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ꡔ자본론ꡕ 1권 해제 (4)

[편집자 주: ꡔ정세와 노동ꡕ은 펭귄 판 ꡔ자본론ꡕ에 실린 에르네스트 만델의 해제(Introduction)를 번역․연재 중이다. 지난 호까지 실린 “1. ꡔ자본론ꡕ의 목적”, “2. ꡔ자본론ꡕ의 방법”, “3. ꡔ자본론ꡕ의 계획”에 이어 이번 호에는 “4. ꡔ자본론ꡕ 제1권의 계획”(Capital, Volume 1, Penguin Books, 1976, pp. 32~38)을 번역하여 싣는다.]

에르네스트 만델

번역: 강성윤(교육위원장)

4. ꡔ자본론ꡕ 제1권의 계획

ꡔ자본론ꡕ 제1권은 엄밀한 논리적 구성물로서 나타난다. 우리는 자본주의적 부의 기본형태―상품―와 그 내적 모순―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사이의 모순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사회적 성격이 사회에 의해 자동적, 즉각적, 직접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사적 노동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에, 상품은 반드시 그 필연적 귀결인 화폐, 일반적 교환수단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화폐유통을 수반하는 상품유통의 분석은 화폐의 내적 가능성들과 모순들을 드러낸다: 화폐에 투하된 교환가치가 독립적인 경제적 주체로 될 가능성, 화폐가 유통과정의 단순한 매개물이 아니라 유통과정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나타날 가능성, 화폐가 화폐의 증식에 사용될 가능성, 즉 자본의 가능성.

전자본주의 사회들에서 자본은 생산영역 밖에 있으며 생산영역으로 거의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본은 비자본가 계급들에 의해 생산되고 일차적으로 전유되는 사회적 잉여생산물에 기생적으로 의존한다. 여기서 맑스는 가장 중요한 점을 지적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전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기본적 차이는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은 잉여가치를 전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잉여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부르주아 사회의 모든 측면―말하자면,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까지도―을 이해하는 데 가장 근본적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맑스는 ꡔ자본론ꡕ을 시작하면서 한 권 전체를 생산과정에 대한 긴 분석에 할애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은 가치의 생산과정, 잉여가치의 생산과정, 자본의 생산과정인 동시에 기본적인 적대적 사회관계―임금노동과 자본 사이의 관계, 프롤레타리아트로 하여금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들에게 판매하도록 하는 강제이자 자본가들로 하여금 자본을 축적하게 하고 따라서 노동자들로부터 잉여가치를 최대한 많이 수탈하도록 하는 강제―의 생산과 끊임없는 재생산과정이기 때문이다.

ꡔ자본론ꡕ 제1권은 맑스의 기본적인 발견, 즉 잉여가치의 ‘비밀’에 대한 설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자신의 교환가치보다 더 큰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능력이 자본가들을 위한 사용가치인 하나의 상품, 즉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존재한다. 따라서 맑스가 ꡔ자본론ꡕ 제1권에서 분석하고 있는 ‘생산과정’은 본질적으로 잉여가치의 생산과정이다.

그러나 잉여가치의 생산을 더 자세히 검토하려면 자본 자체를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으로 세분해야만 한다. 불변자본은 자본가계급의 부 중에서 그들이 재산과 물질적 생산수단에 대한 접근의 독점을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부분을 가리킨다. 그럼으로써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이 독립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생활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도 제거한다. 이것은 잉여가치의 생산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것 자체만으로는 잉여가치가 생산되지 않는다. 오직 살아있는 노동의 노동력만이 잉여가치를 포함한 추가적인 가치를 생산한다. 그것이 맑스가 자본 중에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구입하는 부분을 가변자본이라고 부른 이유이다. 왜냐하면 그 부분만이 실제로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분석의 다음 단계는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를 구분하는 것이다. 절대적 잉여가치는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과 동등한 가치만을 생산하는 시간을 넘어서 노동일을 연장함으로써 생산된다. 상대적 잉여가치는 임금재 산업분야에서 노동생산성이 증대함으로서 생산되는데, 이것은 노동자가 자기 임금의 등가물을 노동일의 보다 짧은 부분에 재생산할 수 있게 하며, 따라서 노동일의 연장 없이 잉여가치를 증대시키게 된다. 맑스는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초기(영국에서는 대체로 16세기부터 19세기 전반까지)에 지배적이었던 반면, 산업혁명의 논리(기계의 발달)와 노동과 자본 사이의 계급투쟁의 논리가 완전히 발현된 다음부터는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 지배적이 되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ꡔ자본론ꡕ 제1권 제4편(‘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의 핵심적인 부분은 매뉴팩쳐와 근대적 공장에 대한 길고 상세한 분석(제14장과 제1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잉여가치의 생산은 중요한 추가적인 측면을 가지게 된다. 매뉴팩쳐 시기 동안 자본은 점점 더 진보된 형태의 노동분업으로부터 발생하는 노동생산성 증대의 성과를 착취한다. 그러나 생산기술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상태로 유지된다. 노동은 매뉴팩쳐에 의해 생산되는 세분화된 최종생산물의 기능에 따라 세분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세분화를 넘어서는 노동과정의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매뉴팩쳐 시기 동안 자본가의 주된 관심은 주어진 기술 수준에서 노동에 대한 자본의 지속적인 직접적 통제를 통해 잉여노동을 최대한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노동리듬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잃어버린, 또한 그런 점에서 노동이 부자유스러운 강제노동이 된 작업장과 같다. 많은 초기의 매뉴팩쳐 회사들은 문자 그대로 그와 같았다: 다양한 수준으로 개인적 자유를 잃어버린 노동자들로 채워진 작업장.

산업혁명과 함께 근대적 공장이 출현하면서, 생산과정에서 노동의 자본에 대한 종속과정은 노동조직의 위계적 형태에서뿐만 아니라 생산과정 그 자체의 성격에서도 확고해진다. 생산이 기계화되는 만큼, 그 생산은 기계를 중심으로 재조직된다. 살아있는 노동의 노동리듬과 노동내용은 기계 자체의 요구에 종속된다. 노동의 소외는 더 이상 노동생산물로부터의 소외뿐만이 아니라, 노동 그 자체의 형식과 내용에서의 소외로 된다.

맑스는 동시에 세 가지 차원에서 근대적 기계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전개한다. 기계는 생산과정에서 노동을 자본에 종속시키는 자본의 주된 무기이다. 기계는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주된 무기이며, 그럼으로써 자본의 축적과정을 무자비하게 촉진시킨다. 그리고 노동을 절약하는 기계는 산업상의 ‘노동 예비군’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주된 무기이며, 이를 통해 임금은 노동력 상품의 가치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변동하게 되고, 잉여가치의 전유가 자본가들에게 일반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맑스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계급투쟁의 발전을 잉여가치의 생산에 관한 자신의 분석에 논리적으로 통합시키는데, 이것은 그가 계급투쟁이 바로 그 생산과정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에게 살아있는 노동으로부터 잉여가치를 수탈한다는 것은 노동일을 연장시키고, 임금 상승 없이 노동부담을 증대시키고, 노동생산성 증대의 성과를 자본을 위해 전유하기 위한 투쟁을 뜻한다. 반대로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적 착취에 대항하여 투쟁한다는 것은 임금 삭감 없이 노동일을 단축시키고, 노동부담을 경감시키고, 실질임금을 증대시키기 위한 투쟁을 뜻한다. 이처럼 자본주의적 착취의 직접적 측면에 저항하는 계급투쟁이 어떻게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투쟁으로 전환되는가―이 문제는 ꡔ자본론ꡕ 제1권의 마지막 제8편에서 간략하게 다루어진다. 한편 제7편은 기본적으로 맑스가 이제까지 밝혀왔던 끔찍한 전체 논리의 목적인 자본의 축적을 다룬다. 자본은 잉여가치를 생산하며, 그 잉여가치의 대부분은 다시 추가적인 자본으로 전환되고, 그리하여 다시 추가적인 잉여가치를 생산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그것이 인류에게 미치는 모든 모순적인 영향들과 함께 반복된다.

ꡔ자본론ꡕ 제1권의 연속된 편들의 목차를 나열해 보면―제1편은 그것을 구성하는 세 개의 장들로 세분한다―분석의 논리적인 흐름이 얼마나 완벽하게 전개되는지와 그 전개가 대체로 ‘역사적 형식과 교란적 우연성을 벗어버린’ 역사적 과정과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를 알 수 있다.¹⁾

I. 출발점: 자본주의적 부의 기본 형태: 상품

  (a) 상품과 그 교환가치의 실현, 즉 교환과정

  (b) 교환과정과 교환수단: 화폐

  (c) 상품유통과정의 필연적 매개자로서의 화폐

II. 화폐가 자본, 즉 가치의 증식, 잉여가치를 추구하는 가치로 전환: 잉여가치의 본질

III. 잉여가치의 생산: 절대적 잉여가치

IV. 잉여가치의 생산: 상대적 잉여가치 (매뉴팩쳐에서 근대적 공장제도까지)

V. 임금, 노동생산성, 잉여가치 사이의 관계; 잉여가치율

VI. 노동력의 가치가 어떻게 임금으로 전환되는가, 여러 임금형태들과 임금변동

VII./VIII. 자본의 축적, 즉 총체로서의 자본주의적 부: 그것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 자본주의의 기원(‘자본의 원시적 축적’)

ꡔ자본론ꡕ 제1권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자본주의적 부.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더 이상 단순한 ‘기본 요소들’, 산더미처럼 쌓인 상품으로만 이해하지 않는다(비록 여전히 그 상품들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또한 가치생산과 살아있는 노동으로부터 잉여가치를 추출하는 거대한 과정의 산물로서 파악하며, 생산수단, 생산조직, 노동과정과 생산물 자체를 끊임없이 혁신하는 거대한 운동으로서 파악한다. ‘추가적 가치를 추구하는 자본가치’라는 공식은 이제 자기가치증식과정(Verwertung), 노동과정과 증대된 가치생산과정의 통일(Einheit von Arbeitsprozess und Verwertungsprozess)을 통해 끊임없는 증식을 추구하는 과정을 조직하는 자본으로서 이해된다. 따라서 우리는 왜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 생산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가장 먼저 해명해야만 하는지를 더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²⁾

맑스의 기술, 기계, 공장제도에 대한 태도는 그에게 호의적으로 경도된 저자들에게조차 때때로 잘못 해석되고 있다. 기계가 부르주아 사회의 삶의 모든 측면에 미치는 장기적인 혁명적 영향에 대해 맑스가 당대의 어떤 경제학자, 사회학자, 철학자들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ꡔ자본론ꡕ 제1권의 10장, 15장, 25장을 읽는 어느 누구라도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이 초래하는 비인간적 결과들에 대한 그의 고발에 조금이나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맑스를 철지난 기계화 반대론자나 시대를 앞서간 제로성장 예언가로 보는 것이 합당할까? 또는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듯이,³⁾ 맑스는 실제로 자본주의적 기술의 대단한 찬미자였으며 그 기술이 갖는 장기적인 해방적 영향―인간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노동의 부담과 피로를 경감시킬 수 있는 능력에 모든 희망을 걸었는가?

변증론자(dialectician)인 맑스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적 기술의 모든 측면을 분석하고자 했으며, 보수적 낭만주의와 비인간적인 기계적 사고 어느 쪽에도 빠지지 않는다. ꡔ요강ꡕ의 고전적인 문구들에서⁴⁾ 맑스는 자본주의의 문명화와 진보적 측면들―사회적 생산력을 발전시키려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충동, 노동을 절약하는 방법과 수단을, 새로운 필요와 새로운 대량생산 분야를 가차없이 추구함으로써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이 발전의 특수한 자본주의적 형태가 어떻게 기술, 기계, 그리고 ‘미쳐버린’(즉,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버린) 교환가치의 비인간적 잠재력을 열 배로 증폭시키는가를 보여준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는 대신 인간을 기계에 종속시킨다. 자본주의는 사회적 삶이 풍요로운 개인들과 그들의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대신, 모든 사회적 활동을 화폐형태의 개인적 치부를 위한 끊임없는 충동이라는 명령에 종속시킨다. 모든 상품에 내재해 있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사이의 모순은 자본주의적 기계공업의 모순적 성격에서 그 자신을 완전히 드러낸다. 이 모순은, 비록 자본주의적 기계공업이 연합된 생산자들의 계급없는 사회를 위한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전제조건들을 창조했을지라도, 자본주의가 전복되지 않는다면 생산력이 말 그대로 파괴력―물질적 부를 파괴하고 (공황과 전쟁), 인간의 부와 행복을 파괴할 뿐 아니라, 요컨대 삶 자체까지도 파괴하는 힘―으로 점점 더 크게 전환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노사과연》

― 다음호에는 “5. 맑스주의 노동가치이론”과 “6. 맑스의 핵심적 발견: 잉여가치이론”이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