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각 정치세력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이른바 대권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정치적 진출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조운동의 산물로서 창당된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성장론을 내세우며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굴복하고 있고 심지어 한국노총에 애걸하며 표를 구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진출은커녕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는 결과로 귀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련 붕괴이후 노동자계급은 뚜렷한 이념적, 정치적 전망을 상실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부분적 개량이라는 것 이외에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념적 독자성이 없는 상황에서 선거는 노동자계급의 성장에 복무할 수 없다. 따라서 다시 사회주의의 내용을 가다듬고 노동자계급의 변혁의 전망, 노동해방의 길을 찾는 것은 시급한 일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몰락은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의 몰락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것은 체제 내에서 개량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개량주의가 더 이상 대중적 설득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개량이 아니라 변혁세력이 사회적으로 필요함을 웅변하는 것인데 이를 담당할 세력은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는 민중세력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이중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또 하나의 개량주의 세력인 민주노동당은 이를 담당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주의 전위당의 건설은 긴급한 일이 되고 있으며 사회주의의 전망과 변혁의 길을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대한 재검토

1980년대의 운동은 치열한 이론적 모색의 결과 과학적 운동으로 정립되었다. 그 결과 운동은 일취월장했으며 결국 군사파쇼체제를 타파하고 민주주의의 신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 이후 운동은 급속히 침체했고 이념적 폿대를 잃었고 운동의 과학성은 급속히 쇠퇴하게 되었다. 80년대의 대표적인 이론적 논쟁인 사회구성체 논쟁이 실종된 것도 그 한 예이다. 이러한 과학의 실종에 따라 운동은 자본가계급의 공세에 밀려 반대, 저지 등 수동적 저항의 차원에 머물게 되었다. 이는 운동에서 과학을 복원할 때에만 수동적 저항을 넘어선 총체적 전망 하의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80년대 운동의 치열한 모색과 이론투쟁의 산물이며 운동의 단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였다. 이 사회를 하나의 총체적 구성체로 파악하여 사회의 운동 메카니즘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사회를 하나의 구성체로 파악하는 사적 유물론을 전면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사회가 생산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토대를 기초로 그 위에 이데올로기, 문화, 국가 등으로 구성되는 상부구조가 자리잡는다는 맑스의 견해를 우리 사회의 분석에 적용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자본의 재생산메카니즘을 분석할 수 있었고 국가권력의 성격이 과학적으로 분석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계급 대립의 성격, 운동의 목표, 변혁의 경로 등이 총체적으로 제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사회구성체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제출되었다.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이하 전진)의 집행위원장인 김종철씨는 일국적 이해방식인 사회구성체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서 사회성격에 대한 토론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구성체 논쟁의 결과물이었던 변혁전략 도출에서 늘 대립했던 2가지 경향의 대립은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¹⁾ 이러한 문제의식은 나름의 근거를 갖는 것이다. 세계화라는 흐름이 도도하고 사회구성체론은 일국의 문제만 다루는데 이것이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종철씨의 주장은 세계화라는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족국가 단위가 유의미하며 나아가 한 사회의 과학적 분석은 맑스의 사회구성체론에 입각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화라는 것을 이유로 과학적 방법론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자본의 세계적 운동을 말하는 세계화는 한 사회의 분석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지만 그것이 사회구성체론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세계화라는 조건은 한 사회에 대한 이해를 보다 풍부하게 하는 요인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화 자체에 대해서는 그 대안으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세계화라는 조건에서도 얼마든지 사회구성체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화로 인해 제국주의 간 대립이 사라지고 세계국가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는 관념의 산물로서 공상이다. 자본주의는 사적 소유를 바탕으로 하고 그로 인해 생긴 계급분열에 대처하기 위해 민족국가를 탄생시켰다. 자본의 수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이러한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민족국가는 여전히 유효하고 제국주의 간 대립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국가라는 것은 자본주의 하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접근방법은 세계화라는 조건의 변화로 인해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가 어떠한 변화를 겪었고 현재 겪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그러할 때 과학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의 변화를 포함한 풍부한 전략노선의 제출이 가능하다.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종식되고 난후 세계는 단일한 자본주의 세계시장으로 재편되었다.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일한 질서가 성립했다. 그러나 유럽통합, 중국의 부상, 남미의 독자노선, 중동의 반미운동 등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요소도 상대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제국주의 간 대립이 사라진다는 것이 비과학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은 여전히 관철되고 있다. 현재 경제에 있어서 미국의 쇠퇴는 뚜렷하다. 다시 공황이 닥친다면 미국주도의 세계경제질서는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제국주의 간 대립이 21세기 초엽의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세계를 휘감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지속가능한 체제가 아니다. 케인즈형 국가독점자본주의를 대체한 신자유주의형 국가독점자본주의는 장기불황에 대한 독점자본가계급의 대응전략으로서 일종의 위기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신자유주의 하에서 변혁의 가능성은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기호황으로 혁명의 무풍지대가 되었던 서유럽의 경우도 변혁의 가능성이 성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는 계급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체제의 불안정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모순이 증폭될 때 21세기를 새롭게 여는 사회변혁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구성체론을 포기하여 과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체제의 현 단계를 주시하고 분석하면서 변혁의 전망을 풍부히 해나가야 한다.

한편 사회구성체론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비과학적인 사회구성체론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NL경향이 그러한데 이들은 식민지 반자본주의론을 주장한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식민지이며 또 독점자본은 존재하나 독점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회구성체를 분석할 때 국가주권과 생산수단의 소유관계가 중요한데 그중 가장 중요하고 규정적 의의를 가지는 것이 국가주권의 소재라는 것이다²⁾. 이러한 견해는 겉으로는 사회구성체론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사회구성체론을 왜곡하는 것이다. 사회구성체론의 핵심은 사적 유물론을 사회에 전면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인데 이들은 토대가 상부구조를 규정한다는 사적 유물론의 근본 명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식민지 사회는 사람이 사는 사회가 아니라는 말인가? 식민지 사회는 국가주권의 소재가 사회성격을 근본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전혀 과학이라 할 수 없고 오직 부르주아적 민족감정에 의존하는 것일 따름이다. 식민지 사회도 근본적으로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 생산에서 형성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즉, 생산관계가 근본 토대를 이루는 것이다. NL파가 이렇게 비과학적인 이론으로 향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점점 성장하는 계급대립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가 고도화하여 자본과 노동자계급의 대립, 독점자본과 전 민중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호도하고 미제국주의를 주적으로 하는 민족문제의 해결만을 지상과제로 삼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러한 경향은 노조운동에서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계급협조주의로 귀착되고 있고 정치적 측면에서는 권영길로 대표되는 개량주의적 운동으로 귀착되고 있다. 이들의 비과학성의 결과 그들의 민족감정에도 불구하고 실천적인 변혁성이 거세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이미 고도로 발전한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이다. 독점자본이 권력을 향유하고 있고 이들이 국가와 융합하여 국가독점자본주의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보편성은 우리 사회에도 어김없이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특수성은 이러한 독점자본이 미제국주의에 예속된 예속 독점자본이라는 것이다. 독점자본의 예속성은 자본의 재생산과정이 제국주의에 예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수출주도의 경제는 남한 자본의 가치 실현이 제국주의적 규정성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재생산과정의 예속성이 남한 국가권력의 예속성을 규정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남한의 신식민지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견해도 있다. 삼성, LG, 현대 등 남한의 거대 독점자본은 중국, 인도, 유럽, 미국 등에 상품과 자본을 수출하고 있고 이미 아류제국주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신식민지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신식민지라는 규정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남한이 미국의 신식민지였다는 것은 명확하다. 2차대전의 결과 제국주의의 식민지에 대한 무력지배가 불가능해진 상황, 그리고 제국주의국의 생산력의 발달의 결과 지배방식의 후퇴가 가능했다는 점을 조건으로 하여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들에서 새로운 지배계급을 탄생시켜 이들을 예속시켜서 이들을 통하여 간접지배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구식민지와 신식민지의 차이였다.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한국전쟁 등은 이러한 신식민지 질서를 고착화시켰다. 그후 1950년대 재벌의 탄생, 즉 독점자본주의가 성립했고 박정희정권 때 국가의 경제에 대한 전면개입에 의해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성립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식민지 규정은 의연히 관철되었다. 문제는 소련 붕괴 후 1990년대 이후이다. 소련 붕괴 후 중국이라는 시장의 확대, 남한 자본의 해외에 대한 진출, 다국적화 등이 가시화되었고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무역국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신식민지 규정이 유효한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혁명을 통하지 않는 이상 신식민지규정을 벗어버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19세기 중반까지 형식적으로는 독립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유럽의 식민지였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의 맹렬한 자본축적, 1차대전, 2차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식민지는커녕 세계 최고의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 이는 양의 축적이 질의 전환을 가져오는 사례이다. 남한 사회도 이러한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자본의 지속적인 축적과 성장으로 재생산과정의 예속성을 벗어버리고 아류제국주의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는가 혹은 이미 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남한 자본은 이른바 수출주도 경제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상품실현의 시장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이외에도 기술, 자본의 면에서 예속성이 강하다. 즉, 남한 자본축적의 구조는 재생산과정의 예속성을 여전히 강하게 띠고 있다. 즉, 아직까지는 자본축적의 성장이라는 양적 축적이 신식민지성의 탈각이라는 질적 전환을 이루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토대에서의 예속성에 더하여 상부구조의 측면에서 남한 국가권력에 대한 미제국주의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가권력의 핵심인 군사주권을 미국이 쥐고 있고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한 자본주의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 대한 신식민지 규정은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1997년의 IMF 경제위기, 2007년의 한미 FTA에서 확인된다. 1997년 경제위기는 다시 한번 남한의 자본축적 구조를 제국주의의 요구에 종속시켰다. 구조조정, 자본시장 개방 등 이른바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 하에 제국주의의 요구, 특히 미제국주의의 요구가 전면적으로 관철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남한의 독점자본들은 이러한 예속성의 심화를 전제로 거기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자본축적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런 점에서 ‘축적의 진전은 예속의 심화’라는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의 고유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한미 FTA에서도 전면적으로 드러났다. 예속독점자본들은 한미 FTA, 즉, 남한의 자본축적의 구조, 재생산과정의 미국에의 종속을 기꺼이 환영하면서 이를 자신의 시장의 확대, 자본축적의 고도화의 계기로 삼았다. 그 결과는 제국주의 자본과 예속독점자본에 의한 남한 민중의 수탈의 강화였다.

이러한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의 전개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대립의 심화라는 기본모순에 더하여 미제국주의와 남한 독점자본 대 남한 민중의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중층적인 모순은 한편으로 노동자계급과 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의 가혹한 전개를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의 모순이 가지는 폭발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2. 변혁운동의 객관적 조건

1980년대는 민족민주변혁의 시대였다. 군사파쇼의 타도와 미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을 목적으로 하는 민주주의 변혁으로서 이 변혁을 노동자계급이 주도했다면 사회주의 변혁으로 성장전화할 수 있는 변혁이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미성숙, 극심한 반공이데올로기로 인한 사회주의 세력의 미성숙으로 이 변혁은 자유주의부르주아지가 주도함으로써 유산되었다. 그 결과 파쇼세력과 자유주의 부르주아 세력의 타협으로 직선제 개헌이 실현되어 우리 사회는 점차로 파시즘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이행하게 되었다. 이는 한편으로는 보수대연합 체제의 성립이기도 했다.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는 파쇼세력과 타협하고 반혁명의 입장을 취하는 대가로 권력에 접근할 기회를 얻은 것이었고 이는 실제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의 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으로 현실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집권이 노동자계급과 민중에게 완전한 정치적 자유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 이들의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매우 제한된 것이다. 여전히 파쇼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주의 세력의 정치적 진출을 가로막고 있고 파시즘의 후계세력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언론의 경우 조ㆍ중ㆍ동이라는 파쇼적 언론이 남한의 여론을 좌우하고 있다. 파시즘에서 제한된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이행은 변혁세력에게 복잡한 어려움을 안겨다 주고 있다. 국가권력의 성격은 무엇인지, 민주변혁과 사회변혁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각 계급세력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등은 80년대와 비교할 때 매우 복잡해졌다.

국가권력은 계급대립의 비화해성의 산물이며 지배계급의 지배도구이다. 따라서 국가권력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금 남한 사회에서 어떠한 계급대립이 핵심인가가 규명되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유물로서 미제국주의와 예속독점자본 대 남한 민중 전체의 계급대립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계급대립의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에 더하여 노동계급과 자본가계급 전체의 대립이 성숙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독점자본의 지배이데올로기이지만 단지 독점자본만이 아니라 자본가 계급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이러한 계급대립의 비화해성을 기초로 남한 국가권력은 성립하고 있는 것이다. 즉, 독점자본의 헤게모니를 전제로 자본가계급의 지배도구로서 남한의 국가권력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각 계급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80년대의 기본적 대립구도는 명확했다. 독점자본을 대표하는 반동부르주아지가 군사파쇼권력을 내세우고 있었고 중소자본을 대표하는 자유주의 부르주아지가 권력분점을 요구하면서 반파쇼투쟁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민중 블록이 민족민주변혁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80년대의 이러한 대립구도는 2007년 현재 많이 변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정점으로 하는 반동부르주아지, 파쇼의 후계세력이 여전히 강고하고 소위 민주ㆍ평화ㆍ개혁세력이라는 자유주의 부르주아지가 김대중, 노무현을 앞세워 집권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는 신자유주의의 충실한 집행자였는데 이는 독점자본의 이익을 전적으로 실현하는 것으로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계급적 성격이 이 사회의 지배계급인 독점자본의 권력이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노무현이 자신을 신자유주의 좌파라 한 것은 독점자본의 좌파라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원래 중소자본을 대변했던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는 집권을 통하여 독점자본의 한 분견대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더하여 80년대에 반파쇼 투쟁에 앞장섰던 소부르주아지의 분화도 보인다. 소부르주아 우파는 자본주의의 단물을 빨아마시면서 변혁성이 거세되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대변하는 이들 소부르주아 우파는 체제내의 개량을 선호한다. 이에 반해 소부르주아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부르주아 좌파, 농민 등은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 하에서 고통스럽게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현 체제의 유지에 관심이 없고 현 체제의 변혁을 바라며 당면 변혁에 혁명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이 있다. 현재는 노동자계급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열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는 확실한 개량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단결시킬 정치세력의 부재, 자본의 공세에 반격할 수 있는 전략 전술의 부재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은 현 체제의 유지에 관심이 없고 노동해방을 통해 새 사회로 이행하기를 바라는 계급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계급에 비해서도 철저하고 혁명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혁명적인 계급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노동자계급의 이러한 혁명성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내세우는 진보적 성장론은 체제의 유지와 개량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노동해방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민주노동당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노동자와 소부르주아지는 변혁의 전망이 제출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량주의 세력에게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과거의 계급대립의 유물로 반동부르주아지와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대립이 잔존하나 그것은 부차적인 성격을 갖는 것이고 새로운 계급대립의 구도는 반동부르주아지와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를 포함하는 보수적 지배집단을 한편으로 하고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적 민중블럭을 한편으로 하는 계급대립이 존재하며 그 중간에 소부르주아 우파를 중심으로 하는 중간층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3. 당면 변혁의 성격

이러한 계급대립구도의 변화는 당면변혁의 성격이 변화했다는 것을 말한다. 과거의 반파쇼투쟁, 민족민주변혁 당시의 계급대립이 더 이상 주동적인 계급대립이 아니며 새롭게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대립을 중심축으로 하는 계급대립구도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당면 변혁의 성격이 민주주의 변혁 단계에서 사회주의 변혁단계로 변화되었음을 말한다. 따라서 지금은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이행의 단계이며 사회주의를 말하지 않고서는 변혁의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계급 이외의 계급이 당면변혁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주의가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며 그들이 노동자계급의 관점에 동의하기 때문에 변혁에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해방과 사회주의적 전망을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선전, 선동하고 이행의 필연성과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파시즘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이행이 평민적 방식으로, 혁명적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 부르주아지 주도의 개량의 방식으로 진행된 결과 현재의 민주주의적 기반은 매우 협소하다. 레닌은 지속적인 민주주의가 한편으로는 사회주의로 이행하고 한편으로 사회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이는 철저한 민주주의를 거침으로써 그 결과 사회주의로 이행의 필연성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불철저한 민주변혁, 혁명의 유산을 겪음으로써 매우 복잡한 과정을 겪게 되었다. 즉, 사회주의로 이행을 추진할 민주주의의 지반이 협소하고 파시즘 세력이 광범하게 온존하는 상태가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편으로 유산된 민주변혁의 성과를 끌어안아야 하지만(왜냐하면 개량적이지만 민주주의의 확대는 민중투쟁의 산물이므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주의의 전망을 분명히 하면서 사회주의 변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혁명이 유산되고 개량화되었다는 역사적 조건은 사회주의 변혁에서 단계를 나눌 필요성을 제기한다. 즉, 당면 변혁은 사회주의 변혁의 1단계이지만 완전한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주도의 민주정부, 혹은 민중권력의 수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1단계 사회주의 변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완전한 실현, 민족해방의 달성 등 민족민주변혁이 유산됨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던 과제들도 함께 실현해야 한다. 민중주도 민주정부 혹은 민중권력은 민주주의와 민족해방을 실현하면서도 사회주의적 혼합경제, 민중에 대한 교육, 의료, 주택의 보장 등 사회주의적 전망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주의 변혁의 1단계를 노동자계급이 주도하고 헤게모니를 강화함으로써 민중권력을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성장, 전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완전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주의 변혁의 2단계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민주주의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회주의 변혁을 추진할 수 없다. 민주주의 쟁취, 즉, 스스로를 지배계급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통해 변혁의 관제고지를 점령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80년대의 민족민주 변혁이 유산되고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견해가 널리 유포되었다. 흔히 이제는 혁명의 시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시대라고 하면서 민주주의와 혁명을 대립시키거나(손호철)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반대하는 견해로 민주주의를 제기하는 견해(카우츠키 등)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견해들은 민주주의를 역사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계급지배의 특정형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계급성을 보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초역사적으로 파악하여 다수 민중의 지배라는 추상적인 관념으로만 보거나 아니면 보통선거, 다수결의 원리라는 절차의 문제로 민주주의를 파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노동자계급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수립하지 않는 한 노동해방을 달성할 수 없다. 즉, 프롤레타리아 독재야말로 노동자계급에게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반대로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가 없다면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유지될 수 없다. 소련의 붕괴가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민주주의를 쟁취한다면 다수 민중도 민주주의를 쟁취하게 된다. 왜냐하면 노동자계급이야말로 가장 억압받는 계급이고 전체 민중의 이익의 옹호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혁명과 대립시키는 견해, 즉, 혁명적 방식으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세우는 것은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견해는 사실상 혁명을 거부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러코뮤니즘이라는 구실 하에 ‘사회주의로 민주적 길’을 주장한 플란차스의 견해를 비판할 필요가 있다. 플란차스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소련과 대립시키고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아닌 민주적 방식으로 사회주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플란차스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노동자계급을 지배계급으로 끌어올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주의를 초역사적으로 파악하여 독재가 아닌 민주적 방식으로 사회주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은 과학이 아닐 뿐더러 프롤레타리아 독재론에 대한 기회주의적 공격이다. 플란차스는 서유럽은 러시아와 달리 성숙한 사회이므로 민주적 방식으로 사회주의로 이행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는 서유럽의 민주주의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것,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폐지되지 않는 한 그에 기초한 민주주의는 부르주아적이라는 것, 부르주아의 계급지배를 의미한다는 것을 호도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의견그룹인 ‘해방연대’는 새로운 사회주의라면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해방연대가 제기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것은 이미 유럽에서 실천적으로 파산한 낡은 것이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국가권력의 타도가 아니라 국가권력의 변형을 주장한다. 국가권력은 ‘특정한 계급적 역관계의 응축 그 자체다’³⁾라면서 국가 내부에서 국가권력을 변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 내부에서 작업할 필요성을 제기한다는 점에서는 옳지만 그것을 전략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는 잘못이다. 맑스는 일찍이 부르주아 국가를 단순히 인수해서는 사회주의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부르주아 국가의 분쇄를 주장했다. 이러한 점은 국가가 계급대립의 비화해성의 산물이고 지배계급의 지배도구라는 점에서 여전히 타당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민주적 사회주의가 실천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포기하여 노동자계급에게서 변혁의 전망을 앗아간 것은 필연이었다.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기에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독재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는 맑스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이러한 민주적 사회주의를 채택한 해방연대는 이론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승인하지만 실천적으로는 사회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해방연대는 1920년대 후반 이후의 소련의 역사를 전면 부정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1920년대 후반부터 소련에서 비로소 착취가 전면적으로 폐지되고 사회주의적 생산관계가 성립했는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전망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해방연대는 말로는 사회주의를 말하지만 몸은 민주노동당이라는 개량주의세력에 싣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실천적으로 파산한 가운데 개량주의 세력의 보조물로 스스로를 전락시키는 것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주도세력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장한다. 그러나 ‘진보적 민주주의’는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진보적 민주주의’로는 변혁의 동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로는 권영길로 대표되는 개량주의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보적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사회주의적 변혁의 전망을 가질 때만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이 가능하다.

사회주의변혁의 1단계는 완전한 사회주의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도 완전하게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점자본을 몰수하여 국유화하여 사회주의적 우클라우드를 창출하고 민중주도 민주정부 혹은 민중권력을 수립하여 완전한 민주주의와 민족해방을 실현하고 사회주의 혼합경제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주의 변혁의 1단계가 2단계로 전화되는 것은 국내의 계급역관계, 자본가계급의 저항 정도, 제국주의 세력의 간섭에 대한 투쟁 등 제반의 조건들을 고려하면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적 관건이 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이다. 노동자계급이 정확하게 사회주의 변혁의 1단계를 주도한다면 2단계로 성장, 전화는 확실하게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남한 사회는 세계에서 모순이 가장 집약된 곳이다.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대립, 독점자본과 민중의 대립, 미제국주의와 우리 민족의 대립, 분단모순으로서 남과 북의 대립 등의 모순이 집약된 곳이다. 그만큼 한반도와 남한은 폭발력이 잠재되어 있는 사회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순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를 변혁하는 투쟁의 과학을 벼려내야 한다. 민족민주변혁이 성공하지 못하고 유산되었다는 사실은 노동자계급과 민중에게 지리한 고통만을 안겨다 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민족민주변혁의 유산을 애달파만 할 수는 없다. 새로이 변혁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노동해방이라는 변혁을 잉태하고 출산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에게 사회주의 이외에는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은 그 희망의 모습이 불완전하다 하더라도 그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희망을 다듬는 길을 가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매우 불완전한 체제이다. 그것은 자본가계급의 전반적인 반동화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자본가계급이 완전히 진보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말한다. 자본가의 입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는 민중 스스로 희망을 창출하고 보듬어야한다. <노사과연>

당면 변혁의 성격에 대한 모색

문영찬 ｜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