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 이어짐) 어머니의 이런 나무람을 듣고 싶지 않아 바실리사는 집에서 나와 여자친구와 살았다. 바실리사는 어머니의 눈물을 공감할 수 없었다. 이방인들이 그녀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오직 하나의 목표만이 명백하게 있었다. 볼세비키의 승리!. 어떤 힘에 의해 끌려가는 것 같았다. 멈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러한 힘이 자신을 수렁에 빠뜨린다고 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투쟁했을 것이다.

논쟁이 심화될수록 분위기는 격해졌다. 폭풍은 피할 수 없었다. 페트로그라드에서 온 소식은 의회의 결의와 트로츠키의 연설들과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의 선언서였다.

그때 그들은 만났다. 집회는 붐볐고 홀은 꽉 찼다. 사람들은 창틀에 서있거나 복도에 앉아 있었다. 숨쉴 공간조차 없었다. 어떤 주제의 모임이었는지 바실리사는 잊어버렸다. 볼세비키가 처음으로 의장으로 선출되었고, 위원회도 볼세비키와 좌익사회혁명당원들로 구성되었다. 그들 중에 아나키스트¹⁾이자 무소속이었던 "아메리카인"으로 알려진 블라디미르가 있었다.

그때 처음 바실리사는 그를 보았는데 그에 대해 들은 것이 무척 많았다. 어떤 이들은 그에게 놀라워하면서 "그는 진짜 남자야.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에게 귀를 기울이게 하는 줄 알아"라 했고, 다른 이들은 "허풍쟁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제빵공 노동조합과 그 판매원들을 배경에 두고 있었다. 그를 고려해야 했다. 볼세비키들은 그가 멘세비키에 대항했을 때 환영하였다.그러나 그가 볼세비키에게도 반대했을 때에는 화가 났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당서기는 그에 대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미쳤어. 그러한 친구들은 없는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스테판 알렉세예비치(Stephen Alexeyevitch), 도시내에서 가장 존경 받는 볼세비키는 그의 회색 수염 안에서 웃음을 보이면서 "좀 더 기다려봅시다. 아직 그는 훌륭한 볼세비키가 되지 않았지만, 그는 투쟁을 원하고 있소. 그가 거의 아메리카적 속성을 털어버릴 때까지 기다려봅시다."

그래서 바실리사는 그에 대해서 들었지만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자기에 대한 최소한의 것도 알려지지 않은 채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바실리사는 숨이 끊어질듯이 해서 그 회합에 늦게 도착했다. 벽돌공장에서 연설을 하고 왔는데 당시 그런 회합들은 도처에 있었고 그래야만 하는 시절이었다.

당시 그녀는 선동가였고 사람들은 바실리사의 연설을 좋아했다. 그녀의 선동은 보편적인 지지를 얻었는데 여성인데다가, 여성 노동자이었기 때문이다. 바실리사는 객관적이었고 쓸데 없는 말은 하지 않았고, 말을 아끼었다. 이러한 선동방식을 완전히 익히고 있었기에 간결하고 명확했다. 그녀에게 주어지는 모든 요구들에 대해서 열렬히 대응해나갔다.

회합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연단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연설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유로치킨(Yurotchkin) 동지,― 그는 고인이 되었는데 전선에서 사망했다 ― 가 그녀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 우리가 이겼어! 볼세비키가 의장에 선출되었어. 2명의 좌파 사회혁명당원과 그 아메리카인도 선출되었어. 그도 이젠 거의 볼세비키야. 그도 잠시후에 연설할거야"

바실리사는 그 아메리카인을 힐끗 보았는데 그에게 있는 어떠한 것이 그녀를 놀라게 했다. 얼마나 아나키스트라는 것을 드러내는 외관이었는지! 그는 신사라고 생각되었다. 빳빳한 컬러와 타이에 머리에 가르마를 한 잘생긴 남자였다. 긴 속눈썹. 그의 차례가 오자 그는 앞으로 나아가서 목청을 가다듬고 그의 입에 손을 갖다대었다. “신사 같군!”이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그의 음성은 부드럽고 적극적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연설을 했는데 청중들을 자주 웃겼으며 바실리사도 같이 웃었다. 그는 영리한 사람이군! 그래도 그는 아나키스트야. 바실리사는 박수를 쳤다. 그가 연사들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바실리사와 우연히 부딪히게 되었다. 그가 얼굴이 붉어진 바실리사에게 사과를 할 때 당황스러워져 얼굴이 더 붉어졌다. 난감했었다. 그러나 그 아나키스트는 그걸 알아채지 못 한 채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앉아 담배를 피웠다.

의장은 그에게 돌아서서 그의 담배를 가리켰다. " 여기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됩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한 후 계속 담배를 피면서 말했다. "나는 담배를 피우고 싶고 피우겠습니다. 당신들의 룰을 내게 적용시키지 마십시요". 몇 모금을 더 빨고 난 후, 의장이 다른 일로 정신 없는 것을 보면서 담배를 버렸다.

바실리사는 이 모든 것을 잊지 않았다. 나중에 이 일을 가지고 블라디미르를 놀리곤 했다. 그러나 그 때 블라디미르는 바실리사가 누군인지 몰랐다. 그녀가 연설을 시작할 때에야 그는 그녀를 알게 되었다.

그날 저녁 바실리사의 연설은 훌륭했고, 바실리사는 등 뒤로 아메리카인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신중하게 멘세비키와 사회혁명당과 아나키즘의 반대자로서의 볼세비키를 찬양했다. 아나키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 아메리카인에게 충격을 주고 싶었다. 블라디미르는 너무 신사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바샤는 연설하는 중에 그녀의 머리가 풀어진 것을 기억했다. 당시 그녀는 아름다운 긴 머리를 묶고 있었는데 그녀가 온 마음을 다해 정열적으로 연설을 했기에 머리핀이 떨어졌다. 유쾌하지 못한 일로 머리카락은 밑으로 자연스럽게 늘어졌다. 바샤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는데 그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이 블라디미르에게 마법을 건 것을 바샤는 알지 못했다.

"나는 당신이 연설하는 동안에는 당신을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당신의 머리카락이 당신 어깨 뒤로 넘어오는 순간 난 당신이 연설가로서가 아니라 바샤, 나의 선머슴애! 여자!인 것을 알아보았지요. 이런 재미 있는 일이. 당황했음에도 꿋꿋하게 팔을 흔들면서 아나키스트를 비판하고 있었다. 곱슬거리는 작은 뱀들이 그녀의 등 뒤에서 감기고 있었고 마치 황금 실들 같았지요. 그 때 바샤, 난 당신이 누군인가 알아야한다고 생각했죠. "

블라디미르는 그들이 서로 사랑에 빠지고 난 후 이일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때는 물론 그에 대해서 알지 못 했다. 연설이 끝난 후 머리를 묶으려고 할 때 유로치킨이 머리핀을 주워주었다.

"동지, 고맙습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모두가 바샤를 보고 있었고 바샤는 그 아메리카인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는 분명히 그녀를 주목했고 바샤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 그녀를 불편하게 했는데 그 아메리카인에 대해 화가 났다. 그러나 왜 바샤는 그가 걱정이 되는 것일까?

회합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갈 때, 그 아메리카인이 앞에 서 있었다.

"제 소개를 해도 될까요?" 블라디미르는 이름을 말한 후 자기 소개를 했다.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연설에 대해 칭찬을 했다. 바실리사의 얼굴은 다시 붉어졌다.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논쟁이 벌어졌다. 그녀는 볼세비키의 편이었지만 그는 아나키스트의 입장이었다. 군중들과 함께 나오다보니 그들은 거리에까지 나왔다. 비가 왔고 바람이 부는 밤이었다.

당 소속의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메리카인은 집에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고, 바샤는 좋다고 했다. 마차에 올라타니 안은 어두웠고 좁았다. 꼭 붙어 앉았다. 말은 발굽으로 진흙탕을 튕기면서 갔다.

바샤와 블라디미르는 논쟁을 멈춘 채 조용히 침묵했다. 둘은 심각했지만 행복했다.

그들은 자질구레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라든가 내일 비누공장에서 열릴 집회, 당 중앙위원회의 회합들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의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바샤의 집앞에서 작별인사를 했는데 그렇게 빨리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지만 아무도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발이 젖지 않았나 보세요" 블라디미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제 발요?" 바샤는 놀랐지만 뭔가 행복한 마음을 느끼었다. 처음으로 그녀의 인생에서 그녀를 생각해주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바샤가 웃자 가지런한 치아가 드러났다. 블라디미르는 그 순간 포옹을 하고 그 촉촉하고 하얗고 고른 치아에 입 맞추고 싶었다고 했다.

문이 열리면서 수위가 그녀를 집으로 들어오게 해주었다.

"내일 중앙위원회에서 보아요. 잊지 말아요. 정확히 2시에 열릴 꺼예요. 우리는 아메리카식²⁾으로 일을 합니다.

블라디미르가 부드러운 모자를 들어서 정중히 인사를 했다. 바샤는 마치 그녀가 무엇인가를 기대했던 것처럼 문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닫자, 바샤는 어두워진 작은 방안에 홀로 있게 되었다. 갑자기 행복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마음은 불편해지면서 그리움으로 아프게 되었다. 무엇인가 그녀를 슬프게 하고 다치게 했다.

스스로가 왜소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3.

바샤는 양모 쇼울을 베개 삼아 차에 앉아있었다. 잠들지 못 했다. 그러나 마치 꿈에서처럼 지나간 과거가 영화들 한 편 한 편, 장면 장면, 기쁨과 고통이 블라디미르와 ,볼도냐와 함께 했던 나날로 지나갔다. 아름다운 추억들은 슬픔까지도 기쁨으로 여겨졌다. 좀 편하게 자리를 고쳐 앉으니 차는 편하게 기분좋게 흔들렸다.

마음의 눈으로 바실리사는 노동조합 모임을 보았다. 시끄럽고 고함소리가 난무하고 떠들썩한 회합이었다. 제빵공들은 요란스럽고 완고하며 제어할 수 없는 군중이었다. 블라디미르는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오직 그만이 그들을 다루는 방법을 알았다.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는 성공했다. 이마의 핏줄을 세워가면서 노력을 다해서 그는 목적을 이루었다. 그는 바샤가 들어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벽 옆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당시의 정부를 불신임 투표에 붙이는 것과 노동자의 수중으로 노동조합을 양도하는 것으로 결의되었다. 그들 자신의 집행위원회가 즉시 선출되었고, 출자자들과 지방 듀마의 의원들, 부르슈히들은 명단에서 퇴출되었다. 그들의 참여는 거부되었던 것이다. 이후 조합은 지방듀마의 업무가 아니라 오직 조합의 고용인들과 제빵업자들에게만 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멘세비키들도 잡힌 목덜미를 풀려고 하였다. 그들은 관계 당국에 비밀요원을 파견하였다.

회합이 끝날 무렵, 집행위원회만 남아 있었는데 갑자기 깜짝 놀라게도 문앞에 멘세비키 정치위원과 시의 고위당직자, 케렌스키의 추종자가 나타났다. 그들의 뒤에는 멘세비키 지도자들과 사회혁명당이 있었다. 블라디미르가 그들을 바라볼 때 그의 눈은 교묘하게 빛났다.

"동지들 회의는 끝났소. 혁명적 제빵업자들의 조합의 집행위원회만이 남아서 진행을 계속 할 것입니다. 내일은 현안을 토론하기 위해 총회가 열릴 것입니다. 자, 지금 다들 돌아가십시오."

블라디미르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조용했지만 단호했다. 청중들이 웅성거리면서 일어났다.

"멈추시오! 동지들, 멈추시오!" 격앙된 정치위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회의를 끝내지 않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정치위원은 너무 늦으셨습니다. 회의는 이미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결론들을 알기 원하신다면 기꺼이 환영합니다. 여기를 보시면 우리는 당신들에게 대표단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사적으로 오셨으니 더 좋군요. 이것이 혁명의 시기에 행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보고서를 들고 정부의 관리들에게로 달려가는 것이 조직의 의무가 아니라 정부의 관리들이 노동자들의 조직에 뉴스를 듣기 위해 와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 좋은 시간이군요."

블라디미르는 선 채 움지이지 않고, 그의 서류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의 긴 속눈썹 아래에서 귀여운 악마가 웃고 춤추고 있었다.

"옳소! 옳소!" 라고 관중들은 외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위원은 항변하려고 했었다. 블라디미르에게로 가서 흥분해서 소리쳤다. 블라디미르는 여전히 조용히 있으면서 오직 눈으로만 웃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명확했다. 그가 정치위원에게 한 답변은 온 강당에서 다 들릴 정도였다. 대중들은 웃고 환호했다. 그들은 블라미디르로부터 부르슈히로부터 제빵공들에게 조합이 양도된 것을 축하하는 저녁에 그 정치위원을 초대하겠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기뻐했다.

"아, 저 친구 보통이 아닌데. 저 아메리카인. 정말 달변이야."

그 정치위원은 그의 목적을 전혀 이루지 못 한 채 돌아가야했다. 그는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아! 해보세요." 블라디미르는 눈에 불꽃을 튀기면서 응수했다. 온 강당이 울리도록 반복했다. "하고 싶으면 하라니까."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정치위원과 멘세비키는 서둘러서 옆문으로 도망을 나갔다.

그러나 소란은 지속되었다. 집행위원회의 회의는 저녁으로 연기되었고 우선 식사부터 해야했다. 모두 지쳤고 회의는 다음날 아침까지 지속되었다.

바샤는 문쪽으로 사람들과 함께 나아갔다.

순간 블라디미르가 그녀 앞에 섰다. 조용히 눈으로 웃고 있었다. 이 푸른 양복으로 깔끔하게 차려 입은 그는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가. 그러나 그 때 그녀는 그를 더 이상 "신사"로 보지 않았다. 오늘 "그도 우리편이야"라는 것을 느꼈다. 결국 볼세비키하고 그가 어떻게 다른 거지? 그는 용감했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어. 필요하다면 총알이라도 맞설 사람이야. 그가 빳빳한 칼라를 했더라도…갑자기 바샤는 생각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블라디미르의 억센 팔뚝에 안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와 같이 나란히 행복하고 신념에 찬 인생을 같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와 같은 남자와 어울릴 수 있을까? 자신을 그와 견주어보면, 바샤는 한숨이 나왔다. 그는 잘 생겼고, 유명하고, 아메리카에서 생활한 경험까지 있다.

나는? 외모도 그렇지만, 무식하잖아. 그리고 지금 사는 이곳을 벗어나 본 적이 한번도 없고. 그가 내게 관심을 기울일 리가 없지. 오늘 내가 여기 온 것도 모를꺼야.

이런저런 생각들로 어수선해할 때 블라디미르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만나서 반가워요. 바실리사 동지. 그 정치위원의 콧대를 꺽어놓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그러한 사악한 짓을 다시는 못할 것입니다. 그는 여기 다시 못 올꺼예요. 믿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형식상 우리는 그에게 우리 결의를 말해 주었습니다."

블라디미르는 흥분되어 있었고, 열정적이었다. 바샤는 그의 영혼을 잡았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자마자 웃음이 절로 나왔고, 행복해졌다. 만약 그의 동지들이 그를 찾지 않았더라면 대기실에 좀 더 머물러 있으면서 정치위원과 결의사항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아! 이제 가야겠네요, 더 이상 머물 수 없습니다. 바실리사 동지"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기쁨으로 심장이 뛰었다. 그녀는 똘망똘망한 눈을 들어 그의 눈을 보았다. 바샤의 영혼이 그녀의 눈 안에서 투명하게 보였다.

블라디미르는 그 영혼을 보았다. 조용히 그는 그 안에서 자신을 잊어버렸다.

"와 안 가요, 블라디미르 동지, 사람들이 기다리요, 일하러 가야할 때 아이요'

"갈 것입니다."

급히 바샤의 손을 쥐었다가 갔다.

바샤는 온 거리를 헤매고 다녔지만 어디로 가야할지도 몰랐고 길가에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오직 블라디미르만 보였다.

그녀에게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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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서리 내린 겨울밤에 별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총총히 반짝이고 있었다. 새로 내린 눈은 아직 하얗고 때묻지 않았다. 거리를 다 덮고 지붕과 헛간에도 내려앉았고 부드러운 눈송이를 나무들 위에 흩뿌렸다.

바실리사와 블라디미르는 회의에 나왔다. "10월의 날들"이 지나갔고 이제 권력은 소비에트의 손아귀에 있었다. 멘세비키와 우익 사회혁명당은 축출되었다. 오직 "국제주의자들"³⁾만 남았다. 볼세비키의 권력은 차츰 성장하고 있었고 당은 모든 것을 장악했다. 모든 노동자들은 볼세비키 편에 서 있었다. 오직 부르슈히들과 성직자들과 군 장성들만이 그들을 반대했다. 소비에트는 그들에 대항하여 캠페인을 전개했다. 생활은 아직 정상을 찾지 못했고 혁명의 물결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거리는 적위병이 통제했는데 때때로 충돌이 있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은 끝난 것 같았다.

바실리사와 블라디미르는 그들이 획득하던 날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블라디미르의 제빵업자들은 의견차이는 있었지만 훌륭했고 결의에 찬 동지들이었다. 블라디미르는 그들이 자랑스러웠고 그들은 블라디미르를 소비에트로 보내었다. 블라디미르와 바실리사는 나란히 조용한 거리를 걸어갔다. 적위대 순찰병들이 암호를 물었다. 블라디미르 역시 그의 소매에 좁고 붉은 띠⁴⁾를 두른 적이 있었다. 가죽모자를 쓰고 그는 노동자 근위대에 등록되어 있었고 전장에 있었다. 총탄이 소매끝을 관통했고 그는 그 흉터를 바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들은 당시 서로를 좋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럴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그들은 아무런 선약이 없음에도 같이 나왔다. 그들은 서로에게 할 말이 많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들의 만남처럼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서로에게 너무 집중하다보니 바샤의 집을 지나치는 것도 몰랐던 것이다. 트럭들이 놓여 있는 시의 변두리까지 와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온거야! 멈추고 나서 그들은 놀라서 웃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늘을 보았는데 별들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내가 살던 고향마을에는 시계가 없어서 우리는 별들에게 시간을 물어보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별을 잘 볼 줄 아셨고 제게 시간이 몇시인지를 정확히 알려주셨어요."

블라디미르는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가족은 빈농 대가족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했고 볼로댜는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사제의 딸과 거래를 시작했다. 그녀의 거위를 키워주는 대신에 그녀에게 글을 배우기로 한 것이다.

블라디미르는 그의 집과 평야와 숲을 회상하면서 다정하고 감상적인 사람이 되었다.

"아! 이 모습이 이 사람 모습이구나" 바실리사는 살짝 놀랬다.

그리고 그가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미국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어린 나이로 어떻게 가게 되었으며 자수성가하기를 결심한 것을, 수송선에서 2년간 일하고 나서 부두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쫓겨나 다른 주로 가게되었다. 그는 굶주렸으며 그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라도 했다. 한때는 궁전 같은 특급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했는데 당시 그가 얼마나 많은 부자들을 보았는지. 그리고 비단과 레이스와 다이아몬드로 차려 입은 여자들도!

그리고 나서 대형 패션가게의 수위로 좋은 대우를 받고 일했다. 금박 제복을 입고 있을 때 미남이었기에 인기도 있었다. 그러나 곧 그는 이 모든 것에 싫증이 났는데 이 부유한 고객들이 그를 긁기 시작한 것이다. 부유한 면화상의 운전수로 미 전역을 돌아다닌 적도 있었는데 좋은 차로 몇 백 마일이 넘는 곳을 운전했다. 그렇지만 이것도 지겨워졌다. 그래보아야 그는 농노보다 좀 나은 수준이었다. 그 상인은 면화산업에 그를 끌어들였는데, 세일즈맨이 된 후 부기를 배웠다.

그리고 혁명. 혁명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는 서둘러 러시아로 돌아갔다. 미국에서도 그는 조직에 속해 있었다. 경찰과의 충돌 뒤 체포되기도 했지만 그 상인의 도움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그 상인은 그를 운전사로서 좋아했던 것이다. 그가 아나키스트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언제나 그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미국은 러시아와 달랐다!

블라디미르는 그의 방식으로 미국을 사랑했다.

계속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바샤는 블라디미르의 지치지 않는 말의 홍수를 들었다. 그는 그의 온 인생을 그녀에게 고백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바샤의 집 앞에 다시 와서는

"차라도 한잔 하자고 말하지 않을 껀가요, 바실리사 동지"라고 그녀에게 물었다.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가고 있고, 그리고 지금 자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바샤는 이 시간에 그의 친구가 잠들어 있을 것이라는 염려가 들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우리 그녀를 깨웁시다. 셋이서 파티를 하면 되지요"

왜 먼저 그녀가 그를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가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들은 친구가 되지 않았는가.

그들은 같이 들어와서 사모바⁵⁾ 를 꺼내고 블라디미르가 도왔다.

"숙녀들을 언제나 도와야 해요. 그게 미국에서 우리가 해온 방식이지요."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농담을 주고 받았는데 바샤의 친구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친구를 깨우기는 했지만 친구는 졸린 눈으로 껌벅껌벅이고만 있었다.

그래도 블라디미르는 다시 미국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가 금박 박은 제복을 입고 깃털을 꽂은 모자를 하고 서 있던 대형가게에 아름다운 비단스타킹을 신은 숙녀들이 자신들의 차를 타고 오던 이야기를 했다. 어떤 여자는 그에게 장소와 시간이 적힌 메모를 주고 가기는 했지만 그는 가지 않았다. 그런 여자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문제만 일으킬 뿐니까. 또 다른  여자는 그에게 장미를 선물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가 들려주는 실크 스타킹을 한 아름다운 미국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바샤는 점점 무의미하고 따분하게 느껴졌다.

가슴 속에 있는 기쁨이 사라지고, 세상이 어둡게 보였다.

"그러니까 그 아름다운 여자들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죠?"

바샤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렸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을 금방 후회했다.

블라디미르는 주의깊고 다정하게 그녀를 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나의 전부인 바실리사 데멘테브나, 나는 나의 마음와 사랑을 지켰소. 내 순결한 소녀를 위해서 난 유지해왔어요. 그러나 그 아름다운 여자들이라니? 그들은 헤프고, 창녀들보다 나쁘단 말이요."

다시 그녀의 마음속에 기쁨이 밀려왔으나 그 기쁨은 채우기도 전에 빠져나가는 썰물처럼 바로 나가버렸다. 순결한 소녀를 위해서 그의 마음을 지켜 왔다니? 그렇지만 바샤는 처녀는 아니었다. 기계백화점에서 일하던 페티야 라즈구로프(Petya Razgulov)가 전쟁에 끌려가기 전에 사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조직가와 약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또한 떠났고 편지조차도 끊겼고 바샤는 그를 잊었다. 그러니 지금 어쩌자고 "순결한 소녀"란 말인가?

바샤는 블라디미를 보면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가슴은 상처를 그렇게 받았다. 블라디미르는 자기 이야기를 그녀가 따분하게 여긴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야기를 멈춘 뒤 일어서서 서둘러서 차갑게 가버렸다.

바샤는 밤새도록 울었다. 이 아메리카인을 피해야겠다. 바샤가 그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가 있겠는가?

바샤는 그 아메리카인에 대한 마음을 제어하기로 굳게 결심했으나 운명은 그들을 더욱 밀접하게 하였다.

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 바실리사는 진행과정에서 격렬한 논쟁을 보았다. 새로운 시 지도자가 선출이 되었다. 몇몇은 블라디미르를 추천했고 다른 이들은 그를 거론하는 것을 반대했다. 특히 지구당 서기가 적대적이었다. 생각하지 못 한 일이었다. 시 전체가 그를 둘러싸고 반대자가 되었다. 그의 권위의식이 그의 머리를 들어올려서 조합마차로 온 도시를 마치 통치자인 것처럼 돌아다녔던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 그는 원칙을 알 수가 없었다. 새로운 불만사항들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는 조합의 규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바샤는 블라디미르를 방어했다. 그가 아나키스트, 멍청한, 의심스러운 자라는 식으로 불리는 것을 듣는 것은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다. 그가 볼세비키보다 일을 못 했단 말인가? 스테판 알렉세예비치도 그의 편이었다. 투표가 붙여졌다.

7명이 블라디미르에게 반대를 했고, 6명이 찬성을 했다. 해야 할 것이 없었다. 그래도 블라미디르에게도 비난을 받을 부분은 있었다. 그는 너무 과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블라디미르는 화가 났다. 왜 그를 믿지 못하는가? 그는 혁명을 위해 영혼을 바치던 자가 아니었나? 위원회의 투표결과를 알자 그는 분노에 타올랐다. 고의로 볼세비키를 모욕하기 시작했다.

"국가라는 도당들! 중앙집권주의자들! 그들은 또 다른 경찰체제를 세우기를 원한다!"

그는 가는 곳마다 미국을 이야기하면서 그가 소속되어 있던 I.W.W⁶⁾을  거론했다. 위원회는 격분했고 블라디미르에게 규율을 지키라고 명했다. 균열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바샤는 블라디미를 방어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으며, 논쟁으로 목이 쉬어버렸다.

그 문제는 소비에트로 넘겨졌다. 조합은 다시 명령을 따를 수 없었다.

블라디미르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는 당신들의 경찰법령 따위는 이해할 수 없소. 모든 제도는 그 고유한 지배자가 있는 것이오. 규율? 당신들 규율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요. 우리는 피 흘리면서 부르슈히들에게 다시 쇠사슬로 결박당하기 위해서 혁명을 만들지 않았소. 왜 우리가 지도자들이 필요한가요? 우리는 스스로에게만 명령할 뿐이요!"

언쟁하면서 고함을 질렀다.

"당신이 복종하기를 거부하면 우리는 당신을 소비에트에서 축출할 수 밖에 없소" 의장이 그에게 위협을 주었다.

"하고 싶다면 하라니까." 블라디미르는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나는 적위병 들 중에서 나의 제빵공들을 부르겠고, 그러면 누가 당신을 지켜줄 것 같소? 곧 당신들은 부르슈히의 손바닥에 다시 떨어질 것 말이오. 지금 당신들의 소비에트가 가고 있는 방향이 그렇소. 이건 소비에트가 아니야. 이건 경찰들 구역이야!"

바실리사의 심장은 멈추는 것 같았다. 왜 저렇게 말하는 것인가? 모두가 그에게 덤벼들도록...그녀의 예상이 맞았다. 회의는 분노로 끓어올랐다. 무엇 때문에? 소비에트를 다른 식으로 불러서? 블라디미르는 거기에 서서 하얗게 질려버린 채 스스로를 방어했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폭풍만이 있었다. 사람들은 앞으로 몰려왔다.

"그를 축출해라. 체포하라. 쫓아내버려라. 저 양아치를!"

고맙게도 스테판 알렉세예비치가 그를 도왔다. 그는 블라디미르를 보고 옆방으로 가라고 한 후 그의 부재 하에 안건들을 토론했다.

블라디미르가 간 후, 바샤는 뒤를 따라갔다. 굴욕감이 들었다. 그가 어리석은 것도 그렇고 소비에트에 대해서도 화가 났다. 그가 말하는 것만으로 그를 이렇게나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그의 행동으로 그를 판단해야 했다. 모든 이들이 블라디미르가 소비에트의 편에 서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볼세비키는 10월 혁명을 성공시키지 못 했을 것이다. 장교들을 무장해제시킨 것도 그였고, 도망치는 시장을 잡은 것도 그였고, 가장 완강한 적을 거리에서 몰아낸 이도 그였다. 그런데 눈 치우듯이 치우자니! 왜 그가 소비에트에서 축출되어야 하는가? 그의 성급한 말 때문에? [다음달에 연재 됩니다.] <노사과연>

붉은 사랑(2)

콜론타이

번역 : 정호영(자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