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 이어짐) 혼란이 극에 달한 채 바샤는 대기실로 갔다. 블라디미르는 탁자에 앉아 손으로 머리를 괴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바샤는 고통과 분노와 실망을 그의 눈에서 보았다. 갑자기 그가 너무나 작고 도움을 받을 때가 없는 아이처럼  보였다. 바실리사의 가슴은 연민으로 차올랐다. 무엇이라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해주고 싶었다.

"음, ‘국가의 도당’들이 놀랐는가요?" 블라디미르는 아닌 척 하면서 물었다. "그들이 내 협박에 놀라기라도 했나요. 아직 그런 상황이 오지는 않았지만…" 짧게 이야기를 한 후 그는 이야기를 중단했다.

뱌사는 애정어린 눈으로 그를 보았으나 책망도 담아서 보내었다.

"당신 잘못 했어요,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당신 스스로 망가지고 있어요. 왜 그렇게 말한거죠? 지금 당신은 소비에트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요."

"나는 싸울 것입니다. 소비에트가 또 다른 경찰 부서가 된다면." 블라디미르는 여전히 고집불통이었다.

"왜 본인조차도 믿지 않는 말을 하는거죠?" 바샤는 그에게 다가가서 어머니처럼 그를 보면 진지하고 부드럽고 물었다. 그는 눈을 들어 그녀를 본 후 잠잠해졌다.

"당신이 이성을 잃었던 것은 인정해요"

블라디미르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너무나 화가 났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눈을 보았는데 마치 아이가 엄마에게 잘못을 털어놓는 것 같았다.

"이젠 해야 할 일이 없어요. 모든 것이 끝이 났어요."

그는 그녀를 뿌리치는 동작을 했다. 그러나 바샤는 좀 더 그에게 다가갔는데 가슴이 슬픔과 온정으로 가득찼다. 그는 바샤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 되어왔던 것이다. 그녀의 손을 그의 머리에 올린 후 쓰다듬었다.

"그러지말아요.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왜 그렇게 마음 아파하는 거예요. 당신은 아나키스트가 아니잖아요. 그건 옳은 길이 아니예요. 블라디미르! 당신 스스로를 믿어요. 남들이 당신을 괴롭히게 두지 마세요."

바샤는 블라디미르에게 숙여서, 그의 머리를 아이처럼 쓰다듬었다. 그는 머리를 바샤의 가슴에 묻고 그녀에게서 도움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덩치는 커다랗지만 슬픔만 가득찬 아이처럼.

"지금이 내게는 무척 힘든 때예요. 나는 혁명과 동지들을 생각했었는데 … 모든 것이 바뀔꺼예요"

"그렇게 되겠죠. 그러나 당신은 일을 할 때 우애 있게 형제애로서 일해야 해요."

"아니예요. 좋은 의지만으로는 안 되요. 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를 몰라요."

"당신은 배우게 될 거예요. 나는 당신이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해요."

바샤는 블라디미르의 머리를 들어올린 후 그의 눈을 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근심과 불안이 있었다. 머리를 숙인 후 바샤는 부드럽게 그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해요. 당신은 사과를 해야해요. 당신이 성급했고, 그들이 당신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세요."

"좋아요" 블라미디르는 순순히 동의를 했고, 그녀의 눈을 보면서 도움을 구했다. 갑자기 그가 바샤에게 팔을 뻗어 바샤가 아플 정도로 가슴에 안아버렸다. 그리고 뜨거운 입술을 바샤의 입술 위로 포개었다.

바샤는 연단으로, 집행위원회로, 직접 스테판 알렉세예비치에게로 갔다. 문제는 심각한 상태였다. 블라미디르 이바노비치는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사건은 끝이 났다.

그러나 블라디미르에 대한 악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비에트는 두 진영으로 분열되었다. 평화롭고 행복한 날들은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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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는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은 여전히 떠올랐다. 막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들이 지낼 수 있었는가? 소비에트에서 그 일들이 있은 후부터였다.

블라디미르는 집에까지 바래다주었고 당시 그들은 언제나 같이 있었으며 서로를 갈구하였다.

같이 있을 때의 대화는 부드럽고 친밀했다.

바샤의 친구가 나가자 블라디미르는 바샤를 그의 품에 안고 격렬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아직도 그 키스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 빠져나와 한 걸음 물러선 뒤 그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볼로댜, 키스마지 마세요, 난 속지 않아요"

놀랐지만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속인다고? 내가 당신을 속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을 알고 난 이후부터 계속 사랑해온 것을 보지 못 했나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볼로댜! 물론, 당신을 믿어요,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에게 키스를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순결한 소녀"를 위해서 당신 마음을 지켜왔잖아요. 나는 처녀가 아니에요. 볼로댜. 나는 이전에 애인이 있었어요."

그동안 생각해오던 것을 말하는데 바들바들 떨렸다. 아! 나의 행복은 부서져 버렸구나.

블라디미르는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이전 애인에 대해서 신경을 쓰라는 거요? 당신은 내게 속해 있어요. 누구도 당신보다 순결할 수는 없어요, 바샤. 당신의 영혼은 순결해요."

정열적으로 그녀를 안았다.

"당신은 나를 사랑해요. 그렇지 않나요?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내게 속해있지 않나요? 내게  다른 사람이 아닌 내게 말이에요. 여기를 보아요. 다시는 이전 애인들에 대해 말하지 말아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요. 알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내게 속해 있어요. 그거면 되는 거예요."

이것이 그들의 결합의 시작이었다.

제 2부. 가정

4. 

객실은 어두웠다. 네프걸은 잠자리로 갔고 오드 콜로뉴¹⁾가 객차 안에 가득 찬 이후였다. 바실리사는 조용히 객실용 윗침대에 누웠다. 잠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이 계속 밀려왔다. 다 정리된 일들로 알았는데 지금 다시 정리를 해야 하나? 아직도 살아갈 날들이 여전히 그녀에게 있는데. 사랑과 행복은 그녀의 마음속에 뚜렷하지 않은 어느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바샤는 예전과 지금이 같지 않다고 느꼈다. 4년간의 행복은 가버렸고 그들의 사랑은 변했다. 그리고 바실리사 또한 변했다.

왜, 누구의 잘못인가?

머리 뒤로 손을 포개고, 누워서 생각했다. 지나간 몇 년간 생각해볼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살아가면서 일했었다. 그러나 지금 무엇인가 잊고 있었거나 등한시했던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왜? 당내 의견의 불일치? 기관 내에서의 문제들.

모든 것이 그때부터 바뀌었다. 볼로댜 역시 바뀌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녀가 언제나 그를 돌보아야 했다. 그는 관계자들과 자주 충돌했다. 그러나 바샤는 언제나 그와 논의할 수 있었다. 그는 그녀를 신뢰했고 언제나 그녀의 충고를 따랐다.

백군이 공세²⁾를 펼치자 도시는 위험에 빠졌다. 블라디미르는 전선으로 가는 것을 결심했다. 바샤는 붙잡지 않았다. 떠나기 전 입당을 하라는 설득만을 했다.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마침내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는 볼세비키가 되었고, 그리고 떠났다.

서신 왕래는 거의 없었지만 때때로 하루나 이틀 정도 돌아와서 머물고 다시 몇 주나 몇 달 동안 떨어져 있었다. 그는 꼭 그렇게 해야 되는 것처럼 그랬다. 서로 몹시 그리워하지 도 않았다. 그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지내던 중 바샤는 위원회 모임에서 블라디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일이지? 그는 포병부대에서 일하는데 과업을 잘 수행을 못하는데다가 바르지도 정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바샤는 분노했다. 사실이 아니야.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음모와 중상모략이었다.

그녀는 사실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것은 심각한 사태로 보였다. 사건은 아직 재판에 회부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미 해임당한 뒤였다. 그녀는 스테판 알렉세이비치에게 전선으로 가는 수송열차에 태워달라고 부탁을 해서 사흘 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도착하기까지 너무 어려웠다. 지연은 모든 곳에서 발생했고 기차들은 다른 기차를 놓치기도 했다. 서류에도 문제가 있었다. 위문품 수송열차는 연결되지 않았다. 지칠 대로 지치고 불안이 쌓였다. 그 사건은 이미 법정에 갔을지도 몰라.

그때 바샤는 얼마나 블라디미르를 사랑했으며 그는 그녀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그리고 그녀는 그를 신뢰했다. 다른 이들은 그를 의심했는데, 왜냐하면 그는 아나키스트이기에 무슨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그녀는 더욱 강하게 그를 방어했다. 바샤 만큼 그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마음은 여성의 마음처럼 부드러웠다. 그의 거침과 완고함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었다. 바샤는 친절함과 부드러움이 그를 바른 길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힘들어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프롤레타리아의 삶은 힘들기 때문이다.

마침내 바실리샤는 많은 어려움을 격은 뒤 본부에 도착했다. 거기에서 블라디미르가 사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도심을 가로질러 쏟아지는 비를 맞고 걸어가야 했다. 한 동지가 동행해 준 것은 좋은 일이었다. 지친데다가 추위로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은 것을 알고 기뻤다. 증거가 없었고 군 내부에서도 의견은 갈라져 있었다. 소문과 공공연한 비난만이 난무하고 있었다. 바샤는 사람들의 탐탁치 않은 미소와 그녀가 그의 아내라고 밝혔을 때 뭔가 숨기는 것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모든 것을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블라디미르와 그의 업무를 아는 중앙위원회의 토포르코프(Toporkoff)동지에게 가야했다. 이 기소는 중지되어야 한다. 왜 그들은 그를 괴롭히는가? 다른 이들도 이전에 멘세비키이거나 사회혁명당원이지 않았나?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는 달려들지 않는다. 왜 아나키스트들이 그들보다 더 나쁘단 말인가?

그들은 블라디미르가 사는 작은 통나무집에 도착했다. 창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동행했던 동지가 노크를 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바샤는 발목까지 물에 젖었고 옷도 다 젖어 있어 너무나 추웠다. 블라디미르를 보는 기쁨도 있지만 따뜻한 방안으로 들어가 옷과 스타킹을 최대한 빨리 갈아입고 싶었다. 5일 내내 뜨거운 수화물 칸에 앉아 있었고 잠이라고는 자지 못했다.

"창문을 두드려 봅시다"라고 그 동지가 제안했다.

그는 자작나무 가지를 부러뜨려서 창문을 두드렸다.

누군가 커튼을 젖혔고 바샤는 볼로댜의 머리를 보았다. 그는 셔츠 바람으로 보였다. 그가 어둠 속에서 보기 위해 눈을 찌푸리고 있는데 웬 여자의 머리가 그의 어깨 뒤로 보였다가 사라졌다.

 바샤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날카롭게 아픈 고통이 왔다.

"왜 문을 안 여는 거요, 동지? 당신 아내를 모시고 왔어요."

커튼이 내려지고 볼로댜와 그 여자가 사라졌다. 바샤와 동행인은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기다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바샤에게는 끝없는 시간이 이어지고 이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블라디미르는 바샤를 팔로 꼭 안고 키스를 해대었다. 그의 얼굴은 밝았고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왔군요, 나에게로 왔어요. 나의 친구 바샤! 나의 동지!"

"그녀를 일단 들여보내세요." 그녀를 안내했던 이는 투덜대었다. "이 사람들과 내가 뭘 이제 해야 하는 거지?"

"어서 집안으로 들어와요! 저녁을 같이 먹읍시다. 흠뻑 젖은 데다 얼어붙었네요."

집안으로 들어가니 밝고 깨끗했다. 식당이 있고 침실이 그 뒤에 있었다. 식당 테이블에는 목에 하얀 수건을 두르고 팔에는 붉은 뱃지를 한 간호원이 앉아 있었다. 예쁘게 생겼었다. 바샤는 가슴 한 구석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었다. 볼로댜는 둘을 소개시켜주었다.

"이 쪽은 바바라(barabara) 자매, 여기는 나의 아내, 바실리사 데멘테브나"

악수를 나누면서 탐색하듯이 서로를 보았다. 마치 서로가 어떤가를 알기 원하는 것처럼.

"무슨 문제가 있소. 바샤? 외투를 벗어요. 당신이 이 집의 여주인 아닌가요? 내가 얼마나 여기서 잘 살고 있는가를 보구려. 당신의 좁은 방보다는 나을 거예요. 자 코트를 내게 주고. 아이고! 많이도 젖었네. 난로 곁에다가 걸어두어야겠네요."

그 간호원은 계속 서있기만 했다.

"그럼,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사업 논의는 내일 합시다. 오늘밤 당신 가정의 천국 같은 행복을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는 바샤와 블라디미르와 악수를 하고 바샤의 안내인과 함께 나갔다.

블라디미르는 바샤를 들어서 안고 방으로 데려갔다. 그녀를 애무하며 키스를 하면서 미친 듯이 기뻐했다.

바샤의 마음은 좀 가벼워졌고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래도 키스를 하면서 불쑥 물었다. " 그 간호원 누구예요?" 머리를 뒤로 젖혀 블라디미르의 눈을 좀 잘 보려고 했다.

"그 간호원? 병원 보급 체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왔지요. 전달이 보다 빨리 되어야 해요. 공급선에 지연이 많아요. 그것들은 나 없이는 수행이 되지 않지요. 비록 그들이 나의 업무를 중단시켰지만, 무엇인가 잘못되면 내게로 오지요."

그는 그를 반대하고 있는 문제들로 대화를 돌렸는데, 둘 다 같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바샤를 진정시킨 후 침실로 갔다. 한번 더 바샤는 쓰라린 칼날을 가슴에 맞았다. 침대는 헝클어져 있는데 누군가가 침대보만 급하게 씌워 놓은 것 같았다.

블라미디르를 힐끗 보았다. 등짐을 지고 있었는데 이는 바샤가 익숙하고 사랑하는 그의 자세이다. 그 자세로 방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의 사건이 무엇이며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는 중 바샤는 그로 인해 고통스러웠다. 이 모든 것이 명백하게 질투 어린 뒷담화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볼로댜의 손은 깨끗했다. 확신을 가졌고 다른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여행가방에서 스타킹을 꺼냈으나 여분의 신은 없었다. 어떻게 하지?

블라디미르는 이를 눈치 채고,

"그래 당신은 원래 그래, 여분의 신발을 가지고 있지 않지. 내가 가죽을 구할 수가 있으니 구두장이에게 신발을 당신을 위해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소. 특별한 것으로. 하지만 지금은 당신 신발을 내가 벗기게 해주오. 엄청 젖었네."

신발을 벗긴 후 스타킹도 마루바닥에 던지고, 그녀의 차가운 발을 그의 따뜻한 손으로 잡았다.

"참 앙증맞은 발이야. 인형 같아. 와 바슉³⁾, 내 사람, 내 사랑." 몸을 굽혀 그녀의 발에 키스를 했다.

"뭐하는 거예요, 볼로디카⁴⁾, 애도 아니고." 바샤는 마음속에 기쁨에 가득 차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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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블라디미르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나쁜 시기에 그가 얼마나 모욕을 당했는지, 그가 어떻게 지시를 무시하고 그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했는지. 그는 명령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그가 문제를 발전시킨 일들을 털어놓았고 그가 고용했던 "원하지 않았던 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조금만 매끄럽게 처리했다면, 바샤는 그에 대해서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었다. 블라미디르는 분노로 숨이 막혀서 바샤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니까 당신도 그렇게 나를 생각한다 말인가요? 바샤?"

"아니, 그게 아니라. 볼료다. 내가 걱정하는 건 당신의 보고들이 혼동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현재 그들은 매우 엄격해요."

"내 보고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이 사건을 일으킨 이들이 끝도 찾아낼 것이에요. 내 보고는 수정처럼 투명해요. 아메리카에서 내가 배운 부기는 꽉 잡고 있으니까."

바실리사는 마음의 짐을 더는 것 같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동지들과 만나 이에 대해 의논하고 문제가 어떻게, 언제, 어디에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 뿐이었다.

"당신이 여기 온 건 잘한 일이예요. 사실 당신에게 기대한 것은 없었어요. 당신이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알기 때문에 당신의 남편, 당신의 볼로댜를 챙길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당신과 같이 없기 때문에 내가 맘이 안 편했을 거라는 생각은 왜 못 했나요? 나는 항상 걱정을 하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것을 느끼고 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겠지?"

"당신은 나의 수호천사예요. 바샤. 내가 그걸 알지요." 진지하게 말한 후 바샤에게 키스를 했다. 그의 눈은 점점 슬퍼졌고 생각에 잠겨 보였다. "난 당신만큼 좋은 사람이 아녜요, 바샤. 난 당신만을 사랑해요. 무엇보다도 당신을 사랑해요. 나를 믿고 있지요? 사랑해요. 사랑해. 다른 누구가 아닌 당신만을,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바샤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렇게 평소에 안 보이던 열정과 흥분으로 그녀를 당황하게 하는지.

그들은 침실로 갔다. 이젠 잠들 시간이다. 잠자리를 만들기 위해 침대 커버를 제쳤을 때, 이게 뭐야? 그녀의 관자놀이는 뛰었고, 무릎이 떨렸다. 여성용 밴드 ― 시트 위의 핏자국.

"볼로댜! 이게 뭐야?"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어 말을 더듬거리면서 울었다.

블라디미르는 침대로 달려가서 무식하게 밴드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에이 바람둥이 집주인 여자. 그녀가 내가 외출한 사이에 여기 또 누워 침대를 더럽혔군." 바닥에 시트를 버렸다.

"블라디미르"

눈을 크게 뜬 채 바샤는 그 앞에 섰다. 그녀의 눈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블라디미르는 그녀를 쳐다본 채 조용히 있었다.

"왜 그랬어요, 볼로댜? 왜?"

양손을 틀어쥔 채, 볼로댜는 침대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다 끝났어. 다 끝났어. 하지만 당신에게 맹세해요. 나는 당신만을 사랑해요. 당신만을."

"왜 그랬어요, 우리 사랑을 생각하지 않았나요?"

"나는 젊어요, 바샤. 몇 달간 혼자 있었어요."

"그 여자들은 당신을 영원히 따라다닐 거예요. 이런 흔한 바람둥이 여자들. 나는 그년들 모두를 미워해요. 이런 더러운 여자들"

그는 팔을 그녀에게 뻗었다. 눈물이 그의 뺨 위에 떨어졌다. 굵고 뜨거운 눈물이.

"이해해 주어야 해요. 바샤. 그래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난 살 수가 없어요. 나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사는 건 너무 힘들어요."

바샤는 몸을 숙여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이전의 소비에트 시절처럼 다시 그를 불쌍히 여겼다. 이 덩치만 크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아이 같은 남자에 대해서 동정심을 느끼었다.

그녀가 아니면 누가 이 남자를 이해해줄 것인가? 지금 모든 이들이 그에게 돌을 던지려고 하고 있는데. 그가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만으로 그녀조차도 그를 버려야 한단 말인가? 그를 향해 던져진 모든 공격을 참을 준비를 그녀는 하지 않았던가? 불쌍한 사람, 그녀의 사랑, 만약 그녀가 그를 떠난다면 그로 인해서 그녀에게도 고통이 올 것이다.

블라디미르에게 몸을 숙인 후 바샤는 조용히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법을 찾아야지.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거칠고 위압적인 노크였다. 누구지?

그들은 서로 쳐다보았는데 서로 감이 오는 것이 있었다. 급히 포옹을 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했다. 그리고 나서 홀로 나가보니, 그들의 짐작이 맞았다.

조사는 종결이 되었고, 블라디미르는 체포되었다. 바샤는 발밑에서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블라디미르는 침묵을 지키면서 소지품을 정리한 후 바샤에게 그의 서류가 어디에 있고, 증인으로 누구를 불러야 하는지 누가 그녀에게 정보를 줄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나서 그들은 그를 끌고 가버렸다.

몇 년 전 일이었지만 바샤는 그 밤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날 밤보다 더 무서웠던 것을 겪어보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은 두 가지 고통으로 아팠다. 백년된 참을 수 없는 여성으로서의 고통, 동지이자 친구로서의 고통,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녀에게 잘못한 것과 인간에 대한 적의와 세상의 정의롭지 못함에 대해 괴로웠다. 

바샤는 침실을 미친 것처럼 걸어 다녔다. 안정이 되지 않았다.

여기에 그녀가 오기 전에 이 방에서 이 침대에서 블라디미르는 사랑을 했고 키스를 했다. 딴 여자를 부둥켜안았다. 도톰한 입술과 풍만한 가슴을 가진 그 예쁜 여자. 그 여자를 사랑한 게 아니라고? 바샤에게 거짓말을 한 게 아닐까? 불쌍해서…

진실을 알고 싶었다. 오직 진실만을. 왜 그들이 블라디미르를 데리고 갔는가? 그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모든 것을 밝혀내었을 것이다. 그에게 물어보았을 것이다. 만약 그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그녀가 이 고통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나서 그를 동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의 여자로서의 가슴은 갈갈이 찢어졌다. 블라디미르에 대해서 분노가 올라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가 나를 사랑한다면 딴 여자를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야. 사랑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솔직히 이야기했어야지. 거짓말로 그녀를 고통에 빠지게 하는 것 대신에.

바실리사는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했다. 안정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만약 블라디미르를 향한 추궁들이 심각해진다면? 그의 체포가 합당한 것이 된다면? 만약 "원하지 않았던 자들", 그 나쁜 놈들이 그를 곤궁에 빠뜨리고 모든 책임을 그에게 씌운다면?

그녀의 가슴앓이는 잊혀졌다. 그 붉은 입술의 간호원은 잊혀졌다. 이제 그녀는 그녀로 인해 안절부절 짓눌려 있는 블라디미르에 대한 염려로 몸이 떨려왔다. 그의 명예는 실추되었고 잔인하게 체포되었다. 그의 동지들이 그렇게 한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그녀의 여자로서의 고통이란 게 대체 뭐란 말인가? 그녀가 사랑하는, 블라디미르에게 그의 동지들은 무엇을 했나? 여자로서의 상처만이 아니라 진리와 정의의 시대를 가져온다는 혁명이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상처도 같이 느꼈다.

바실리사는 마치 육체가 없어진 것처럼 피곤함은 잊어버렸다. 오직 그녀의 영혼만 있어 고통스러운 생각들이라는 발톱에 갈기갈기 찢겨진 가슴만을 남겨두었다.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침이 오자 블라디미르를 위해서 싸우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이 그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를 음모가들로부터 구해내겠다. 그녀 혼자서라도 그가 흠이 없다고 모든 이들을 설득할 것이다. 그 비난들은 틀렸고, 그의 명성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라는 것을.

5.

아침 일찍 볼로댜에게서 온 쪽지를 적위병으로부터 받았다.

"바샤, 나의 아내, 내가 사랑하는 동지.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개의치 않소. 그들이 나를 파멸시키게 두시오. 나를 괴롭히는 오직 하나의 생각은,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은 내가 당신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바샤.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당신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 애쓸 필요는 없어요. 그들이 나를 총살시키게 두세요.

당신의, 당신만의  볼로댜"

그리고 한쪽에 비스듬히 적혀 있는 것은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믿든지 안 믿든지 . 내가 죽을 때까지 그럴 것입니다."

다른 구절이 또 구석에 있었다. "나는 결코 당신의 과거에 대해서 비난한 적이 없어요. 나를 이해해주고 용서해주시오. 당신에게, 내 모든 마음과 영혼을."

바샤는 읽고 또 읽으면서 행복해졌다. 그가 옳아. 그는 처녀가 아니었던 것에 대해서 한번도 비난한 적이 없었어.

남자들은 원래 그래. 그 바람둥이년이 그의 목 아래 자기 몸을 던지면 그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성직자도 아니고. 다시 쪽지를 읽고 거기에 입을 맞추고 조심스럽게 접어 그녀의 주머니 속에 넣었다. 자 이제 바빠질 때이다. 볼로댜를 구해내야지.

스스로를 추스른 후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녔다. 관료주의와 충돌하면서 분노가 치솟았고, 사람들의 냉담에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힘을 다시 내어서 새로운 용기로 다시 싸웠다. 그릇된 승리를 용납할 수는 없었다. 저 교활한 음모가들이 볼로댜를 망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지점을 그녀는 잡았다. 토포르코프 동지가 이 문제에 대해서 맡고 있었는데 면밀히 조사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 고발들은 근거가 없으므로 기각한다. 즈비리도프(Zviridov)와 말리첸토(Malichenko)를 체포한다."

다음날 아침에 바샤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발진티푸스에 걸렸던 것이다. 저녁때 의식을 잃어버렸고 볼로댜가 돌아왔을 때 그조차도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녀의 기억에 그녀의 병이 꼭 나른한 꿈같았다. 밤이 되어서야 의식을 찾았는데 낯선 방과 약병들이 놓인 탁자와 그녀의 침대 옆에 하얀 목수건을 두른 간호원이 보였다. 주름이 있어 나이가 들은 것으로 보이나 강인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눈에 들어오자 괴로웠다. 하얀 목수건을 보니 짜증이 났다. 왜? 바샤 자신조차도 자기를 알 수 없었다.

"물 좀 드실래요?" 간호원은 몸을 앞으로 숙여 그녀의 입술에 컵을 대주었다.

바샤는 마시고나자마자 다시 의식을 잃었다. 어렴풋이 꿈인 것처럼 볼로댜가 몸을 숙여 베개를 잡아주는 것을 느꼈다. 완전한 무의식 상태가 되어 꿈을 꾸었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라면? 방안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아냐, 그림자가 아냐, 여자들이야, 그러나 현실의 여자들은 아니야. 하나는 흰색이고 하나는 회색이야. 그들은 팔을 돌리고 비틀면서 엉키었다. 춤추는 것은 아닌가. 아냐 싸우는 것이야. 그제서야 바샤는 깨달았다. 삶과 죽음이 그녀에게 와서 그녀를 두고 싸우는 것이다. 누가 이길 것인가? (다음달에 연재 됩니다.) <노사과연>

붉은 사랑(3)

콜론타이

번역 : 정호영(자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