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현황과 자본의 막바지 대공세 -

2000년 말부터 계속되었던 세계주요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과잉생산위기와 침체가 2005년 현재 경기회복국면에서 호황기로의 막바지에서 버둥거리고 있다. 위기이후 계속적으로 침체를 보이던 세계경제가 2004년 말 미국을 중심으로 호황을 보였으나 그것은 막대한 군비지출 증대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부양된 경기회복을 틈타 그린스펀을 상징으로 하는 금권세력은 자신들의 이자수입을 늘리기 위해 이자율을 급속히 상승시켰으며, 이로 인해 미국내 기업들의 부담증가 등으로 현재의 경기위축 그리고 고용의 정체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군비지출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저항증대¹⁾로 인해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여전히 막대한 군비지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²⁾. 요컨대 미국 경제는 이자율상승 등으로 한편으로는 위축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많은 군비지출로 인위적으로 떠받쳐지고 있는 상태이며 세계경제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경제의 위축은 급속히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5월에도 물가상승을 핑계로 이자율상승이 이어지면서 일시적인 수축과 미국 노동계급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하반기부터 현재미국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9.5%의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하여, 동구, 러시아 등의 신규로 자본주의화된 영역과 인도 및 남미 지역의 고성장으로 말미암아 1974년 이래 신자유주의 국면이 시작된 이래 최대의 호황의 경제주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현재 자본은 그 경제회복에 앞서 노동계급에 대한 막바지 대공세를 치르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바야흐로 자본의 봄날이 오고 있지만, 바로 그 이유로 자본은 노동계급에게 처절한 탄압의 칼날 휘두르고 있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민족간 대립은 다른 것이 아니라 본격적 회복국면에 앞서 노동계급이 계급적 이해를 위한 국내외 투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이념 조작을 위한 술수들에 지나지 않는다. 적당한 민족주의는 자본가집단에게 이로운 것이다.

경제회복국면을 앞둔 자본의 대공세와 타협주의자들의 준동

미국 경제를 필두로 한 세계경제의 이런 영향으로 한국경제의 회복도 마찬가지로 주춤하고 있지만 본격적 회복은 멀지 않았으며, 그에 앞서 자본가들의 탄압의 수위가 높다. 지난해 11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소위 자본주의 개혁세력들로서 자본이 더욱더 가열찬 착취를 가능케하는 방식으로 개혁하기 위해서 비정규직확대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비정규직 동지들의 선도적인 투쟁을 중심으로 노동계급대중의 강력한 저항을 펼친 결과 이 법안은 올해 4월로 넘어온 상태였다. 노동계급의 저항 앞에 기회를 노리던 열린우리당은 4월 국회처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의 2005년 임단협에 관한 경총지침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현재 노동운동의 상층부 특히 이수호 집행부는 친자본협조주의자로서 노동계급의 대자본투쟁을 제거함으로써 노동계급의 저항을 말살하기 위해, 자본에게 대화와 타협을 구걸하고 그 구걸의 대가로 노동계급을 호도하기 위해 노사정에 복귀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 이들의 자본협조주의적 작태는 자본가계급이 투쟁하는 사업장에 폭력적 탄압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는 상황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³⁾ 자본의 입장에서는 노동계급에 대한 잡도리가 세계경제의 회복전에 마련되어야만 했던 것인데, 왜냐하면 경제회복이 본격화되면 노동력에 대한 수요증대와 함께 노동계급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노동계급에 대한 폭력적 탄압으로 자본에 복종하게 만들려는 노무현정권 그리고 기만적 조치로 노동계급을 체제내적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동운동내 친자본세력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후자의 방법으로 포섭할 것을 주문하는 인권위가 비정규직법안에 관한 권고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4월30일 재보선을 앞두고 폭압적 방법으로 관철시키려는 열린우리당 세력은 일단 주춤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둘러싼 인권위, 경총 그리고 민주노총

사실 인권위의 이런 결정이 노동계급의 삶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가 계급의 착취제제의 근본적인 삶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인권위가 제안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권고안, 즉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기간과 업종에 대해 범위를 제한하며,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더라도 동일노동-동일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인권위 권고안 은 비정규직 철폐법안도 아니며 노동자계급의 근본적인 삶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것도 기껏해야 비정규직의 철폐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차별축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써. 오히려 인권위의 이런 결정은 착취체제로서의 자본주의체제를 더욱더 세련되게 보이도록 하며, 노동계급을 체제내적 포섭하여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표에서 제기되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눈앞에 돈에 더욱 몰두하는 전경련 및 경총 그리고 열린우리당에서는 이참에 근본적으로 압박해야할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말이다.

따라서 임금 측면에서라도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과 차별이 없다면, 즉 동일노동-동일임금이 관철된다면 비정규직의 삶의 개선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경총은 해고제도의 경직성 등 지나친 정규직 과보호 조항이 정비되지 않은 현상황에서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에만 초점을 맞추면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인해 비정규직의 처우 저하 및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특히 인권위의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주장에 대해 이는 국내 임금체계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며, 직무급의 확립이나 정규직의 호봉승급제 폐지 등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임금을 주장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⁴⁾ 이 작자들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하면 항상 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해왔던 바, (자동승급)에 따른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도로의 개편을 통해서 조직화된 정규직을 박살냄으로써 비정규직마저도 더욱더 억누르려는 속셈이다. 이런 자본가집단의 의도는 직무급제로의 전환과 성과주의 임금체계확산, 임금피크제, 정기승급제도 폐지 등의 2005년 경총 지침⁵⁾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물론 이런 정규직의 임금동결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물가인상에도 못미치는 임금 인상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고참노동자들의 임금을 깍고,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하여 노동강도강화와 경쟁유발로 임금을 하향조정하고 정기승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으로 대신함으로써 자동승급에 따른 임금을 축소하는 동시에 노동자간 임금격차 확대를 통해 전체임금을 하향조정하려는 이들의 파렴치한 행각 그리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더욱확대하라는 이들의 주장과 지침은 ‘호랑이 떡 하나 더주면 안잡아먹는다’는 바로 그런 식이다. 당연히 이런 경총지침에 대해서 민주노총은 반대를 표명했다⁶⁾. 그러나 그러나 놀라운 일은 바로 이 경총지침을 비판하는 바로 그 곳에서 민주노총이 경총 지침 그대로 직무급으로의 재편을 통하여 임금유연화를 선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기형적인 임금구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공급+직무급의 병존형 체계를 거쳐 장기적으로 직무급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정신에 부합하는 임금체계는 직무급이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십년이 걸릴 수 있는 일이며 사회임금(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의 확대없이 생계비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⁷⁾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며, 직무급이 제대로 되어야 비정규직등의 임금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경련 및 경총의 논리와 완전히 똑같다. 그리고 직무급으로의 재편은 호봉제를 폐지하고 그리하여 임금(생계비)의 상승을 폐지하려는 자본가집단의 이해관계와 완전히 동일하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의 임금체계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⁸⁾ 노동계급 내부로 들어온 자본가계급의 하수인인 지식인들이 교묘한 세치혀로 결국 자본가계급의 이익이 되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하나은행 등 한국노총 산하 금융산업연맹에서는 직무급을 기반으로 한 성과주의 임금론이 광범위하게 시도되고 있다⁹⁾.

임금 유연화를 위한 연공급의 해체

이런 자본가집단도 직무급으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고, 노동운동 상층과 연결된 기회주의 지식인들도 직무급으로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김대환노동부장관이  경총과 보조를 맞춰 3월 2일 연공급임급체계를 직무급이나 성과급으로 재편하겠다고 말했으며 이를 3월 24일 노무현대통령 업무보고를 했었다.¹⁰⁾ 이들이 현재의 연공적 임금체계를 해체하려는 의도는 다름 아닌 임금삭감과 임금 불안정성의 증대와 그를 통한 노동강도강화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명백하기 때문에 기회주의 지식인조차 겉으로는 직무급반대 성과주의 반대를 외친것이다. 현재의 연공급도 물론 착취적 임금제도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다른 성과주의 임금체계에 비해 자본에 대한 종속을 배제하는 아래와 같은 속성이 있기 때문에 자본가의 지식청부업자는 아래와 같이 연공급에 대해서 비난 투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임금체계의 특징

①임금에서 고정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중요하다.

②고정급은 연공성형으로 근로자들의 연령과 근속연수가 높아지면서 지속적으로 비용이 상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③고정급의 인상은 근속연수에 의한 호봉제도와 노동조합과의 협상을 통해 조직내 모든 종업원들이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④임금구성이 복잡하고 각종수당이 많으며 이들 수당들은 거의 고정급의 성격을 띠고 있다.

⑤변동급의 비율이 낮고 , 명목상변동급여인 경우에도 고정급의 성격을 띠고 있다.

⑥생산성에 대비하여 임금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왔다.

⑦임금의 결정에 직무의 가치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⑧임금의 결정에 있어 환경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없다.”¹¹⁾

이처럼 자본가 집단이 현재 기존의 연공급 그리고 호봉제를 폐지하려는 목적은 명확하다. 기존의 연공급에서는 고정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리하여 임금의 안정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계급에 대한 추가적인 노동강도강화가 불가능하며, 임금삭감이 필요할 때 이를 시행할 수 없는 등 임금이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정급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기 때문에 생계비 증대와 유사해져서 임금안정성이 확보되는 반면 자본가계급은 임금비용의 증대로 자신들의 이윤이 줄어든다. 이것은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마찬가지로 고참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자하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자동승급에 따라 발생하는 고정급 인상 등은 조직내 모든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임금이 인상되기 때문에 노동자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한편 노동비용을 전반적으로 증대시킨다. 그리고 실질적인 변동급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임금삭감이 곤란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협할 수 없다. 그리고 호봉제에 따른 임금의 자동적 상승과 높은 실질적 고정급 비율 등은 생산성증대에 따라 노동자계급에 대한 배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큰 임금체계이기 때문에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원인은 직무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직무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직무급으로의 재편을 추진해야 하며,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임금의 안정성을 해치는 직무급과 이보다 더 노골적이고 유연한 성과주의 임금인 직능급으로의 재편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자 개개인을 자본에 종속시키고 노동자계급대중의 단결력의 토대를 붕괴시키고 밥줄을 좌우하여 더욱더 강한 노동강도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기회주의주의자들의 직무급에 대한 포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근속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이나 직무에 따라 차등임금 지급을 하는 직무급 그리고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직능급 모두는 사실 노동자가 자본가계급에게 노동력을 판매하는 방식들 중에 하나이며, 자본주의 착취제도를 떠받치는 임금제도의 하나에 불과하다. 다시말해 연공급이든 직무급이든 직능급이든 해당 기업의 자본가들은 그 제도하에서 노동자를 고용하여 착취하고 있다. 자본가가가 순전히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배당이라는 명백한 불로소득이라는 형태로 착취해간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리고 경영을 담당하는 기업가(임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자본가라 하더라도 자신의 노동과 무관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액수를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불로소득을 획득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요컨대 어떤 임금제도라 하더라도 노동자의 착취제도라는 부당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급이 마치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실현하며 그리하여 공정하다는 인상을 품기려는 민주노총과 전국금속연맹 상층부와 사이비 지식인들의 소자본가적 근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임금제도가 모두 착취제도라고 하더라도 그 제도의 차이에 따라 그 착취 정도는 다를 수 있는 데, 임금유연화가 심한 임금제도일수록 노동계급의 생존을 불안케하고 경쟁에 몰두케 함으로써 착취를 강화한다. 임금유연화의 대표적인 것으로 거론되는 것이 직능급이라고 불리우는 성과주의 임금이다. 성과주의 임금이 노동자계급간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그리하여 전반적으로 임금수준을 낮추는 동시에 임금격차를 심화시키며, 이런 격차가 성과에 따른 분배인양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은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의 기회주의자들도 부정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은 노골적으로 직능급도입이나 성과주의 도입, 즉 임금유연화를 주장하지 않지만, 이들이 도입하려는 직무급도 임금유연화의 수단이라고 하는 것을 철면피하게 은폐하고 있다. 예컨대 그들은 임금피크제를 연공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와해시키는 임금유연화 수단이라고 비판(?)하면서 도입저지를 주장(?)하고 있다¹²⁾.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들은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연공급체계를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더 나아가 경총이 요구하고 추진하는 직무급으로 연공급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선동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직무급이 도입되면, 동일직무에 대해서 동일임금이 부여된다는 명목으로 고참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은 명백하게 될 뿐만아니라 이제 자동승급제도가 사라짐에 따라 신참 노동자들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그나마 제한적이지만 지속적인 임금상승확보마저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직무급은 임금유연화의 한 형태인 것이다. 그런데 직무급은 임금유연화일 뿐만 아니라 직능급, 즉 직능급으로 이행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기도하다¹³⁾.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직무급자체도 이미 성과주의의 한 형태이며 그리하여 임금격차를 야기한 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직무급은 작업환경 난이도, 작업수행에 필요한 숙련에 따라 임금의 차이를 설정하게 되기 때문이며, 그 직무에 따라 상이한 임금이 부여되기 때문이다¹⁴⁾. 연공급에서는 자동승급에 따라 상승하였지만, 직무급에서는 직무내에서의 숙련에서의 임금차이 더 나아가 직무승진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낮은 직무에서 높은 직무로의 상승 경쟁을 벌여야만 추가적인 임금 상승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연공급을 폐지를 주장하는 금속연맹에서 이런 직무승진 더 나아가 직능급으로의 체계 재편을 제안하고 있기조차 하다¹⁵⁾. 더욱이 이들은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기본급의 삭감을 주장하고 직무수당을 통한 임금격차를 확대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노동자들 임금 삭감을 야기하고 임금격차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¹⁶⁾. 요컨대 직무급의 도입을 통해서 그리고 곧바로 직능급형태로 이전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국금속산업연맹이 직무급이라고 제시한 예는 보통 20-30개의 직무로 분할되어 있는 직무급이 아니라 4가지 직종 내에서 승진이 열려진 것으로서 최근에 미국에서 재편되고 있는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전형인 것이다¹⁷⁾.

직무급으로의 재편을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사기와 조삼모사의 논리

이처럼 한편으로는 임금유연화저지라는 쇼를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임금유연화를 초래하는 직무급으로의 재편을 그리고 본격적인 성과주의임금제로의 이행을 선동하는 작자들이 바로 민주노총내로 잠입한 지식인들이며 전국금속산업연맹과 연합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들이라는 작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해서, 즉 임금격차의 축소를 위해서는 직무급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사기를 치고 있다. 이런 사기는 영남노동운동연구소의 강신준이 이미 1999년에 금속연맹의 임금체계안으로 제출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재탕이기도 하다. 그런데 직무급의 도입자체는 곧바로 임금격차를 야기한다는 것은 이들조차 뻔히 알고 있듯이 동일한 근속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임금격차를 늘린다¹⁸⁾면 이것이 어떻게 임금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말인가? 직무급은 동일한 근속의 노동자들 서로간에도 직무의 차이에 따라 상이한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직무급은 임금격차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 제도로서, 연공급내에서는 해소되고 있던 노동계급내의 개인주의적 열망을 자극하는 조건을 만들어내고 노동계급내의 단결을 훼손하는 것이다¹⁹⁾.

 이들이 노동계급내 단결을 훼손하고 작은 이익 앞에 큰 것을 잃게하는 개인주의를 부추기려고 추진하는 직무급의 대의명분은 바로 우습게도 ‘노동계급내 단결’이다. 이들은 연공급으로는 곤란하며 직무급으로 바꾸어야만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수준으로 올리는 데, 연공급에서는 안되고 직무급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궤변과 협잡은 무엇인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화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경총의 박용성 대한상의회장 같은 자본가계급의 대표는 다음과 같이 공격하고 있다. 즉 근속연수에서 노동자의 임금 차이는 내버려두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차이만을 왈가왈부하냐는 것이다²⁰⁾.

그러나 이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차이는 결코 노동자계급을 분리시키고 경쟁시키는 임금차이가 아니며, 그것은 오히려 생계비 증대에 수반하는 안정적인 임금상승을 의미하며, 오늘의 신참노동자가 내일의 자신인 고참노동자와 연대하는 길임을 현장노동자들은 직접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른 조건이 그대로일 때 전체 근속기간의 임금 전체는 동일한 것이라는 것을 조삼모사의 원숭이가 아니면 누구나 아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진영내 기회주의자들의 연공급을 포기해야 한다는 궤변은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보다 좀 더 교활하다.

“기업규모와 자본의 능력에 따라 기업의 임금지불능력과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커다란 격차가 나타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거의 법칙적인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근속에 근거한 임금 결정은 동일한 종류의 일을 수행하고 또 유사한 수준이 직무 경력을 지니면서도 단지 근속기간에 도저히 대기업 노동자에게 접근할 수 없는 중소영세기업 미 비정규지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을 합리화하는 수단에 불과할 수 있다.… 혹자의  지적처럼 연공임금이 기업간 임금격차의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간의 임금격차를 담는 중요한 그릇임에 틀림없다.”²¹⁾

이들에 따르면 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격차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격차의 원인인 연공급은 아니지만, 그 격차를 담는 그릇이므로 그릇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말마따다 기업의 규모와 자본의 능력에 따라 임금격차가 발현하는 것이 ‘법칙’이라면 연공급이라는 그릇을 없앤다고 그것이 해결될 것인가? 자본주의의 법칙리라면 다른 그릇을 갖다 놓는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 원인과 그릇이라는 말장난이나 하는 쥐새끼같은 놈들은 법칙을 언급하면서 ‘거의’라는 말로 도망갈 구멍도 만들어 놓고 있다. 혹시 아니면 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수준도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수준으로 낮추자고 하는 말인가? 그리고 중소기업 노동자들만큼 노동강도를 높이자는 말인가? 바로 그렇다!!!

“…자동차업체 사용자들은 이런 현상(비정규직 증대-인용자)의 이유를 정규직의 높은 임금과 빠른 임금인상속도 때문에 급속하게 악화된 노동력 비용구조에서 찾고 있다. 사용자측이 주장하는 노동비용 구조문제를 액면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조기피성향이 강한 국내 자동차 업체의 성향을 고려하면 노동비용구조의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임금제도가 노력을 유인하지 못하는 가운데, 작업장에서는 통제와 자율성을 둘러싼 갈등이 높아지면서…고령화와 비정직화의 주요한 원인을 연공적 임금체계로 찾는 것은 분명 옳지 않지만 고임금화 추세와 고용의 유지 혹은 성장을 양립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행의 연공적 임금체계가 이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다.”²²⁾

결국 이들의 논리는 경총의 주장과 완전히 같다. 경총이나 전경련 자본가집단의 대기업 정규직 고임금노동자들의 희생과 굴종을 요구하는 데, 이들은 비정규직의 철폐? 혹은 정규직화? 라는 문제에 대해 대기업 노동자의 고임금론을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단결이란는 명분으로 말이다. 노동비용문제를 고려해서 연공급을 없앰으로써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임금제도가 노동강도강화를 유인하지 못한다고 하며, 연공급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바 이는 앞서 성과주의 임금제를 만연시키려는 자신의 주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계급을 압살하고 있는 자본과 투쟁을 포기한 꼬리 내린 개들이 제시하는, 노동계급을 노예로 만드는 해법이다.

자본가계급의 공세와 노조관료 그리고 성과주의를 위한 직무급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세계경제회복을 앞두고 자본가계급은 노동계급을 짓밟아 두려는 막바지 공세에 여념이 없고, 노조관료들은 다가올 세계자본주의 회복에 목을 매며 노동계급을 자본의 복종아래 몰아넣기 위한 타협에 여념이 없다. 한편으로 총공세와 다른 한편으로는 노사정합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도 자본가계급은 제도적으로 노동계급을 압박하기 위해서 직무급과 더 나아가 성과급으로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고, 노조관료는 자본주의 체제에 자본가계급에 부담(?)- 자본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익을 내고 있고, 노동계급의 빈곤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하고 그 결과 빈부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바로 이때-를 주지 않고 노동계급 투쟁을 무마하여 체제내에 포섭시키기 위하여 직무급으로의 재편을 꾀하고 있다. 바로 자본주의의 계급적대성을 무시하고 피지배계급인 노동계급을 처절한 착취아래 몰아넣으려는 중간계급적 소자본가적 기회주의자들의 준동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식인들과 노조관료가 직무급에 연연하는 부차적인 또 다른 이유는 직무급자체가 직무평가를 둘러싸고 노조측과 자본측의 끊임없는 협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직무급하에서 주도세력은 바로 노조관료와 그들과 함께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이기 때문이다.

인권위의 개입과 재보선 이후의 판세의 결과가 비정규직법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으나 전향적인 개선은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나쁜 상황은 노무현정부가 비정규직법안을 전향적으로 수정함으로써 노동운동진영내 노사정합의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노동운동진영내 기회주의를 득세케 할 뿐더러, 경총이 요구하는 대로 임금의 직무급화로의 노사정 이면합의를 하는 경우이다. 노동계급대중은 기회주의자들이 자본에 포섭시킬 목적으로 던지는 개량의 미끼와 술수에 넘어가서는 안되는 데, 그렇치 않을 경우 후퇴되었던 생존권은 회복은커녕 더욱더 옥죄지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노동계급대중은 현재의 자본의 탄압적 공세와 노사정합의주의라는 계급협조주의를 투쟁으로 그리고 공세적으로 돌파함으로써, 그리고 임단투에서도 자본과 친자본협조주의자들의 직무급 및 성과주의의 임금체계도입을 박살냄으로써, 경기침체기 동안 후퇴되었던 노동조건의 획기적인 회복을 쟁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기회복이 좀 더 가시화됨에 따라 노동조건 개선 등 개량적 투쟁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노동계급에게 유리한 조건이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객관적으로 다가올 2010년까지 5년여 동안의 자본주의의 호황의 시대는 개량주의와 기회주의자들이 주도하고 노동계급대중을 포섭하는 시기가 될 위험성이 크다. 노동계급 대중과 전투적 노동운동진영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사과연≫

자본의 공세와 계급타협주의 그리고 임금유연화

김두한 | 노사과연 창립준비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