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주:

게릴라 투쟁으로 쿠바 혁명을 이뤄내고 그리고 더욱더 치열한 미제국주의와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주의 쿠바를 일구어낸 피델 카스트로가 지난 2월 19일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더 이상 맡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여론은 일찍 죽어버린 혁명가에 대해서는 때로는 다소 지나칠 정도의 과도한 찬사를 그리고 살아서 투쟁을 지속하는 혁명가들에게는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짐 모리슨(Jim Morrison) 같은 요절한 스타 록 뮤지션급 대우를 받고 있는 체 게바라에 비하면 더욱더 그러하다. 그는 대부분 미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600회가 넘는 암살시도를 극복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영국 BBC도 보도한 바 있는데, 암살 방법은 독극물이 든 담배, 감염된 다이빙복 등에서부터 심지어는 그의 턱수염을 빠지게 만들어 대중적 인기를 떨어뜨리려는 수단까지 동원되었다고 한다. 50여년 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까지 살아남아 혁명을 이끌고, 여생동안에도 ‘이념전에서 싸우는 한 명의 병사(solo combatir como un soldado de las ideas)'로서 지속적인 투쟁을 결의하고 있는 노혁명가에게 지대한 경의와 찬사를 보내며 카스트로의 칼럼을 번역한다.

원문은 일간 쿠바 공산당(Partido Comunista de Cuba/PCC) 기관지인 그란마(Granma)¹⁾의 ‘피델의 숙고(Refleciones de Fidel)' 란에 2월 19일자로 “최고사령관의 전언(Mensaje del Comandante en Jefe)”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에스빠냐어 원문은 웹상(ttp://www.granma.cu/espanol/2008/febrero/mar19/mensaje.html)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는 에스빠냐어, 포르투갈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지원하고 있다. 본문은 인터넷 영문판을 주대본으로 하였고 의미가 불분명한 부분은 원문을 보고 암중모색하여 번역하였다. 영문판 전문을 담고 있는 웹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www.granma.cu/ingles/2008/febrero/mar19/mensaje-i.html

부르주아 언론이 피델 카스트로 동지를 기술할 때 항상 따라다니던 꼬리표는 현존 최장기 독재자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카스트로의 우문현답을 인용한다.

유네스코 전 총재, 페데리코 마요르와의 인터뷰(2000년 1월 28일)

마요르: 인간은 국가원수든 시민이든 여성이든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비록 그것이 쿠바 국민에게 혼돈스러운 이행의 충격만을 더할지 모르지만 후계자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닌가?

카스트로: 나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비록 그 문제가 내 인생에서도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걱정해 본 적은 없다. 나는 반골 기질 때문에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던 혁명 투사의 위험스런 소명을 받았을 때도 내가 그리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국가 수장도 아니고, 단지 아주 평범한 인간일 따름이다. 나는 직위를 물려받지도 않았고, 왕도 아니다. 따라서 나는 후계자를 미리 정할 필요도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러한 준비가 혼돈스러운 이행의 충격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떠한 충격이나 전쟁도 없을 것이고, 또한 어떠한 이행의 필요성도 없을 것이다.

한 사회체제에서 다른 사회체제로의 이행이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 중이다. 이것은 한 인간을 다른 인간으로 대체하는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혁명이 공고화되었을 때, 그리고 신념과 의식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을 때, 인간의 기여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인간이 필수요인은 아니다. 쿠바에는 인간에 대한 우상숭배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은 쿠바에서 현존하는 지도자들 이름을 딴 공식 사진이나, 거리 혹은 공원이나 학교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책임은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있으며, 업적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나누어져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자신들과 밀접하다고 느끼는 소수의 노(老)혁명가 그룹과 함께, 조국의 길을 지켜가는 바로 그 주체들이다. 이 나라에 위대한 신망과 도덕적 권위를 갖는 당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럴진대 걱정할 일이 뭐 있겠는가?

(중략)

마요르: 살아 있는 신화인 것이 당신의 특권인가? 당신은 죽은 후에도 계속 신화로 남을 것인가?

카스트로: 나는 신화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나를 당신이 말하는 신화로 변모시켰다. 만약 내가 살아있는 신화라면 그것은 미국의 무수한 암살시도의 실패 덕분이다. 하지만 물론 나는 죽은 후에도 계속 신화로 남을 것이다. 그러한 막강한 제국에 반대해서, 그렇게 오래 투쟁해 온 족적을 없애버리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겠는가?

출처: 피델 카스트로, 강문구 역,��들어라! 미국이여 ―카스트로 연설모음집��, 산지니, 2007, pp. 53-55.

친애하는 동포들에게:

지난 금요일, 2월 15일, 나는 여러 동포들에게 다음번 숙고 후에 중요한 주제를 다루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즉, 지금 이것이 바로 그 전언입니다.

국가평의회(Consejo de Estado)²⁾ 의장, 부의장, 서기의 출마와 선출이 다가왔습니다.

여러 해 동안, 나는 국가평의회의장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 있었습니다. 1976년 2월 15일 투표할 권리를 지닌 인민 95퍼센트의 자유, 직접, 비밀 선거로 사회주의 헌법을 승인하였습니다. 초대 전국회의³⁾는 같은 해 구성되었고, 여기에서 국가평의회와 그 의장을 선출하였습니다. 그 이전에, 나는 거의 18년간 수상(Primer Ministro)이었습니다. 늘 절대다수 인민의 지지로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특권을 누렸습니다.

해외에는 2006년 7월 31일 위독한 건강 상태를 의식하고, 국가 평의회 의장직을 제1 부의장 라울 카스트로에게 위임한 일시적 사임이 마지막이라 생각한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공적에 따라 국방장관을 겸임한 라울 및 다른 당과 국가 지도자 동지들은 내 불안정한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공직 생활을 그만두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나를 제거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해온 적과 마주대하는 상황은 편안치 못한 것이기에 이를 승낙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후에, 꼭 필요했던 은퇴기간에 다량의 독서와 성찰 능력을 포함하여 의식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적합한 복귀와 회복 과정을 거쳐, 장시간 글을 쓸 수 있는 체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기본 상식상 그런 활동은 제 능력으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내 건강에 대해 언급하자면 몹시 신중을 기해서 증대하는 기대를 회피했습니다. 왜냐하면 거스르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전투의 한복판에 있는 우리 인민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소식(noticias traumáticas)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의 제일 임무는 오랜 기간의 투쟁 이후에 우리 인민들이 내 부재에 대해 정치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준비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⁴⁾

이전부터 지금까지 내 소망은 늘, 호흡이 다하는 날까지 임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제안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얼마전 나를 우리 혁명의 진로에 관한 극히 중요한 안건을 채택해야 하는 의회의⁵⁾ 성원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 선출한 친애해마지 않는 동포들이여. 나는 국가평의회 의장직과 총사령관직을 열망하지도 수락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반복합니다. 열망하지도 수락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국영 텔레비전 토론회 프로그램(programa Mesa Redonda de la Televisión Nacional) 연출자 랜디 알론조(Randy Alonso)⁶⁾에게 보낸 짧막한 편지에서 ―편지는 내 요청으로 공개하였습니다― 오늘 쓰고 있는 전언의 일부를 신중히 꺼냈습니다. 그때 편지의 수신인조차 내 의도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가 언론학도였을 때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랜디를 신뢰했습니다. 그 시절에 각 지역의 주요 대학생 대표자들을 그들이 살고 있던 콜리(Kholy)에 있던 큰 기숙사의 도서관에서 거의 주마다 만났습니다. 오늘날, 온 국토가 거대한 대학⁷⁾입니다.

아래는 2007년 12월 17일 랜디에게 보낸 편지⁸⁾에서 인용한 문단입니다.

“나는 12학년의 평균교육 수준, 거의 백만에 이르는 대학 졸업자 그리고 모든 시민이 어떠한 차별도 없이 실질적으로 교육받을 가능성을 지닌 쿠바사회⁹⁾가 현재 처한 문제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변수를 아예드레즈(ajedrez. 서양장기. 역자)놀이의 것보다 더 많이 필요로 한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한 가지 세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혁명사회의 인간 지성이 본능을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린 것으로, 쉬운 경로가 아닙니다.

“내 기본임무는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며, 젊은이들의 앞길을 가로 막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오히려 내 생애의 특권을 누려온 예외적인 시기를 거친 온당한 쓸모를 지닌 경험과 견해로써 기여하는 것입니다.

니에메여(Niemeyer)¹⁰⁾처럼, 나는 누구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된 권리를 지녀야 한다고 믿습니다.

2008년 2월 9일 편지에서¹¹⁾

“... 나는 우리를 이전 사회주의 블록 국가에서 온 한 명의 후보자의 초상―그의 쿠바에 대한 공동일치¹²⁾와 같은―과 같은 경향을 답습하는 것을 방지할 연합투표¹³⁾(알려지지 않은 장점을 지닌 방침)를 확고히 지지합니다.

또 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반복했다. “... 나는 ‘전세계’의 영광은 옥수수 한 알에 꼭맞는 것이라는 것을 잊어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내 육체적인 능력보다 많은 기동성과 헌신을 요구하는 책무를 수락한다면 그것은 양심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연극이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혁명은 여전히도 혁명 초기에 매우 젊었던 노장 호위병들로 구성된 간부진이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 일부는 거의 어린이였을 정도였고, 그들이 산악 투쟁에 합류한 이후 영웅적인 공적과 국제주의자의 임무로써 조국에 영광을 가져왔습니다. 그들은 교체를 보장하는 권위와 경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와 함께 혁명을 조직하며 이끌어내는 복잡다단하며 거의 도달하기 어려운 기술의 기본을 학습한 중간 세대가 있습니다.

과정은 언제나 어렵고 모든 이로부터 지적인 공헌을 요하는 것입니다. 나는 겉으로 쉬워보이는 길을 변호하는 것과 그것의 반경향성인 자아비판¹⁴⁾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최악의 변수에 대비해야 합니다. 성공에서 신중하며 역경에서 굳건하라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격파해야 할 역경은 극도로 거센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것을 반세기 동안 저지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작별을 고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념전에서 싸우는 한 명의 병사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피델의 숙고(Refleciones de Fidel)’라는 표제로 글을 쓰는 것을 지속할 것입니다. 그것은 다만 여러분들이 의지할 또 하나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아마도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피델 카스트로 루즈¹⁵⁾

2008년 2월 18일

오후 5:30

피델 카스트로

번역: 최상철(운영위원)

    Popular)에서 선출하는 대표의원으로 구성된다. 의원의 55%는 인민주권지방회의가 추천하며, 45%는 공산당이 직접 임명한다. 인민주권전국회의 의원은 5년 임기로 선출되나 전시나 선거행위를 저해하는 예외적 상황의 경우에는 의회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그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인민회의는 일년에 두번 정기회기와 의원의 1/3의 제안 또는 국가평의회의 승인을 얻어 특별회기를 갖는다. 입법, 예산심의와 승인, 외교, 노선승인 등의 사항을 결정한다. 홈페이지 주소는 아래와 같다.http://www.parlamentocubano.cu/

   현재 의장은 리까르도 알라르콘 (Ricardo Alarcón de Quesada)이다.

8) 역주: 편지의 영어 전문은 (http://www.bohemia.cu/2008/02/19/noticias/carta-randy-ingles-17-dic.html)을 보라.

10) 역주. Niemeyer라는 성씨의 명사가 몇 명 있는데 정황상 브라질의 건축가 오스카 니에메여(Oscar Niemeyer)를 가르키는 것으로 추측한다. 2007년 당시 100세였던 그는 미제국주의에 경제봉쇄에 대항하는 쿠바인민을 형상화한 조각을 도안하고 있었다. 입 벌린 사자에 대항하여 쿠바 국기를 들고 맞서는 인간 형상이라 한다. 출처는 (http://en.wikipedia.org/wiki/Oscar_Niemeyer)이다.

11) 역주: 편지의 영어 전문은 (http://embacu.cubaminrex.cu/Default.aspx?tabid=5758)을 보라.

13) 역주: voto unido. 이와 관련해서 쿠바의 다른 글들을 참고해도 좋다. 이를테면 María Julia Mayoral의 “Fidel for the united vote”, (http://www.granma.cu/ingles/2008/enero/lun21/united-vote.html) 혹은 (http://cubajournal.blogspot.com/2008/01/voting-for-revolution.html)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