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맑스의 재생산 표식이 갖는 중요성

(상품총량이 생산수단을 생산하는 Ⅰ부문과 소비재를 생산하는 Ⅱ부문으로 나누어지는) 2부문 체계에서의 이른바 ‘비례조건들’은 맑스 자신이 정식화한 것이다. 단순재생산의 경우 이것은 다음과 같다.

Ⅰv ＋ Ⅰs ＝ Ⅱc

오토 바우어와 부하린은 이것으로부터 확대재생산에 대한 유사한 공식을 도출했는데, 이는 󰡔자본론󰡕 제2권에 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맑스가 명시적으로 정식화하지는 않은 것이다.¹⁾

Ⅰv ＋ Ⅰs_α ＋ Ⅰs_γ ＝ Ⅱc ＋ Ⅱs_β ²⁾

재생산표식의 이중적 특성에 따라 이 비례조건들은 동시에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a) Ⅰ부문이 Ⅱ부문에 판매하는 재화의 교환가치는 Ⅱ부문이 Ⅰ부문에 판매하는 재화의 가치와 동등해야만 한다(그렇지 않다면, 두 부문 중 적어도 한 부문에서는 판매될 수 없는 잉여가 나타날 것이다).

(b) 두 부문 모두에서 생산된 상품의 특정한 사용가치는 그들 상호간의 필요와 일치해야만 한다. 예컨대, 생산재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수중에 있는 구매력은 시장에서 ‘상품들’ 과 대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임금 총액과 등가인 실제 소비재와 대면해야만 한다(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화폐를 소비재 이외의 다른 어떤 상품에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제된다).

더욱이 재생산표식의 상품적, 비물물교환적 특성은 두 부문 사이의 이중적 흐름을 수반한다. Ⅰ부문이 (이전 생산주기에 소모된 Ⅱc의 가치를 대체하는) 원료와 생산설비를 Ⅱ부문에 판매할 때, 상품은 Ⅰ부문에서 Ⅱ부문으로 흐르고, 반면에 화폐는 Ⅱ부문에서 Ⅰ부문으로 흐른다. 그 화폐가 최초에 어디로부터 나왔는지는 결정되어야 한다. 역으로, Ⅱ부문이 Ⅰ부문의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도록 소비재를 판매할 때, 상품은 Ⅱ부문에서 Ⅰ부문으로 흐르는 반면, 화폐는 Ⅰ부문에서 Ⅱ부문으로 흐른다.

순전히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2부문 표식에 비정상적이거나 마술적인 점은 전혀 없다. 이것은 단지 가장 기초적인 개념적 도구―상품생산이라는 조건 하에서 균형(또는 균형적, 비례적 성장)의 기본 가정을 도출하기 위한 극단적인 단순화일 뿐이다. 교환이 발생하려면 적어도 서로 독립적인 두 개의 사적 자본이 존재해야만 한다. 이 개념적 도구들을 사용하여, 3부문 모형(예를 들면, Ⅲ부문을 금으로 하는)이나 4부문 모형(금 부문과 사치재 부문을 추가한―두 부문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사치재는 무기와 같이 재생산의 관점에서는 쓸모가 없는 반면, 금은 재생산과정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그것을 매개하고 확대재생산에 필요한 상품유통을 돕는다)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5부문 모형(Ⅰ부문을 생산수단을 생산하는 생산수단과 소비재를 생산하는 생산수단으로 나눔)이나 7부문 모형(분화된 Ⅰ부문의 하위부문들을 다시 각각 원료와 기계류로 나눔)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단계적으로 우리는 산업화된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실제 구조를 반영하는 부문간 모형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다.³⁾

이 모든 부문들 사이에는 몇 가지 물리적 상호의존 조건들이 확립되어야만 할 것이다(그 조건들은 기술불변인 경우 또는 기술변화가 있는 경우에 기초한 레온티에프의 투입-산출표에 의해 해명되었다). 그리고 이 조건들은 가치등가(가치균형)표에 의해 보완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균형을 이루기 위한 유일한 조건이 모든 가치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2부문 표식과 다부문 표식 사이의 중요한 차이가 나타난다. 전자는 두 부문 사이에 교환되는 가치가 등가를 이루는 것을 필요로 하지만, 후자는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컨대 C부문 (즉, 소비재 생산에 필요한 원료)은 E부문(9부문 표식에서 최종 대중 소비재, F는 사치재 부문이고 G는 금생산 부문)과의 교환에서는 ‘잉여’를 가질 수 있지만, B부문(원료를 포함한 생산재의 생산을 위한 생산설비)과의 교환에서는 ‘부족분’이 발생할 것이다.⁴⁾ 이 경우, 모든 ‘잉여들’과 ‘부족분들’이 각 부문에서 서로 상쇄되는 한(즉 자의적인 방식이 아니라 분명한 비례성을 가지고 상호 관련되어 있는 한), 그리고 각 부문이 자체 내에서 생산한 상품의 총가치를 실현하고 (A에서 E부문까지의 이번 기의 생산에 의해 특정한 사용가치를 공급받아야만 하는) 확대재생산에 필수적인 객관적 요소들을 얻기 위해 충분한 구매력을 처분하는 한, 체계는 여전히 균형을 달성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2부문 표식을 단순한 개념적 또는 분석적 도구가 아닌 사회 구조에 상응하는 모형으로 간주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때는 이들 두 부문을 생산된 상품량의 기본 하위영역으로 선택한 것이 결코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생산 일반의 본질적인 특징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하에서 그 특정한 표현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다. 인간은 자연과의 물질적 신진대사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는 그 신진대사를 실현할 수 없다. 따라서 그의 물질적 생산은 언제나 적어도 도구와 생존수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맑스의 재생산 표식의 두 부문은 그것들이 1) 상품이라는 일반화된 형태를 취하며, 2) 노동자(직접생산자)는 도구와 원료를 구성하는 상품집적의 일부분을 구매하지 않고 구매할 수 없다고 가정하는 한, 이러한 인간 생산의 일반적 분업의 특수한 자본주의적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⁵⁾

󰡔자본론󰡕 제2권에 제시된 2부문 표식으로 되돌아가서, 우리는 단순재생산의 경우와 확대재생산의 경우 모두에서 두 부문 사이의 상품과 화폐의 이중적 흐름을 개관할 수 있다.

1. 단순재생산. Ⅰ부문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과 등가의 상품을 Ⅱ부문으로부터 구매하고, 자본가들은 자신의 이윤과 등가의 상품을 구매한다. 이 두 흐름은 모두 Ⅰ부문의 상품이 이미 판매되었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속된다(노동자와 자본가는 둘 다 매일 먹어야만 한다). 그래서 심지어 단순재생산에서도 자본가계급의 수중에 생산자본의 가치를 초과하는 화폐자본과 (수입의 지출을 위한) 화폐준비금의 사전적인 보유가 요구된다.⁶⁾ Ⅱ부문의 자본가들은 자신의 상품판매로부터 받은 화폐로 생산과정에서 소모된 불변자본을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생산수단을 Ⅰ부문으로부터 구매한다. Ⅰ부문으로 환류하는 이 화폐는 Ⅰ부문 내에서 생산수단의 구매와 판매를 매개한 후, 전체 회전과정을 재개할 수 있는 최초의 화폐자본과 화폐수입 준비금을 재구성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Ⅱ부문 내에서 자본가들은 자신의 노동자들에게 소비재를 판매하고 그럼으로써 직접적으로 자신의 가변자본을 재구성한다. 그들은 소비재와 사치재를 Ⅱ부문 내의 모든 자본가들에게 판매하고, 따라서 생산된 소비재 총합에 포함된 잉여가치를 실현한다.

2. 확대재생산. Ⅰ부문의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은 Ⅱ부문으로부터 Ⅰv ＋ Ⅰsα 의 총가치만큼 소비재를 구입한다. 이 화폐로 Ⅱ부문의 자본가들은 Ⅰ부문으로부터 생산과정에서 소모된 불변자본을 재구성하기 위해 생산수단을 구매한다.⁷⁾ 이제 Ⅰ부문의 자본가들은 자신의 부문에서 c의 유통을 매개하고 추가적인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가지게 되는데(필요하다면 화폐자본의 준비금으로부터 더 많은 화폐를 끌어낼 수 있다), 이 노동자들은 Ⅱ부문으로부터 (Ⅰsγ 와 등가의) 추가적인 소비재를 구매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Ⅱ부문의 자본가들은 Ⅰ부문으로부터 그들 자신의 확대재생산(Ⅱsβ ＝ AⅡc)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생산수단을 구매할 수 있는 구매력을 획득하는 한편, Ⅱ부문 내에서는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에 대한 소비재의 판매가 위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Ⅰ부문의 자본가들은 Ⅱ부문에 AⅡc를 판매하여 얻은 수단을 가지고, 자신의 부문 내에서 AⅠc의 판매를 매개함으로써(또한 만약 순환의 첫 단계에서 충분히 구입하지 못했다면, Ⅱ부문으로부터 AⅠv와 등가의 구매를 통해), 자신의 확대재생산을 완료할 수 있다. ― (다음호에 계속) <노사과연>

󰡔자본론󰡕 2권 해제 (4)

[편집자 주: 󰡔정세와 노동󰡕은 펭귄 판 󰡔자본론󰡕에 실린 에르네스트 만델의 해제(Introduction)를 번역․연재 중이다. 이번 호에는 제2권 해제의 4절(Capital, Volume 2, Penguin Books, 1978, pp. 27~31)을 번역하여 싣는다.]

에르네스트 만델

번역: 장시복 (자료회원, 경제학 박사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