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맑스의 자본축적이론 -

따라서 자본이 증식을, 잉여가치를 추구하는 가치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자본이 잉여가치를 생산한다면, 잉여가치는 또한 추가적인 자본을 생산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하에서 경제성장은 자본축적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기본적인 추진력은 자본을 축적하려는 욕구이다. 이것은 뭔지 모를 신비스럽고 동어반복적인 ‘축적에 대한 열망’이나 자본가들의 타고난 성향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경쟁, 즉 ‘다수 자본들’의 현상으로 설명된다. 맑스는, 경쟁이 없다면 성장의 ‘맹렬한 불’은 꺼지게 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1) 완전히 독점화된 자본(‘단일한 세계적 트러스트’)은 본질적으로 자본을 정체시킬 것이다.

그러나 경쟁은,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의 추진력으로서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경향과 결합된다. 생산의 확대가 산 노동의 투입과 죽은 노동(기계와 원료)의 투입 사이의 관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진행된다면, 그것은 급속하게 물리적 한계(사용가능한 총노동력)에 도달할 것이며 따라서 이윤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지속적인 완전고용 하에서, 임금은 계속 상승하여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이 점차 사라지게 되는 수준까지 이윤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하의 경제성장은 산 노동과 죽은 노동의 투입(가변자본과 불변자본) 사이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노동절약적 설비들의 확장을 선호하는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 실제로 노동의 사회적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려는 경향이야말로 자본축적의 주된 문명적(civilizing) 부산물이자, 자본주의가 인류에게 제공한 주요한 실재적 봉사이다. 자본축적은 최초의 형태에서는 공업화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사용가능한 공장과 장비, 그리고 원료 재고의 가치 증대라는 형태로 수행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 축적은 맑스가 상상했던 것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미국에서 사적 비농업생산자가 축적한 내구재의 총가치는 1900년에서 1965년 사이에 불변달러가격으로 열배 이상 증가하였는데, 이 추정치는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왜곡된 공식 기록에 기초한 것으로 확실히 저평가된 것이다.

물론 자본축적은 전(前)자본주의 지배계급의 행동과는 구별된다. 만약 모든 잉여가치가 사치재의 형태로 소비된다면 자본축적은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러면 자본은 이미 도달해 있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다. 실제로 맑스는 이 특별히 ‘제한적인’ 경우를 순전히 분석적인 목적을 위해 ‘단순재생산’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였다. 이것은 물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어떠한 ‘실제적’ 단계 또는 상황에도 대응하지 않는다.^**2) 이미 지적한 것처럼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것은 바로 축적, 즉 ‘확대재생산’에 대한 강박이다.

확대재생산은, 생산적 노동에 의해 생산되고 자본가계급에 의해 전유되는 모든 잉여가치가 비생산적으로 소비되지 않는 것을 전제한다. 잉여가치의 일부는 사치재로 전환되고 재생산과정으로부터 사라진다. 잉여가치의 다른 부분은 추가적인 공장과 장비, 추가적인 원료와 추가적인 노동력을 구매하는 데 사용됨으로써 추가적인 자본으로 전환된다. 바로 이것이 자본축적 과정이다: 잉여가치가 추가자본으로 전환됨으로서 새롭게 더 증대된 잉여가치를 생산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다시 새로운 자본의 증대를 가져오는 것. 자본주의에 대한 초기의 ‘낭만적’ 비판자 중 하나이며, 맑스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시스몽디(Sismonde de Sismondi)가 이미 이해했던 것처럼, 이 운동은 나선의 형태로 전개된다.

자본축적이 자본가계급에 의해 전유되는 잉여가치의 일부가 사치재로서 사회적으로 낭비되지 않음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윤과 자본주의적 착취에 대한 이른바 ‘절제’ 이론(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당화)의 출발점을 이룬다.^***3) 최초에는 공동체의 모든 성원들이 자원에 대해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다른 성원들의 ‘낭비’와 달리 몇몇 성원들의 ‘검약한 습관’으로부터 어찌어찌 자본이 발생하였다는 가설에 대한 증거는 역사적으로 단 한 가지도 없다. 반대로 모든 역사적 증거는, 이전에는 거의 전적으로 (생산된 재화가 사용가치만을 갖는) 자연 경제에 제한되었던 사회에서 (귀금속과 다른 보물들의 집적이라는 형태로) 거대한 양의 ‘자본’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것은 ‘검약’이나 ‘절약’의 결과가 아니라 대규모의 해적질, 강도질, 폭력, 절도, 인간의 노예화와 노예무역의 결과라는 것을 확증해 준다. 지중해에서의 해적질로부터 시작해서 제4차 십자군의 비잔티움 약탈을 거쳐 중부와 동부 유럽의 슬라브 영토에 대한 약탈을 목적으로 한 주기적 침략에 이르기까지, 10세기에서 13세기 사이의 서유럽 고리대자본과 상인자본의 기원에 관한 역사는 이 점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에 의해 부정된 것을 동시대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비추어보면 더욱 터무니없다. 어느 누구도 차마 록펠러 씨, 모건 씨, 그리고 멜론 씨가 추가적인 요트, 저택, 그리고 개인 제트기에 수십조 달러를 낭비하지 않는 그들의 미덕에 대해 보상받아야만 한다―절제이론의 속류적 형태―고 진지하게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보다 정교한 형태, 이른바 자본소유자의 이윤은 그들의 ‘기금(fund)’이 장기자본투자라는 ‘유량(flow)’으로 전환된 방식일 뿐이라는 생각은 순환논리의 좋은 예를 제공한다. 그 ‘기금’은, 만약 그 ‘유량’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 다시 말해, 자본이란, 만약 축적된 이윤이 아니라면, 다른 어떤 것인가? 이윤이 생산과정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모든 과학적이면서 실제적인 관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일단 이것을 이해하기만 하면, 이윤에 대한 절제 이론은 그 어떤 것도 설 자리가 없으며, 오직 공제 이론만이 남게 된다.

맑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축적 과정을 두 개의 서로 다르면서 연속적인 추상수준에서 고찰하였다. [자본론] 제1권에서는, ‘자본 일반’이라는 틀에서, 임금노동과 자본 사이의 교환에서 발생하고, 또 그로부터 파생되는 것들에 비추어 자본축적을 본질적으로 검토하였다. [자본론] 제3권에서는 ‘다수 자본들’, 즉 자본주의적 경쟁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들에 비추어 자본축적(자본주의 하의 경제성장)을 검토하였다. 따라서 나는 [자본론] 제3권에서 제시된 자본축적의 운동법칙이 갖는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맑스에 대해 행한 주요 비판들에 대한 검토를 제3권 해제의 몫으로 남겨둔다. 여기서 나는 자본축적이 임금노동에 미치는 기본적인 효과를 검토하는 데 한정하도록 하겠다.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고집스러운 몇몇 비맑스주의적 비판가들을 포함한 많은 동시대인들과 달리, 맑스는 자본축적이 임금노동의 상황에 단순명료하게 유해한 효과만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맑스는 산업순환의 진행과정에서 실질임금의 운동을 연구하였고, 자본축적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될 때 임금이 가장 높은 수준에 있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4) 그러나 자본축적이 노동에 가하는 가치 측면에서의 근본적인 수정들(fundamental modifications in value terms)을 연구하기 위해, 그는 또다시 이와 같은 분명한 사실을 넘어서려고 하였다.

따라서 맑스는 자본축적이 진행되는 바로 그 방식, 자본주의적 진보의 바로 그 원동력―고정자본, 기계의 발달―이 노동력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강력한 동학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노동력의 가치는, 노동자가 일정한 강도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전제된, 일정한 양의 소비재의 가치와 등가물이기 때문에, 소비재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로부터 비롯된 이 소비재들의 가치하락은, 다른 모든 사정이 일정하다면, 노동력의 가치를 감소시킨다.

이 주장은 실질임금의 저하 경향을 함의하지도 않으며(반대로, 이 주장은 단기와 중기에 실질임금이 안정적이라는 가정에 기초해 있다), 노동계급의 ‘절대적 빈곤의 증대’ 경향 또한 함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맑스의 것으로 잘못 여겨지고 있는 이 이론을 이 해제의 다음 절에서 다룰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산업예비군의 장기적 추세가 안정적이거나 증가할 경우, 노동생산성 증가의 유익한 결과가 결국에는 대부분 자본가계급의 수중에 떨어진다는 것, 추가적인 ‘상대적 잉여가치’로 전환된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존재한 이래로 세계적 규모에서 사실이었다. 맑스가 예측한대로, 자본주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실업자들을 창출함으로써도(이전 임금 소득자들의 일자리, 특히 이전에는 스스로를 고용하고 있던 소농과 수공업자들의 일자리를 파괴함으로써) 확산되었다. 그러나 ‘노동력 가치의 세계적 평균’을 계산하는 것은 물론 의미없는 추상이다. 실제로, 서구의 산업 자본주의가 세계의 나머지 부분들을 자신의 값싼, 대량생산된 상품들로 압도하기 시작한 이래로, 그리고 아무리 늦게 잡아도 1870년대 이래로, 세계경제에서 발산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이민자 수출과 상품 수출의 결과로) 서유럽에서 노동예비군의 장기적 쇠퇴와 저개발국가들에서 노동예비군의 증대. (물론 후자의 과정은, 서유럽에서 몇 세기 전에 일어났던 것과 비슷한 방식대로, 다수의 전자본주의적 농민들, 양치는 사람들, 장인들을 정처 없는 ‘주변화된’ 방랑자들, 이주 계절노동자들, 강제노동자들로 전환시키는 것을 포함하였다.)

따라서 ‘세계적 규모에서의 자본축적’의 동학은 개별 국가들에서 진행되는 자본축적 과정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총체로서 바라보아야 한다. 세계시장의 작동은 이 행성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노동생산성이 더 낮은 국가들에서 더 높은 국가들로) 가치를 이전시키는 거대한 흡관으로서 제국주의 체계의 근저에 놓여 있다. 이 현상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둘러싼 논쟁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5) 이 현상 자체가 자본과 노동의 불균등한 운동(불균등한 이동가능성)에 기초해 있으며, 모든 측면들을 맑스가 [자본론]의 원래 계획 중 결코 쓰여지지 않은 제4, 5, 6권의 대상으로 남겨 놓았던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으로 인도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축적은 화폐 형태, 가치 형태로의 부의 축적이다. 가치생산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노동은 화폐수입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격하된다. [자본론]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현대적인’ 부분은 자본축적이 노동자와 노동 그 자체에 미치는 비인간적 결과들을 검토하는 대목이다. 맑스는 [자본론] 제1권의 독일어 제2판에,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력은 자본가를 위해서만 상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자신을 위해서도 상품형태를 취한다는 각주를 추가하였는데, 이것은 이와 같은 노동의 격하가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공업프롤레타리아트의 운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공식적’ 경제학이 맑스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규율하는 근본적 메커니즘에 대한 철저한 이해로부터 예견하였던 것을 발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실제로 조립라인의 속도 증가에 대한 노동자들의 점증하는 반란이 있고 난 후에야―이 필요했다.

자본축적은 이윤을 위한 생산을 전제하기 때문에, 이윤극대화가 바로 그 근본원리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정밀한 비용계산은 비용 절감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한 생산과정의 끊임없는 재조직화를 수반한다. 한 자본주의적 기업의 관점에서 한 노동자는 결코 기본적인 권리, 존엄을 타고난,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한 인간으로 볼 수 없다. 그는 하나의 ‘비용 요소’이며, 이 ‘비용’은 끊임없이 그리고 배타적으로 화폐형태로 측정되며, 그 극한까지 축소되어야 한다. ‘인간관계’나 ‘심리학적 고려’가 노동조직에 도입될 경우에조차 그것들은 모두 최종적으로는 (과도한 이직, 너무 잦은 작업중단, 결근, 파업 등을 일컫는 ‘간접비용’에 대한) ‘비용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6)

결국 자본주의 경제는 인류를 그 자체로 목적인 존재로부터 돈벌이와 자본축적을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전화시키는 거대한 비인간화의 기업이다. 노동자와 남성과 여성 일반을 불가피하게 괴물같은 장비의 도제와 노예로 전화시키는 것은 기계도, 어떤 기술적 강제도 아니다. 이 끔찍한 추세를 해방시킨 것은 이윤극대화라는 자본주의적 원리이다. 투자의 지도원리가 더 이상 개별적으로 경쟁하는 기업들의 ‘비용절감’이 아닌 모든 인류의 최적 발전이라면 다른 형태의 기술들과 다른 형태의 기계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노사과연》

― 다음호에는 “9. 맑스의 임금이론”과 “10. 맑스의 화폐이론”이 연재됩니다.

이론

[자본론] 1권 해제 (8)

[편집자 주: [정세와 노동]은 펭귄 판 [자본론]에 실린 에르네스트 만델의 해제(Introduction)를 번역․연재 중이다. 이번 호에는 “8. 맑스의 자본축적이론” (Capital, Volume 1, Penguin Books, 1976, pp. 60~65)을 번역하여 싣는다.]

에르네스트 만델

번역: 강성윤(교육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