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세계경제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에서 발발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긴급자금 투입과 금리인하로 잠시 진정된 듯하다. 그러나 이는 임시처방일 뿐 금융위기가 과잉생산에 토대를 둔 금융공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러한 상황은 각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과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 중대한 조건의 변화를 의미한다.

자본은 세계화를 통해 국경을 무너뜨리고 전 세계를 가치증식의 무대로 삼고 있다. WTO, FTA, EU 등 세계경제는 자유무역주의와 블록화의 경향이 혼재하는 가운데 다국적 자본, 금융자본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에 의해 각 국 경제의 긴밀성은 매우 높아가고 있다. 따라서 계급투쟁의 조건의 분석이라는 점에서 세계경제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긴요한 일이 되고 있다.

한 나라의 변혁은 세계변혁의 일부이다. 한 나라의 변혁이 세계변혁을 추동하고 거꾸로 세계변혁에 기여할 때만 한 나라의 변혁도 가능하다. 특히 20세기 제국주의 단계에 도달한 이후의 변혁은 제국주의의 약한 고리에서 발생한다는 명제는 제국주의가 신자유주의라는 모습으로 나타는 현재도 유효하다. 왜냐하면 제국주의의 모순은 소련의 붕괴로 인해 소멸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치유할 길없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혁을 사고하는 입장에서는 노동자계급의 무기를 다시 벼려야 하며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기치를 다시 들어야 한다.

소련의 붕괴는 운동진영에 거대한 충격을 주었고 세계적 차원에서 운동의 퇴조를 가져왔다. 섣부른 어떤 부르주아 이데올로그는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지만 이는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고 천박한 역사관을 드러낼 뿐이다. 우리는 소련 붕괴의 충격을 이겨낼 수 있고 또 이겨내야 한다. 왜냐하면 운동의 근거는 자본주의의 모순 자체에 있고 그 모순은 심화될 대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의 붕괴이후 전 세계에 확산된 신자유주의는 자본에게 이윤추구를 위한 무한 공간을 선사했지만 노동자계급에게는 억압과 착취의 강화, 실업, 고용불안, 빈곤의 심화를 안겨주었을 뿐이다. 노동자계급이 갖고 있는 유일한 무기는 단결이다. 단결을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서로를 안을 때 투쟁의 힘이 생겨난다. 이러한 원리는 세계적 차원에서도 동일하며 그것이 바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이다.

자본의 세계화라는 흐름에 대해 대세이니, 대안이 없느니 하는 말이 나오지만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자본의 세계화는 오직 억압과 착취의 강화만을 의미하며 그에 대해 노동자계급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로 맞서야 한다. 자본의 세계화는 이윤추구를 위한 세계적 차원에서의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운동을 의미한다.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는 세계적 차원에서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의미한다.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물질적 조건은 자본의 세계화 자체이다. 따라서 노동자 계급은 20세기 후반 이래로 무너져 내린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복원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2.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성립

19세기말에 자본주의는 대불황에 빠져 있었다. 1870년 경부터 20세기 초엽까지 자본주의는 불황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는데 그에 따라 자본은 기술의 혁신과 자본의 집적, 집중을 통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경공업중심에서 철강 등 중공업 중심으로 이행, 자유경쟁 자본주의에서 독점자본주의로 이행이 이때 이루어진 것이다. 그에 따라 19세기와는 확연히 다른 자본주의의 모습이 나타났다.

레닌은 ‘집적이 어느 정도의 발전단계에 이르면 그 자체로 곧장 독점을 향해 나아간다’고 파악했다. 자유경쟁이라는 자본의 운동이 그 대립물인 독점으로 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점자본은 생산규모의 거대화로 인해 신용의 공급을 필요로 하며 신용을 매개로 하여 은행자본과 결합하여 금융자본화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양상에 대해 레닌은 (생산의 사회화로 인해) ‘자본주의는 자본가들을 그들의 의지나 의식에 반하여 어떤 새로운 사회질서, 곧 완전한 자유경쟁으로부터 완전한 사회화로의 과도적인 질서로 끌어들’¹⁾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독점자본주의는 생산의 사회화의 증대라는 측면과 동시에 자유경쟁에 반하는 독점적 이윤의 확보를 위해 자유가 아닌 지배를 원하게 된다. 즉, 독점자본은 태생적으로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점자본은 금융자본화되어 일국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세력권과 영토의 분할과 재분할을 위한 경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힘에 비례한 이러한 재분할 경쟁은 전쟁이라는 수단에 의해 해결을 도모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세계 1차대전이었다.

전쟁은 독점자본주의 체제가 평화롭게 축적을 진행할 수 있는 안정성을 갖지 못하는 불안한 체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영국과 독일이라는 제국주의 국가의 전면 대립은 독점자본주의가 전반적 위기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러한 전반적 위기의 결과로서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여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국가가 성립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자원을 총동원했고 이를 위해 국가와 경제부문은 일체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최초로 국가와 독점자본이 일체화되는 체제가 전쟁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전시 국가독점자본주의에 대해 레닌은 ‘국가독점자본주의는 사회주의를 위한 완전한 물질적 준비이고 사회주의의 문턱이고 그것과 사회주의라는 계단 사이에 어떠한 중간계단도 존재하지 않는 역사라는 사다리의 하나의 계단이다’²⁾라고 사회주의의 물질적 조건의 성숙으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러시아혁명은 성공했지만 유럽혁명의 열쇠를 쥐고 있던 독일 혁명이 좌절되고 자본주의는 상대적 안정기로 접어들고 러시아는 일국적 차원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길로 들어선다. 1920년대의 상대적 안정기에 자본주의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생산력이 증대된다. 그러나 이는 1929년의 대공황으로 귀결되었다. 기업의 도산, 실업의 폭증, 무역의 감퇴, 사회혁명의 분위기 성숙 등 자본주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고 이로 인해 국가는 경제에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길을 택하고 전시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일시적 형태가 아닌 항구적인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성립하게 된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성립의 지표가 되는 것은 금태환제의 붕괴와 관리통화제의 도입이다. 본래 화폐 또한 가치를 갖는 하나의 상품이다. 다만 여러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는 등가물이라는 점만이 여타 상품과 화폐의 차이일 뿐이다. 따라서 화폐는 금일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공식을 깬 것이 관리통화제이다. 왜냐하면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여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금준비에 국한되지 않는 화폐의 발행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국가의 발권력에 의존하는 관리통화제가 불가피하였던 것이다. 이는 국가의 화폐남발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고유한 경향임을 말하는 것이다.

자본주의국가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유효수요정책을 도입하였다. 이른바 케인즈주의의 등장이다. 국가가 재정정책을 동원하여 공공건설, 실업자 구제, 군비확충 등 인공적인 유효수요를 창출하여 자본의 이윤축적의 공간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효수요 정책은 대공황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그 유효성이 검증되지 못한 상태에서 2차대전을 맞게 된다.

1930년대의 국가독점자본주의는 흔히 미국의 뉴딜형과 독일의 파시즘형으로 분류된다. 뉴딜형이나 파시즘형이나 인공적인 유효수요를 창출하여 경기를 부양하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미국의 뉴딜은 실업자구제, 경기부양책, 공공건설 등을 중심으로 하였던 반면에 독일의 파시즘 형은 군사경제의 급팽창을 통한 것이 차이가 있다. 군수산업의 성장으로 실업자를 흡수하고 독점자본의 이윤확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한편 대공황이라는 위기에 처하여 자본주의 세계의 교역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시장이 협소해짐에 따라 각 국은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했고 각각의 세력권을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어서 블록경제가 형성되게 된다. 이렇게 배타적인 블록 경제가 형성됨에 따라 시장의 확보를 위한 갈등이 불가피했고 이는 다시금 전쟁으로 해결의 길을 모색했던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가 국가독점자본주의로 대공황의 위기를 헤치고 또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사회주의 세계는 일취월장을 하였다. 유럽혁명이 좌절되고 난 후 일국 사회주의 건설을 택한 소련은 30년대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한다. 1920년대말에 계획경제로 이행하고 난후 불과 10여년 만에 후진 농업국에서 독일과 버금가는 공업강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이 시기에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는 전면적으로 개화한다. 러시아 혁명 이후 결성된 제 3인터내셔널 하에서 세계 각지에 공산당이 결성되고 혁명운동이 전개되었다. 이 시기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특징은 소련을 전 세계노동계급의 조국으로 선포하고 소련의 사수를 전 세계노동자계급의 투쟁의 목표로 제시한 것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지만 사회주의 소련은 노동자의 조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발전은 2차대전에서 반파시즘 전선의 결성과 강화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된다.

2차 대전은 1차대전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국가의 세계 재분할 전쟁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회주의 소련과 제국주의의 전쟁이 포함되었고 그에 힘입어 2차대전은 파시즘진영 대 반파시즘진영의 구도로 전개된다. 독일과의 전쟁에서 소련의 승리로 2차대전은 반파시즘 전선의 승리로 귀결되고 이후 세계는 새로운 단계를 맞게 된다.

3.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성숙과 전개

2차 대전의 결과 세계질서는 획기적으로 변화하였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세계체제가 성립하였고 식민지 체제가 붕괴하여 세계는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자본주의 진영에서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압도적으로 되었고 이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질서의 재편에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전후 세계경제의 질서 재편을 놓고 영국과 미국의 힘겨루기가 있었으나 쇠퇴하는 영국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를 성립시켜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쥐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의 달러를 금의 가치에 고정시키고( 금 1온스=35달러)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출범시킨 것이었다. 그에 따라 미국의 달러는 금태환제가 정지한 가운데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로써 미국의 달러가 전쟁으로 피폐화된 유럽으로 흘러들어갈 조건이 마련되었고 이는 마셜플랜으로 구체화된다. 마셜플랜은 미국이 소련 등 사회주의 진영의 확장에 대응하여 냉전을 개시하면서 미국 주도의 전 세계적 반공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원조의 성격을 띠는 것이었다.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이 무상으로 서유럽에 제공되었으며 이에 따라 서유럽 경제는 회복의 길로 접어든다. 이 시기 자본주의 세계에서 미국경제의 비중은 압도적이었는데 1948년 자본주의 세계에서 미국이 광공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5%가 넘었고 금보유비중도 세계전체의 70%에 해당할 정도였다. 한편 서유럽은 2차대전후 혁명의 분위기에 쌓여 있었는데 특히 2차대전 중 반파시즘 투쟁으로 민중들의 지지가 높았던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공산당들은 제국주의 진영에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전후 서유럽경제가 회복되고 장기호황을 맞게 됨에 따라 유럽의 공산당들이 체제내화될 여건이 마련되었고 이는 미국의 냉전정책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한편 민족해방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던 중-일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하고 나서, 다시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한다. 중국의 승리는 반식민지 국가의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였고 이는 세계 민족해방투쟁의 기폭제가 되고 세계 식민지 체제는 붕괴의 길을 걷는다. 4,50년대의 아시아 각국의 독립, 60년대 아프리카 각국의 독립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제국주의 진영은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에 대해 경제원조 등을 미끼로 신식민지주의를 실시한다. 미국과 서유럽, 일본 등의 제국주의 국가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분업구조를 창출하여 보다 세련된 지배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성립, 식민지체제의 붕괴는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를 격화시켰고 이에 대해 자본주의 국가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전면적 전개로 대응한다. 30년대의 대공황에 대해 관리통화제로 이행, 유효수요 창출정책으로 대응했던 자본주의 국가들은 2차대전후 국가독점적 소유의 증대, 국가독점적 경제조정, 국가의 국민소득 재분배, 경제의 군사화 등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심화시킨다.

국가독점자본주의는 국가가 경제의 재생산과정에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체제이다. 국가가 경제외에 머물지 못하고 경제에 전면적으로 결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전반적 위기의 또 다른 징표이다. 그리하여 국가권력과 독점자본권력은 융합 내지 유착하며 국가권력은 독점자본의 이해에 전면적으로 봉사한다.

2차대전 후 국내외적 사회주의 세력의 강화에 대응하여 제국주의 국가들은 많은 기업들을 국유화시켰다. 프랑스에서 나찌에 협력했던 대자본가들의 공장을 국유화했던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그런데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사적 독점자본이 국유화되는 것은 공황의 시기에 도산 위기에 내몰린 기업에 대한 구제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국가독점적 소유는 사적 독점과 결합하여 국가가 지분을 갖는 방식 또한 많은데 이는 국가가 사적 독점의 이윤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하에서 국가소유는 주된 소유형태가 될 수 없고 어디까지나 사적 독점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에서 국가소유가 존재한다는 것이 사회주의가 도입된다는 것은 아니다. 서유럽의 일부 논자들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생산의 사회화에 대응한 생산관계의 ‘조절’로 파악하는데 이는 오류이다. 생산력의 발달에 따라 생산관계가 자동적으로 조응한다는 것은 역사의 발전법칙과 맞지가 않는다. 생산관계의 변혁은 오직 사회혁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의 법칙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 하에서 국가소유의 증대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경제를 떠받치지 않으면 체제 자체가 존립의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을 말할 뿐이다.

또한 자유경쟁 자본주의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 국가의 경제조정 기능이다. 국가는 예산, 신용, 재정정책을 활용하여, 보조금 지급, 이자율의 조정, 감가상각에 대한 특혜, 이윤에 대한 감세 등을 통하여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호경기에는 투자를 제한하고 공황및 불경기에는 생산감소를 줄이고 투자를 촉진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편다. 그리고 사적 독점체와 국가의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 경제계획을 세우기도 하나 이는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계획은 독점자본의 이윤증대를 위한 조정책에 불과하지만 사회주의 사회에서 경제계획은 이윤원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의 복지를 위해 계획되는 것이다.

한편 전후 유럽 등의 국가는 노동자계급의 압력에 밀려 국민소득 재분배를 국가가 나서서 추진했다. 이는 국가독점자본주의에 고유한 유효수요의 창출 정책의 일환이며 계급타협의 산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신자유주의의 도입이후 공격받고 있다.

전후 자본주의에서 특징적인 것은 전쟁상황도 아닌데 전시경제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50년대에 GDP의 10%이상이 군사예산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경제의 군사화를 말하는 것인데 독점자본의 이해를 위해, 특히 군수업체의 이윤을 위해 국가가 자본축적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고 심지어는 전쟁을 도발하여 군수업체를 살찌운다. 베트남전쟁으로 미국이 호경기를 맞았던 것은 미국 경제의 군사화를 말하며 이러한 군산복합체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

인위적인 유효수요의 창출, 통화 및 신용의 팽창에 의해 공황과 정체의 회피를 특징으로 하는 전후 케인즈적 국가독점자본주의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하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70년대의 경기침체 속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면화된다.

이러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전면적 전개는 2차대전후 1970년대 중반까지 유례없는 호황을 자본주의국가에 안겨주었다. 1957,58년의 잠깐 동안의 공황이후 1974,75년의 공황이 발발하기까지 서유럽, 미국, 일본 등은 장기호황을 맞이한다. 이 장기호황으로 제국주의 국가들은 혁명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 공세적 정책을 펼 수 있었다.

장기호황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설명된다. 케인즈적 국가개입에 의해서도 대공황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미국은 2차대전으로 과잉자본이 해소되고 실업문제도 해결되었고 생산력이 급증한다. 그 결과 미국은 전쟁으로 파괴되었던 유럽에 비해 압도적인 생산력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세계의 강자로 떠오른다. 그런데 전쟁으로 파괴되었던 유럽국가와 일본 등은 전후 냉전정책으로 인해 만들어진 마셜플랜의 도움으로 급속히 경제를 회복하고 1950년대 말이면 완전히 경제를 복구하고 자신들의 통화인 파운드, 마르크 등의 자유교환을 단행한다. 이렇게 제국주의 국가들의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고 장기호황으로 접어든 것은 2차대전으로 과잉자본이 인위적으로 파괴되었고 전후 복구수요가 증대되었다는 점, 브레튼우즈 체제로 세계적 통화체제가 달러를 중심으로 하는 고정환율제로 안정되어 있었다는 점, 미국주도의 자유무역질서가 정착되어 무역량이 급증하여 각국의 생산을 촉진했다는 점,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산성이 향상되어 상대적 잉여가치의 축적이 원활했다는 점, 국가가 경제에 전면적으로 개입하여 인위적인 유효수요창출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친 점, 계급타협의 결과 복지체제의 도입으로 노동자계급의 소비능력이 향상되어 주택,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 소비가 급증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이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성숙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케인즈형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성숙과 발전은 1974,75년 공황으로 마감된다. 경기침체 속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접하여 더 이상 케인즈경제학은 유지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미 1974,75년 공황이전에 위기의 징후는 여러차례 감지되었고 세계경제는 격동을 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 자본의 이윤율이 저하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의 둔화로 나타나는데 장기호황시에 연평균 5%이상의 경제성장율을 달성하였으나 1974,75년 공황이후 제국주의 국가들의 경제성장율은 2%이상을 넘기 힘들게 구조가 변하였다. 문제는 이윤율의 저하만이 아니라 서서히 과잉생산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어 1974,75년 석유위기라는 계기를 통해 과잉생산공황이 폭발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에 앞서 전후 장기호황을 지탱해왔던 미국경제가 쇠퇴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유럽과 일본 등은 60년대에 맹렬하게 생산력을 증대시켰고 그 결과 미국과 맞서기 시작했으나 미국은 60년대 저성장을 유지하였고 베트남 전쟁으로 잠깐 호황을 맞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경제의 쇠퇴를 보여주는 것은 전후 세계의 기축통화 지위를 점했던 달러의 지위가 무너진 것이었다. 미국이 냉전을 위해 서유럽에 뿌렸던 달러들이 유럽에서 유러달러시장을 형성하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누적을 기화로 달러에 대한 신용이 하락되어 금투기가 성행하고 그로 인해 미국이 더 이상 달러와 금의 교환을 보장해줄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그리하여 닉슨은 1971년 달러와 금의 교환 정지를 선언한다. 이는 달러를 마구 찍어 뿌려 놓고서는 그것의 가치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것으로서 미국의 경제적 패권의 실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전후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뒷받침했던 브레튼우즈체제는 마감하고 고정환율제는 폐기되고 변동환율제로 이행하게 된다. 변동환율제는 달러, 마르크, 엔 화 등에 대해 시장에서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교환비율을 변동하는 것으로서 각국의 경제실력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통화체제가 붕괴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결과 각국의 화폐는 환투기의 대상으로 되었고 이를 목적으로 하는 거대한 투기자본이 형성되게 된다.

닉슨의 경제정책은 임금을 삭감하고 달러를 평가절하하며 10%의 수입과징금을 부과하여 무역적자를 억제하고 수출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는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절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가 금과의 교환은 정지되었지만 변동환율제를 전제로 여전히 세계최대의 지불수단으로서 지위는 유지되었으므로 미국은 달러를 제약없이 찍어내어 불황대책으로 재정정책을 펼 수 있게 되었다.

1974,75년의 공황은 한편으로는 상품의 판로를 찾지 못하는 과잉생산공황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원유가의 대폭 인상을 계기로 해서 폭발했는데 그 배후에는 달러가치의 일방적 저하, 세계적 차원의 인플레이션이 있었다. 그러면 공황기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이 왜 발생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유경쟁시대에는 공황에 의해 과잉자본이 파괴되고 새로운 호경기를 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독점자본주의, 특히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는 이러한 과잉자본이 제대로 파괴되지 않는다. 독점기업들은 공황시에 거대한 생산설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조업을 단축하여 가동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공황을 이겨낸다. 그리고 여전히 높은 독점가격을 유지하며 심지어는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이윤의 저하에 저항한다. 그리고 국가는 공황기의 대책으로 재정과 금융정책으로 돈을 풀어 경기부양책을 펴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30년대 대공황시에 싹을 보였던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이 1970년대에 전면화했던 것이다.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전개는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유효수요창출정책으로도 자본주의에 고유한 생산과 소비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폭로한 것이었다. 국가가 아무리 유효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하더라도 독점자본의 이윤에 대한 끝없는 탐욕을 해소시킬 수는 없었고 노동자계급의 소비도 한계가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국가의 전면적 개입을 통해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했던 케인즈 경제학은 파산을 맞게 되었고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는 재격화되고 이에 대해 국가의 경제개입반대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득세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세계가 이렇게 장기호황을 마감하고 새로이 전반적 위기가 재격화될 때 사회주의 진영이 올바른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면 세계는 새로이 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진영은 중소분쟁, 소련의 체코침공, 소련 등 동유럽의 경제적 위기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사회주의진영을 이렇게 분열시킨 것은 중소분쟁에 의해 촉발되었는데 그것은 흐루시쵸프의 스탈린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후르시쵸프는 전인민국가, 전인민당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제시했는데 그 첫 출발로 스탈린을 전면적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흐루시쵸프에 반대하면서 이를 수정주의라고 비판하였고 이러한 중소논쟁은 국경에서의 무력충돌이라는 분쟁으로 발전한다. 흐루시쵸프의 스탈린 비판에 대해 문화혁명 당시의 모택동은 스탈린은 공이 7이요 과가 3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애매한 평가로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붕괴의 시초가 스탈린에 대한 평가였다는 점에서 스탈린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과 평가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즉,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스탈린에 대한 과학적 평가가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소련의 체코 침공은 반혁명의 진압이라는 것을 내세웠고 이를 합리화하여 브레즈네프는 주권제한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주권제한론은 타당하지 않다.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는 민족자결권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반혁명의 진압에 대해 세계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 진영은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해야 하지만 주권을 제한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해당 국가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통해 반혁명을 진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이후 1970년대 말의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 사회주의 진영의 분열과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붕괴는 전반적인 사회주의 세력의 약화를 가져왔다. 서유럽의 공산당들은 소련에 대해 비판하며 유럽독자의 공산주의를 모색한다는 구실하에 프롤레타리아 독재 원칙을 폐기하고 개량주의의 길을 걷는다. 한편 중국은 더 이상 세계 사회주의 진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제 3세계와 연대에 주력한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침공보다 소련으로부터 침공을 더 두려워했다.

이러한 사회주의 진영의 분열과 약화에 대해 제국주의 진영은 각개격파로 나선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미국은 중국과 수교하고 사회주의 진영의 분열을 기정사실화한다. 그리고는 소련과는 군축협상과 경제협력을 매개로 유화책을 제시한다. 이로써 세계사회주의세력은 제국주의의 구도에 놀아나고 이는 소련의 붕괴, 중국의 자본주의화로 귀결되고 만다. 그러나 이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주의 진영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상실할 때 운동은 붕괴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거꾸로 사회주의 진영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움켜쥘 때는 사회주의 진영은 세계정치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역사를 진보의 방향으로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4.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후기형태로서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는 1974,75년의 공황에 의해 장기호황이 마감되고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가 재격화됨에 따라 등장하였다. 장기호황을 이끌었던 케인즈형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의해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고 이윤율의 급속한 하락, 경기의 장기침체라는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구원자로 국가개입배제, 시장원리의 중시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가 영국, 미국을 중심으로 대두되었다. 신자유주의는 초기에 공황에 대한 대책으로 나왔지만 차츰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의 강화, 복지의 삭감 내지 철회, 군사비의 증액 등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에 대해 서유럽의 노동자계급이 변혁성을 상실하지 않고 사회주의진영이 분열되어 있지 않았다면 지배계급의 이러한 도발은 혁명으로 귀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변혁성이 상실되고 세계 사회주의진영이 분열된 상태에서 영국, 미국 등의 제국주의 세력은 노동자계급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최초에는 신보수주의라 불렸다. 영국의 대처는 신자유주의의 원형을 보여주는데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국가의 개입을 축소시키는 방향을 밀고 나간다. 복지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지출을 삭감하고 자본가들의 세금을 감축하고 국가기업을 사유화하고 노조를 배제시키는 기본정책을 실시한다.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항의였던 광부파업을 강경진압하여 역관계에서 자본가계급 우위를 실현한다. 이러한 대처의 정책으로 대량의 실업이 발생하여 대처이전에 비해 실업이 2배로 늘게 되었다. 미국의 레이건은 대처의 뒤를 좇았는데 역시 공공지출을 삭감하고 자본가들의 세금을 깍아주고 독점자본에 대한 공공규제를 완화하고 노조를 공격한 것이었다. 레이건은 이렇게 복지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도 군사예산은 대폭 증액하여 군수산업체를 살찌웠다. 그리고 레이건은 기축통화의 지위를 상실한 달러의 지위향상, 강한 달러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폈는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어느정도 잡았지만 이러한 레이건의 정책은 대처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대량의 도산과 실업의 격증을 불렀으며 실업률이 10%를 상회하였다.

대처와 레이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는 겉으로 국가개입 배제, 시장원리 중시를 내세우지만 어느 때보다 더 강력히 국가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계급대립의 격화는 필연적이며 따라서 이를 진압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분명하다.

신자유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본질적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고 그 모순을 극대화한 것이다. 경제의 재생산과정에 대한 국가의 전면개입을 의미하는 관리통화제가 실시되고 있고 국가권력과 독점자본권력의 유착과 융합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리고 유효수요의 창출의 방향이 복지와 군사를 다같이 중시하는 방향에서 군사우선의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 신자유주의의 특징이다. 이는 전후 계급타협을 파기 혹은 철회하고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의 강화를 통해 이윤율의 하락,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는 1974,75년 공황을 계기로 재격화한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에 대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대응이며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후기형태라 할 수 있다.³⁾

이렇게 볼 때 신자유주의 하에서 전후 자본주의의 호황기와 같은 계급타협으로 노동자계급에 유리한 개량을 바라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것이 된다. 남한에서도 자본주의가 성숙함에 따라 이러한 계급타협을 옹호하는 경향이 대두되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혹은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으로 불리는 이들은 자본가계급과의 타협으로 실리를 얻고자 한다. 이들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교섭을 위한 것에 한정하고 심지어 투쟁을 통제하는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하에서 계급타협으로 노동자계급에 의미있는 개량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사회적 합의주의가 자본가계급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철저한 굴종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은 마땅히 전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계급을 과학적 사회주의로 무장시키고 변혁의 주체로 세워내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1970년대의 공황이후 장기침체국면을 계속하고 있다. 좀처럼 이윤율이 회복되지 않으며 이른바 신경제라 불렸던 정보통신산업의 등장도 이윤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는 국가독점자본주의 하에서 공황을 통해 과잉자본이 해소되지 못하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고 노동자계급의 소비가 한계에 도달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의 개입 또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국가개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은 미국, 일본, 유럽 등 각 국가의 막대한 재정적자의 누적이다. 일본의 경우 현재 누적된 재정적자가 800조엔, 달러로는 8조달러인데 이러한 재정적자를 무한히 계속 늘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국가독점자본의의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이윤율의 하락, 경기의 침체는 막대한 자금이 더 이상 생산자본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투기로 몰리는 현실을 설명해준다. 더욱이 신자유주의로 금융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거대 독점자본의 유휴화폐와 은행, 각종 기금 등이 이러한 투기적 금융자본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투기자본, 이자낳는 자본들은 변동환율제하에서 외환투기를 주무대로 삼는다. 이들에 의해 각국의 통화가 끊임없이 교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 자금 중 일부는 제 3세계에 대출되어 외채위기를 불러오게 된다. 1970년대 수입대체공업화를 목표로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서방의 민간은행으로부터 외채를 차입한다. 그러나 레이건이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함에 따라 원금은 물론 이자도 갚을 수 없게 되자 80년대의 외채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이 외채위기를 해소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국주의 국가들은 제 3세계에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한다. 이것이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이다. 예산축소, 공기업민영화, 규제완화, 자본시장 자유화, 외환시장 개방, 관세 인하,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인수합병허용 등의 정책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제국주의국가에 철저하게 종속된 경제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신자유주의가 주요 제국주의국가만이 아니라 80년대 외채위기를 통해 제 3세계에 광범하게 확산된 것이다. 이를 통해 IMF는 화려하게 부활하고 신자유주의 전도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자본주의세계가 이렇게 신자유주의 물결로 휩싸이게 될 때 사회주의 진영은 개혁의 물결에 휩싸였다. 소련의 경제위기에 대한 페레스트로이카, 중국의 경제개혁 등이 진행되었는데 페레스트로이카는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고 사회주의 생산관계의 우월성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우편향의 노선을 걸어 사적 소유의 부활을 초래한다. 중국의 경우 문화대혁명의 실패이후  집단적 농업체제인 인민공사의 해체, 사영기업의 부활 등을 시도하고 이후 전면적인 자본주의화의 길을 걷는다. 이렇게 사회주의권은 붕괴되었고 이는 세계적 차원에서 역관계의 변화를 초래하였고 자본주의는 일시적으로 전반적 위기를 해소한 듯이 보였다. 특히 전반적 위기를 자본주의진영과 사회주의진영의 대립에서 원인을 찾는 주장에서 보면 전반적 위기는 해소된 것이었다. 그러나 전반적 위기를 자본주의 모순 자체, 국가가 경제에 전면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체제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찾는다면 자본주의는 여전히 전반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반짝했던 신경제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제국주의 국가의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 성장했다고 하면 호경기라고 하는 것이 지금의 국가독점자본주의이다. 중국 등이 새로이 자본주의에 편입되면서 새로운 상품시장, 자본수출시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중국 또한 과잉생산공황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가운데 제국주의에 고유한 불균등발전은 심화되고 있다. 레닌은 ‘자본주의체제하에서 개별기업, 개별 산업부문, 개별 나라의 발전에 있어 불균등성과 불규칙성은 불가피하다’⁴⁾고 분석한 바 있다. 생산의 무정부성, 이윤을 추구해야만 하는 사적 소유의 배타성으로 인해 자본주의에서 불균등 발전은 필연이다. 현재 미국의 쇠퇴는 뚜렷하다. 미국은 금융국가인 영국의 뒤를 좇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미국은 세계최대의 채무국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대의 금융국가로 되었다. 그리고 독일, 일본의 생산력 발전이 미국을 압박하고 있어서 세계경제질서는 새로운 공황이 닥친다면 불가피하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는 거대한 규모로 매년 누적되고 있다. 이를 중국, 일본, 유럽 등의 무역흑자국이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메워주고 있다. 그러나 이 체제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이 체제가 지속되려면 달러의 가치가 강해야 하는데 달러의 가치는 미국 생산력의 쇠퇴를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저하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하면 이 체제는 폭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오래전부터 고리대금업자였다고 할 수 있다. 자본수출로 벌어들이는 이자로 생활하는 계층의 규모가 거대하다. 따라서 이들을 위해 금융체제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데 신자유주의는 이들을 위해 각국의 자본시장의 개방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의 세계화의 진전이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격화시키고 있다. 1995년의 멕시코 위기는 그 나라에 들어왔던 금융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 발생한 것이다. 1997-99년의 동아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의 외환위기는 기본적으로 과잉생산 공황이지만 이들 금융자본의 교란으로 촉발되고 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금융자본은 투기와 투자를 가리지 않고 이윤을 찾아 헤매고 끊임없이 이른바 실물경제를 교란하는 것이다. ‘소규모의 고리대자본에서부터 발전을 시작했던 자본주의는 거대한 고리대자본으로 그 발전을 마치고 있는 것이다’⁵⁾.

이러한 위기에 대해 신자유주의는 다시 신자유주의로 처방을 한다⁶⁾. 즉, 신자유주의가 다시 신자유주의를 부르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유효수요의 감소, 금융의 거대화로 인한 경제교란, 극단적인 빈부격차, 군사부문의 거대화 등을 낳고 있지만 그러한 문제에 대한 처방이 다시 시장에 대한 신뢰, 금융시장 개방, 공기업민영화 등 독점자본의 살을 찌우고 민중에 대한 억압과 수탈을 강화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체제하에서 계급대립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의 이러한 악순환은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투쟁을 부를 것이고 그에 대해 독점자본가계급은 억압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순이 심화될 때 파시즘이 전면 재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시즘의 전면 재등장은 20세기 역사가 증명하듯이 사회혁명의 발발과 세계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독점자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주의 진영이 과학적인 전략전술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제시하였던 제국주의의 약한 고리에서 사슬이 끊어질 것이라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에 더하여 지금은 국가독점자본주의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국가권력과 독점권력의 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에 대해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은 국가를 타격하는 투쟁, 민주주의 변혁으로 답을 해야 한다. 그렇게 국가를 타격할 때 대안으로는 민중권력을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중권력이 쟁취된다면 그것은 사회주의로 이행의 거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5. 결론

20세기를 돌아보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가 살아있고 확산될 때 역사는 진보했고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가 위기에 처하고 파탄되었을 때 역사는 진보를 멈추고 후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0세기의 역사, 특히 사회주의 운동과 사회주의 국가의 역사를 면밀히 검토하여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가 무너졌던 원인을 규명하고 21세기에 걸맞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련의 붕괴이후 대안이 없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그에 따라 절망하고 운동을 떠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 대안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대안세계화’라는 개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회진보연대에서 대안세계화 개념을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대안세계화라는 개념은 대안이 없다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대안을 창출하여 이를 세계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이 개념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진보연대의 주장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진보연대의 기관지 ｢사회운동｣ 73호, 2007년 4월호에 보면 ‘대안세계화를 향하여’라는 코너에 프랑스 아딱을 대안세계화의 상징으로 소개하는 글이 있다. 물론 ‘조건의 차이와 보편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단서로 달고 있다. 그 글에 따르면 프랑스의 아딱은 ‘시민을 지원하는 토빈세를 위한 행동’이라는 단체의 약칭이다. 따라서 토빈세의 성격이 무엇인가 문제가 되는데 토빈세는 투기적 금융자본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모든 외환거래에 대해 0.1%의 비율로 과세하여 그 세수를 세계 빈곤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토빈세의 취지는 좋지만 그것은 금융세계화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후기형태인 신자유주의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다. 토빈세는 이러한 경향을 저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자본주의 체제내의 초라한 개량, 보다 좋은 자본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고 더욱이 대안세계화라는 것과는 맞아떨어지지가 않는다. 이는 태산명동에 서일필, 즉, 태산을 쩌렁쩌렁 울리더니 고작 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는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초라한 개량을 새로운 사회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문제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고 모두 새로운 사회를 잉태하는 운동이 될 수는 없다. 사회진보연대가 이러한 오류에 빠진 것은 과학의 입구에서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사실 대안세계화라는 개념 자체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대안을 창출하고 이를 세계화시킨다는 것은 대안을 매우 형이상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맑스와 엥겔스가 ｢독일이데올로기｣에서 했던 언급을 사회진보연대 동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우리에게 있어서 공산주의란 조성되어야 할 하나의 상태, 현실이 이에 의거하여 배열되는 하나의 이상이 아니다. 우리는 현재의 상태를 지양해 나가는 현실적 운동을 공산주의라 부른다. 이 운동의 조건들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전제로부터 생겨난다’. 또한 대안세계화라는 개념은 세계화라는 개념을 무당파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화라는 개념은 부르주아 당파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개념이다. 이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의미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다국적 기업의 지배, 투기적 금융자본의 지배를 합리화하는 개념이다. 기껏해야 제국주의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안세계화라는 개념은 폐기되어야 하고 세계정세에 대한 분석,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운동의 창출노력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80년대, 90년대 운동을 통하여 남한의 노동자계급은 역사의 단절을 딛고 다시 사회주의와의 결합으로 나아갔지만 소련의 붕괴로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움켜쥐고 노동자계급의 당파성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일체의 사이비 이데올로그에 대해 과학의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 노동자계급이 당파성을 회복하고 뚜벅뚜벅 전진해간다면 역사는 우리의 것이다. <노사과연>

세계경제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문영찬 ｜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