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본의 세 가지 형태

맑스는 처음부터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 자본이 세 가지 형태(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로 현상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¹⁾ 화폐자본은 최초의 형태이자 극악무도한 사업 전체의 최종 목적이다. 생산자본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순환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자본이 생산영역에 침투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생산물과 잉여생산물은 자본주의적 기업에 의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재배분되고 재전유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가는 잉여가치(사회적 잉여생산물)를 생산하고 전유하는 지배자로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전(前)자본주의적(또는 후(後)자본주의적) 생산형태의 기식자와 약탈자로서 행동할 것이다. 상품자본에 대해 말하자면, 상품들이 노동계급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아직 실현되지 않은 형태로 포함하는 국면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에 내려진 기본적인 저주이다. 달리 말하자면, 화폐자본은 잉여가치에 의해 부풀어진 채로 최초의 형태로 되돌아가기 전에, 상품가치라는 매개단계―여전히 판매라는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 상품에 가치가 체화되어 있는 단계―를 통과해야만 한다.

맑스는, 마치 나비가 애벌레, 번데기, 성충이라는 연속적인 단계를 거치는 것처럼, 자본이 화폐자본의 단계로 되돌아오기 전에 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이라는 형태를 취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자본의 변태’(metamorphosis of capital) 공식을 사용하였다. 이 세 형태는 자본의 순환과정에서 대체로 연속적이지만, 그들은 또한 서로 병존한다. [자본론] 제2권에서 가장 중요하고 훌륭한 부분 중 하나는 자본의 세 형태의 재생산이 갖는 불연속적인 특성, 그리고 이 불연속성과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본질 사이의 유기적 연관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대목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일반화된 상품생산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화폐자본은 광범위한 자본의 출현에 단순히 선행하거나 뒤따르기만 할 수 없으며, 그것과 나란히 존재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화폐자본은 단지 상품판매의 결과만은 아니며, 그 사회적 존재는 판매의 전제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상품자본은 단순히 생산자본이 기능한 결과일 뿐만 아니라 또한 생산자본의 필수적 기초이다. 실제로 이번 기의 생산은 이전 회전주기 동안 생산된 모든 상품들이 최종 소비자들에게 아직 다 판매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즉 원료, 에너지, 보조재료, 중간생산물과 노동력을 재생산하는데 필요한 소비재의 재고와 비축분이 대규모로 남아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그리고 이것은 특히 평균보다 긴 생애주기나 생산기간을 가진 상품들에 적용된다). 생산과정의 연속성은 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의 회전주기의 불연속성 또는 비동시성에 의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특성은 화폐자본이 생산과정이 시작되기에 앞서 존재할 것을 요구한다. 생산수단과 생계수단으로부터 ‘자유로운’ 노동자를 분리시키는 것은 생산수단의 소유자들이 생산과정을 개시하기 전에 노동력을 구매해야 하는 제약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들은 거래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충분한 화폐자본을 가져야만 한다: “자본가와 임금노동자 사이의 관계에서 화폐관계,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는 생산 그 자체에 내재하는 관계로 된다.”²⁾

따라서 제2권은 여러 곳에서 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끊임없는 뒤얽힘, 즉 상품이 최종적으로 소비될 때까지 유통영역으로부터 생산영역으로, 그리고 다시 유통영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검토한다. 각각의 형태는 다른 형태로 넘어가지만, 사회 전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유통영역에서도 완전히 쫓겨나지 않는다. 실로 화폐(화폐자본)와 상품(상품자본)의 변증법은 [자본론] 제2권에서 다루어지는 기본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맑스의 ‘현대성’(modernism)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러한 고찰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한 맑스의 분석에서 ‘시간요인’(time factor)이 갖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보여준다. 시간적 순서와 시간 계획, 생산의 지속기간과 상품의 회전주기, 자본의 회전기간의 길이를 완전히 추상한다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작동은 이해할 수 없다. 맑스가 행한 유동자본과 고정자본 사이의 중요한 구분은 오직 화폐자본의 이 두 부분 각각이 최초의 형태로 복귀하는 데 요구되는 시간의 양을 기초로 하고 있다. (원료와 임금으로 소비된) 유동자본은 각 상품들이 생산주기와 유통주기를 경과한 다음 자본주의적 기업에 의해 회수된다. 그러나 고정자본은 생산과 유통의 n주기를 경과한 다음에야 한꺼번에 회수되는데, 그 숫자는 기계와 건물의 수명에 의존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맑스는 기계의 평균수명(물론, 건물은 아니다)이 산업순환의 평균 지속기간과 같고 실제로 이것을 결정한다고 가정했다. 맑스주의 학자들이 맑스의 [자본론]에서 이 ‘시간차원’(time dimension)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면 유익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본론]에서 시간은 생산, 가치, 잉여가치의 척도(노동시간)로서, 상품과 자본의 생산, 유통, 재생산을 잇는 연관(자본의 회전과 재생산의 주기)으로서, 자본운동법칙의 매개(산업순환주기, 계급투쟁의 주기, 장기적인 역사적 주기)로서, 인간의 본질(여가시간, 생애주기, 창조의 시간, 사교의 시간)로서 현상하기 때문이다.

상품과 자본의 유통과정에 대한 연구는 본질적으로 변태, 즉 방금 언급했다시피 하나의 형태로부터 다른 형태로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분석은, 높은 추상수준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점 더 자본주의적 생활의 일상적 ‘현상’으로 접근해 가며, 그 자체로 이 유통과정을 구체적인 연속적 단계로 나타낸다. 우선 [자본론] 제1권에서 대면했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화폐)자본의 순환이다:

M―C―M´(M＋AM)

화폐의 증가분, 즉 이윤과 함께 판매하기 위해 화폐는 상품을 구매하며, 이 이윤의 일부는 최초의 화폐자본에 추가될 것이다.

이 공식을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실제 작동으로 해석한다면, 구매된 상품 C를 산업자본가의 특별한 조작, 즉 노동력이 추가적 가치, 잉여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구매하는 것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생산수단과 노동력의 이러한 결합은 생산과정을 통해, 축적된 자본의 형성으로 귀결되기 위해 판매되어야만 하는, 추가적 가치를 체현한 새로운 상품들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최초의 공식은 다음과 같이 된다:

           mp

M―C＜  ․․․생산․․․C´―M´(M＋AM, AM＝축적된 잉여가치)

           L

― (다음호에 계속) <노사과연>

이론

[자본론] 2권 해제(2)

[편집자 주: [정세와 노동]은 펭귄 판 [자본론]에 실린 에르네스트 만델의 해제(Introduction)를 번역․연재 중이다. 이번 호에는 제2권 해제의 2절(Capital, Volume 2, Penguin Books, 1978, pp. 18~20)을 번역하여 싣는다.]

에르네스트 만델

번역: 장시복 (자료회원, 경제학 박사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