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자유

14.

(1월호에서 이어집니다)

똑똑! 똑똑!

바샤는 옛날 자신의 다락방의 잠긴 문 앞에 서 있었다. 지금은 그루샤가 살고 있다. 문을 두드렸다.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이 그루샤가 일을 마치고 왔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문은 잠겨 있었다. 그루샤는 어디에 있는 거지?

똑똑! 똑똑!

잠들어 버렸나?

자고 있나?

돌아서보니 그루샤가 뜨거운 물이 들어있는 주전자를 들고 홀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루샤!"

“바실리사，친구야! 언제 온 거야? 이렇게 갑자기!" 그루샤는 차주전자를 마루에 놓은 후 바샤를 껴안았다.

“들어와，이건 뭐라해도 네 다락방이야. 난 단지 네게 빌려서 살고 있을 뿐이잖아.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려. 이 집에 도둑들이 있지 뭐니，정말 무서워. 물을 가지러 갈 때조차도 문을 잠그지. 얼마 전에는 푸리아스킨의 방에 걸려있는 코트를 훔쳐갔어. 가을코트인데 완전 새 옷이었어. 그는 집 전체를 샅샅이 뒤졌고 경찰까지 불렀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 그래 드디어 집에 왔구나! 바실리사! 짐을 풀고 좀 씻어. 나는 막 차를 끓이려는 중이었어. 뭐 좀 먹겠니? 계란하고 빵과 사과가 있는데"

집? 그루샤는 바샤가 집에 왔다고 했다. 그러나 바샤 같은 사람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바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락방은 아주 친근했다. 그러나 더 이상 바샤의 방은 아니었다. 재봉틀이 있었고 마네킹이 구석에 있었고 옷감들과 천조각과 짧은 실토막이 마루에 널려 있었다. 벽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맑스와 레닌도，공동주택의 설립 때 찍은 입주자들의 기념사진도 없었다. 대신 빛 바랜 빨간 종이부채가 있었다. 그리고 계란 그림에 금장으로 된 ‘예수께서 일어나신다’라는 글씨를 적은 그림엽서가 있었고，구석에는 성상이 있었다. 그루샤는 당원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나님을 믿고 단식기일을 엄수했다. 그렇지만 쏘비에트 정부를 지지하였고 공산주의자들 중에 많은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약혼자는 백군으로 가버렸고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죽었다면 적군에 의해 처형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루샤가 공산주의자로 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이다. 그녀는 애인에 대한 추억을 간직해 왔다.

“내가 만약 너희와 합류한다면 그는 저세상에서 나를 저주할 거야."

이전에는 바샤는 그루샤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백군을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제 그녀는 가슴이 규율을 따르지 않으려는 것을 안다. 블라디미르와 그녀는 헤어지는 데까지 갔었다. 그러나 사랑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녀에게 평화를 주지 않았다.

그루샤는 바실리사가 집에 온 것을 기뻐했다. 그녀는 어떤 곳이 바샤에게 가장 좋은 곳이 되는가를 몰랐다. 그루샤는 바샤의 이야기들을 듣고 상당히 놀랐다. 의아해하는 것은 왜 바샤가 남편과 함께 있으면서 몸이 좋아지지 않았나였다. 바샤는 전보다 야위었거나 이전 정도로 야윈 상태로 돌아왔다. 바샤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바샤는 그루샤를 만나면 그녀의 품에 안겨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실컷 울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그녀를 만나자 입을 열 수 없었고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슬픔을 누구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바샤가 도착했다는 소식은 곧 공동주택에 퍼졌다. 오래된 거주자들은 기뻐하였고 새로 입주한 이들은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 하였다. 주택위원회의 어떤 사람은 그녀가 아마 행정에 다시 참여하려 할 거라고 불평했다. 그루샤의 방에 온 첫 손님은 어린이 클럽에 있는 바샤의 옛 친구들인 아이들이었다.

　그들 중 나이가 좀 든 아이가 곧 불만을 이야기했다. 신경제정책 때 어린이 클럽은 해체되었다. 그 이유는 수지가 맞지않고 방들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디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가? 축적된 것들은 무너졌고 책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 중 일부는 팔아버리기까지 했다.

바샤는 듣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묵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즉시 당 위원회와 교육국과 주택국으로 달려가고자 하였다. 신경제정책은 자기 사업을 하라고 하라지. 그러나 노동자들이 공들여 세운 것에는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

“내가 싸울께. 도저히 이런 일들은 허용할 수 없구나. 걱정하지마，아이들아! 너희들이 얻어야 할 것을 곧 얻도록 노력하겠어. 이 일을 위해서라면 모스크바라도 가겠어."

나이가 좀 든 아이들은 기뻐서 웃었다. 그들은 바샤를 믿고 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그런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정말 싸우려고 하였다. 공동주택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투사’로 알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바실리사 편이었다.

아이들이 왔다 간 후에 오래된 거주자들이 인사차 왔다. 그러나 그들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각자 그녀가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절박한 요구를 가지고 있었고, 모두 그녀에게 말하고 싶어했다. 바샤는 참을성을 가지고 그들 모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졌고 그들을 충고하거나 위로하였다.

다락방은 너무 붐벼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잠깐만, 동지들” 그루샤가 애원했다. “여러분은 바샤에게 밥 먹을 시간도 안 주는군요. 바샤는 여러날 밤을 여행해서 매우 지쳐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은 당신들 일을 가지고 와서 그녀를 무척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러지마. 그루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는 조금도 피곤하지 않아. 티모페이예비치，내게 무슨 얘길 하고 있었죠? 아 맞다. 당신이 지불해야 될 세금에 관해서였구나. 어떻게 된 거죠? 당신은 자산 소유자도 고용주도 경영인도 아니잖아요."

바샤는 ‘경영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을 때 볼로댜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고통은 다른 사람의 문제 속에서 밑으로 융합되어버렸다. 그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

바샤의 옛친구들은 하나 둘씩 가버렸고 바샤는 지친 것도 잊은 채 당 본부로 가서 곧바로 일을 시작하려고 했다.

바샤는 코트의 단추를 채우면서 그루샤에게 새 소식을 들었다. 어떤 사람은 결혼했고 어떤 이는 당을 떠났고 어떤 소녀가 평의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등의 소식이었다. 그때 그들은 갑자기 페도세예프 부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음성은 홀을 통해서 울려퍼졌다.

“우리의 사랑，우리의 수호자，나의 소중한 바실리사 데멘티에브나는 어디 있습니까?" 　그녀는 팔로 바샤의 목을 안고 눈물어린 키스를 했다. 동시에 몹시도 서러운 눈물이 그녀의 볼로 흘러내려 바샤의 얼굴을 적셨다.

“정말로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당신이 없어서 너무 외로웠어요. 햇빛을 기다리듯 당신을 기다렸어요. 우리의 보호자 바실리사 데멘테브나가 돌아오면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이다. 바샤가 우리와 함께 있으면 비열한 놈이 감히 마누라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못할 것이야. 그 인간은 화냥년과 함께 주택을 망신시키는 것을 부끄러워 할 거야. 바실리사는 날 불쌍히 여길 거야. 왜냐하면 나는 어린아이들을 홀로 돌봐야 하니까. 그녀는 그를 재판장에 끌고갈 거야. 최소한 그는 당에는 복종할 수 밖에 없겠지. 당신，내 달링. 당신은 나의 유일한 희망이에요.”

대개 바샤는 다른 사람들이 몇 마디만 하면 어떤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페도세예프 부인이 울부짖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누구에 대해서 불평하고 있는 건가? 바샤는 그녀가 거의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한 것을 보았다. 그녀는 젊고 강인하고 가슴이 풍만한 여자였다. 그러나 지금，그녀는 말라 버렸고 늙디 늙어버렸다.

어떤 슬픔이 그녀의 가슴을 찢어버렸나?

페도세예프씨는 ‘세례 받지 않은’ 유태인 여자 도라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아내와 아무런 관계도 갖지 않으려 했고 그 지구에서 아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아무도 그 남편에게는 창피를 주지 않았다. 그는 자기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애인에게 모든 것을 갖다 주었다. 여기 있어요，귀여운 아가씨，당신을 위한 것이에요! 가족은 구석에서 죽어버리라지!! 단지 당신은 곰보얼굴의 연인인 나를 버리지만 않으면 되요.

“도대체 얼간이 도라는 무엇을 보고 그를 좋아한 거야?” 페도세예프 부인은 비명을 질렀다. “그 인간이 진짜 남자라면…! 그러나 그 인간은 역겨워. 뒈져 버릴 상놈의 새끼. 나는 그 놈을 8년동안이나 참아 왔어. 애들을 위하여 그 곰보자국 얼굴에다 키스를 하면서 말야. 바실리예브비치 당신은 바보야. 그러나 어떻게 하니? 운명은 우리를 하나로 묶었고 교회는 우리를 결혼시켰어. 그래서 나는 당신을 참아야 했어. 그가 고집을 부리면서 나를 병들게 했지. 그러나 나는 꾹 참고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았어. 나는 그가 내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었어. 나는 내 젊음을 모두 그 추악한 짐승에게 주었는데 내가 받은 게 이런 거라니! 나는 좋았던 용모를 잃어 버렸고 그놈은 그 여자를 좇아다녔지. 그놈은 그 유태인 년과 엉겨붙은 거야! 정말 그것은 마을전체에서 망신이야."

페도세예프 부인은 억제를 못 하고 엉엉 울었다. 바샤는 들으면서 그녀의 심장도 검은 피로 가득차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여기서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다시 찾았다. 그녀는 혐오로 몸이 떨렸다. 그녀의 용기는 어디로 간 것인가? 당 위원회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바샤는 단지 머리를 베개 속에 묻고서 더 이상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페도세예프부인은 계속 흐느끼면서 바실리사의 어깨에 입을 맞추며 남편이 이성을 되찾고 아이들 생각을 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바샤가 그를 법정에 끌고가겠다고 위협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

당 본부로부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샤는 그녀의 동지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들은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바샤는 행복감과 즐거움에 젖었다. 마치 당 이외에는 그 어떤 것을 위해 살거나 어떤 것도 근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든 것을 잊었다.

그녀는 흥분해서 논쟁을 했고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다. 그녀는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세상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찾았다. 그 모든 것은 그녀에게 흥미로왔고 그녀를 만족시켰다. 그녀의 머리는 일하고 있었고 영혼은 깨어난 것 같았다.

그녀는 계단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 서둘러 그녀의 다락방으로 갔다. 그때서야 비로서 피로를 느낀 것이다.

그루샤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바샤는 침대에 눕자마자 곧 깊은 잠에 빠졌다.

그루샤는 바샤를 깨워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한 채 친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바샤가 안타깝게 여겨졌다. 바샤는 진이 다 빠졌어. 자게 내버려 두자.

그루샤는 바샤가 아이인 것처럼 바샤의 옷과 신발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등불을 가리고 단추구멍을 꿰매기 위해서 앉았다.

똑똑!

어떤 인간이 지금 온 거야? 그루샤는 화가 나서 중얼거렸다. 인간들이 사람을 그냥 두지 않는구만.

문을 열었다. 그 남편인 페도세예프가 서 있었다.

“원하는 게 뭐예요?”

“바실리사 데멘티에브나를 보려고요. 집에 있나요?"

“당신 미쳤어요? 그녀는 막 긴 여행에서 돌아왔어요. 매우 피곤하고 잘 수 있는 기회도 못 가졌어요. 당신들은 뼈만 남은 굶주린 개떼처럼 그녀에게 달려드는군요. 바실리사 데멘테브나는 자고 있어요.”

그루샤와 페도세예프는 다투었다. 페도세에프는 끈질겼으나 그루샤는 그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결국 그들은 다음날로 약속했다.

그루샤는 페도세예프의 면전에서 문을 꽝 닫았다. ‘뒈져 버릴 상놈의 새끼. 부인과 아이가 셋이나 있는 데도 도라도 중요하다니.’ 그루샤의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루샤는 페도세예프가 잘못 된 길을 가고 있다고 간주했다. 그리고 도라 또한 잘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왜 유부남과 일을 벌인 거야. 미혼인 남자들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야? 그루샤의 도덕은 엄격했다. 그루샤는 틀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의 사랑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샤가 일어났을 때 그녀는 세상이 고요하고 평화롭다고 느꼈다. 가을 태양은 창문을 통하여 햇살을 드리웠고 여자재봉사에게 황금 빛을 던지고 있었다. 그루샤는 석유난로에서 다리미를 데우고 있었다. 드레스를 다릴 것이다.

“그 옷 누구 거야?”

“집행위원회 사람 꺼야. 생일파티를 위한 거지.”

“뭐? 요즘은 생일파티를 연다고?”

“그렇다고 말할 수 밖에 없네. 너도 그들을 보아야 해. 이전에 부자들이 하던 것보다 훨씬 훌륭하지. 식탁은 에피타이저，와인, 위스키 등으로 풍성하지. "그루샤의 다리미가 쉭쉭 소리를 냈다. 그녀는 이야기할 틈이 없었다. 바샤는 침대를 정돈했다. 그녀는 그 침대를 잘 기억한다. 그것은 딱딱하고 비좁았지만 볼로댜와 함께 잤던 침대였다. 우리들이 이전에 어떻게 함께 방을 썼을까? 지금은 넓은 침대에서조차 각자 다른 길을 가버렸는데.

옛날과는 다르게 변해버린 것이다.

그녀의 불행이 그녀의 가슴 속에 스며들어오려고 하고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려는 것일까? 아니, 모든 것은 그녀의 가슴 속에서 안정되어 있다. 폭풍 뒤에는 고요가 오는 것이다.

그루샤는 페도세예프와의 약속을 기억하고 바샤에게 얘기해 주었다.

“나는 걱정 안 하니까. 그를 오게 해.”

바샤는 페도세에프와 많은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화난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이런 소문이 그녀가 당하는 것 같은 불행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바샤는 도라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그녀는 누구지?

“그녀를 기억 못 해?” 그루샤가 당황하였다. “그녀는 까맣고 귀엽지. 공산청년동맹 축하식에서 탬버린을 가지고 춤을 추었지."

그제서야 바샤는 그녀가 기억났다. 매우 사랑스러웠지. 그녀는 제혁업자의 문화위원회에서 일 했었다. 매우 영리한 소녀로 그녀의 젊음은 아무런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게다가 노래까지도 잘했다. 어떻게 페도셰예프 부인이 자신과 그녀를 비교할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루샤의 관점은 달랐다. 그녀는 도라를 비난했다. 그녀의 생각으로는，법은 준수되어야만 한다. 만약 공산주의자들이 남편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모든 남자들은 자기 부인과 어린 아이들을 버리고 젊은 여자들을 가지려고 할 것이라는 것이다. 당은 도라에게 소송을 제기하려 하였다.

　“그녀에게 소송을 제기한다고? 페도세예프 부인만이 그것을 지지할 수 있을 거야. 구역질나는 것!" 바샤는 도라를 옹호했다. “어떠한 법도 남자에게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살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 너는 그가 그 여자를 껴안도록 강요하고 싶니? 그가 그 여자를 싫어하는 데도? 그 여자가 도둑년이라도?"

바샤는 엄청나게 흥분했다. 그녀는 페도세예프 부인에 대해 분노했다. 그런데 왜? 그녀는 스스로를 알 수 없었다. 바샤는 페도셰예프 부부에 관해서 싸울 때 블라디미르를 생각했다. 바샤는 도라를 옹호하면서，니나의 하얀 레이스가 달린 양산과 붉은 입술이 보였다.

그루샤는 페도세예프의 편을 드는 바실리사를 보고 놀랬다.

“넌 그들이 마치 너의 가장 친한 친구인 듯이 행동하는구나. 너는 항상 그들에게 욕을 퍼붓지 않았니? 그들이 너에게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잖아. 물론 이건 너의 문제야. 하지만 너는 이런 일에는 빠지라고 충고하고 싶어. 개싸움에 말려든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어."

바샤는 완고했다. 도라에 관한 소송이 벌어지면 바샤는 그녀를 지지할 것이다. “제발 내게 말해 봐. 페도세예프의 법적 부인은 자기가 권리를 가진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아냐，그녀가 잘못하고 있지… 인간은 법에 의해서 명령 받지 않는 다른 권리가 있어. 그것은 바로 감정의 요구이지."

그루샤는 드레스의 가장자리를 다리면서 친구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이 주의 깊게 바샤를 응시했다.

바샤는 얼굴을 찌푸렸다. 왜 그루샤는 반대하는 것일까? 내가 옳지 않을까? 어떤 법이 감정에게 명령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그렇게 말했는데? 감정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거야. 네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너는 인간일 수 없겠지. 그런데 너를 바라보고 있으니 너도 괴로와하고 있어. 바실리사，네가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겠어. 그것이 바로 네가 페도세예프를 옹호하는 이유인 거야. 너는 남편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어，그렇지 않아? 그리고 넌 그를 위한 변명을 찾고 있는 거야. 내가 옳아."

바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루샤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리미대에서 드레스를 들어서 흔든 뒤에 늘어진 실밥을 뜯었다. 이제 다 끝낸 것이다.

“다 끝났니?" 바샤는 무언가 다른 것을 생각하면서 물었다.

“그래” 

　“그럼 난 당 위원회로 갈 테니까 페도세예프에게 기다리라고 해 줘.

……

이제 바실리사에게 어려운 일을 해야 할 날이 왔다. 그녀는 직물 공장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샤는 그녀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스테판 알렉세예비치와 그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협의했고, 신뢰할 수 있는 동지들의 모임에서 저녁을 보냈다. 시간은 빨리 흘러서 그녀는 진심으로 생각하거나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페도세예프 부부와 도라에 관한 새로운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과 그들의 어려움은 바샤에게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페도세예프는 바샤에게 와서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그가 도라 아브라모브나를 만난 것은 문화위원회에서였다. 그는 합창단에서 노래를 했는데 도라 아브라모브나는 그의 베이스 음성을 좋아해서 그에게 음악선생님을 소개시켜주었다. 그녀 자신도 음악가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문화위원회에 가입시켰다. 그것이 바로 이 일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인은 곧 풍문을 알아차렸고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다.

페도세예프는 아내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는 갖가지 소문을 퍼뜨렸으며 동지들이 도라 아브라모브나에게 적대적이 되도록 하였다. 그녀는 도라가 그의 가정을 ‘빼앗았고’ 페도세예프가 그녀를 부양하게끔 했다고 울부짖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였다. 도라는 페도세예프로부터 한푼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가족들을 도왔으며 모든 것을 그들과 나누었다. 그녀는 또한 아이들도 생각해서 유치원에 입학시켰고 학교에 다니는 제일 큰 아이에게는 교과서와 습자본을 주었다. 물론 그녀는 부인이 그것을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페도세예프가 음악회에서 입을 셔츠와 넥타이도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악의에 찬 풍문은 그러한 둘 사이의 관계를 다르게 보았다..

페도세예프는 도라의 처지에 대해서 몹시 가슴이 아팠다. 그러한 소문이 그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지만 자칫 자기 때문에 그녀가 당에서 난처하게 될까봐 무척 걱정하였다. 그 모든 것은 아내의 잘못이다. 그녀는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였다.

페도세예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샤는 블라디미르와 니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역시 이와 같은 고통을 받았고 길을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바샤가 그들의 행복을 막았기 때문에 바샤에게 화가 났었다. 바샤는 페도세예프 부인에게 자발적으로 물러나라고 충고했었다. 다른 이들의 행복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가는 길에 아무리 많은 장벽을 놓아도 당신은 당신 머리 위로 날아가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바샤 그녀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녀 역시 방해물은 아니었던가? 여전히 그들의 행복을 가로 막는 방해물이 아닌가?

페도세예프는 도라를 사랑했다. 그녀에 관해서 얘기할 때 그의 얼굴은 빛나는 것 같았다. 바샤는 블라디미르가 니나에 대해 얘기할 때와 똑같은 표정의 변화를 보았던 것이다.

“도라 아브라모브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어요. 조합의 모든 사람들도 그녀를 좋아합니다. 당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당이 그녀에게 어떤 불리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그들은 괜찮지요. ‘그녀를 우리 같은 당에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 되게 하겠습니다. 우리는 도라 아브라모브나 편을 들 것입니다. 결코 두렵지 않습니다!’”

　그의 부인이 바샤를 잡고 늘어지며 어깨에 입을 맞추고 그녀의 편이 되어 줄 것을 애원하는 동안에도 페도세예프는 바샤 곁을 떠나지 않았다.

페도세예프 부인을 좋아하지 않는 바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즉시 세 사람 모두，도라와 남편，심지어 바샤에 관해 욕을 하면서 온 집안이 떠나가도록 소리질렀다.

　바샤는 당본부에서 도라를 만났다. 그들은 타이피스트가 바쁘게 치는 타자기의 잡음으로 인해 그들의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는 구석을 발견했다.

도라는 예쁘고 총명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바샤는 그녀를 좋아했다.

도라는 쇼울로 임신을 숨기려고 했었다.

그녀는 자진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녀에 대해서가 아니라 페도세예프에 대해서. 그녀는 그를 보살피고 따랐고 존중했다. 그의 목소리는 샬리아핀¹⁾ 만큼이나 뛰어났었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공부였다. 그것이 바로 도라가 그와 결혼하고자 하는 이유였다. 그가 가족과 구두수선일에서 벗어나 전적으로 노래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도라는 그를 극구 찬양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우유부단함을 한탄했다. 그녀와 있을 때면 그는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아내와 헤어지고 이혼할 마음도 먹는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면 그런 건 끝나 버린다. 그는 포기하고 그녀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녀는 몇달동안 그를 설득해 왔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바샤는 도라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더 어지러웠다. 니나 역시 이렇게 똑같이 블라디미르에게 말하지 않았겠는가?

도라는 이혼과 결혼의 격식에 관한 어떤 비난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그것은 모두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녀는 자유로운 결합을 좋아했다. 그러나 페도세예프 부인은，그들이 인민위원회에 부부로 등록되지 않는다면 그들이 평화스럽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도라는 페도세예프를 움직여 그가 이혼하도록 하기 위해 ‘임신을 하여’ 자신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없이도 자신을 돌볼 수 있다고 했다.

그를 움직이기 위해서? 그가 이혼하도록 하려고? 니나 역시 그랬었나? 페도세예프를 칭찬하는 도라는 바샤가 찬성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샤는 그녀 자신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도라는 오직 페도세예프의 장점만을 보았다. 니나도 아마 같은 식으로 블라디미르를 사랑했을 거야. 그러나 바샤는 달랐다. 그녀는 블라디미르의 단점도 보았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그의 결점으로 괴로와했다. 그의 결점들은 그녀를 괴롭혔고 그녀는 그를 바로잡고 싶었다. 그것이 볼로댜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왜 그의 부인은 그렇게 그에게 달라붙죠? " 도라는 분개하면서 말했다. “그들이 서로 사랑했었기 때문인가요? 그러나 그것은 오래전 일이예요! 지금은 그들을 묶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 여자는 정말로 그이를 알지 못하고 그의 진가를 알 수도 없으며 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아，바로 그것이 블라디미르와 내게 있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을 몰랐고 나는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의 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끝나 버렸어.

“그는 부인에게 있어서는 남이에요. 그들은 모든 면에서, 취향과 사상에서 서로 달라요. 그 여자는 그를 남편으로 가지려고 하지 한 인간으로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는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본질적인 존재가 아니었어요.”

그러면 그 여자, 바샤는 블라디미르를 한 인간으로서 원했었나? 그가 그녀에겐 본질적인 존재였나?

바샤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 그녀의 마음은 확실히 대답했다. 아니야. 나는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어. 지금은 아니냐. 그러나 도라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 건 어떤 종류의 사랑이죠? 그들은 서로를 참을 수가 없어요. 그것은 고양이와 개의 생활이예요. 자기만을 생각할 뿐이죠. 서로에겐 우정도 믿음도 없이."

그래， 바샤는 생각했다. 서로에게 우정도 믿음도 없이.

“그리고 우리, 페도세예프 동지와 나는 마치 하나의 영과 혼을 가지고 있듯이 서로를 이해해요."

그런 것이 바로 블라디미르와 니나의 사랑과 같은 것이다.

바샤는 지금에서야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점점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할 일이 많았다. 급한 당의 일들과 떠나갈 준비. 물론 페도세예프 부부의 일을 잊지 않았다. 그들을 빨리 이혼시키려고 최선을 다했고 페도세예프와 그의 동지들을 화해시키고 도라를 옹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모든 것은 바샤에게 중요하게，무척이나 중요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왜 그런지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

바샤는 급히 당본부로부터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내일 직물공장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현기증이 났다. 어떻게 공장을 재조직하고 명령을 따르며 당에 속해 있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 당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요즘에는 공산주의자 와 똑같다. 그들은 더욱더 깊이 모든 것에 파고들려 했고 그들 스스로 모든 것을 알려고 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믿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발언에 근거하지 않은 얘기라면 그들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녀의 뇌리에는 이런 것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마음의 상처를 잊은 것 같이 보였다. 마치 그녀의 남편，그녀의 친구를 잃은 적이 없었던 같이, ‘경영인의 아내’로 여름을 보내지 않았던 것 같이 느껴졌다.

바샤는 서둘렀다. 그녀는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음식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났고 모든 것이 어두워지는 것 같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이런 지가 얼마나 되었지? 병이 나려는 것인가. 혹은….

의혹이 마음속에서 들었다. 마지막 월경이 있은 지 거의 3개월이 흘렀다. 의사인 마리아 안 드레예브나에게 검진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녀는 바로 그 골목에 살았다. 그들은 공동주택을 위한 탁아소 조직에서 함께 일했었다. 바샤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했다. 만약에 아프게 되면 새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녀는 골목길로 들어가서 작은 하얀 집으로 올라가 벨을 눌렀다. 의사인 마리아 안드레예브나가 직접 문을 열었다.

“무슨 일로 당신이 여기 오셨나요? 사업적인 문제인가요，혹은 저의 전문적인 진단을 원하나요?"

　바샤는 바늘 방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당황하여 얼굴까지 붉어졌다.

　마리아 안드레예브나는 잠시 동안 그녀를 주의 깊게 살핀 후 자신의 손을 바샤의 어깨에 얹었다.

“진료실로 가요. 진찰해보겠어요.”

　마리아 안드레예브나는 바샤의 식욕과 생리，그리고 현기증에 관해 질문을 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녀는 바샤를 진찰했다.

바샤에게는 유쾌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이전에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검사대에 앉아야 했을 때 그녀는 거의 기겁을 했다.

옷을 입으려 할 때는 손이 떨려서 단추를 채울 수가 없었다.

마리아 안드레예브나는 하얀 진료복을 입고 세면대 앞에서 공들여서 비누와 솔로 손을 닦았다.

잠시 동안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바실리사 동지. 당신이 기뻐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는데 의심할 여지없이 임신하셨습니다."

바샤는 놀랐다. 그러나 순간 미소가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아기라고? 그거 정말 좋은데.

“곧 남편에게 돌아가실 겁니까?" 하얀 진료복을 입은 의사는 수놓은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물었다.

“내 남편에게요? 아니요." 바샤는 머리를 흔들었다. “남편에게는 가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헤어졌어요.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어요."

“헤어졌다구요? 정말 지금 알았으니 다행이군요. 이제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 우리는 지금이라도 중단시킬 수 있어요. 어떻게 할 것인가요? 당신 아이를 가지고 혼자서 어디를 갈 겁니까? 당신은 건강하지 못해요."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니예요. 내일 직물공장으로 갑니다. 거기에 대부분이 편직공인 모임이 있어요. 우리는 모두 거기서 같이 일할 거예요. 탁아소를 조직할 거예요. 아，그래요. 내가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게 그거예요. 어떻게 당신은 탁아소를 자영하도록 했나요? 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충고도 해 주시고요.”

그들은 탁아소，기부금，보조금，전문인의 보수 등에 관해 논의했다. 바샤는 자신에게 생긴 ‘새 소식’을 잊었다. 마리아는 그녀가 떠날 때 다시 그것을 상기시켜주었다.

“너무 많은 일을 맡지 말아요! 당신의 건강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당신이 정말 걱정되는군요."

 그녀는 바샤에게 몇 마디 조언을 해주었다. 금해야 할 것과 그녀를 위해서 좋은 것에 대해서. 바샤는 듣고 모든 것을 기억하려 했다. 아이를 위해서. 튼튼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작고 의지할 데 없었지만.

그녀는 웃으면서 걸어가다보니 큰길에 이르렀다.

아기! 정말 좋은 일이야. 그녀는 다른 여자들에게 공산주의 방식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부엌도 필요없고，가정 생활도 필요없다. 그런 것은 쓸데없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탁아소와 자영 공동주택을 조직하는 것이다. 실천은 설교보다 좋은 것이다.

바샤는 자영의 이상으로 가득차서 아기에 대한 것조차 잊어 버렸다. 블라디미르에 대한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마치 그는 이 일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그녀는 짐을 싸고 있었다. 볼로댜의 사진과 편지를 담은 박스가 떨어졌다. 맨 위에는 좁고 얇은 니나 콘스탄티노브나의 편지봉투가 있었다.

바샤는 편지를 쳐다보고는 봉투를 이리저리 살폈다. 그녀는 외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다시 읽고 싶었다. 마음의 상처를 되살린다 해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지를 다시 읽을 때에는 오래된 고통이 다시 그녀를 갉아먹었고 얼어붙곤 했다. 블라디미르의 대한 그녀의 분노는 바로 그것이었다. 왜 그가 거짓말을 했을까? 왜 그는 바샤를 속였을까?

그녀는 편지를 들고 창가로 다가갔다. 밖은 점점 어두워졌다 익숙한 편지지를 펼쳤다. 주의 깊게 모든 단어를 읽었다.

그러나 살을 에는 괴로움은 사라져 버렸고 증오에 차있던 고문자였던 그 뱀도 그 힘을 잃어 버린 것같았다.

그 대신 바샤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동정심을 느꼈다. 니나 콘스탄티노브나가 흘린 눈물들에 대한 동정，다른 여자의 마음에 있는 비탄，슬픔 그리고 불행에 대한 동정이었다. 바샤는 니나가 눈물을 닦으며 음악당을 떠나던 모습을 기억했다.

왜 그녀는 괴로와했을까? 왜 그녀는 그런 번민에 휩싸였을까? 그녀는 아이를 원했으나 유산시켰다. 왜?

탁자로 가서 그루샤의 옷감더미들을 치우고 잉크병을 놓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니나 콘스탄티노브나!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당신이 누군인지 정말로 몰라요. 단지 한 번 당신을 보았을 뿐입니다. 당신에게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당신이 울며 음악당을 떠나갈 때 나의 마음은 당신의 고통을 이해했고 당신과 같이 괴로와했습니다.

나는 막 당신이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에게 보낸 편지를 다시 읽었어요. 그 편지를 다시 당신에게 돌려보냅니다. 내가 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부당한 것입니다. 나는 편지를 블라디미르에게 감추었어요. 그러나 편지는 그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었읍니다. 그러니 이 일로 내게 화낼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당신의 편지에 관해서 아주 많이 생각했어요. 나는 지금 이 편지를 다시 읽고，당신에게 아무런 원한도 없고 더 이상 당신에게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당신도 나로 인해 고통받아 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때문에 내가 이미 블라디미르에게 말했던 것을 다시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숨박꼭질을 했습니다. 당신이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의 부인이 되어야 합니다. 당신들 두 사람은 서로가 잘 어울려요. 나는 그에게 적합한 아내가 아니었어요. 우리의 취향은 다르고 우리의 삶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었어요. 나는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전혀 몰랐고 그는 나를 이해하지 않았어요.

블라디미르와 내가 헤어진 것은 당신이 그를 내게서 빼앗아갔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당신이 그의 마음을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읍니다. 나는 지금 블라디미르 없이 살았던 것처럼 계속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블라디미르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할 때는 항상 그런 것이지요.

블라디미르와 나는 자유로운 결합이었기에 법적인 이혼은 필요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내가 좀 더 빨리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지 알았다면 오래 전에 이렇게 했을 것입니다.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에게 말해 주세요. 나는 그에게 더 이상 쓰라린 마음이 없다고.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항상 그의 친구가 될 것이라고. 그리고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기꺼이 당신을 도와서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당신에 대해서 아무런 사랑을 갖지 못했던 때도 있었읍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 당신이 흘린 눈물들과 한 여인으로서의 고통과 마음의 상처에 대한 깊은 연민을 느낍니다. 자매처럼 당신의 큰 행복을 바랍니다. 블라디마르에게 안부 전해 주세요. 그리고 아내를 잘 돌보라고 그에게 말해 주세요.

어쨌든 저의 새 주소를 알려 드립니다. 제게 편지를 보내기 원하시면 답장 드리겠읍니다. 우리는 적이 아니니까요. 니나 콘스탄티노브나，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고통을 주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를 원하지 않았어요.

　　　　그럼 이만! 세상의 모든 행복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바살리사 말리지나. ”

편지의 마지막에 그녀는 그녀의 정확한 주소를 적었다. 그리고 봉투에 넣고 혀로 붙였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그녀의 영혼? 이성이 아닌―이 그녀에게 말했다. 이것이 끝이야.

끝? 그러나 고통은 어디로?

고통은 없다.

슬픔은 어디로? 그녀의 살을 에는 듯한 실신할 것 같은 슬픔은?

슬픔도 사라졌다.

아메리카인 볼로댜가 있었다.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가 아니다. 그녀는 블라디미르를 생각했고 니나를 보았다. 그녀는 니나를 생각했다. 그리고 블라디미르가 그녀 곁에 나타났다.

바샤에게는 개인이 아니라 나눌 수 없는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하나, 하나라는 생각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 그들이 하나로 되게 하자.

그녀의 마음은 고요했고 평화로 가득 찼다. 폭풍우가 지나간 후의 정원 같이.

......

바샤는 창가에서 석양을 즐기면서 서 있었다. 태양은 폭풍 속에 있는 것 같이 자주색에 금테를 두른 듯한 구름 뒤로 지고 있었다. 까마귀는 까악까악 소리를 내며 밤을 보낼 안식처를 찾아 땅위를 맴돌고 있었다.

공기는 마른 나뭇잎과 버섯，그리고 가을 흙내가 났다. 향기롭고 상쾌하고 친근한 향기. 블라디미르의 나라에서와 같이 아무런 향기도 없고 활력도 없는 공기가 아니다.

바샤는 깊게 숨을 쉬면서 탐욕스럽게 공기를 마셨다.

그래，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바샤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자그만 뜰에서 그루샤가 해가 있을 때 세탁한 옷들을 빨래줄에서 걷느라고 바빴다.

“그루샤，그루샤. 빨리 와 봐. 새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이야."

“그래，곧 갈께."

그녀는 들어와서 세탁물을 침대위에 놓았다. “무슨 소식인데? 편지라도 받았니?"

“편지? 그래 편지는 편진데 받은 게 아니라 내가 썼어. 누구한테 보내는 건지 맞춰 봐!"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말고 누가 있나, 확실한 거지."

“안 됐지만 틀렸어! 그가 아니라 귀여운 그의 부인 니나 콘스탄티노브나에게."

그루샤는 경악했다.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음. 그루샤，내가 다시 니나의 펀지를 읽었을 때 그녀가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결국 그녀는 나 때문에 괴로와했지. 그리고 나 때문에 아이를 잃었어. 그녀는 모든 것을 참았고 괴롭고 비참했어. 그렇다면 왜? 우리는 라이벌이 아니야. 결국 우리는 적이 아니란 말야. 그녀가 내게 블라디미르를 사랑 없이 차갑게 빼앗았다면 나는 결코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녀에게 언제나 분노했을 것이야. 그렇지만 이제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이해해… 그녀가 블라디미르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녀는 나보다 더 블라디미르를 사랑해. 그리고 그녀가 옳아.”

“블라디미르 없는 인생은 그녀에게 무의미하지. 그래서 그녀는 편지를 썼던 거야. 나는 ‘당신없이 살 수 없어요’라고. 나는 블라디미르를 필요로 할까? 거기에 대해 생각해 왔었어. 그루샤，여러번 생각해 봤는데，이제 그로 인해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 만약 ‘아메리카인’ 볼로댜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다르겠지. 그루샤，나는 그를 그리워해. 옛날의 볼로댜를. 그러나 너도 알다시피 그 아메리카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런데 왜 내가 니나를 괴롭혀야 하지? 왜 둘의 행복을 방해해? ‘경영’에 대해 내가 걱정하는 게 뭐지? 나는 그가 필요하지 않아.”

“맞아." 그루샤는 동의했다. “너는 경영인을 필요로 하지 않아. 가장 나쁜 것은 우리들 중 정말 많은 남자들이 경영자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서 떠난 것이야. 그렇지만 불행해하지마. 바실리사. 많은 남자들이 남아 있어. 당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들을 그대로 보자구! 너는 그들 중에서 진실한 공산주의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꺼야. 진실된 노동자 공산주의자들을.”

“물론 우리는 신참자들을 받고 있어.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들은 프롤레타리아주의를 램프와 비단이불과 바꾸어버렸어. 그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그루샤，네가 알고 있듯이 나는 생각했어. 왜 니나를 괴롭히는지. 왜 블라디미르를 꼭 잡고 있는지? 그는 결혼한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것도 아니었어. 그러한 상황에서 제 정신이 있었을까? 그것은 중단되어야 했어. 고통없이 말야. 그들은 충분히 고통받았어. 내가 블라디마르를 떠났을 때 나는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어. 나는 여전히 뭔가 기대했거나 무언가를 희망하고 있었어. 만일 블라디미르가 다른 여자 때문에 나를 떠났다면 나는 슬픔으로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 여기 왔을 때 나는 고통으로 마비되어 있었어. 심지어 작은 실수라도 알아차릴 수 없었어. 그러나 내가 당 위원회에 일하러 들어갔을 때，다른 사람들이 염려와 걱정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을 때 내 슬픔은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어. 나를 믿어줄 거지? 나는 솔직히 쓰라림도 질투도 느낄 수 없어. 모든 것이 진정되고 평온해.”

“성모 마리아여, 당신께 감사합니다." 그루샤는 재빨리 가슴에 성호를 그으면서，구석에 있는 성상을 바라보았다. “내가 매일 밤마다 우리 성모님께 무릎을 꿇고 헛된 기도만 올린 건 아니었구나. 바실리사，‘한 여인의 마음을 위로해 주세요’라고 기도했어. ‘바실리사를 도와 주세요’라고 말야."

바실리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만해，그루샤! 넌 정말 어쩔 수 없구나. 아직도 성상을 믿니? 그러나 네가 한 말은 사실이야. 나는 이제 다 치유되었어. 몇 달 동안이나 몽유병자처럼 돌아다녔는지! 제 정신이 아니었어. 사는 게 아니었어. 나는 당을 잊었어. 하지만 이제는 다시 좋아졌어. 지금도 모든 게 나를 기쁘게 하고，모든 게 새롭다니까! 낡아빠진 세계가 여전히 움직이고는 있지. 블라디미르는 가버린 것 같고, 그러나 당이 있어. 발진티푸스를 앓은 후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거야.”

“나는 다만 ‘네가’ 또 다른 공격으로 네 남편이 그 저주 받을 편지를 더 많이 적을까 걱정이 될 뿐이야.”

“아냐. 그루샤, 이제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거야.” 바샤는 신중하게 생각하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나의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어. 나는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고 그에 대해 비난하는 것도 없어. 니나에 대한 질투도 사라졌어. 그러나 그들에 대한 연민은 남아 있어. 우리들 셋은 미궁에서 헤매고 있었던 거야.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화를 냈었어. 그 쓰라림을 잃어 버리기 전에는 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지. 내가 내 가슴속에 니니를 받아들였을 때，비로소 그 고통스런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었어. 내가 그녀를 용서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어. 내가 용서할 것이 뭐가 있었겠니? 나는 다만 그녀를 자매처럼 공감하게 되었을 뿐이야. 왜냐하면 그녀는 한 여인의 고통을 알고 있었고，그래서 나 만큼이나 고통을 받은 거야. 그녀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만 그런 게 아니라 삶이 아직까지 그 이상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 그녀에게 동정을 느끼고 나니까 훨씬 좋아졌어."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그럴 수 밖에 없지. 사랑이란 언제나 고통을 가져다주지. 사랑은 작은 기쁨을 주지만 슬픔이란 놈이 그림자처럼 따라오지. 네가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될 때는 너의 사랑도 끝난 거야."

“그건 그렇지 않아，그루샤，그걸 그런 식으로 바라봐선 안 돼." 바샤는 머리를 저었다. 　“블라디미르에 대한 사랑이 끝난 게 아냐. 그 사람은 여전히 내 가슴속에 있어. 하지만 내 사랑이 변한 거야. 그건 더 이상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아.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에게 화를 내지도 않을 거고. 나는 우리가 나누었던 사랑 때문에, 우리가 함께 느꼈던 행복 때문에，그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어. 내가 왜 블라디미르에게 애를 태워야 하지? 그가 나를 사랑했을 동안，우리는 행복했어. 이제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거기에 대해 누가 비난 받을 거야? 나는 지나왔던 것에 대해서는 그에게 감사해. 나는 블라디미르가 내 형제가 된 것 같고 니나가 내 자매가 된 것처럼 느껴져."

“나는 네가 니나를 자매로 생각하는 건 볼 수가 없어. 너는 바보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바실리사. 너무 영리해지려고 애쓰지 마. 초인-공산주의자가 되려 하지마. 물론 네가 니나 문제에 대해서 블라디미르를 용서해 준 건 좋은 일이었어. 용서해 주고 잊는다. 네 가슴속에서 그를 지워. 네 마음 속에서 지워. 하지만 사랑은 안 돼! 대신에 노동자들에 대한 사랑을 가져. 그들은 지금 어려운 시대에 있어. 그들 중 다수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어. 그들은 당의 이론에서는 많은 것을 얻지 못하고 있어. 그들에게 무언가를 더 줘야지. 식량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애정을 말이야. 나는 당원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내게 물어봐，바실리사. 나는 언제나 너에게는 진실을 이야기해줄 거야."

“그루샤，나는 네가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아. 우리 모두는 그걸 알고 있어. 하지만 넌 왜 여전히 성상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지? 이런, 삐지지마. 화 내지 말라구. 내가 다른 말을 하려는 건 아냐. 더 이상 약올리지 않겠어. 너와 싸우지도 않을 거구. 나는 오늘 정말 축제기분이야， 그루샤. 너무너무 행복하고， 너무너무 즐겁고， 너무너무 자유로와. 누가 나를 낫게 해줬는지 알아? 어때? 한번 맞춰 봐! "

“감이 안 오는데.”

”페도세예프 부부”

“그게 아닐 꺼야! 그렇다면 페도세예프 부인의 모든 죄와 뻔뻔함을 용서해 주시기를!”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가장 중요한 뉴스는 말해 주지 않았어. 그루샤. 나 의사에게 갔었어. 애를 가졌어."

“애기를?” 그루샤는 손뼉을 쳤다. “정말이야? 그런데도 남편을 가게 했다고? 그 애가 아버지도 없이? 설마 너 유행을 따라가려는 건 아니지? 낙태?”

“낙태라니? 아이를 키워야지. 나는 남자가 필요 없어. 남자들이란 아버지가 되는 게 전부야. 어린애 셋을 거느린 페도세예프 부인을 봐! 남편이 도라한테 가는 걸 막지 못했어."

“그건 정말 그래. 하지만 어떻게 아이를 혼자서 키울 거니?"

“나 혼자서라고? 조직이 길러줄 거야. 우리는 탁아소를 세울 거야. 너도 거기 데리고 가서 일하게 할 거야. 너도 아이들을 좋아하잖아. 그렇게 되면 그 애는 우리들의 아기가 되는 거지. 누구나 아이를 갖는 셈이지."

그들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서둘러 짐을 꾸려야 해，그루샤. 기차가 아침에 떠나거든. 내일부터 일을 나가야 해.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챙길 참이야. 스테판 알렉세예비치는 나를 축복해 줬어. 일로 돌아오라고! 그루샤，그때의 그 기쁨을 알겠지?"

 그녀는 그루샤의 두 손을 꼭 쥐었다. 두 사람은 아이들처럼 방 안에서 춤을 추었다. 마네킹을 넘어뜨릴 뻔 했다.

그들은 커다란 소리로 웃었다. 아래층 정원에 있는 사람들도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살아야 해，그루샤，살아야 한다고." <끝> <노사과연>

번역: 정호영(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