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금융자본에 대한 분석을 다룬 벨라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의 자본의 금융화(The Financialization of Capitalism)를 번역해서 실었습니다.

출처는 Monthly Review, 2007년 4월호(volume 58, Number 11)입니다. 번역자의 미숙함으로 번역 중 어색한 부분이 많은데 독자들께서 지적해주시고 바로잡아 주신다면 더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을 볼 수 있는 URL은 http://www.monthlyreview.org/0407jbf.htm 입니다.]

지난 30년간 자본주의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금융화'라는 세 개의 용어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 중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해서는 많은 언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¹⁾ 그러나 바야흐로 금융화는 위의 세 가지 변화 중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자본의 금용화, 즉 생산(계속 성장하는 서비스 영역을 포함하는)에서 금융으로 경제활동의 중심이 이동하는 현상은 이제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자본주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것인가?��

나는 금융화가 체제의 변화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자본주의의 완전히 새로운 단계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려 한다. 생산과정 내 축적의 기본 문제들은 여전히 같기 때문이다. 대신 금융화는 ��독점-금융자본(monopoly-finance capital²⁾)��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부를 수 있는 자본의 독점단계의 새로운 복합적인 양상을 낳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 진보해가기 보다는 자본은 스태그네이션과 금융호황이라는 끝없는 주기적 변동 속에서 정체되고 있다. 독점-금융 자본이라는 새로운 경제적 관계는 여전히 지배적인 자본주의 경제인 미국에 그 중심을 둔 채 끊임없이 더욱더 세계체제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금융화는 이미 1990년대 초반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³⁾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용어의 기원은 모호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금융의 주도권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1960년대 말부터였는데 좌파 쪽에서 이런 현상을 처음 체계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인물들은 Harry Magdoff와 Paul Sweezy였다⁴⁾.

매사추세스 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금융화 분석의 권위자인 Robert Pollin이 ��금융화가 이미 60년대 말 시작됐고 7,80년대를 거쳐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을 때 Magdoff와 Sweezy는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자본주의의 형태, 즉 자본주의의 작동에서 금융부문의 증가하는 역할이 이미 우세해졌다��고 기술한다. 그리고 이런 경향이 일반적으로 ��금융화��로 명명되어 왔다. 이런 추세를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최초의 좌파 이론가의 지위를 이 두 사람에게 주는 것은 정당하다. 그들은 현실에 대해 맑스주의적 견해가 가지는 더 넓은 함의를 볼 수 있는 능력과 기초 아래서 그들 특유의 타당성을 가지고 문제를 분석했다. 후에 Pollin은 Magdoff와 Sweezy가 금융화라는 경향를 인지하는데 있어 선구자였다고 얘기하면서 그들이 ��Monthly Review��을 통해 지난 30년간 발표했던 논문을 통해 분석한 것은 단순하지만 필연적인 현상으로서 금융화의 도래를 파헤친 것이었고 다른 좌파학자들에게도 그 두 사람의 연장선상에서만 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경향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⁵⁾

스태그네이션에서 금융화로(From Stagnation to Financialization)

자본주의의 금융화를 분석함에 있어 Magdoff와 Sweezy는 단순히 통계적 경향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적 분석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았다.

Sweezy는 그의 방식을 1997년에 발표한 ｢세계화에 대해(More or less on Globalization)｣ 란 논문에서 가장 간결하게 설명했는데 거기서 1974~75년의 침체기 이후의 최근 자본주의 역사를 가장 중요한 다음의 세 가지 경향으로 묘사했다. (1) 전체적인 성장률의 감속 (2) 전지구적인 독점 다국적 기업의 지배 강화 (3) 자본축적과정의 금융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

Sweezy에게 있어 이 세 가지 경향은 내부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었다. 독점은 대기업의 이윤을 팽창키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에 의해 늘어나는 통제시장에서 추가 투자에 대한 요구를 감소시킨다. 이윤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이윤을 낼 수 있는 투자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드는 독점의 구조는 자본축적의 지체와 경제 성장의 저하에 대한 일종의 자본주의적 처방전이다. 실물투자가 줄어드는 동시에 금융화가 진행되는 자본의 이중운동은 2차 대전 이후 수십년간의 호황이 사그러짐과 함께 경제적 초과이윤의 효과적인 사용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처음 나타났고 현재에 이르면서 더 강도높게 진행되었다고 Sweezy는 지적한다.⁶⁾

이 주장은 Paul Baran과 Paul Sweezy가 함께 쓴 ��독점자본(Monopoly Capital)��(1966)이 제공하는 이론적 틀에 기반한다. ��독점자본��은 Michal Kalecki와 Josef Stein, 두 경제학자의 연구에 영감을 받았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Karl Marx와 Rosa Luxemburg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저작이다.⁷⁾  Baran과 Sweezy는 독점자본체제가 체제의 기득권자 또는 수혜자인 소수의 독점기업들에게는 거대한 이윤을 안겨다 줄 수 있는 높은 생산력의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자본가로서 그들은 자연스레 이 초과이윤을 더 큰 축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나 이렇게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원인은 동시에 이윤을 낼 수 있는 투자의 폭을 제한하는 장벽이 된다. 기업은 현재의 과점이윤율을 유지하기 위해 조정된 가격으로 현 수준의 상품을 겨우 판매할 수 있다. 기업들이 이윤을 저하시키는 과잉생산과 가격하락을 피하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소비 성장의 한계는 생산수단 가동률의 저하를 낳는다. 초과생산설비는 사업에 있어 새로운 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없음을 알리는 경고신호이다.

자본가에게 있어 딜레마는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상당량의 초과이윤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1970년대 이후 여기에 대한 답은 그들의 화폐자본을 유지하고 증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금융상품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선물, 옵션, 파생상품, 해지 펀드 등 새로운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후 수십 년 동안 금융투기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금융부분의 이 비정상적인 성장에 대해 조기에 주목한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1984년에 케네디의 경제 자문 위원회의 전임멤버이자, 198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James Tobin은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하여(On the Efficiency of the Financial System)｣란 에세이에서 금융시장의 도박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글을 결론짓는다.

��나는 우리가 점점 더 많은 자원을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는 거리가 먼 금융상품에 쏟아 붓고 있다는 꺼림직한 중농주의적 의심을 털어 놓을 수 밖에 없다. 이는 투하자원의 사회적 생산성에 걸맞지 않은 높은 사적 이득을 낳는다. 강력한 컴퓨터의 힘을 빌어 순전히 경제적인 거래가 아닌 금융거래의 양과 종류를 증가시키기 위해 이런 '종이 경제(paper economy)'는 계속해서 발전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첨단기술은 현재로서는 경제에 실망스런 결과를 낳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케인즈가 그의 시대에 이미 봤던 것처럼 금융수단(financial instruments)이 가지는 유동성과 양도성(liquidity and negotiability)에는 근시안적이고 비효율적인 연쇄적 투기라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그리고 일시적인 금융상품의 소유는 억제하고 장기 투자자들의 큰 이윤을 보장하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케인즈가 옳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⁸⁾

Tobin은 자본주의가 실물경제에 대해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보다 그것의 잉여자본을 투기적이고 도박과 같은 목적에만 투하함으로써 되려 비효율성이 증가하는 것을 지적한다. ⁹⁾ 1970년대에 그는 국제 외국환 거래에 이른바 ��토빈세(Tobin tax)��로 알려진 것을 부과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투기적 금융거래로부터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을 다시 옮겨옴으로써 생산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금융부분의 급격한 성장이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Tobin류의 주장과는 반대로 Magdoff와 Sweezy는 1985년에 발표한 ｢금융팽창(The Financial Explosion)｣ 이라는 글에서 금융화는 장기불황(Stagnation)으로 가는 경향 속에서 자본주의의 필연적 단계임을 주장한다:

이 도박 사회가 너무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에너지를 금융이라는 껍데기의 게임에 쏟아 붓는 것이 아닌가 묻는다면 대답은 당연히 'Yes'이다.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런 현상은 실물생산을 지양하면서 일어나는 것일까? 답은 ��절대 아니다�� 이다. 만약 금융부문의 거품을 뺀다 해도 거기에 투하된 사람들과 그들의 에너지가 생산부문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단지 실업자로 전락해 이미 거대한 국가의 잉여노동인구 중 한 명이 될 뿐이고 물적 자원도 그렇게 쌓일 뿐이다. 도박사회가 경제 성장을 궁극적으로 저해시키고 있다는 생각은 완전한 오류일 뿐이다. 전례 없던 평화시기의 군비증강을 제외한다면 최근의 경제성장은 전적으로 금융부분의 폭발적 성장 덕분이었다.¹⁰⁾

이 관점에서 자본주의는 스태그네이션과 금융화 사이에서 형성된 복잡하고 진행형인 관계로 나타난 일종의 변형을 겪고 있다. 거의 10년 후에 ｢금융자본의 승리(The triumph of Financial Capital)｣��에서 Sweezy는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나는 이 거대금융구조가 지난 20년에 거쳐 창조되었다고 얘기했다. 이는 그것의 출현이 대략 1970년대에 다시 돌아온 스태그네이션의 시간과 일치함을 뜻한다. 그러나 그 성장속도는 이전의 어떤 사례와 비교해도 빠르지 않은가? 전통적으로 금융부문 팽창은 실물경제의 번영을 낳으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20세기 말인 현재에는 그 반대의 논리가 성립한다. 즉 금융자본의 팽창은 건전한 실물경제들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침체된 경제 속에서 일어난다. 이런 현상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금융자본과 실물자본의 역전된 관계가 새로운 경제의 새로운 트렌드와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역전된 관계��는 자본주의에 태생적으로 내재된 가능성이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자본주의 발전의 특정 단계에서만 형상화되는 것이다. 그 내재된 가능성은 맑스와 케인즈 모두가 강조한대로 자본축적 과정이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함을 뜻한다. 실물자산의 소유와 그 소유를 보증하는 증권(paper)의 보유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물축적과 금융투기 사이의 모순은 자본주의의 태생부터 내재적이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예금주가 기업으로부터 실물자산에 대한 금융 청구권을 구입하고 기업은 이를 통해 얻은 화폐로 생산을 확장하는데 사용한다는 단순한 메커니즘 속에서 생산부문의 투자와 금융부문의 투자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오랫동안 암암리에 가정했음에도 공식적으로 이러한 내적 연결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생산적 투자와 금융자산의 축적이 반드시 직접적으로 연결될 필요는 없다. 그 둘은 상당한 정도까지 독립적으로 운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¹¹⁾ 그러나 성숙한 금융 시스템이 없다면 이러한 모순은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투기적 거품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것은 곧 호황의 끝을 나타낸다.

금융산업이 주도권을 쥐기 전에 그리고 생산과 금융부분 간 모순이 무르익기 전에 나타나는 현상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나타났던 것 같은 독점자본의 발흥과 산업의 안정을 위한 시장의 발전이다. 수십년간 이어진 독점자본이라는 새로운 왕국에서 철도건설사업을 통해 발전한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은 금융적 힘의 중심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거대한 기업합병을 촉진시켰고 거대독점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경제의 성장을 낳았다. 이 때가 바로 J.P. 모건의 시대였다. 미국의 Thorstein Veblen과 오스트리아의 Rudolf Hilferding은 모두 독자적으로 금융자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 시기의 독점자본에 대한 이론을 개발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10년 동안의 대공황이 왔을 때, 1929년의 주식시장 대폭락이 보여주는 것처럼 독점자본경제 속의 금융이라는 상부구조는 붕괴했다. 금융자본은 이 스태그네이션 기간 동안 크게 줄어들었고 실물 경제의 회복 시 어떤 기여도 하지 않았다. 미국 경제를 침체로부터 구해낸 것은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한 2차 대전 동안의 군비확장 덕택이었다.¹²⁾ 

Paul Baran과 Paul Sweezy는 1960년대 초기에 출판한 ��독점자본��에서, 국가(민간지출 및 군비지출), 판매를 위한 노력, 거대한 두 번째 자동화의 물결 그리고 기타 요인들이 잉여이윤을 흡수하고 경제체제를 정체로부터 구해내면서 1960년대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물론 금융, 투자 및 부동산으로 흘러간 대량의 잉여이윤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커다란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 스태그네이션이 다시 찾아왔을 때, Magdoff와 공동작업 중이었던 Sweezy는 금융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1975년 ｢얇은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은행들(Banks: Skating on Thin Ice)｣라는 글에서 부채의 증가와 은행들의 세력확장은 정확히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것의 이윤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임시적으로나마 그것의 모순을 극복하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확장과 전쟁을 떠받치기 위해 그런 경향은 필수적이다.¹³⁾

독점-금융자본(Monopoly-Finance Capital)

그러나 1970년대까지만해도 근대적인 금융의 지원 속에서 운영되는 생산위주의 구경제구조가 계속 존재했다면 1980년대 말에 이르러 새로운 구조가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구조에서는 크게 확장된 금융부문이 높은 수준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주요 생산체제의 상위에 자리잡게 된다.¹⁴⁾ 스태그네이션과 수많은 금융투기는 침체된 불가역적 경제파국 속에서 공생적 관계로 나타난다.

이 공생관계는 세 가지 중요한 모습을 띠고 있다. (1) 기반실물경제의 침체는 자본가가 그들의 화폐자본을 보존하고 증식시키기 위해 점점 더 금융부분의 성장에 의존함을 뜻한다. (2) 자본주의 경제의 금융 상부구조는 기반이 되는 생산경제와 독립적으로 발달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투기적 거품의 붕괴는 늘 반복되고 그 때마다 커지게 된다. 문제이다¹⁵⁾. (3) 금융화는 그것이 얼마나 진행되든 간에 결코 생산부분 내의 스태그네이션을 극복할 수는 없다.

새로운 구조에서 자본가로서의 역할은 금융화라는 지상과제를 만족시키도록 변형된다. 단기유동성 공급에 책임을 지는 최종대부자(the lender of last resort)로서의 국가의 역할은 체제 속으로 완전히 흡수된다. 1987년 주식시장의 붕괴 이후에 미연방준비위원회는 전체 주식시장에 대해 대마불사 (too big to fail) 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2000년 주식시장의 대폭락을 막는데 실패했다.¹⁶⁾

이러한 조건들이 ��독점금융자본��이라고 부르는 체제를 불러 일으켰다. 여기서 금융화는 침체일로의 자본주의 경제 상황 속에서 영구적인 구조적 필요성을 갖게 된다.

계급 및 제국주의적 함의 (Class and Imperial Implications)

상기한 것으로부터 금융화의 원인이 분명해졌다면 이제 이것이 갖는 구체적인 계급 및 제국주의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면 관계 상 8개의 주요한 관찰로 내용을 한정하겠다.

(1)금융화는 지엽적인 금융부문의 거품을 초월하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 1987년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된 최근의 금융시장의 붕괴를 봤을 때 주목해야 할 점은 실상 그것이 금융화의 급속한 진행을 막기에는 턱 없이 미미했다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이(S&P 500 지수에 의하면) 2000년 3월에서 2002년 10월까지 발생한 손실의 절반을 회복하는 데는 단지 2년이 걸렸을 뿐이다. 1985년에 GDP의 약 두 배였던 미국의 채무는 20년 동안 국가 GDP의 3.5배로 증가했다. 이는 거의 전세계 GDP인 44조 달러에 맞먹는 엄청난 수치이다. 외환의 평균 일일 거래량은 1989년의 570억 달러에서 2006년의 2조 7천억 달러로 증가했다. 2001년 이후 국제 파생신용상품 시장(신용도 리스크 이전 상품을 다루는 국제시장)은 매년 100%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도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국가신용가치 관련 파생상품의 거래는 2006년 상반기까지 26조 달러로 폭발적 증가를 이루었다.¹⁷⁾

(2)독점 금융자본은 힐퍼딩과 다른 이들이 묘사했던 투자은행의 지배적 위치에서 태생한 20세기 초반의 '금융자본(finance capital)'과는 질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몇몇 연구들은 최근 10년간 미국 내 금융회사의 이윤이 비금융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주지만 비금융기업 역시 자본 및 화폐 시장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이런 구분은 쉬운 일이 아니다.¹⁸⁾ 거대한 부의 축적은 점점 더 생산영역보다는 금융에 관계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금융은 비금융기업의 현금 흐름의 통제와 관련된 속도와 규칙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그러나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의 통합은 이런 현상이 자본의 속성 그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구성적 분할에 불과하다는 것을 파악하기 더 어렵게 한다.

(3)대규모 금융 자산의 소유권은 분명 자본가 계급이기 위한 주요 결정 요소이다. 금융자산과 수입을 기준으로 한 상하층의 차이는 이제 천문학적인 비율에 다다랐다. 2001년 기준 미국의 상위 1%의 금융자산가들은 하위 80%의 4배에 해당하는 금융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전체인구 중 가장 부유한 1%가 19조 달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나머지 99%가 소유한 것과 거의 비슷한 양이다.¹⁹⁾ 수입격차 역시 최근 10년간 더욱 벌어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인 Ben S. Bernanke는 2007년 2월 6일에 '경제적 웰빙의 수준과 분배��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실질 임금 불평등의 거대한 불평등 경향이 고착화 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는 소득분포 상위 1% 가계의 세금공제 후 수입이 1979년 8%에서 2004년에 14%로 증가했음을 지적했다. 2006년 9월 가장 부유한 60명의 미국인은 어림잡아 6천 3백억 달러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고 이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이다. (뉴욕타임즈, 2007년 3월 1일자 참조) 최근의 역사는 불평등의 급속한 증가가 자본주의의 독점금융자본 단계의 내재적 필연이었음을 보여준다. 붕괴할 때까지 부풀어 오르는 투기적 거품을 지속시키기 위한 금융 상부구조의 새로운 현금유입에 대한 요구는 끝을 찾을 수 없다. 이는 전반적인 스태그네이션의 문제를 심화시키면서 더 큰 규모의 착취와 수입과 부의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낳는다.

(4)불황-금융화 역학의 핵심적인 측면은 부동산 투기였다. 이것은 주택소유자들이 실질임금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주택자산가치를 담보로 한 대출에 의해 상당한 정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Pollin이 관찰한 것처럼 Magdoff와 Sweezy가 보기에 미국 내 가계의 부채(증가한 주택자산을 담보로 한)에 대한 의존이 증가하는 것은 임금이 정체되거나 떨어질 때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²⁰⁾ 그러나 지난 스태그네이션 이후에 이어진 낮은 이자율은 부동산 거품에 기름을 부으면서 진정한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다. 부동산 거품의 부작용은 이제 미국 경제 불안정의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일반인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의존했던 치솟던 주택가격의 폭등은 현재 사라진 반면 일반대출서비스의 비율은 계속 증가해왔다. 소비자들의 단독 주택 가격은 2006년 4분기에 미국의 주요 149 도시 지역 중 절반 이상에서 떨어졌다. (New York Times, February 16, 2007) 부동산 거품은 불황에 대한 반작용자로서 그리고 금융화의 기반으로 중요했고 미국 가계의 기본적인 삶의 질과 매우 밀접히 연관되었기에 현 주택시장의 약세는 급격한 경제의 하향세와 대규모 금융혼란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자율의 추가 상승은 불황의 악순환을 야기하거나 주택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고 가계 대출 서비스 비율을 증가시켜 연쇄 파산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소비가 세계 경제 수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은 이것이 더 심한 전지구적 위기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5) 현 좌파이론의 대세는 금융 세계화가 세계 경제를 변형시켜 더 이상 국가가 이전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해체하는 시장(Disarming the Market)｣라는 컬럼에서 Ignacio Ramonet은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금융 세계화는 그것 자체로 하나의 법률이고 그것 자신의 행정적 외형과 영향 범위와 집행의 수단을 가진 하나의 분리된 초국가적 국가를 만들어내었다. 말하자면 IMF, 세계은행, OECD, WTO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인공적인 세계 국가들은 사회적 기반을 갖지 않은 권력이다. 대신 그들은 주영역인 금융시장들과 거대 비즈니스 사업을 낳는다. 그 결과 실제 세계의 기존국가들은 어떤 권력 기반도 가지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그리고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근거가 빈약하다. 세계 경제의 금융화는 부정할 수 없지만 이를 새로운 자본 동맹의 탄생으로 보는 것은 커다란 논리적 비약이다. 세계 금융독점 자본주의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분할된 체계이다. IMF, 세계은행, WTO는 ��하나의 분리된 초국가적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적 자본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세계경제를 관리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도입된 국제 기관들일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의 통제와 그들의 경제적 이익 아래 있을 뿐이다. 이런 기관들의 규칙은 비대칭적으로 적용된다. 즉 미국 자본의 운동을 방해하는 규칙은 거의 없는 반면, 규칙의 대부분은 전세계의 최빈층을 더욱더 착취하는데 사용된다.

(6)케인즈주의가 전통적인 독점자본의 초기단계의 이데올로기였던 것처럼 우리가 ��신자유주의��라 부르는 것은 독점금융자본의 이데올로기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국제 자본 시장은 이자율 수준과 자본의 흐름을 규제하려는 국가 당국에 커다란 제약을 둔다. 그리하여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경제 이데올로기로서 대처와 레이건의 재임기간으로부터 시작한 신자유주의의 성장은 어느 정도까지는 금융 세계화가 가져온 자본의 새로운 규칙을 반영한다.  

(7)세계경제에 있어 금융화의 진행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으로 규정된 채, 더욱 더 큰 폭으로 저개발국가로의 제국주의적 침투와 금융 의존의 증가를 낳는다. 이 구체적인 사례 중 하나가 지난 수십년 동안 독점금융자본의 지배하에 경제의 최우선권을 외국투자자본의 유치와 IMF를 포함하는 국제자본에 대한 빚을 털어내는 데 두었던 브라질이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금융영역에 있어서는 더 나아진 ��경제적 기반��을 가져왔다. 그러나 높은 이자율을 동반한 채 탈산업화와 낮은 경제성장율 그리고 국제 금융의 빠른 움직임에 대한 취약성이라는 문제를 낳게 됐다.²¹⁾

(8)자본주의의 금융화는 체제 자체를 더욱 통제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세계 금융 관계에서 안정성의 부재를 가져온 책임에 대한 공포는 쉽게 감지할 수 있다.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 ��신경제�� 거품의 붕괴, 2001년 아르헨티나의 외채 채무 불이행 등을 겪으면서 2000년대 초부터 IMF는 분기별로 ��세계 금융 안정성 보고��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체제 내 휘발성의 증가와 불안정성에 대한 명확한 감각을 얻기 위해서는 보고서 내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그리 자세히 읽어볼 필요도 없다. 붕괴할 때까지 확장하는 것은 투기 자본의 특징이었다. 그러므로 계속되는 위험의 증가와 금융 시스템으로의 더 많은 현금 유입은 더욱더 확고한 당위성을 띠게 되었고 금융구조는 더욱 취약해 졌다. '국제 금융안정성 보고(Global Financial Stability)'의 매 호는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이는 ��위험회피��의 두려움에 대한 언급으로 두드러진다. 

2006년 9월호 '국제 금융안정성 보고'에서 IMF의 이사진들은 헤지 펀드와 신용파생의 급격한 성장이 금융 안정성에 조직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고, 미국 경제의 침체와 주택시장의 냉각이 예상치 못한 충격 속에서 확대될 수 있는 더 거대한 '금융혼란'을 낳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²²⁾ 전체적인 맥락은 금융화의 진행은 통제 밖이기 때문에 체제에 대한 예측할 수 없는 심각한 충격과 뒤따르는 금융재앙이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역사가 Gabriel Kolko가 기술한 것처럼 세계금융시스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우려는 타당한 이유로 더욱더 커지고 있다. 급박한 경고들이 가장 믿을 만한 사례로부터 나타나고 있다. 현실은 이미 손 밖으로 벗어났다. 탐욕의 악마가 풀려난 것이다.²³⁾ <노사과연> 

자본의 금융화

벨라미 포스터 (John Bellamy Foster)

번역: 노성철(자료회원)

5) Robert Pollin, Remembering Paul Sweezy: 'He was an Amazingly Great Man'; Counterpunch, http://www.counterpunch.org, March 67, 2004; The Man Who Explained Empire: Remembering Harry Magdoff, Counterpunch,

19) Edward N. Wolff, Changes in Household Wealth in the 1980s and 1990s in the U.S. The Levy Economics Institute of Bard College, Working Paper No. 407 (May 2004), table 2, http://www.levy.org.

    http://www.counterpunch.org, June 15,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