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맑스주의 노동가치이론 -

맑스의 이론 중에서 지난 75년 동안[이 해제는 1976년에 집필되었다―역자] 학문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격받아온 부분이 그의 가치이론이다. 그의 부르주아 비판자들은 여기서 날카로운 계급적 본능을 보여주는데, 왜냐하면 이 이론이야말로 전체 체계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지적 시도들 중 맑스주의 노동가치이론에 반복적으로 가해진 공격만큼 명백히 기본적인 몰이해에 기초한 것도 없다.¹⁾

이 이론은 가치 문제의 두 가지 측면,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을 인지한다. 양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 상품의 가치는 그것의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즉, 주어진 평균적 노동 생산성 하에서) 단순노동(숙련노동은 일정한 계수를 통해 단순노동으로 환원된다)의 양이다. 질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 상품의 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에 의해 결정된다―사적 노동에 의해 생산된 상품들은, 사회가 각각의 개별적인 사적 수공업 또는 공업부문들의 구체적이고 특수한 측면들을 추상하고 각 상품들의 구체적인 사용가치와 무관하게 이 모든 노동들을 추상적인 사회적 노동으로서 동등화할 때 비로소 서로 비교가능하게 된다.

이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맑스가 답하고자 했던 질문을 정식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그의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의 물질적 삶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해야만 한다. 한 사회에서 모든 생산자들의 노동이 서로 다른 물질적 생산영역들로 나누어지는 방식은 서로 다른 필요들이 어느 정도만큼 충족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따라서, 필요들의 집합이 주어졌을 때, 필요와 산출 간의 대략적인 균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 다양한 생산영역들 간에 일정한 비율로 노동(‘노동투입’)이 분배되어야만 한다. 원시사회에서는, 또는 완전히 발전한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노동투입의 분배가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방식으로―원시사회에서는 습관, 관습, 전통, 주술-제의적 과정, 원로들의 결정 등에 기초하여,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연합된 생산자-소비자 대중 자신들의 민주적인 우선순위 선택에 기초하여―행해진다. 그러나 노동이 사적 노동으로 되고 노동생산물이 수천 개의 독립 기업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생산된 상품인 자본주의 하에서는, 노동투입과 사회적으로 인지된 필요(이것은 물론 자본주의 하에서는 유효수요[지불능력이 있는 수요―역자]로 표현된 필요만이 사회적으로 인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의 균형을 사전적으로 확립하는 어떠한 의식적인 결정도 없다. 균형은 맹목적인 시장의 힘들이 작동하는 것을 통해 우연적으로만 달성된다. 가장 선호되는 가설에 따르면, 학계의 경제학자들이 집착하는 가격변동은 이 균형이 어떤 압력에 의해 어떤 방향으로 변동할지에 대한 유일한 신호이다. 그들은 무엇이 평형을 이루며, 이 모든 무수한 변동의 배후에 있는 추동력이 무엇인가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맑스가 그의 완성된 노동가치이론으로 대답하고자 했던 질문이다.

이러한 접근으로부터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명백해진다. 오스트리아인 뵘-바베르크로부터 시작된 수많은 맑스의 비판자들이 가정하는 것과 정반대로, 맑스는 결코 그의 가치이론으로 시장에서의 단기 가격변동을 설명하려고 의도하지 않았다.²⁾ (아마도 그는 결코 집필되지 않은 ꡔ자본론ꡕ의 최초 계획의 제6권에서 단기 가격변동에 관한 몇몇 문제들을 제기하려고 했던 것 같다.) ꡔ자본론ꡕ 제1권에서 설명된 노동가치이론을 ‘미시-경제적 이론’이라고 주장하고 제3권의 ‘거시-경제적’ 노동가치이론과 대비시키려는 것 또한 터무니없는 짓이다. 맑스가 발견하고자 했던 것은 가격변동의 배후에 있는 숨겨진 핵심, 말하자면 분자 내부에 있는 원자들이었다. 그는 경제분석 전체를 상이하고 더 높은 추상수준으로 이동시켰다. 그의 질문은 새미가 어떻게 달리는가(달릴 때 그의 다리와 몸이 어떤 운동을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새미를 달리게 하는가였다.

맑스주의 노동가치이론에 가해진 비판 중 99퍼센트가 완전히 논점을 벗어난 것이라는 것은, 때때로 그 이론에 대한 ‘증명’으로 해석되어 온 ꡔ자본론ꡕ 제1권 제1장의 첫 페이지들을 이 비판이 ‘논박하려고’ 시도할 때 특히 잘 알 수 있다.³⁾ 상품들이 사회적 노동의 생산물이라는 사실 외에 또 다른 공통된 성질을 갖는다고 말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들에 대한 분석을 무의미한 논리 게임으로 전환시킨다. 이 ‘또다른 성질들’은 무정부적 시장경제의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연계(nexus)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빵과 비행기가 모두 ‘희소하다는’ 사실이 그것들을 서로 비교가능하게 하지는 않는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굶어죽더라도, 그리고 빵에 대한 ‘필요의 강도’가 비행기에 대한 ‘필요의 강도’보다 진실로 수천 배나 더 크다고 하더라도, 전자는 후자보다 엄청나게 쌀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의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이 훨씬 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되어 왔다: 도대체 왜 이런 종류의 탐구에 공을 들이는가? 매우 높은 추상수준에서만 그리고 최종적으로만 실제적인 경제적 사건들을 규제한다고 여겨지는 신비한 ‘경제의 표면 아래에 있는 힘’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대신에, 왜 ‘경제학’을 매일매일의 경제생활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말할 필요도 없이, 자본주의 하에서)―가격, 임금, 이자율, 이윤 등의 등락―에 대한 분석에 한정하면 안 되는가?

이러한 신실증주의적 접근은 기묘하면서 또한 전형적으로 비과학적이다. 다른 자연과학도 마찬가지이지만, 의학을 연구하는 어느 누구라도 ‘진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증상들을 수집할 수 있는데 왜 질병의 “심층적 원인들”을 찾아내려 공을 들이는가’라는 질문의 웃음거리가 될까봐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직접적 현상들의 ‘배후에 놓여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애쓰지 않고서 경제발전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자면, 시장에서 일어나는 가격들의 직접적인 단기변동에 관한 법칙은 왜 1974년에는 1킬로그램의 금이 70년 전보다 거의 두 배나 더 많은 미국의 소비재들을 구입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평균소비자물가지수는 1904년과 비교해서 약 다섯 배 이상 상승한 반면, 자유시장의 금 가격은 아홉 배 상승하였다). 장기적으로 가격의 기본적 운동은 한편에서는 다양한 소비재 산업들에서의,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금 채굴 산업에서의 사회적 노동생산성의 서로 다른 장기적 동학들, 즉 맑스가 정식화한 가치법칙과 명백한 관련이 있다.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그 가치법칙의 작동이라는 것을 일단 이해하기만 하면, 우리는 서로 분리된 채로 있었을 뻔한 분석의 조각들을 총체적인 경제적 과정으로 결합할 수 있다. 교환으로부터 발생한 화폐는 오직 그 자신이 내재적 가치를 갖는 상품이기 때문에 (또는 지폐의 경우, 내재적 가치를 갖는 한 상품을 대표하기 때문에) 상품가치의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할 수 있다. 화폐이론은 가치이론과 자본축적이론에 재통합된다. 경기순환주기의 등락은 상품가치의 변동이 ‘보병’ 상품군(軍), 즉 매일매일 판매되는 각각의 최종 소비재들은 물론 ‘중포병’ 즉, 대규모 기계설비, 고정자본의 고통스러운 감가(가치의 상실)를 수반하면서 자기 자신을 관철시키는 메커니즘으로 나타난다. 경제성장이론, ‘경기순환’ 이론, 자본주의적 공황이론, 이윤율과 그 저하경향의 이론―모든 것이 최종적으로는 이 가치법칙의 작동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가치법칙이 경제분석에서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물리학에서 기본 입자(원자 등)의 개념이 필요한가라는 질문만큼이나 의미없는 것이다. 실제로 상품가치를 중심으로 구성된 ‘기본 원리들’ 없이 자본주의 경제의 모든 기본적인 운동법칙을 설명하는 통일적이고 일관된 총체적 분석은 불가능하다.

맑스주의 경제이론에서 ‘가치법칙’은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로 가치법칙은 상품들 사이의 교환관계를 규제한다(이것은 지금 바로 결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시 말해 상품들의 상대가격이 진동하는 장기적 변동의 축을 확립한다. (이것은 또한 자본주의 하에서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교환관계―우리가 곧 다루게 될 지극히 중요한 점―를 포함한다.) 둘째로 가치법칙은 서로 다른 상품집단의 산출에 투여되는 사회적 총노동(이것은 최종적으로 사회의 물질적 총자원을 의미한다)의 상대적 비율을 결정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치법칙은 최종적으로 서로 다른 상품집단들에 대한 ‘유효수요’의 분할에 따라 서로 다른 생산(과 일반적인 사회적 활동)영역들 사이에 물질적 자원을 분배하는데, 이러한 과정은 항상 생산과 분배의 적대적인 계급관계의 틀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셋째로 가치법칙은 평균이윤율을 결정하고 이윤이 평균보다 높은 기업과 생산분야들에 대한 투자와 이윤이 평균보다 낮은 기업과 생산분야들로부터 투자회수를 지시함으로써 경제성장을 규율한다. 여기서도 역시 자본과 투자의 이러한 운동은 최종적으로 사회적 노동의 ‘절약’과 ‘낭비’의 조건, 즉 가치법칙의 작용에 조응한다.

맑스의 노동가치이론은 ‘고전’학파 정치경제학에서 나온 노동가치이론, 특히 리카도의 그것을 심화 발전시키고 완성시킨 것이다. 그러나 맑스는 그 이론에 많은 변화를 가했다. 특히 결정적인 한 가지는 그의 가치이론의 기초로서 사회적 추상노동(abstract social labour)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맑스는 어떤 방식으로든 ‘진일보한 신리카도주의자’로 간주될 수 없다. ‘가치의 본질로서의 노동량’은 ‘교환비율의 기준(numéraire)으로서의 노동량’―모든 상품들의 가치를 측정하는 공통의 기준―과 매우 다른 어떤 것이다. 상품의 사용가치를 결정하는 구체적 노동과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추상적 노동을 구분한 것은, 맑스가 매우 자랑스러워했던, 리카도를 넘어선 혁명적 한 걸음이었다. 실제로 맑스는 이것을 이윤, 지대, 이자를 포괄하는 일반적 범주로서의 잉여가치의 발견과 더불어 자신의 주된 업적으로 간주하였다. 이것은 상품생산자들로 이루어진 사회의 독특한 구조에 대한 이해, 즉 사적 노동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분절된 사회의 전체적인 노동 잠재력을 어떻게 서로 관련시킬 것인가라는 핵심적 문제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맑스의 필요노동과 잉여노동(필요생산물과 잉여생산물) 개념과 더불어 경제이론과 사회혁명의 과학, 역사적 유물론 사이의 핵심적 연계를 대표한다.

맑스주의 노동가치이론이 사용가치를 가치와 교환가치의 어떠한 직접적 결정으로부터도 확실하게 배제시킨 방식은 종종 맑스가 사용가치를 경제분석과 경제이론의 영역 바깥의 것으로 취급했다는 잘못된 해석을 낳았다. 이것은 ꡔ자본론ꡕ의 풍부한 변증법적 복합성에 전혀 맞지 않는 해석이다. ꡔ자본론ꡕ 제2권 해제에서 재생산의 문제를 다룰 때, 우리는 자본주의 하에서 경제성장이 어떻게든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사이의 모순이 어떤 특수한 방식으로 메워져야만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논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다만 맑스가 상품을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통일이면서 동시에 모순으로서 이해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잠재적인 구매자에게 아무런 사용가치를 가지지 않는 물건은 교환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그리고 상품의 두 가지 범주인 생산수단과 노동력이 갖는 특수한 사용가치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한 맑스의 분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가치법칙은 근본적으로 사적 소유와 사적 노동에 기반한 사회(경제적 의사결정이 수천 개의 독립 기업들과 수백만의 독립된 ‘경제주체들’ 사이에 파편화되어 있는)에서는 사회적 노동이 직접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사실을 표현한다. 만약 존스 씨가 자신의 노동자들로 하여금 1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하도록 했다면 그는 사람들이 신발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구매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가 사전 조사를 하는 수고를 들인다면, 그는 심지어 매년 영국(과 그가 자신의 생산물을 수출하고자 하는 모든 나라들)에서 판매되는 신발의 수가 10만 켤레라는 작은 숫자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소유하고 있는 특정한 10만 켤레의 신발이 그것들을 기꺼이 구매하고자 하고 구매할 능력이 있는 특정한 소비자들을 찾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리해도 알 수가 없다. 자신의 신발들을 판매하고 그 등가물을 받은 다음에야 (만약 그가 자신이 투자한 자본에 대해 평균적 이윤율을 실현하였다면) 비로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나의 노동자들이 내 공장에서 참으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을 투입하였다고. 만약 생산된 신발들의 일부가 판매되지 않고 남았다면, 또는 손실을 보거나 평균보다 훨씬 낮은 이윤으로 판매되었다면, 이것은 그만큼의 생산에 투입된 노동이 사회에 의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을, 사실상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그만큼의 노동이 낭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어진 노동량이 사회에 의해 ‘인정되는 것’과 ‘인정이 거부되는 것’은 순전히 시장에서 유효수요와 만나는 것에 의해서만 배타적으로 결정된다. 즉 이것은 한 상품의 특정한 물리적 성질이 갖는 사용가치나 사회적 유용성과는 독립적이다. 사회는 그 상품의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정들을 추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맑스는 이 양을 사회적으로 필요한 추상노동(abstract socially necessary labour)량이라고 부른 것이다. 만약 1파운드의 아편, 한 상자의 덤덤탄[명중하면 보통탄보다 상처가 크게 나도록 만들어진 특수총탄―역자], 또는 히틀러의 초상화가 시장에서 소비자를 찾는다면 그것들의 생산에 투입된 노동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이며, 그 생산은 가치생산이다. 반대로 만약 절묘하게 만들어진 도자기나 새로 개발된 의약품이 어떤 이유에서건 소비자를 찾지 못한다면, 비록 언젠가 먼 미래에는 그것의 창조자들이 천재나 인류의 은인으로 찬양받게 된다고 할지라도, 그 생산은 가치를 전혀 창조하지 않은 것이며, 사회적 노동을 낭비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노동가치이론은 인간의 행복이나 사회적 진보라는 관점에서 본 물건의 유용성에 대한 판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이 이론은 ‘교환에서의 정의를 위한 조건’을 확립하는 것과는 더더욱 관련이 없다. 노동가치이론은 단지 자본주의 하에서 상품의 실제적인 교환과 생산행위가 갖는 심층적 의미와 이러한 행위들의 결과로서 어떠한 도덕적, 미적, 정치적 판단과도 독립적으로 사회 계급들 간의 소득분배를 규제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인식할 뿐이다. 진실로 이러한 ‘판단’을 찾고자 한다면, 맑스는 왜 가치법칙이 상품생산 하에서 그와 같이 작동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법칙을 조금도 ‘방어하려고’ 애쓰지 않았고, 반대로 그 작동이 완전히 소멸되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맑스의 노동가치이론에 제기된 가장 흔하고도 별볼일없는 반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만약 가격이 최종적으로 가치(사회적으로 필요한 추상노동량)에 의해 규제된다면, 노동생산물이 아닌 재화들, 즉 가치를 갖지 않는 재화들은 어떻게 가격을 가질 수 있는가? 맑스 자신은 ꡔ자본론ꡕ 제1권의 초고를 완성하기 훨씬 전에 이 반론에 사실상 답변하였다.⁴⁾ 그 생산에 아무런 사회적 노동이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가치도 갖지 않는 자연의 생산물(‘자유재’)들은 사적 전유, 사적 소유라는 사회제도를 통해 가격을 가질 수 있다. 비옥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인간도 노동한 적이 없는 토지는 가치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그 주위에 울타리가 쳐지고 ‘사유재산: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는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생계수단으로 그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그 토지는 가격을 가질 수 있다. 이 가격은 실제로는 토지소유자가 얻는 순수입(지대)의 자본화이며, 그 수입은 그 토지를 경작함으로써 자신의 노고를 통해 토지로부터 물질적 자원들(자기소비를 위한 재화 또는 상품들)을 끌어내는 사람들에 의해 생산된 것이다.⁵⁾

ꡔ자본론ꡕ 제1권이 자본주의 하에서 상품들은 그것에 포함된 사회적으로 필요한 추상노동량에 따라서 교환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모든 잘못된 주장들에 대항하기 위해서, 몇몇 저자들은 노동가치이론은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상품들에 포함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내용은 측정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막대를 반대 방향으로 너무나 많이 구부리는 것이다. 상품에 포함된 노동량의 양적 측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개념적인 것이 아니라 (예컨대, 우리는 거시경제적 집계변수들, 즉 한 나라의 모든 물질적 생산영역―공업, 농업, 상품수송―에 투입된 인시(人時; man-hour)의 총합, 서로 다른 산업부문들과 핵심적인 상품군들로의 그 분할, 투입산출표를 통한 그것들의 상호연관, 외국으로부터 원료를 수입할 필요가 없는 ‘자급자족적’ 부문들에서 평균생산단위당 노동투입량 등으로부터 출발하여 각 산업부문들과 개별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총노동투입량들을 추정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정보의 부족으로부터 초래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상품에 포함된 노동내용의 양적 측정을 위해서는 모든 자본주의적 기업들의 ‘장부를 공개하고’ 여기서 얻은 수치들을 작업장에서 검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⁶⁾ 《노사과연》

― 다음호에는 “6. 맑스의 핵심적 발견: 잉여가치이론”, “7. 맑스의 자본이론”과 “8. 맑스의 자본축적이론”이 연재됩니다.

이론

ꡔ자본론ꡕ 1권 해제 (5)

[편집자 주: ꡔ정세와 노동ꡕ은 펭귄 판 ꡔ자본론ꡕ에 실린 에르네스트 만델의 해제(Introduction)를 번역․연재 중이다. 이번 호에는 “5. 맑스주의 노동가치이론”(Capital, Volume 1, Penguin Books, 1976, pp. 38~46)을 번역하여 싣는다.]

에르네스트 만델

번역: 강성윤(교육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