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쏘련이 붕괴하고 나자 그를 환영한 세력이 있었으니 그들은 제국주의자들과 트로츠키주의자들이었다. 전 세계노동자계급이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할 때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선언했고,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옳은 것이 증명되었다고 득의만만했다. 우리나라에도 쏘련 붕괴 후 트로츠키주의가 거세게 유입되었는데, 트로츠키주의의 양대 조류인 국제사회주의(IS)계열과 제 4 인터내셔널 계열이 모두 들어왔다. 특히 IS 계열은 ‘다함께’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양상이다. 이들 트로츠키주의자들의 공통점은 반쏘련이라는 점이다. 제 4인터내셔널 계열은 기존의 쏘련을 ‘퇴보한 노동자국가’로 파악하여 쏘련을 타도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IS계열은 아예 쏘련을 국가자본주의로 파악하여 역시 타도의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었다. 이들의 활동은 현실적인 사회주의 진영을 타도의 대상으로 놓는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반공주의이다. 그리고 제국주의자들의 충실한 앞잡이라고 할 수 있다.

제 4인터내셔널 계열의 트로츠키주의가 2차 대전 후 쏘련의 전쟁승리와 세계사회주의 체제의 성립으로 붕괴의 위기에 처했을 때 트로츠키주의자인 클리프는 쏘련을 국가자본주의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이는 트로츠키주의가 역사의 진보를 거스르면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또  트로츠키주의가 본질적으로 반공주의라는 점에서 클리프의 주장이 보다 선명한 것이었다.

트로츠키주의에는 일관된 이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론적 정합성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트로츠키주의를 반공주의로 이해할 때만 이들에 대한 일목요연한 이해가 가능하다.

마침 IS계열의 이데올로그인 정성진 씨가 자신의 논문집을 출간했다. [마르크스와 트로츠키]라는 책 제목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맑스에게서 찾으려는 트로츠키주의자들의 의도를 보여준다. 책은 나름대로 체계적인데, 이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체계적인 듯 보이는 이 책은 비과학적 억측과 맑스에 대한 오해,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애처롭게 맑스와 자신을 연결시키려 하나 그 시도는 실패하고 있다.

1. 방법론에 대하여

정성진 씨의 책은 방법론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맑스의 방법을 복원한다는 기치 하에 이른바 스탈린주의의 역사논리주의를 비판․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레닌도 역사논리주의를 수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정성진 씨 글을 직접 인용해보자.

레닌은 또 제 2 인터내셔널 마르크스주의와 스탈린주의에 고질적인 [자본론]에 대한 논리역사주의적 이해에 대해 정통적 전거를 제공했다. 레닌이 [자본론]을 논리역사주의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은 다음과 같은 주장에서 분명하다. “어떤 주어진 역사적으로 규정된 사회의 생산관계를 그 발생, 발전 및 소멸 과정 전체에 걸쳐 연구하는 것, 이것이 맑스의 경제학설의 내용이다”¹⁾

사실, 위의 글은 레닌이 맑스의 [자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성진 씨는 이렇게 사회에 대해 역사적 접근을 하는 것을 논리역사주의라는 이름 하에 거부하고 단죄한다. 대저 논리역사주의,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이란, 논리란 인간의 사고에 반영된 역사적 전개과정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정성진 씨는 자신의 책의 맨 첫 부분에서부터 부정하면서 그에 대한 부정을 자신의 방법론으로 삼는다. 그러나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와 무관한 논리의 전개를 변호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역사, 즉, 현실의 전개와 무관한 논리의 전개는 유물론으로부터의 이탈이며 관념적인 논리전개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성진 씨가 논리역사주의 혹은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부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놀라움을 주고, 정성진 씨가 관념론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가져간다는 충분한 의혹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진 씨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고전적’ 맑스주의에서 찾는다. 즉, 맑스 자신의 글에서 자신의 입장의 근거를 찾는다고 하는 것인데, 정성진 씨는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서설’의 다음과 같은 글을 인용하며 맑스가 논리역사주의,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거부하고 ‘논리는 역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제학적 범주들은 그것들이 역사적으로 규정적이었던 순서에 따라서 차례로 배열하는 것은 실행이 불가능하며 또 오류다. 오히려 그 순서는 그것들이 근대 부르주아 사회에서 상호 간의 관계에 의하여 결정되며 이 관계는 자연 그대로의 순서에 따라 나타나는 것 또는 역사적 발전의 계열에 상응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여기에서는 경제적 관계들이 여러 가지 사회형태의 계기 속에서 역사적으로 차지하는 관계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 문제는 근대 부르주아 사회 내부에서 이들 관계가 어떻게 편제되는가 하는 것이다.²⁾

정성진 씨는 맑스의 이 글에서 논리는 역사와 무관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끌어내면서 이를 맑스의 주장으로 환치시킨다. 위 글은 언뜻 보면 정성진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역사적 순서대로 경제학적 범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경제학적 범주의 순서는 역사적 발전의 계열과 완전히 반대라는 것이 맑스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성진 씨는 위의 맑스의 글을 오독하고 있다.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의 전체를 보면, 위의 인용문 직전에, 토지소유가 자본에 역사적으로 앞서 나타났고 지대는 자본 없이는 이해할 수 없지만 자본은 지대 없이도 잘 이해되며 자본은 출발점인 동시에 종점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되고 토지소유에 앞서서 전개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맑스가 논리전개의 순서는 역사의 순서와 같을 수가 없다는 방법론을 펼친 것이다. 그런데 정성진 씨는 이 말 즉, '논리전개의 순서가 역사의 전개순서와 같지 않다‘는 말을 논리와 역사는 무관하다는 말로 오독하고 있다.

만약 논리전개의 순서가 역사의 순서와 같다면 논리학은 있을 수가 없고, 모든 학문은 역사학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역사의 전개과정은 인간의 사고에 반영되어 논리를 구성하지만 그 순서는 논리 고유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이는 정성진 씨가 자신의 방법론의 초석으로 삼고 있는 맑스의 인용문에 대해 지독히 오독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성진 씨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정성진 씨는 맑스의 모든 저작에 흐르는 이러한 논리역사주의,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부정하는 근거를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인용하고 있지만, 바로 그 [요강]에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맑스가 옹호하는 구절이 있다.

화폐는 자본이 존재하기 전에, 은행이 존재하기 전에, 임금 노동이 존재하기 전에 존재할 수 있으며 또 역사적으로 존재하였다. 따라서 이 측면에서 보자면, 한층 단순한 범주는 덜 발전한 전체의 지배적 관계들 또는 더 발전한 전체의 종속적 관계들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 더 발전한 전체의 종속적 관계들은 전체가 한층 구체적인 범주 속에서 표현되는 측면으로 발전하기 전에 이미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관계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한에서 가장 단순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상승하는 추상적 사유의 행정은 현실적인 역사적 과정에 조응한다 할 것이다.³⁾

맑스의 전체 저작을 무시하면서 [요강]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인용하는 정성진 씨에게 바로 [요강]의 이 구절이 논리역사주의가 아닌가 묻고 싶다. 위 인용문은 논리가 역사적 전개과정과 긴밀한 연관이 있으며 그 반영임을 훌륭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진 씨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을 뿐만 아니라, 이로써 유물론에서 이탈하여 관념론의 세계로 이행한 것이다.

그리고 정성진 씨는 가치법칙이 자본주의에 고유한 것이며 자본주의 이전에는 가치법칙이 존재하지 않았고 가치법칙은 곧 잉여가치 법칙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쏘련에도 가치법칙이 존재한다는 스탈린의 언급을 이유로 쏘련이 국가자본주의라고 주장하는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인데, 문제는 이러한 억지논리의 귀결로 정성진 씨가 단순상품생산이라는 범주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맑스는 단순상품생산이라는 것을 언급한 적이 없고 단순상품생산은 엥겔스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위에서 인용된 맑스의 글을 보더라도 맑스가 단순상품생산이라는 범주를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폐가 ... 임금노동이 존재하기 전에 존재할 수 있으며 또 역사적으로 존재하였다’는 맑스의 언급은, 임금노동, 즉, 자본-임노동 관계, 즉, 자본주의가 존재하기 전에 화폐가 존재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화폐는 상품생산의 반영이며 화폐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상품생산이 존재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자본주의 이전에 존재하는 상품생산관계, 상품-화폐 관계를 단순상품생산이라고 규정하는 것 이외에 달리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 정성진 씨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주의 이전의 상품-화폐 관계가 성립하고 작동하기 위해 가치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에는 어떤 논리적 흠결도 없다. 이는 자본주의 이전에는 가치법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정성진 씨의 주장이 궤변임을 말하는 것이다. 가치법칙의 보편적 적용은 자본주의에서만 가능하지만 자본주의 이전에 존재하는 단순상품생산에서도 가치법칙은 작동하는 것이다.

논리역사주의,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거부하는 정성진 씨의 관념의 세계에서는 단순상품생산이 역사적으로 현존했으며 가치법칙이 작동했고 그것이 발전되어 자본주의에서는 잉여가치법칙으로 되었다는 역사와 논리의 변증법이 이해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논리역사주의,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거부하고 관념론의 세계로 이행한 정성진 씨는 [자본론]을 지독히도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맑스가 [자본론] 제1권 제1편에서 전개한 ‘가치형태’의 전개에 대해서도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부정하며 관념론적인 억지주장을 편다. 그는 옛 동독의 교과서을 인용하면서 이를 잘못 해석한다.

“맑스가 [자본론]에서 정리해낸 가치형태의 논리적․이론적 발전은 가치형태가 사실상 역사적으로 발전한 것을 관념적으로 반영한 것이다.”(리히터)⁴⁾

“그러나 ... 맑스의 가치형태의 전개는 상품에 내재한 가치와 사용가치의 모순의 ‘내재적 자기초월’ 과정으로서의 변증법적 전개로 이해되어야 한다.”(정성진)⁵⁾

이 세상에 “내재적 자기초월”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정성진 씨 이외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변증법이라는 말을 수백 번 갖다 붙이더라도 이해는 불가능하다. 가치형태의 전개, 즉, ‘단순한 가치형태-->전개된 가치형태-->일반적 가치형태-->화폐형태’의 전개는 오직 역사적으로 진행된 전개를 논리적으로 구성했다고 이해하는 길 이외에, 즉, 논리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길 이외에는 이해가 불가능하다.⁶⁾

정성진 씨가 이렇게 논리와 역사의 변증법을 거부하고 억지주장을 하면서 관념론의 세계로 날아가는 것은 오직 쏘련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였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역사, 즉, 현실과 무관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주의의 관념에 맞추어서 쏘련이 자본주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실사구시와 거리가 먼 것이고, 과학적 접근과도 거리가 먼 것이다. 쏘련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하는 가운데 자신의 논지를 펴야 하나 정성진 씨는 이렇게 기본적인 과학적 자세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가치법칙이 쏘련에도 존재한다는 스탈린의 언급은 정확한 것이다. 물론 가치법칙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지배적인 법칙은 아니다. 그러나 면화 1톤을 곡물 1톤과 무조건 교환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 엉터리 같은 계획경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가치법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가치법칙이 사회주의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서 맑스의 [자본론]에서 인용해보자.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폐지된 후에도 사회적 생산이 유지됨에 따라서 가치규정은, 노동시간의 규제, 상이한 생산분야로의 사회적 노동의 분배, 최후로 이에 관한 부기가 이전보다도 더욱 필수불가결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여전히 지배적이다.⁷⁾

맑스의 언급에서 분명하듯이 가치법칙은 사회주의적 생산 역시 사회적 생산이라는 점에서 존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가치법칙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지배적인 규정이 아니라 단지 보조적인 법칙일 뿐이다. 그리고 사회주의 사회는 사회주의적 생산관계에 토대를 두는 새로운 경제법칙이 발생하고 이것들이 사회주의를 지배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2. 정성진 씨의 사회주의론에 대하여

앞서 보았듯이 정성진 씨는 방법론부터 잘못되었다. 그는 엥겔스, 레닌, 스탈린을 비판하며 그들은 모두 틀렸고 오직 고전적 맑스만이 올바르다고 주장하면서 그에서 전거를 찾지만, 애처롭게도 그는 맑스를 지독히도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가 이해하는 맑스는 공상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와 무관한 논리, 현실과 무관한 논리를 주장하는 정성진 씨에게 이러한 것은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오직 쏘련이 자본주의라는 것을 입증하는 논거만 된다면 좋은 것이다.

정성진 씨는 쏘련이 자본주의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쏘련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규정을 새롭게 내린다. 그리고 그 규정에 비추어 쏘련은 맞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으로 주관적 관념론의 접근방식이다. 어쨌든 정성진 씨가 사회주의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러나 마르크스는 어디에서도 국유제와 계획의 실시를 자본주의의 지양과 동일시하지 않았다. 더구나 마르크스 경제학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가장 본질적 범주로 파악한 추상노동과 가치범주가 존재한 사회를, 그리고 그러한 범주들의 현존을 자타가 공인한 사회를 사회주의라고 규정함으로써 패러다임의 위기를 자초했다.⁸⁾

마르크스에 따르면 사회주의는 시장과 사적 소유의 폐지가 아니라 가치형태에 근거한 추상적 사회지배의 폐지이다. 소외된 노동에 근거한 추상적인 사회적 강제구조의 폐지야말로 사회주의의 본질인 것이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폐지가 사적 소유와 시장의 폐지, 즉, 분배관계의 변혁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기본 범주들의 폐지, 즉, 추상노동과 가치범주의 폐지, 소외된 노동 범주의 폐지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 자본주의의 노동 자체를 비판과 변혁의 대상으로 설정해야 프롤레타리아트의 자기실현이 아닌 프롤레타리아트의 자기해방, 즉, 그 자신의 폐지로서 자본주의의 지양이 전망될 수 있다.⁹⁾

정성진 씨의 주장을 길게 인용했는데 여기서는 정성진 씨의 사회주의에 대한 관념이 잘 드러나고 있다. 정성진 씨는 사적 소유와 시장의 폐지를 분배관계의 폐지로 본다. 그리고 대신에 추상노동과 가치범주의 폐지, 소외된 노동의 폐지가 자본주의의 폐지라고 보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주의의 본질에 대해서도 규정을 내리고 있는데, 소외된 노동에 근거한 추상적인 사회적 강제구조의 폐지가 사회주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사회주의의 본질에 대해서 보면 정성진 씨는 착취라는 단어를 잊고 있다. 소외된 노동에 근거한 추상적인 사회적 강제구조의 폐지라고 길고 어렵게 정성진 씨가 이해하고 있는 사회주의의 본질은 부정확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혁명이 부르주아 혁명을 포함한 이전의 모든 혁명과 다른 점은 바로 착취 자체를 폐지한다는 점이며, 착취의 폐지를 위해 착취의 근원인 사적 소유를 철폐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성진 씨는 사적 소유의 철폐 대신에 추상적인 사회적 강제구조를 폐지한다고 한다. 앞에 붙은 ‘추상적인’ 이라는 말은 사실 ‘관념적인’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한데 정성진 씨는 현실의 착취를 폐지하는 대신에 관념의 해방을 말하는 것으로 귀착되고 있는 것이다. 추상적인 강제기구는 아무리 폐지하더라도 관념의 해방 이상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또 정성진 씨는 사적 소유의 폐지와 시장의 폐지를 분배관계의 폐지로 보고 있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것이다. 사적 소유는 단순한 분배관계가 아니라 생산관계를 의미한다. 생산에서 형성되는 인간의 관계가 법적으로 나타난 것의 하나가 사적 소유이기 때문이다. 생산수단에 대한 인간의 관계가 소유자와 비소유자로 나뉘기 때문에 자본가와 무산자라는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적 소유의 폐지는 바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 자체로 착취의 폐지를 의미한다. 즉, 노동해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적 소유에 대한 폐지의 대안은 사회적 소유인데, 국가가 즉각 폐지된다는 무정부주의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기(사회주의)에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취하는 한, 사회적 소유는 주요하게 국유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의 국유는 당연히 전인민소유를 의미한다.

20세기의 사회주의는 바로 이 때문에 생산수단의 국유화라는 길을 밟았고 실제로 노동해방을 실현했었으며, 인류의 진보를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사회주의 내에서 축적된 모순이 무엇이며, 어떤 문제점이 쌓였고, 결국은 왜 다시 자본주의로 후퇴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정성진 씨의 또 하나의 혼란은 프롤레타리아트 자체가 폐지되어야만 자본주의가 폐지되는 것인데 쏘련은 프롤레타리아트가 폐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본주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성진 씨가 프롤레타리아트의 폐지를 자본주의의 지양으로 보는 것은 옳은 점이다. 그러나 그러한 프롤레타리아트는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고, 따라서 자본이 폐지되면 그러한 프롤레타리아트도 폐지되는 것이다. 즉, 자본의 폐지, 사적 소유의 폐지를 통해 프롤레타리아트는 자신을 지양하고 해방된 노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성진 씨가 이 점을 보지 못하고 쏘련에 노동자계급이 존재하고 확대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자본주의가 쏘련에서 발전했다고 파악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노동자계급은 존재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숫자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지배적이 된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회의 노동자계급은, 똑같이 ‘프롤레타리아트’로 불린다고 해서, 더 이상 자본-임노동관계에 얽매인 노동자계급, 그러한 프롤레타리아트가 아니다. 이러한 노동자계급, 프롤레타리아트의 성장을 두고서 자본주의의 성장이라 하는 것은 무지의 궤변일 따름이다.¹⁰⁾

정성진 씨가 이렇게 사회주의에 대해 부정확하고 궤변을 일삼는 것은 단 하나의 목적 즉, 쏘련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였다는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성진 씨는 너무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이는 그에게는 상관없는 것이다. 오직 쏘련이 자본주의였고 악의 화신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주입시키기만 하면 자신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성진 씨의 이러한 잘못된 사회주의관은 [공산당 선언]의 독해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공산당 선언]을 읽으면서 오늘날 [공산당 선언]에서 ‘산 것’과 ‘죽은 것’을 가려내고자 한다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무려 25페이지에 달하는 ‘해설’에서 정성진 씨는 사적 소유의 폐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맑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논하는 모든 것들은 하나의 초점으로 향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적 소유의 폐지이다. 자본주의를 폐지하고 착취를 없애기 위해서는 사적 소유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공산당 선언]이 아닌가. [공산당 선언]을 잠깐 인용해보자.

공산주의를 특징짓는 것은 소유 일반의 폐지가 아니라 부르주아적 소유의 폐지이다. 그런데 현대의 부르주아적 사적 소유는 계급대립에, 즉, 한 계급에 의한 다른 계급들의 착취에 근거하는 생산물의 생산 및 전유의 최후의, 그리고 가장 완성된 표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은 단 하나의 표현으로 집약할 수 있다: 사적 소유의 철폐.¹¹⁾

위에서 보듯이, [공산당 선언]의 모든 요구는 단 하나, 즉, 사적 소유의 철폐로 집약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정성진 씨의 표현을 빌리면, ‘고전적’ 맑스주의의 이론이다.

그런데 어찌해서 사적 소유의 철폐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정성진 씨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사적 소유의 철폐를 요구하지 않는 사회주의란 과연 무엇인가. 추상적 노동은 폐지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를 위해 가장 절실한 요구인 사적 소유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는 결국 정성진 씨의 사회주의관이 철저히 잘못되었고 관념적이며 왜곡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사적 소유를 공격하지 않는 사회주의는 촉 없는 화살이요, 앙꼬 없는 찐빵이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사회주의이다. 그러나 정성진 씨의 주장은 단순한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변질된, 썩어버린 찐빵이요, 그것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리는 찐빵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사회주의관을 관념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넘어 과감하게 쏘련을 자본주의라고 주장하며 타도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성진 씨의 사회주의가 실천적으로 반공주의로 귀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의 사적 소유는 공격하지 않으면서 현실로 존재했던 사회주의는 타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을 반공주의가 아니라면 무엇이라 하겠는가.

3. 혁명이론에 대하여

사실 트로츠키주의자들의 혁명론은 보잘 것이 없다. 사실은, 트로츠키 자체가 1917년 이전 혁명과정에서 볼세비키와 멘세비키의 중간에서 기회주의적 입장을 보인 것이 그의 관점을 웅변하는 것이다. 트로츠키가 볼세비키에 합류한 것은 1917년 7월로 이미 혁명적 정세가 고조되고 대중의 볼세비키에 대한 지지가 결정적으로 상승하던 시기이다. 일종의 기회주의였던 것이다.

트로츠키주의자들이 혁명론으로 내세우는 것이 ‘영구혁명론’이다. 트로츠키 자신의 말을 직접 인용해보자.

유럽 프롤레타리아들로부터 국가적인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이는 러시아의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없으며 또한 자신들의 일시적인 지배를 지속적인 사회주의 독재로 전환시켜 갈 수 없다.¹²⁾

트로츠키의 이러한 주장은 한 마디로 기회주의이다. 유럽의 혁명이 성공하지 못하는 한 쏘련에서 사회주의 혁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승리의 확신은 전혀 없으며 패배주의로 가득 차 있다. 트로츠키의 이러한 ‘영구혁명론’은 이론으로서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비과학적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레닌의 제국주의론의 결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을 분석하여 자본주의의 약한 사슬에서 고리가 끊어진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19세기 중반의 유럽과 달리 일국에서 혁명의 발생이 가능하며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혁명은 이러한 레닌의 이론을 입증했다. 그리고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론은 이러한 레닌의 입장을 계승한 것이다. 1920년대의 상황에서, 더구나 독일혁명이 좌절된 상황에서 쏘련에서 사회주의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패배주의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패배주의에 기초한 기회주의, 이것이 1920년대 트로츠키 노선의 본질이었다. 그에 따라 쏘련의 사회주의 건설이 진전되면서 트로츠키 노선은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트로츠키는 쏘련에서 축출된 이후 공공연한 반쏘련 노선을 걷는다. 그는 심지어 쏘련에서 봉기를 주장하는데, 이는 나찌가 쏘련에 대한 침략을 공언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리하여 그것은 쏘련 민중에 대한 배신이었고 제국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었다.

4. 쏘련에 대한 태도

정성진 씨는 쏘련에도 자본주의가 존재했다는 이유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없음에도 상품생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들고 있다.

... 맑스는 사적 노동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등치하지 않았다. ...즉, 맑스가 말한 상품생산의 기초로서 사적 노동이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노동과 대립물의 형태(...)인 것으로 충분하다.... 법률적인 사적 소유의 폐지나 국유화는 상품생산을 제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단지 법률적인 소유형태가 변경되었다고 해서 사적 노동이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의 노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¹³⁾

정성진 씨가 언급하고 있는 맑스의 서술은 [자본론] 제1권 가치형태의 전개 중에서 단순한 가치형태의 등가형태 부분이다. 맑스의 서술을 직접 인용하여 복원해보자.

... 재봉노동이라고 하는 이 구체적인 노동이 무차별한 인간노동의 단순한 표현으로서 통용됨으로써 그것은 다른 노동, 즉 아마포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과 동등성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상품을 생산하는 다른 모든 노동과 마찬가지로 사적노동이면서도,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의 노동인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노동은, 다른 상품과 직접적으로 교환될 수 있는 한 생산물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적 노동이 그 대립물의 형태, 즉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에 있는 노동으로 된다고 하는 것이 등가형태의 제3의 특징이다.¹⁴⁾

맑스가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등가형태이기 위해서는 사적 노동이 직접적으로 사회적 형태의 노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정성진 씨의 구미에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맑스의 언급이 사적 노동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의 분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는 등가형태의 내적 논리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으며 사적 노동이라는 것은 소상품 생산이든, 자본주의적 상품 생산이든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정성진 씨의 논리는 과학적 근거를 갖는 것이 아니라 억지주장일 뿐이다.

다음으로 정성진 씨는 사적 소유가 폐지되더라도 직접적인 사회적 형태의 노동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사적 소유가 폐지된 상태에서 직접적인 연합노동 이외에 어떤 다른 형태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기존의 쏘련에서 생산은 직접적인 사회적 형태였다. 기업이 국유화된 조건에서 생산수단의 생산은 더 이상 상품생산이 아니고 직접적 사회적 형태의 노동이었다. 또한 소비재 생산의 경우 그것은 역시 직접적인 사회적 생산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상품이 아니었으나, 한편 ‘화폐’를 매개로 교환을 통해 소유의 이전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상품이었다. 즉, 소비재의 경우 상품이 아니면서 동시에 상품인 성격이 있었는데, 이는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의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모순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적 소유가 폐지되고 국유화된 조건에서는 노동은 더 이상 사적 노동이 아니라 직접적인 사회적 형태의 노동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성진 씨는 쏘련이 자본주의라고 주장하는 이유로서 착취와 임금관계가 존재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가치법칙과 잉여가치 법칙을 동일시하는 정성진 씨의 관점에서는 스탈린이 가치법칙의 존재를 인정했으므로 쏘련에서 착취관계가 존재했었다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법칙은 쏘련에서 등가물의 교환이라는 역할을 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잉여가치 법칙, 즉, 노동자의 잉여노동의 사적 소유자, 자본가에게로 전유라는 관계는 쏘련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정성진 씨는 관료들이 새로운 착취계급이었다는 억지주장을 하는 것이다. 관료주의가 횡행하고 관료가 부당이득을 취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서 문제이지만, 생산관계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착취관계는 아니다.

정성진 씨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인류 최초로 쏘련에서 착취의 폐지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이는 인류가 거두었던 역사적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며, 앞으로의 사회주의 전망을 확보하는 데 있어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다. 착취의 폐지는 사적 소유의 폐지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또 현실적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었다. 관료의 문제는 관료주의에 대한 투쟁의 문제로 파악되어야 한다. 문제의 현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보아야 그에 대한 투쟁과제를 올바르게 도출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성진 씨의 주장은 좋게 보아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주의 전망에 먹칠을 한다는 점에서 해로운 것이다.

쏘련 사회주의의 성과의 하나인 완전고용에 대해서도 정성진 씨는 억지주장을 한다. “쏘련에서 완전고용 혹은 실업의 부재는 자본주의 부재의 증거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과잉축적의 증거”¹⁵⁾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한 마디로, 정성진 씨가 자본이 무엇인지, 자본의 과잉축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철저히 무지하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자본은 산 노동을 빨아먹는 죽은 노동이다. 산 노동의 위에 서서 죽은 노동이 산 노동을 억압하고 착취할 때 죽은 노동은 자본이 되고 산 노동은 임금노동이 된다. 그러나 쏘련 사회주의에서는 이 관계가 역전되었었다. 즉, 산 노동이 죽은 노동의 우위에 서고, 따라서 산 노동은 해방된 노동이 되었고, 죽은 노동은 더 이상 자본이 아니라 산 노동을 위한 단순한 물적 조건이 되었던 것이다. 사적 소유의 폐지가 의미하는 것은 이러한 산 노동과 죽은 노동의 관계의 역전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수단의 존재 자체를 자본으로 파악하는 것은 비과학적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성진 씨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자본주의적 과잉축적”, 혹은 자본의 과잉축적은 “완전고용 혹은 실업의 부재”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실업의 만연․심화, 상대적 과잉인구, 산업예비군의 거대화를 가져온다.

끝으로 정성진 씨가 모든 과학적 분석에 대체하여 회심의 일격을 날리는 것이 1928년의 스탈린의 반혁명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정성진 씨의 반공주의가 폭로된다. 정성진 씨는, 농업의 집단화, 네프의 종료와 계획경제로의 이행을 스탈린의 반혁명으로 규정하면서, 그전까지의 노동자 국가가 국가자본주의로 후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시점은 트로츠키가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축출된 시점과 일치한다. 정성진 씨는 이 부분에서 일체의 과학적 분석을 포기하고 볼세비즘과 스탈린주의 사이에 놓인 피의 강이라는 선동적인 언급으로 대신한다. 그러나 이는 과학이 아니라 악선동일 뿐이다.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면, 소위 스탈린의 반혁명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1920년대의 신경제정책(NEP)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도 정성진 씨에게는 전혀 그에 대한 분석이 없다.

신경제정책은 자체의 모순을 가진 체제였다.  1차 대전과 내전으로 파괴된 경제를 회복하는데 NEP는 많은 기여를 했지만 공업과 농업의 불균형, 무역적자, 도시의 식량난 등 NEP 자체의 모순이 쏘련을 계획경제로 이행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었다. 1929년에 실시된 제1차 5개년 계획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었고, 이는 인류 최초의 계획경제로서 위대한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농업의 집단화도 부농에 대한 계급투쟁을 초점으로 하여 농업에서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를 확립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필연이었고 빈농의 절실한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부농을 중심으로 하는 농민의 반발은 이러한 역사의 필연에 저항하는 것이었고, 집단농장에서 부농의 배제로 결말지어진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이와 같이 쏘련 경제와 사회의 사회주의로 전환이 이루어진 해를 스탈린의 반혁명으로 규정짓는 것은, 다름 아니라, 정성진 씨가 공공연히 반사회주의 입장에 서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자유인들의 연합체를 이야기하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원하고 말한다 하더라도 현실로 성립하고 발전하는 사회주의 사회를 부정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반공주의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맺음말

정성진 씨는, 쏘련을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려면, 보다 치밀한 과학적 분석을 해야 한다. 먼저 무엇보다도 역사와 논리의 변증법을 긍정하고 쏘련 역사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와 분리된 논리는 관념론으로 가는 첩경이다. 쏘련의 역사를 그 발생, 발전, 전개, 후퇴, 소멸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에만 쏘련의 현실과 그 사회성격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성진 씨가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쏘련을 국가자본주의라고 본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성진 씨의 주관의 문제일 뿐, 현실의 정치적인 문제는 그가 반공주의로 귀결되어 제국주의와 반동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로츠키주의는 이 시대의 세련된 반공주의이다. 이러한 운동 내부의 반공주의를 척결하지 못한다면 노동자계급운동의 성장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동자계급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과학적 사회주의의 복원이다. 노동자계급이 다시 과학적 사회주의로 무장하고 개량이 아니라 변혁을 주장하면서 자본가계급에 대한 전선을 쳐야 한다.

쏘련의 붕괴는 전세계 노동자계급에게 거대한 충격을 주고 좌절을 하게 했지만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모순 자체가 다시 전선을 복원시키고 있고 노동자계급을 서서히 깨우고 있다. 아직은 노동자계급이 과학적 사회주의로 통일되지 못하고 있지만 노동자계급에게 사회주의 이외에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자계급과 과학적 사회주의의 결합은 역사적 필연이다. 그를 위해 철저하게 20세기를 반성하고 연구하고 비판하며 지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기울여질 때 21세기는 노동자계급의 세기가 될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