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맑스의 임금이론 -

퍽이나 이상하게도, 종종 맑스의 것으로 잘못 여겨져 온, 노동계급의 생활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견해는 맑스가 자신의 경제이론을 완성한 이래 지속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던 경제학자들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그것은 맬더스로부터 시작하여 리카도를 거쳐, 페르디난드 라쌀과 같은 맑스 당시의 여러 사회주의자들에까지 이른다. ‘고정임금기금’이라고 위장하든, ‘임금철칙’이라고 위장하든 간에 그것은 본질적으로 인구성장임금이론(population growth theory of wages)이다. 임금이 생리적으로 요구되는 최저수준을 넘어서 충분히 상승할 때마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아이들을 갖게 되고, 그 결과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면서 임금을 다시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논리적 결함은 명백하다. 그것은 오직 노동력의 공급 측면에서 일어나는 일만을 고려하고 있으며, 수요 측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은 잠재적 노동인구가 인구증가의 선형함수라고 전제하고 있으며, 인구변동 또한 실질소득의 선형함수라고 전제하고 있다. 논리적 연쇄의 모든 매개고리들―소득증가가 유아사망률뿐만 아니라 출생률에도 미치는 영향, 소득증가와 노동계급의 조직된 힘의 증가가 주당 노동시간의 길이, 훈련기간, 노동과정에서 은퇴하는 시점 등에 미치는 영향들―이 제거되어 있으며, 그 결과 잘못되고 실로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맑스 자신의 임금이론을 당대의 강단 경제학자들이 가졌던 견해와 비교해보면 그가 성취한 진보를 바로 알 수 있다. 맑스는 자본주의에 의해 상품으로 변환된 노동력이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결정되는 가치를 가진다는 점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가치가 다른 모든 상품들의 그것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다는 점, 즉 노동력의 가치는 두 가지 요소, 노동계급의 생리적 필요와 역사적-도덕적 필요에 좌우된다는 점 또한 지적했던 것이다.

이 구별은 노동력의 독특한 속성, 즉 인간과 분리될 수 없고 인간에 통합되어 있는 상품이라는 속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데, 인간은 근육과 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의식, 신경, 욕망, 희망, 그리고 잠재적인 반란의 가능성까지 지닌 존재이다. 노동에 필요한 육체적 능력은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해야 하는 칼로리 투입량으로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리듬과 강도로, 특정한 조건 하에서, 점점 더 큰 가치를 가지면서 동시에 더 손상되기 쉬운 특정한 도구를 갖고 노동하려는 의지는 단순히 칼로리의 총합과 동등한 소비수준이 아닌, 노동계급이 공통적으로 ‘현재의’, ‘관습적인’ 생활수준이라고 간주하는 것의 함수인 소비수준을 전제한다.^*1) 맑스는 이러한 관습적인 생활수준은 나라마다 굉장히 다르며, 여전히 전(前)공업화 단계에 있거나 ‘원시적’ 공업자본축적의 진통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서보다 자본주의적 공업이 앞선, 발달한 나라들에서 대체로 더 높다는 점을 주목하였다.^**2)

따라서 우리는 예기치 않은 결론에 도달한다: 이 점에 관한 맑스의 저작에 따르면, 실질임금은 자본주의가 덜 발달한 나라들에서보다 더 발달한 나라들, 따라서 또한 자본주의의 보다 앞선 국면에 있는 나라들에서 실제로 더 높아야만 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공업화의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실질임금이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 우리는 앞에서 맑스가 산업순환 중의 임금변동을 설명―즉 노동력의 가치가 아니라 가격이 본질적으로 산업예비군의 운동에 의해 규제된다―하였음을 주목한 바 있다. 실질임금은 호황과 완전고용의 시기에는 상승하고, 불황과 대규모 실업의 시기에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운동은 전혀 자동적이지 않다는 점, 현실의 계급투쟁―바로 이러한 이유로 그가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포함하여―이 ‘노동시장’에서의 유리한 조건들을 이용하여 임금을 증가시킬 수 있는 도구이며, 반면에 불황의 주된 효과는 임금삭감에 대한 노동계급의 저항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맑스는 임금과 관련하여 그의 가치이론을 고수한다. 임금은 노동력 상품의 가격이다. 다른 모든 가격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임의로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의 가치를 축으로 변동한다. 산업순환의 상승과 하강에 영향을 받는 임금의 운동은 단지 단기적 변동만을 설명할 뿐이다: 이것은 임금의 장기적 변동을 노동력가치의 변화의 함수로 설명하는 더 넓은 분석에 통합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맑스의 임금이론을 맬더스―리카도―라쌀 류의 조잡한 인구학적 임금이론에 대비되는 자본축적임금이론(accumulation of capital wage theory)으로 정식화할 수 있다. 임금의 장기적 운동은 다섯 가지 의미에서 자본축적의 함수이다:

― 자본축적은 (노동력의 재생산비용이 주어져 있을 때) 노동계급의 주어진 생활수준이 포함하는 주어진 소비재 묶음(basket)의 가치 감소를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자본주의의 발달은 다른 모든 조건들이 불변일 때 노동력의 가치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반복하지만 이와 같은 노동력 가치의 하락은 실질임금의 하락을 의미하지 않으며, 실질임금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 자본축적은 이전에는 노동력의 재생산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던 소비재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그 산출(대량생산)을 증대시킨다.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조건들이 유리하다면, 노동계급은 이 재화들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최저생활수준에 포함되도록 강제할 수 있으며, 노동력 가치의 ‘도덕적-역사적’ 요소를 확대함으로써 그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자동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본질적으로 계급투쟁의 결과이다.

― 자본축적은 만약 노동력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거나, 심지어 수요보다 적은 경우에는 노동력 가치의 증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것은 왜 미국에서 임금이 처음부터 유럽에서보다 훨씬 높았는지를, 왜 노동예비군의 대규모 해외 이주의 결과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임금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는지를, 그리고 왜 지난 20년 동안 저발전 국가들에서 지속적인 대량실업과 불완전고용(underemployment)이 노동력 가치의 경향적 하락으로 (종종 실질임금의 하락을 동반하면서) 나타났는지를 설명해준다.

― 자본축적은 자본주의 하에서 어떤 노동력의 가치나 가격의 증가도 깨뜨릴 수 없는 상한을 설정한다. 만약 노동력가치의 증가가 잉여가치의 심각한 감소를 의미할 때에는, 축적은 완만해지고 대규모 실업이 다시 발생함으로써, 임금은 자본축적과 양립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재조정’된다. 다른 말로 하면, 자본주의 하에서 임금은 노동력 가치의 ‘역사적-도덕적’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는 지점까지, 사실상 생리적으로 요구되는 최저수준으로 축소되는 지점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임금은 노동력 가치의 ‘역사적-도덕적’ 요소가 자본축적의 원천인 잉여가치를 일소하는 수준으로까지 상승할 수는 없다.

― 자본축적은 특히 생산과정의 강화를 통한 노동력 소모의 증대를 포함하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의 증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다시 노동력의 생리적인 재생산만을 위해서라도 더 고도의 소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노동력의 착취를 강화함으로써 그것의 가치를 증대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3) 특히 우리는 자본축적이 노동력 가치에 미치는 이러한 효과에 대한 반증을 찾을 수 있다. 임금이 특정한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특히 전쟁이나 반동적 독재의 영향 하에서), 노동자들의 생산적 노력이 감퇴하며 노동력도 그 생산능력의 최대한까지 복원되지 않을 것인데, 이것은 임금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도 많은 저자들이, 그렇게도 오랫동안, 명백히 노동력 가치뿐만 아니라 심지어 실질임금까지도 경향적으로 저하한다는 이론인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자들의 절대적 궁핍화 이론’이 맑스의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이 가능했을까?^****4) 첫째로, 맑스가 젊은 시절의 저작들―예컨대 ｢공산주의당 선언｣―에서 실제로 그와 같은 이론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5) 그러나 이것은 맑스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한 이론적 이해의 최종적인, 성숙한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형성된 것이다. 우리가 원숙한, 일관된 형태의 맑스 경제이론의 탄생을 보게 되는 것은 1857~8년 사이의 일이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와 [요강]을 집필한 후에는, 절대적 궁핍화를 향한 역사적 추세와 같은 것의 흔적을 맑스의 경제분석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둘째로, 매우 많은 저자들이 맑스가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으로 구매하는 소비재의 가치에 의존하는) 노동력의 가치를 다루고 있는 것을 (그의 임금이 구매하는 소비재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실질임금이라는 범주와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생산성의 끊임없는 증대를 가정하면, 이 범주들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6)

셋째로, [자본론] 제1권의 유명한 두 단락이 시종일관 잘못 해석되었기 때문이다.^**7) 이 두 단락 모두에서 맑스는 정말로 ‘빈궁의 증대’, 구호빈민, ‘빈궁의 축적’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맥상 그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명백히 ‘과잉인구’, ‘노동계급의 최하층’, 즉 실업 또는 반실업 상태에 있는 빈민들의 빈곤과 비참함이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부유한 나라들에서의 빈곤에 관한 심층적 연구들은^***8) 이들 노령 연금수급자, 실업자, 병자, 노숙자, 탈숙련 또는 비정규적으로 노동하는 프롤레타리아 하층의 빈궁이 진실로, ‘복지국가’ 자본주의를 포함한, 자본주의의 항상적 특징이라는 것을 놀랍도록 잘 입증해주고 있다. 진실은 단순히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은 단락들에서 맑스는 명확하지 않은 정식화를 사용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혼동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것이 맑스가 노동계급의 궁핍화에 관한 어떤 종류의 이론도 정식화하지 않았다거나,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계급의 상태의 전반적 수준에 대해 낙관적으로 예상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그가 [자본론] 제1권 제25장에 쓴 것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은 물론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오직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장이―이 주제에 대한 맑스의 모든 성숙한 저작들과 마찬가지로―가치에 관한 장들이 노동력 상품을 제외한 다른 상품들의 시장가격의 운동에 관한 것이 아닌 것처럼, 실질임금의 운동에 관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문제가 되는 바로 그 단락에 맑스의 언급으로 제시되어 있다. 자본이 축적됨에 따라 노동자의 상태는 그가 받는 임금이 많든 적든 악화된다.^****9)

여기서 우리가 실제로 가지게 된 것은 이중적 의미의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계급의 상대적 궁핍화 경향 이론이다. 첫째, 생산적 노동자들은 그들이 생산한 새로운 가치의 더 적은 부분만을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다른 말로 하면 잉여가치율의 증가 추세가 있다는 의미에서이다. 둘째로, 임금이 상승할 때조차 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필요는 부정된다는 의미에서이다. 이것은 심지어 자본축적의 결과로 인한 노동생산성 상승으로부터 비롯되는 추가적인 소비자로서의 필요에까지 적용된다. 이 가정이 이른바 ‘소비자 사회’에서도 여전히 정확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가장 부유한 자본주의 나라들에서조차 충족되지 않고 있는 교육, 건강, 기술획득과 차별화, 여가, 문화, 주택 영역에서의 노동자들의 필요를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생산자와 시민으로서의 노동자의 필요―완전한 개성을 발달시키고자 하는 필요(욕구), 보다 풍부하고 창조적인 인간이 되고자 하는 필요(욕구) 등등―에 훨씬 더 잘 적용된다. 이러한 필요들은 의미 없는 기계적이고 분할된 노동, 생산능력의 소외, 진정한 인간적 부의 소외라는 독재에 의해 잔인하게 압살된다.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상대적 궁핍화라는 이 법칙 외에도, 맑스는 또한 본질적으로 실업의 운동에 의해 작동하는 주기적인 절대적 궁핍화 경향을 주목하였다. 이것은 자본주의 하에서 순환적 경기변동의 불가피성, 즉 주기적 과잉생산공황 혹은 오늘날 덜 자극적인 의미를 함축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경기후퇴(recession)’의 불가피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맑스의 임금이론의 다른 한 측면에 대해서도 거의 한 세기 동안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이것은 ‘숙련노동력’과 ‘미숙련노동력’의 서로 다른 가치에 관한 문제이다(이 문제는 맑스가, 그의 가치이론에 따르면, 숙련노동이 미숙련노동보다 한 시간 동안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한다는 사실에 대한 만족스러운 설명을 제공하였는지에 대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뵘-바베르크로부터 시작하는 몇몇 비판자들은 여기서 맑스의 경제이론의 기본적인 비일관성 중 한 가지를 발견하였다고 주장해 왔다.^*****10) 왜냐하면, 만일 숙련노동자의 미숙련노동자에 대비한 가치 측면에서의 더 큰 생산성이 전자의 더 높은 임금 때문이라면, 우리는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순환논법, 즉 ‘노동의 가격’이 재화의 ‘자연가격’을 결정하는데, ‘노동의 가격’은 다시 한 종류의 재화, 이른바 임금재라고 불리는 식품의 ‘자연가격’에 의해 결정된다는 논법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맑스는, 그의 비판자들이 잘못 생각한 것과 반대로, 그러한 순환논리를 피했다. 그는 결코 한 시간의 미숙련노동에 비교한 한 시간의 숙련노동이 갖는 더 높은 가치내용을 숙련노동이 받는 더 높은 임금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 더 높은 [가치]내용은 엄밀하게 노동가치이론의 관점에서, 즉 숙련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 노동비용에 의해서 설명되는데, 여기에는 또한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총 교육비용도 포함되어 있다.^*11) 한 시간의 미숙련노동과 비교하여 한 시간의 숙련노동이 더 큰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숙련노동이 자신의 노동력뿐만 아니라 그 숙련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의 일부와 함께 사회(또는 한 특정한 산업분야)의 ‘총노동력’(Gesamtarbeitsvermögen)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매 시간의 숙련노동은 한 시간의 미숙련노동에 이 교육비용에 따라 결정되는 계수를 곱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12) 맑스는 이런 의미에서 ‘단순노동’에 대비되는 ‘복잡노동’을 말하고 있다. 숙련은, 비유컨대, 그 자체로는 가치를 생산하지 않지만, 자신의 가치의 일부를 숙련노동자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가치에 이전시키는, 일종의 추가적인 도구에 비교될 수 있다.《노사과연》

― 다음호에는 “10. 맑스의 화폐이론”과 “11. [자본론]과 자본주의의 운명”이 연재됩니다.

이론

[자본론] 1권 해제 (9)

[편집자 주: [정세와 노동]은 펭귄 판 [자본론]에 실린 에르네스트 만델의 해제(Introduction)를 번역․연재 중이다. 이번 호에는 “9. 맑스의 임금이론” (Capital, Volume 1, Penguin Books, 1976, pp. 66~73)을 번역하여 싣는다.]

에르네스트 만델

번역: 강성윤(교육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