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이 글은 2007년 7월에 출판된 渡辺治(와타나베 오사무)의 『安倍政権論：新自主主義から新保守主義へ (아베정권론: 신자유주의에서 신보수주의로)』의 일부(제2부 : 아베정권의 역사적 계보)를 번역한 것이다. 지난 10월호(28호)에는 제1, 2장을 실었고, 이번호에는 3장과 4장 일부를 번역하였다.

저자인 와타나베씨는 일본의 대표적인 좌파학자로서 일본의 기업사회와 헌법문제에 대해 많은 저술활동을 하고 있으며 일본공산당 당원이기도 하다.

이 글은 아베총리가 물러나기 2달 전에 출판되었다. 얼마 전 아베가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후쿠다 내각이 새롭게 성립되면서, 한국에서는 새로운 정권이 동북아시아 문제나 대북관계에 있어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일본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헌법개정’문제를 계속 제기하면서 우경화 되어가는 것은 단순히 수상의 특성이나 정권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 자본주의의 변화 속에서 일본이 채택한 신자유주의적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되어있다는 점에서 아베정권의 행보는 곧 앞으로의 일본정치를 그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번역문을 통해 일본의 전후 보수정치의 궤적을 살피어 아베정권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아베정권뿐만 아니라 현대일본 정치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3장. 이른 대국화와 그 좌절

― 나카소네야스히로의 시도

나카소네야스히로라는 정치가 ― ‘전후’를 밟고 선 내셔널리스트

이러한 전후보수정치 방향의 우전환을, 게다가 전후민주주의의 국민의식을 밟고 일어선 형태를 모색한 것이 1982년에 성립한 나카소네내각이었다.

나카소네라는 남자는 전후보수정치가 중에서도 유달리 이채로운 존재였다. 그는 정치가의 계열로 말한다면 본인도 그렇게 말했듯이 기시노부스케의 계열을 따르고 있는 이른바 ‘보수본류’의 소국주의, 경제우선정치와는 명확히 다른 계보에 서서 정치생활을 영위해왔다. 그는 정치의 제1의 목표는 전후일본의 대국으로서 부활이었고, 제2의 목표는 그것을 지탱하는 강한 국민의 단결, 내셔널리즘의 복권에 있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동시에 나카소네는 기시노부스케와 그 후의 아베신조와 비교해 크게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나카소네가 전후 점령개혁에 의해 강제된 민주주의와 시민적 자유, 총칭해 ‘전후적인 것’을 일정 정도 긍정하고, 이른바 그것을 전제로 한 정치의 추구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러한 나카소네의 ‘전후’적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그의 개헌론이었다. 나카소네는 정치가로서 출발한 당초부터 점령군에 의해 강제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그것은 결코 명치헌법으로의 복귀를 가져오는 복고적인 것은 아니었다. 전후민주주의를 밟고 일어서 새로운 헌법을 만든다는 것이 나카소네의 개헌론이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며 나카소네가 개헌론의 중심을 9조 개헌에서 ‘수상공선제’실현에 두었다는 것, 새로운 헌법을 국민통합의 기점으로 삼으려했다는 점에서 이렇게 판단할 수 있다. 국민이 9조를 지키기를 바란다면 개헌을 포기하는 것은 부득이 하다고 여겼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나카소네는 1960년대 중엽부터 개헌소극론으로 변해갔다. 국민 속으로 헌법의 평화주의, 민주주의의 정착을 지지하는 전환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위대가 여전히 위헌의 의혹을 받는 것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국민의 합의를 얻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나카소네는 헌법9조 아래 자위대는 합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이것도 보수정치의 힘이 크게 좌측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나카소네의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전후정치의 총결산’

그런 나카소네가 1982년에 정권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 자체는 직접적으로는 록히드사건과 재판¹⁾으로 약화되어 있는 자신의 정치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다나카가쿠에이(田中角栄)의 추천에 의한 것이 컸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본격화되는 경제의 세계화에 대응해, 그 세계전략을 재편강화해가는 미국이 일본의 소국주의노선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고 변경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강도가 세졌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나카소네도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계속 성장하면서 그에 걸맞는 정치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하고 싶다는 요구가 국민 속에서 싹트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었다. 이에 정권을 잡은 나카소네는 재빨리 ‘전후정치의 총결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1960년 이후 좌측으로 향해있던 전후보수정치의 노선을 그는 ‘전후정치’라고 부르며 그것의 ‘총결산’을 주장, 즉 방향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나카소네정권이 실현을 목표로 한 첫 번째 과제는 대국화를 전제로 해 1960년 이래 보수정치가 만들어낸 소국주의적 제도와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과제는 대국에 걸맞는 국민통합, 즉 내셔널리스틱한 국민통합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과제는 국민통합을 위해 자민당에 의해 거대화된 개발주의정치에 메스를 들이대, 신자유주의개혁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는 세 번째 과제는 생략하고, 앞의 두 가지 과제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GNP대비 1%벽의 철폐

나카소네가 ‘전후정치의 총결산’ 즉 소국주의정치의 방향전환을 꾀하기 위해 원래 첫 번째로 손을 대고 싶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헌법 9조의 개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나카소네가 헌법 9조에 손을 댈 시기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했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을(9조 개정) 제창한다면 그것만으로 강경파 나카소네의 부활이라는 레테르가 붙여져 정치운영은 당장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애초부터 자민당과 야당의 의석이 비슷한 상황에서 중참양원의 3분의 2의 다수를 획득해야 하는 개헌 같은 것은 애초부터 바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가 차선의 방책으로 선택한 것이 소국주의적 제도 중에 방위비의 양적제한 즉 방위비의 대GNP비례 1%의 틀을 철폐한 것이다. 이것은 각의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헌법개정은커녕 법 개정조차 필요 없어 비교적 간단하게 가능하다. 게다가 방위비의 대GNP비례 1%틀은 전후소국주의를 상징하는 원칙으로, 미국정부가 쭉 폐기를 압박하고 있었다. 레이건정부는 새로운 세계 전략 수행을 위해 일본의 방위비 증대를 강하게 희망했다. 나카소네에게 있어 이는 알맞은 소재였다. 순조롭게 이 원칙을 폐기하게 된다면 다음으로는 비밀보호법의 제정, 유사법제의 제정, 나아가 미국의 군사행동과 일체가 된 자위대의 해외파병 등으로 진행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최초의 과제부터 크게 차질이 생겼다. 보수정치의 구조는 나카소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견고한 것이었다.

나카소네는 매스컴과 국민의식, 야당의 저항을 예상하고, 주도면밀하게 손을 썼다. 그는 우선 이 1%벽 철폐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고사카마사타카(高坂正堯)를 좌장으로 하는 수상의 사적자문위원회인 ‘평화문제연구회’를 만들어, 그 답신을 받아 철폐논의로 들어갔다. 그러나 나카소네의 생각과 달리 멤버를 엄선해야 할 평화문제연구회 내에서조차 1%틀 철폐의 답신을 내놓는 것에 대한 반대가 심해 시간이 걸렸고, 종국에는 나카소네가 직접 압력을 가해 겨우 철폐가 포함된 답신을 내놓게 된 형국이 되었다.

이어 자민당이 철폐논의의 앞을 가로막았다. 미야자와히기이치(宮澤喜一)가 자리를 차지한 자민당총무회는 방위비1%벽철폐에관한 논의를 묵살했다. 나카소네의 뒤를 노리는 ‘새로운 리더’인 다케시타노보루(竹下登), 아베신타로(安倍晋太郎)도 미야자와에 이어 철폐에 반대를 표명했다. 소국주의 정치는 그 정도로까지 보수정치 속에 정착해있었다. 나카소네는 겨우 당초예정을 대폭적으로 연장해, GNP1%틀 철폐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어 나카소네가 계획했던 비밀보호법, 유사법제의 법제화는 실패하게 된다.

나카소네가 의욕을 불태운 이란-이라크전쟁에 대해 소해정(掃海艇)²⁾을 파견하는 것도, 그 외에도 할 것 없이 나카소네의 심복이었던 고토다마사하루(後藤田正晴)의 반대를 받아들여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국주의는 그만큼 강했다.

대국내셔널리즘의 아폴리어 ― 야스쿠니신사 참배

나카소네가 실현을 목표로 한 국민통합의 내셔널리스틱한 강화의 시도도 고투를 거듭했다. 원래 나카소네는 민주주의와 시민적자유의 선례를 받아들인 전후 내셔널리즘의 재건은, 민주주의적 내셔널리즘에 의해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전후 내셔널리즘은 전전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일단 밟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카소네의 시도는 일단 ‘전후’를 뚫고 나가는 대국내셔널리즘의 복권, 재구성이었다.

이에 나카소네는 전후내셔널리즘은 전전내셔널리즘의 중심이었던 천황제지배 같은 형태를 취할 수 없다고 생각해, 천황은 문화와 전통의 상징으로서의 역할에 한정하고, 정치적통합의 중심은 국민이 선출한 공선수상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카소네는 이러한 과제로도 곤란에 봉착했다. 일본의 대국주의적 내셔널리즘을 구성하는 소재가 모두 '만세일계(万世一系)³⁾'의 천황지배와, 제국주의침략의 흔적과 불가분의 형태로밖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셔널리즘을 다시 부흥하려 한다면, 이러한 천황지배와 '대일본제국'의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과 불가분으로 연결된 흔적을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되고, 그렇게 되면 나카소네가 재구축을 꾀하는 전전과 단절된 민주주의적인 내셔널리즘과는 모순된 것이 된다.

나카소네는 우선 지금까지 역대수상이 계속해왔던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참배를 수상의 공식참배로서 실현하고, 야스쿠니의 공식화를 진전시키고자 시도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을 국가가 공적을 알려 위로하지 않으면 누가 국가를 위해 죽을 것인가"라고 나카소네는 그 이유를 달았다.

이에 나카소네는 사적자문위원회를 만들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형태에서 수상의 야스쿠니신사참배의 형식을 모색하게 해 답신을 얻어 1985년 8월 15일 공식 참배했다.

나카소네는 이것으로 헌법상의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야스쿠니참배에 대한 국내의 반대운동은 약했지만, 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의 공격은 거세졌다. 나카소네가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중국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원했던 나카소네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여 이후 사적으로도 참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또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궁극적인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뒤에서는 고토다 마사하루를 통해 신사에서 전범들의 제만 다른 곳에서 드리도록 하기위해 시도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어쨌든 나카소네의 야스쿠니신사참배는 오히려 야스쿠니에 대한 수상의 참배 그 자체에 대한 아시아 각국들의 비판을 유발하는 것이 되어 '후퇴'를 가져오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나카소네가 열심이었던 2월 11일의 건국기념일의식에 대한 수상출석도 동일한 운명이 되었다.

나카소네는 헌법상의 저촉을 피하기 위해 몇 가지 제한을 두고 건국기념일의식에 출석하려고 했다. 그런데 헌법상의 저촉을 피하기 위한 제한 때문에 의식에서 궁성요배(宮城遥拝)⁴⁾등이 불가능하게 되어, 건국기념행사의 고유의 색채를 희석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이에 나카소네는 주최 측으로부터 참석을 거절당하는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 그렇게 나카소네가 고심했던 '전후'를 딛고 일어선 내셔널리즘의 복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나카소네 시도의 '전후'성

국제사회의 요청을 받고 대국화를 추구한 것이든지 대국내셔널리즘의 복권에 의한 국민통합의 강화든지 나카소네의 시도는 분명히 아베의 선두주자가 될 법했다. 현재 나카소네는 아베정권이 스스로의 후계라고 말하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아베자신은 기시에 대한 정도로 나카소네에 대한 경애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경애를 표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야스쿠니신사문제 등에서는 수상의 아스쿠니신사참배에 반대 입장을 지금은 분명하게 가진 나카소네를 ‘적’으로조차 여기고 있다. 이러한 양자의 어긋남은 나카소네의 시도가 어디까지나 전후 국민의식을 전제로 그것을 염두에 둔 '전후'적인 것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베는 나카소네의 시도가 국민에 대한 영합, 타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점에서 두 사람의 '전후'인식의 중대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제4장. 글로벌대국화와 아베의 등장

1. 90년대의 '제3의대국'과 그 담당자

90년대에 있어 제3의 전환

1990년대에 들어서며 갑자기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보수정치의 제3의 방향전환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 방향전환의 최후에는 아베정권이 탄생하는 것이었으나, 아베정권에 이르기까지의 전환에 선행된 제1, 제2의 전환과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이러한 대국화에 대한 방향전환을 이끈 것은 카이후토시키(海部俊樹)내각에서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던 오자와이치로(小沢一郎)였다. 오자와는 일본의 대국화를 막는 장벽이 다른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민당ㆍ사회당의 '밀실정치'와 그 아래서 국민에 영합해 정권유지를 이끌었던 자민당보수정치 있다고 보고 그 정치시스템을 무너뜨림으로서 대국주의를 전진시키고자 했다. '정치개혁'이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정치개혁'을 실행하기위해 정치개혁에 소극적이었던 자민당정권을 붕괴시키고 8당파연립에 의한 호소가와모리히로(細川護熙)정권, 특히 하타츠토무(羽田孜)정권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고, 더욱이 이에 대항해 정권 복귀를 노리고 성립된 자민당이 사회당과 연합해 무라야마도미이치(村山富市)정권이 수립되면서 일시적으로 대국주의화의 움직임은 속도가 늦추어졌다.

이러한 대국주의화의 움직임을 가속화시켜, 군사대국화를 새로운 역할로 올려놓은 것이 고이즈미준이치로(小泉純一郞)정권이었다. 아베정권은 이러한 고이즈미정권의 군사대국화의 움직임을 완성시키는 것을 목표로하고 등장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베정권은 기시정권, 나카소네정권의 대국화에 이어지는 대국화 제3의 물결의 정점이라고 말해도 좋다.

제3의 대국화의 직접적 계기

그 직접적 계기는 냉전의 종식과 이어지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략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대국화 움직임은 전후보수정치의 과거 2번의 대국화의 움직임과는 그 규모나 정도에 있어 전혀 다르다.

제1차, 제2차 대국화의 동인은 일국적인, 게다가 정치가의 개인적 동기에 기반을 둔 정치적 성격을 농후하게 가진 것이었다. 확실히 강화조약을 거치고 얼마 안 된 1950년대 중엽에는 보수지배층 내에서 일본이 독립한 국가로서 부활하고 싶다는 요구가 상당히 공감을 일으켰고 그것만으로 기시노부스케의 주장은 고립적이지 않았다.

또한 1950년대 후반에는 일본자본주의의 급속한 부활과 성장이 계속되며,맑스주의 이론전선에서도 일본공산당의 강령확정에 관련되어 일본의 미국에 대한 자립, 종속논쟁 나아가 일본제국주의의 부활논쟁도 이루어졌고 이는 저널리즘에서도 다루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는 일본자본주의의 부흥과 성장이 본격화된 것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대국=제국부활의 지향은 다소 성급한 것이었다. 이는 앞에서 서술했듯이 기시의 동남아시아 개발기금구상이 무리하게 추진되다가 파기되었다는 점에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기시의 제국부활구상은 이러한 점에서 기시의 정치적 지향에 의거한 부분이 컸다.

1980년대 중엽의 나카소네의 시도도 동일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당시 일본자본주의의 성장과 역량은 1950년대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에 이러한 경제대국화와 달리 일본의 정치적 발언력이 협소하다고 느끼는 국민들 또한 적지 않았다. 대국화를 지향하는 심정적 기반은 50년대에 비교한다면 매우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일본에 대한 미국의 요청, 즉 서방진영의 일원으로서 일본에게 보다 큰 책임을 지게하려는 점에서는 50년대 중엽과 그 상황이 현저히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시기도 1990년대 이후의 대국화를 추구한 상황과 비교한다면 미국으로부터의 압력은 적은 편이었고, 특히 재계의 압력은 거의 없는 것과 다름 없었다. 80년대의 움직임은 나카소네라는 특이한 정치가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 국내생산과 수출을 중심으로 한 당시 일본자본주의의 상황아래 경제의 발전에는 소국주의와 공적개발원조에 의한 경제원조가 적합했다. 또한 소국주의는 그것을 지지하는 국민의식을 떠받치는 보수정치의 안정에 매우 적절한 외피였다. 나카소네 이후 수상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3명의 후보들도 나카소네의 대국화에 대해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을 볼 때 당시 보수정치의 주류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즉 당시의 대국화 움직임은 나카소네 개인의 지향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국화의 배경 ―미국의 군사분담압력 

그런데 이에 반해 1990년대에 시작된 대국화는 전혀 달랐다. 대국화는 기존보수정치의 방향을 변화시키지 않을 수 없는 2가지 압력의 소산이었다.

첫 번째는 국제적 압력이다. 직접적으로는 미국으로부터 군사 분담을 추구하는 압력이지만 이는 냉전기 사회주의권과의 대치라는 정치적 요청과는 다른 요청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사실 미국은 스스로 냉전의 종식에 의해 새로운 역할을 추구해왔다.

냉전종식에 의해 미국기업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기업이 활동하는 세계는 급격하게 확대되었다. 냉전기의 자유시장의 규모는 북미, 서유럽, 일본 등의 동남아시아에 한해 10억 명 정도였으나 소련, 동구의 붕괴, 중국의 자본주의시장으로의 편입, 제3세계국가들의 시장개방 등으로 40억에서 50억 명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자유시장 세계의 대확대는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시켜 경제 세계화를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새로운 자유시장에 합류한 제반 지역은 정치적으로는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규제도 불균등해 시장개방에 동반되는 격차와 빈곤의 증대에 의해 민중의 불만도 더욱 쌓여갔다. 이러한 새로운 세계에서 '경찰관'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이를 받아들여 새로운 세계전략의 구축에 착수했다.

냉전의 종식에 따른 세계시장의 확대에 의해 미국정부 내에서는 새로운 전략을 구축하기위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부시정권에서 클린턴정권에 이르기까지 그 모색을 거쳐 클린턴정권기에 새로운 전략이 겨우 확정되었다. 클린턴정권의 간부 안소니레이크가 말한 바에 따르면 이 전략은 '시장과 민주주의의 유지 확대'의 전략이었다.

그가 말하기를 “냉전 동안, 우리는 시장민주주의 각국에 대한 글로벌한 위협을 가두어왔다. 지금 우리는 시장민주주의의 확대를 나아가 확장을 이루어야 한다. 가두는 전략의 뒤를 잇는 것은 확장의 전략, 시장민주주의를 가진 각국으로 이루어진 자유세계공동체의 확장전략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일국으로 그것을 담당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하며 일본 등에 군사부담의 요청과 압력을 가해왔다. 특히, 1990년대 초부터 지속적 성장에 의해 미국의 라이벌로 대두하게 된 일본에 대한 불만이 강했다. 미국 청년의 피만을 흘리게 하고 그 과실만을 취하는 일본기업이 혼자 승자가 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무임승차’논의가 확대되었고 이어 분담증액요구가 격렬해졌다. 이것이 일본의 군사소국주의의 방향전환을 꾀하게 된 강력한 압력이 되었다.

일본기업의 해외전개

또 하나의 압력은 같은 경제세계화의 확대에 따라 해외진출을 본격화한 일본기업, 재계로부터의 압력이었다. 국내생산과 수출이라는 체제로 경제발전을 한 시대에는 일본자본의 군사대국화로의 요청은 별로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국주의를 택하는 쪽이 아시아 각국과 무역을 하는 데에 적합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1980년대 후반부터 다국적화가 늦었던 일본기업의 거센 파도와 같은 해외진출에 의해 크게 변화했다. 게다가 일본기업은 지리적 조건에서 보더라도 저임금, 적은 환경규제라는 자본에 특히 유리한 조건이 존재하는 아시아지역에 진출을 했기 때문에 군사대국화의 요청이 한층 강해졌다. 아시아지역은 훌륭하고 큰 대신 조선반도와 중국 대만 지역 등 특히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이 많다. 특히 사회주의국가들도 남아있기 때문에 기업진출을 지탱할만한 군사적ㆍ정치적 존재가 필요했다. 또한 아시아지역에 분쟁시에 미국의 개입과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지원은 불가결하게 느껴졌다.

국내정치만을 본다면, 자민당정치를 안정시키고 종래의 보수정치노선을 전환할 필요는 없는 듯이 보였다. 소국주의와 개발주의의 정치는 여전히 강력하게 국민에게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러한 기존보수정치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1989년에 분출한 리크루트의혹을 비롯한 자민당의 이익유도형정치⁵⁾에 동반된 뇌물수수사건 부정부패가 정치 불신을 증대시킨 것이었으나, 이것조차 극복한다면 기존체제를 변화시킬 필요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을 계기로 보수정치가 크게 전환을 시작한 것은 이러한 미국, 재계에 의한 글로벌화에 대한 강한 압력 때문이었다.

전후 보수정치의 주술에서 벗어나는 길 1 ― 정치개혁

그러나 보수정치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은 지금까지 전환 시도가 모두 좌절당했다는 것만 보아도 명백했다. 보수정치의 우전환은 이러한 과거 전환이 실패한 경험을 교훈으로 삼았다. 이에 제3의 대국화는 과거 두 번의 전환의 시대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 번째 특징은 대국화를 가로막는 기존 보수정치를 개혁해 국민의식을 구워삶기 위해, 과거의 좌절로부터 배운 두 가지 수법을 전개한 것이다.

첫 번째는 기존 보수정치와 소국주의를 지탱하는 사회당의 존재를 변화시키기 위해 '정치개혁'을 강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개혁이 없으면 제3의 대국화도 실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정치개혁'이 불가결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실현시킨 것이 오자와이치로(小沢一郎)였다. 오자와는 그러한 의미에서 제3의 대국화의 추진자로서 지위를 얻었다.

사실 '정치개혁'이란 방법은 이미 기시가 1950년대의 개헌 실행을 위해 강행하려 한 수법이었다. 1925년 이래 70년간 이어져 보수정치의 안정과 신인구인의 기반이 된 일본의 독특한 중선거구제를 변화시켜 소선거구제로 하는 것이 이 정치개혁의 핵심이었다.

중선거구제도는 전국을 130개의 선거구로 나누어 하나의 선거구에서 2~5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선거제도는 두 가지 귀결을 가져온다. 하나는 자민당의원 간의 격심한 경쟁과 활력이다. 이 제도 아래서는 어떤 당이든 과반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당선이 불가피 하게 된다. 자민당의 상황이 실제로 그러했다. 따라서 자민당 후보 간에 격렬한 경쟁이 전개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자민당 사이에서 경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책의 차이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보다 선거의 승패는 이권을 얼마나 끌어들이는가가 되고 이는 엄청난 활력을 가지고 이익유도형정치의 확대의 원천이 되었다.

중선거구제의 또 하나의 귀결은 어느 선거구에서도 사회당과 공명당, 공산당이라는 소수정당이 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당은 거의 130개의 선거구에서 모두 1석씩을 획득해 안정된 제1의 야당으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정치개혁의 3개의 목적

오자와이치로는 '정치개혁'으로 중선거구제에 동반되는 이 두 가지 관행을 깨뜨리고자 했다.

우선 첫 번째 목표는 사회당의 해체ㆍ재편이었다. 소선거구제의 도입에 의해 한 선거구에서 한명만을 선출하게 되면 사회당은 지금 그대로는 당선자가 격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민사당과 공명당과 결합할 필요가 생기지만, 사회당과 이 정당들 간에는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안보조약의 용인, 자위대의 승인의 가부 여부가 결정적이다.

따라서 소선거구제하에서는 사회당은 소수정당으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당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냐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렇게 소선거구제를 도입하고자 한 첫 번째 목적은 직접적으로는 대국화의 최대의 장애물인 사회당을 파괴해, 소국주의의 정치기반을 해체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목적은 소선거구제의 도입에 의한 자민당의 개조였다. 중선거구제와 달리 소선거구제에서는 선거구 하나당 한명을 선출하기 때문에 당에서 공천을 받는 사람은 한명이 되고, 따라서 공천을 얻는가 못 얻는가의 여부가 곧 후보자의 사활을 결정한다. 그 결과 공천권을 독점한 당집행부에 그 권한이 강화되면서 자민당의 중앙집권화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선거구 본위의 분산적인 자민당을 중앙집권적으로 개조해 이익유도 정치 관행에 종지부를 찍고 주민에게 영합하는 정책남발을 억제해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세 번째, 보다 장기적인 목적은 이러한 소선거구제하에서는 선거를 반복하다보면 자민당에게 공천 받지 못한 보수계 후보와 사회당 우파의원들이 모여서 제2의 보수정당을 만들 것이다. 따라서 보수양당제를 모색하게 되고 결국 정권교대의 여부에 상관없이 대국화와 구조개혁을 계속적으로 실행하는 정치체제가 성립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개혁' 계획은 1993년에 오자와가 자민당을 나와서 8당파를 통솔해 호소가와정권을 수립하고 정치개혁을 강행한 것으로 실현되었다.

이 정치개혁은 자민당독재에 의한 군사대국화의 추진, 2대정당제의 수립 등 일견 기시노부스케가 추진하고 좌절한 소선거구제와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기시노부스케의 구상은 보수ㆍ혁신의 양당제에 의해 노동자계급을 통합하고 안정된 복지국가통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오자와의 정치개혁구상과는 대조적이다.

오히려 오자와가 추진하려 한 것은 기존의 안정된 개발주의와 소국주의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군사대국화와 신자유주의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자와의 의도와 달리 자민당이 사회당과 함께 무라야마정권을 수립했다. 따라서 오자와의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3가지 목적은 크게 본다면 10년에 걸쳐 실현의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전후보수정치의 주술에서 벗어나는 길 2 ― 해석개헌의 도입

기존 보수정치를 개혁해 국민의식을 구슬리기 위한 두 번째 수법은 군사대국화의 최대의 장애물이었던 헌법9조에 손을 대지 않고, 해석개헌으로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변칙적 군사대국화의 수법이었다. 이를 추진한 이도 사실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자와이치로였다.

오자와는 1990년의 중동위기 당시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이루어질 때 자민당 내에서 붐이 일어난 개헌 움직임에 지극히 냉담했다. 그는 개헌을 위해 들이는 시간이나 절차가 극히 성가신 게 많기에 미국이 채근하는 대로 군사대국화, 해외파병을 위한 시간에 맞출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오자와가 생각해낸 것이 해석개헌의 방법으로,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헌법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전의 기시정권이 채용했던 수법을 더욱 규모를 확대해 부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자와는 몇 개의 ‘헌법해석’을 만들어냈다. 그 한 가지가 “헌법의 전문은 일본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 국제공헌하고 ‘국제사회에서 명예 있는 지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이다. 헌법전문은 지금까지 9조의 비무장평화주의와 결합된 일체로서, 이른바 세간에서 악의 상징으로서 대변되는 개헌파의 타도 대상이었다. 그런데 오자와는 몇 개의 전문의 자구에 착목해, 자위대의 ‘국제공헌’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같은 논리는 처음에는 ‘요미우리신문’에 의해 전개되었으나, 오자와는 그보다는 대대적으로 국제공헌의 정당화에 사용했다.

또 하나는 9조는 두 번 다시 침략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 ‘국권의 발동으로서의 전쟁’을 하지 않는다, 즉 자국의 의사의 발동으로서 군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위대가 유엔군의 일원으로서 유엔의 지위 하에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는 것은 9조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논리 그 자체는 정부해석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헌법 해석에 의해 자위대를 ‘국제공헌’으로 미화시키고, 파병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데에는 의의가 컸다. 이러한 수법은 하시모토내각하에서 1997년에 체결된 ‘일본방위협력에관한 가이드라인’ 이른바 ‘신가이드라인⁶⁾’이 성립되고, 오부치(小淵)내각하에서 97년에 ‘주변사태법’이 성립되면서 이것이 체계적으로 채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법들에서는 ‘우리나라의 주변’으로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태의 경우에는 자위대는 미군의 군사작전을 후방 지원한다고 되어있다. 이는 철저히 자위대는 개별적  위권의 범위로 움직이며, 또한 무력행사에 이르는 것은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9조의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가 동원되었다.

해석개헌수법의 한계와 자위대의 파병

그러나 이러한 신가이드라인, 주변사태법은 헌법해석에 의해 군사대국화를 진행한다는 방법에 기반하고 있어 ‘결함’이 많고, 많은 제약이 따르기에 실용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측의 불만도 강했다. 2000년에 제출된 아미테지보고서는 주변사태법에 의한 해석개헌이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초조함이 표현되어있다.

고이즈미정권기에는 부시정권의 선제공격전략의 요청과 압력을 받아들여, 인도양 해역에 이어 이라크에 대한 자위대의 파병이 강행되었다. 테러대책특별조치법, 이라크특별조치법은 모두 ‘우리나라주변’이외의 곳에 자위대의 파병을 가능하게 했다. 그렇다 해도 무력행사에 이르지 않는다는 제한을 두고 국제공헌, 부흥지원명목을 가지고 있어 정당화되었다. 이쯤 되자 해석개헌방식은 한계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수정치가 기존의 소국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정치개혁과 해석개헌방식을 취한 것이 보수정치의 핸들을 크게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에 성공한 요인이었다. 아베정권은 이러한 두 가지 수법에 의한 대국화의 ‘성공’에 편승해 그 수법의 한계극복을 목표로 하면서 등장하게 된다.

복수의 담당자 분업에 의한 대국화

‘제3의 대국화’의 두 번째 특징은 ― 그것은 이 대국화에 있어 아베정권의 위치와 역할에도 관계되지만 ― 그것이 특정의 정치가 아래에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담당자와 정권의 역할분담에 의해 추진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향전환은 기존 보수정치의 재편을 불가결하게 했다. 그를 위한 전환이 기존보수정치의 중앙에 있으면서 기존보수정치에서 영향력이 강한 인물이었던 오자와이치로에 의해 개시되었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전환은 대국화에 반대해온 사회당수를 수뇌로 하는 무라야마정권이라는 정권을 사이에 두고 진행되었다. 무라야마정권하에서는 최대 야당이었던 사회당이 자위대를 합헌으로 인정했을 뿐 아니라 국제공헌을 위한 자위대파병을 용인하면서 대국화로의 전환은 크게 진행되었다.

이어지는 하시모토류타로(橋本龍太郞), 오부치게이조(小淵惠三)정권은 해석개헌이라는 수법으로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하는 ‘신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 틀을 마련했고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하기위한 주변사태법 제정에 몰두했다.

위의 양 정권에 이어 군사대국화를 크게 전진시킨 것이 고이즈미정권이었다. 미국의 부시정권은 선제공격전략을 내세우며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정권공격, 이어 이라크 후세인정권공격을 단행하면서 일본에도 자위대의 파병을 강하게 요구했다. 고이즈미정권은 이 요구를 받아들여 자위대의 인도양 해역, 이라크로의 파병을 감행했다. 이러한 파병은 주변사태법이 발동할 수 있는 ‘우리나라주변’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고이즈미정권은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강경하게 파병을 강행했다. 이는 군사대국화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했다. 전후보수정치는 결국 과거에 밟아오지 않았던 새로운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제1부에서 검토했듯이 이는 1990년대 이래 일본이 계속해왔던 해석개헌에 의한 군사대국화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제3의 대국화’ 최후의 타자로서의 아베

아베정권은 15년 이상에 걸친 역대정권에 의한 군사대국화의 발걸음을 완성시키는 역할을 부여받으며 등장했다. 이러한 점에서 아베정권은 기존의 기시, 나카소네정권과 차이가 있다. 즉 아베정권은 기시정권, 나카소네정권과 달리 자신의 힘으로 기존 보수정치의 소국주의적 방향을 오른쪽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행한 것이 아니다. 아베정권은 카이후정권하에서 오자와이치로이래 대국화의 흐름이 있어왔기 때문에 성립될 수 있었던 정권이다. 즉 아베 이전의 제반 정권, 특히 고이즈미정권에 의한 군사대국화가 전진되면서 비로소 등장할 수 있었던 정권이라는 의미이다.

아베와 같은 강경한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표명한 정치가는 소국주의 정치가 안정된 1990년대 초만 해도 보수정치의 주류에 설 수 없었으며 더군다나 수상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과거에는 아베가 주장하는 헌법개정과 교육기본법개정, 반중국, 야스쿠니신사참배 등의 연설은 기존보수정치를 변화시키는 지렛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러한 주장은 국민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지배층이 추구하는 군사대국화를 그르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수정치가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왔다.

즉 아베정권은 15년에 이른 군사대국화의 오직 최후의 타자로서 비로소 어떤 역할을 부여받고 등장한 것이다. (다음호에 마지막 부분이 이어집니다.) <노사과연>

(http://ja.wikipedia.org/wiki/%E5%AE%AE%E5%9F%8E%E9%81%A5%E6%8B%9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