러 평가와 대안들

지난 1월 14일 <선언운동본부>는 선언자대회와 대토론회를 열었는데 각 발제자들은 하나같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실패했다’고 진단하면서 이러저러한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러한 토론 내용은 현존하는 고민의 단상들이라는 점에서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와 방안’에 한하여 요약한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보시라!)

(1) 발제자 박유기(선언운동본부 공동본부장, 전 금속노조위원장)는,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진보정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해왔고, 5ㆍ31합의를 거쳐 8월27일 ‘새통추’가 구성되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민주노총은 배제하고 “국참당, 민노당, 통합연대 3자 원샷 통합”을 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의 토론과 의결로 만들어진 정당이 아니”라는 점, “통합진보당은 자유주의 세력과 함께하는 정당으로서 선거를 위해 뭉친 정파연합정당에 불과하다”는 점, “보편적 복지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으로서 노동자 중심성이 완전히 결여된 정당”이라는 것이다. 대안으로 제출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민주노총의 그간 정치사업에 대해 전면적인 진단, 평가, 반성을 통해서 ‘노동자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2) 발제자 오세일(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탄압에 앞장섰던 자들과 야합해서 만든 야합퇴보당”이라고 하면서, “통합진보당은 개량주의 노동자당 운동의 필연적 산물”이고 “개량주의 노동자당 운동 전체가 파산”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제출하는 대안은 “세계대공황 속에서 노동자의 절박한 현실은 노동해방 혁명을 요구”하므로 “혁명적 노동자 정당 건설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계급투쟁을 발전시키면서 진짜 노동자당 건설을 앞당겨야 한다”, “혁명적 노동자당 건설의 깃발을 높이 들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현장에서부터 차단하자”고 한다.

(3) 발제자 이경수(선언운동본부 공동본부장. 민주노총 충남본부 전 본부장)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의 근본원인은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진보정당 건설과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로 왜곡ㆍ협소화한 의회주의 정치세력화 노선”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는 “민노당 출범 전부터 ‘노동자정치세력화 = 노동자중심의 진보정당 건설 =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이라는 의회주의 정치(세력화)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대안인양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노동자계급 정치를 위한 주요과제로 첫 번째 “노동해방은 반자본주의ㆍ사회주의임을 분명히 해야”하고, “노동자계급을 정치의 주인으로 세우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을 건설”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 “노동조합과 정당운동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노조 차원의 정치실천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4) 발제자 이대우(금속노조 인천지부 수석부지부장)는, “민주노동당은 원내진입, 의회에서 국회위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법ㆍ제도 개선 의제를 받아 안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역시 의회주의 정치에의 매몰을 지적하고 있다. 이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원칙을 폐기한 자민통 다수파의 우경화된 집권전략”이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특정세력의 집권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의 노선은 기존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을 대체하는 통치집단으로서 신주류화 전략이라 부를 수 있다”며, 집권전략이 “원칙과 정체성을 훼손하고 민주노조운동을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지지부대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올바른 노동자계급 정치 실현을 위한 대안’은, “변혁적 대중운동 및 민주노조운동을 재건하는 것”,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정당운동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넘어 변혁적인 노조운동과 노동자정당, 계급동맹의 실현을 위한 전선운동을 포괄하는 운동전략으로 재구성하는 것, 궁극적으로 노동해방, 사회변혁을 이념과 지향으로 하는 노동자운동이 강력한 사회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제출하고 있다.

(5) 발제자 허영구(민주노총 전 수석부위원장)는, “제1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총체적 실패”로 규정하고 “현장정치의 실종, 정당에 기댄 노동운동” 등의 소제목으로 하여 여러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올바른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하여’ “신자유주의적 주주금융자본주의 철폐를 위한 전망(선언, 강령의 구체화)”하고, “노동자ㆍ민중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새로운 노동자진보정당 건설”을 제출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진보신당, 사회당 통합과 관련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덧붙여 “신자유주의에서 사회주의 정치세력까지 상시적 좌파정치연대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6) 발제자 김래용(민주노총 강원본부 교육위원)은, ‘정치세력화 실패에 대한 평가’로 “모든 실패는 한마디로 노동운동이 변혁이라는 목표를 상실했기 때문”이고, “민주노총 조합원 대중을 주체로 세워내지 못하고 … 진성당원이나 간부, 나아가 의원 개인에게 대리하게 하는 대리주의, 의회주의에 빠지게 되고, 결국 노동자계급의 정치화가 아닌 부르주아 정치화로 귀결되게 되었”고,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운동은 조합 상층부의 지속적인 지배계급에로의 포섭으로 출세주의적 관료를 키워내고 부르주아 정치인화 시켰으며, 대중을 정파적으로 분열시켜 줄 세우고, 분열ㆍ분당하여 노동자는 하나라는 대의를 무너뜨리기에 이르렀고, 실제적으로 노동자들의 배타적 지지를 무력화시켜 왔다”고 진단한다.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보적 강령을 가진 정당이 아니라 노동자 정당, 계급정당 건설: 노동자가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라 노동자의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며 영국의 노동당, 스웨덴 사민당을 예로 들고 있다. “계급적 해방, 민족적 해방 및 인간적 해방이 실현되는 사회변혁을 지향 목표로 하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노동자계급 정치의 상을 왜곡하고 대중의 의식을 체제 내로 묶어두는 역할을 수행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 노동자정치세력화란, 경제투쟁을 넘어 계급적으로 단결하고 연대하여 변혁적인 정치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힘이요 세력이다. 영국의 노동당이나 독일의 사민당, 프랑스의 사회당 등이 이들 국가의 노동자들을 그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이들 정당은 독점자본의 정치적 첨병이요 독점자본의 이해에 복무하는 자본의 정치세력일 뿐,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 그 정치세력화의 성과는 아니지 않은가? 이는, 미국의 민주당이 상당 부분 미국노총(AFL-CIO) 조합원의 지지에 기반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운동이 절멸된 50년대 이후 암흑기를 거쳐,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힘을 기반으로 민주노조 건설, 민주노총의 건설로까지 전진해왔는데, 이렇게 밟아온 과정은 넓은 의미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과정이자 그 세력화의 정도이다.

그러나 특히 1996~97년 노개투 총파업을 분기점으로 하여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기치를 높이 들었지만, 노동자계급의 정치ㆍ사상적 지향은 더욱 후퇴했다. 그 결과 한국의 노동자는 총자본의 노동자 분할통제 전략에 방치되면서 노동자계급의 내부 분할이 고착화되었다. 노동자 정치의 상을 의회주의, 제도권 정치에 제한하여 노동자 대중의 정치의식을 체제 내로 가두었다. 노동자계급이 ‘노동해방’의 정치적 전망을 움켜쥐도록 하는 대신에 대리주의를, 그리고 한편으로는 상층부 지도자들의 출세주의를 양산하고, 개량주의 이데올로기를 양산하는 기제로 작동했다. 자본이 대공황으로 위기에 봉착하여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노동자ㆍ민중에 가해지는 착취와 수탈이 더욱 가혹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를 제도권 정치에 제한하고,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선거를 통한 투표행위로만 분출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에 골몰하는 상황이다.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의회진출은 물론 필요한 것이지만, 그 의회 연단을 노동자ㆍ민중의 고통의 근본원인을 시시각각으로 폭로하고, 대중의 정치투쟁을 조직ㆍ강화하는 데에 이용할 때에만이 진정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이고, 그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지 않은가.

4) 의회진출과 수권 전략에 노동자계급운동을 종속시키면서 대중운동의 기반조차 약화시켰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의제는 민주노동당의 창당으로 드러났으나, 민주노동당은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정치의식의 각성ㆍ발전을 도모하고 노동해방의 변혁지향성을 강화하는 데 복무하지 않았다. 오직 “단 한명이라도 노동자 국회의원이 있었으면”, “원내 교섭단체만 구성할 수 있다면” 하는, 노동자 대중의 낮은 정치의식에 기대고, 대중의 자생성에 굴종하는 과정이었다. 아니, 매시기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벌어지는 첨예한 계급대립의 투쟁쟁점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오직 의회진출이 모든 모순을 해결해 줄 것처럼 대중을 기만하는 선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그 현재까지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결과 급기야 다수 노동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자마자(지지도가 상승하지 못하자마자), ‘사회주의 지향’의 강령문구조차 삭제하고 신자유주의적 독점자본의 정치부대와 합당하고,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한 것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현재의 모습이다.

십 수년 전부터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전망으로 제출된 방안이 ‘산별노조건설’과 민주노동당으로 표현되는 ‘정치세력화’ 방침이었다. 소위 ‘양날개론’이다. 그런데 경제투쟁은 (산별)노조에서, 정치투쟁은 노동자정당이 수행한다는 이 기계적ㆍ관념적 양날개론은 ‘론’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른바 당 활동가들의 정치활동은 당원을 모집하고, 정치헌금을 모금하고, 득표활동에 한정하는 한편, 대중투쟁조차 모두 의회주의적 정당 활동에 종속시켜 왔다. 노조활동의 경험이 축적된 많은 활동가들이 현장권력 강화, 대중운동 강화의 과제는 부차화한 채 대부분 정당활동으로 빨려 들어가고, 당 활동과 현장활동이 분리되면서 현장 공동화(空洞化)를 심화시켰다.

의회주의적 수권전략은 노동자계급의 직접행동에 의한 정치적 투쟁을 가로막는 대리주의를 만연시켰다. 이는 계급정치의 실패이자 퇴보로서 ‘양날개’ 자체가 파산할 지경으로 취약해진 결과를 낳았다. 이는  명백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실패이자 퇴보이다.

4.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반대 운동에 대한 평가

1) 성과적인 측면

(1) 국참당의 계급적 본질이 대중적으로 폭로되고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에는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11월, 민주노동당―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국민참여당 3자의 통합당 합의가 발표되자, 민주노총이 해체된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통합진보당에 승계하려는 의도가 감지되었다. 이에 대한 반대세력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선언운동본부)>를 구성하여 공동 활동을 전개한다. 중앙ㆍ산업별ㆍ지역에 선언운동본부 또는 활동 주체를 형성하고 조합원 서명을 비롯한 폭로선전물을 배포하는 등 대중화를 빠르게 진행했다. 한편, 노동자당이 자본가 정치세력과 통합한 사태는 정치세력화의 소박한 열망으로 열심히 활동해온 민노당 당원들도 분노케 했고 탈당이 이어지기도 했다. 선언운동본부의 활동 결과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 관철 의도는 저항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어 ‘선거방침’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현재도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대의원대회를 통한 ‘배타적지지 방침’의 결의는 일단 저지한 셈이다. 그리고 국참당과의 계급적 본질을 노조간부들과 조합원 대중 사이에 폭로하는 데에는 일정하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2) “올바른 노동자 정치 실현”을 위한 진지한 모색의 공간을 연 것은 유의미한 성과다

선언운동본부는 두 가지 의제를 과제로 안고 출발했다. 그것은 “3자 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이 그것이다. 전자는 전술한 바와 같이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으나, 후자와 관련하여서는 4월 총선과 관련하여 공동의 전술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대중투쟁 공간에서의 간헐적인 공조가 진행되는 한편, ‘노동자계급정치’를 둘러싼 모색 차원의 토론회를 촉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간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발본적인 평가를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고, 노동자계급정치를 둘러싼 진지한 모색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 아쉬운 점

(1) ‘배타적 지지방침 반대’와 ‘통합진보당 반대’는 다른 문제이다.

선언운동본부가 민주노총의 정치방침(배타적 지지)에 대한 반대를 조직하는 것과 총선 공간에서 유권자들에게 통합진보당 반대를 선동하는 것은 그 성격이 다른 문제이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대한 반대를 조직하는 것은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나, 총선국면에서 통합진보당 반대운동을 조직하는 것은 좌익적 오류다. 왜냐하면, 변혁적 정치부대와 그 선거전술이 부재한 현 상황에서의, 즉 변혁적 대안이 없는 현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반대선동은 대중적 혼란을 야기하면서 스스로 대중으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언운동본부 차원에서 이러한 ‘통합진보당 반대’ 방침을 결정한 바 없으나 현장에서는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조직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는 것과 ‘선거공간에서 통합진보당 반대운동을 하는 것’을 혼돈하거나, 일단의 세력이 잘못된 주관적ㆍ좌편향적 선거방침을 실천하는 경우일 것이다.

한편, 선진적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선거국면과 상관없이 대중투쟁의 조직화에 집중하는 흐름도 존재한다. 변혁적인 노동자 정치부대가 없고, 따라서 후보전술을 채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투쟁의 조직화에 집중하는 흐름은 바람직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개관적으로, 그것도 엄청난 대중적 영향력을 가지고 존재하는 ‘선거국면’이라는 상황을 짐짓, 주관적으로 무시해서는 그만큼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국면에서의 이 대중투쟁의 조직화는 당연히 부르주아 정치, 부르주아 선거의 성격ㆍ본질과 그 한계를 폭로하는 작업과 함께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2)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대중적 실천운동” 조직적으로 결의할 수는 없는지

‘1천인 선언’(성명)은 그 말미를 “선언운동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대중적 실천운동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맺고 있다. 이를 위한 모색은 진행되겠으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공동대응 외에 별다른 진척을 확인할 수 없다. 비정규직―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을 비롯한 당면한 대중투쟁을 엄호하고 투쟁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와 실천적 결의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이다.

3) ‘배타적 지지 반대’ 진영으로 결집한 세력의 보다 근본적인 과제

“좌파운동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과 투쟁역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최근 발생하는 주요 노동자 투쟁을 책임지고 헌신적으로 [그에] 복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대안적인 운동을 재건하기 위해서도 핵심적인 세력”¹⁾이다. “그러나 각 조직의 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 등에서 매우 다양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으나, 당면한 현안투쟁에 대한 공조를 넘어서는 조직적, 정치적 공조방안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좌파운동의 고립분산적인 정치활동을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며, 대안적인 운동을 형성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이 될 것”²⁾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이러저러한 차이, 특히 조직ㆍ정치 노선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힘이 발현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5.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향후 전망과 과제

1) 현시기 정세와 노동자계급 운동의 긴급한 과제

현재는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가 재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자본주의 국가 수뇌들과 그 두뇌들이 G8이니 G20이니 하는 회의들을 개최하고, 다보스에 모여 토론을 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노동자ㆍ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는 것, 과거에도 지속해왔던 전쟁책동을 강화하는 것 외에 다른 아무런 방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중투쟁은 격화되지만, 위기에 처한 자본은 파쇼적 탄압 외에 달리 해결한 능력이 없다. 현재의 자본주의 세계체제는 더 이상의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고 있고,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전유의 사적 성격 간의 모순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시대, 현 정세는 인류에게 ‘혁명이냐, 전쟁이냐’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지배체제가, 기존의 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고, 국내의 반쯤은 파쇼적인 극우적 지배체제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체제 자체의 격화된 적대적ㆍ계급적 모순과 그에 따른 노동자ㆍ인민의 여러 형태의 저항과 투쟁으로, 그리고 자본과 자본 간의, 자본가 집단과 자본가 집단 간의, 지배계급 내 분파와 분파 간의, 자본가 국가와 자본가 국가 간의 갈등과 투쟁으로 체제 그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런데, 이 붕괴과정을 장악하여 그것을 목적의식적으로 주도ㆍ주관하고, 이후의 과정을 창조적으로 인도할 사상ㆍ이론적, 조직적, 정치적 능력과 역량, 권위를 가진 대안적ㆍ혁명적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에는 물론이고,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도, 그리스 등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노동자계급의 그러한 혁명적 주체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 이것이 오늘날의 혼미한 정세(情勢)이다.” 채만수, ≪정세와 노동≫2012년 1월호, ‘신년사를 대신하여 ― 현시기의 전략적 과제와 2012년’.

그런데, 

“노동자계급 운동 그것이 정세를 혁명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계급이 과학적 이론과 실천으로 무장된 전위들로 구성된 정치조직을 가졌을 때뿐이고, 그 정치조직이 헌신적ㆍ목적의식적 활동과 투쟁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대중적 지지와 권위를 확보했을 때뿐이다. 이러한 역량과 권위를 확보한 전위적 정치조직,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정당이 존재하지 못할 때, 격동하는 정세, 폭발적 대중투쟁은, 우리의 현대사에서도 여러 차례 경험한 것처럼, 결국, 다시 반동적으로 귀결되거나, 기껏해야 자유주의적 (소)부르주아지 정치세력이 그 정치적 성과를 가로채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같은 글.

2) 현재의 주체적 조건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면, “이후의 과정을 창조적으로 인도할 사상ㆍ이론적, 조직적, 정치적 능력과 역량, 권위를 가진 대안적ㆍ혁명적 주체”는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형성될 수 있는가? 다른 말로 사상ㆍ이론적 혼란을 지양ㆍ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 현실정세에 개입하여 ‘전술의 현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역량과 대중적 권위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인가?

문제의식만 간단히 제출한다.

첫째는, 사상ㆍ이론적 탐구와 모색, 토론과 논쟁을 우리 운동 속에 활발하게 되살려야 한다. 그리하여 20여 년 전에 발전이 사실상 중단되어 미성숙한 채, 혹은 더욱 왜곡된 채 현실운동을 질곡하고 있는 현재 상태를 극복하고 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사상ㆍ이론적 탐구와 논쟁은 당연히, 운동을 과학화하고 그 질을 높이는 과정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노동자 대중의 변혁적 정치의식을 개발ㆍ고취ㆍ통일하고, 동시에 그들을 정치적ㆍ투쟁적 부대로 조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둘째는, 각 지역과 현장에서, 이러저러한 조직과 단체에서 각개 약진하는 변혁세력들이 연합하여 정세에 대한 개입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합에 의한 정세 개입ㆍ투쟁은, 당면한 정세에 기반한 전술과 조직적이고 헌신적인 실천으로 투쟁전선을 강화할 뿐 아니라, 대중적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점은 자기조직 중심주의로의 함몰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운동의 전략적 구심, 정치적ㆍ조직적 주체를 형성하는 과제에 복무할 수 있어야 한다. (2012. 3. 31)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