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가 우리나라를 훑고 지나갔다. 사망자도 나오고 곳곳이 피해를 입었다. 그것도 모르고 편하게 잠만 곤히 자고서는 아침에 친구로부터 태풍에 별일 없었냐라는 전화를 받고서야 태풍이 심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정신없이 살기는 사는 모양이다.

총리후보 김태호가 낙마한 것은 이명박으로서는 뼈아픈 것이다. 멋지게 친위체제를 구축하여 6.2지방선거에서 패배의 영향을 극복하고자 했는데 전면에 내세운 김태호가 결격사유가 심했던 것이다. 물론 자신의 오른팔인 이재오는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2-3년간 압도적인 헤게모니를 행사했던 이명박 정권이 조금씩 흔들린다는 것이다. 즉, 이명박의 헤게모니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이후의 군사적 긴장의 조성, G20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맞서는 노동자계급과 진보민중진영의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반전평화투쟁으로 이명박의 예봉을 꺾어야 하고 G20반대투쟁을 통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질서에 맞서야 한다. 이러한 투쟁을 통해 2011년의 정세에서 노동자계급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아차에서 임단협이 타결되었다. 노조는 타임오프제를 받아들이는 것과 주식을 1인당 120주씩 받는 것을 바꿔치기 했다. 기아차 노동자들이 현대차 노동자들과 대등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의 찬성율이 저조하게 나왔다. 기아차의 싸움은 현 정세에 있어서 노동자 대중의 상태를 집약적으로 나타낸다. 불만은 쌓여가나 투쟁의 전망을 찾지 못하고 개량주의적 집행부, 지도부에 이끌려서 약간의 실리에 만족하는 상태. 파업을 통하지 않고서도 실리를 취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은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을 망가뜨린 주범이었지만 여전히 이번에도 기아차에서 나타난 것이었고 단지 기아차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대공장에서 지배적인 조류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상태로 민주노조라 하는 대공장들이 서서히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야를 해외로 돌려보면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고용, 소비, 주택가격 등이 공황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도 경기가 하강의 추세로 접어들었다. 더블딥이 본격화하면 세계는 격동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고 출구가 없는 자본주의, 제국주의 체제는 전쟁이냐, 혁명이냐라는 화두를 던질 것이다. 지난 5,6월의 중국노동자들의 파업사태는 그리스 투쟁과 더불어 전형적으로 세계대공황이 낳고 있는 투쟁의 모습이다. 동북아와 이란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긴장의 고조는 대공황의 영향이 경제적 영역을 넘어 정치적 영역으로 비화되고 있음을 말한다. 앞으로는 긴장이 고조되는 지역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사회주의 운동의 현실은 어떠한가? 세계적으로 보면 그리스 공산당이 세계노동자계급의 전위로서 가열차게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산당들은 공황에 대해 혁명의 가능성을 말하나 혁명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매우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 공산당․노동자당 국제회의 등의 자료를 보면 일반적인 맑스-레닌주의적 원칙과 명제들을 나열하고 있을 뿐 현 정세에서 어떤 고리의 돌파를 통해 혁명의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전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혁명주의, 혁명혼이 세계적 차원에서 아직 취약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정세가 격동으로 접어든다면 공산당들의 상태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쏘련 붕괴의 상흔을 딛고 자기비판을 통해 거듭나는 공산당들이 늘어날수록 세계혁명의 전망은 밝아질 것이다.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은 어떠한가? 한국사회주의 운동을 규정하는 사상적 스펙트럼을 보면 아직 뜨로츠키주의가 강하다. 뜨로츠키주의가 강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주의 운동이 20세기 사회주의운동과 건설의 역사에 대해 전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또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과학을 정립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과 같다. 즉, 과학적 사회주의가 그동안 실종되어 왔던 것이다. 과학적 사회주의라는 개념은 사회주의 운동을 논리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사회주의 운동을 역사적으로 접근할 때 올바른 사회주의 운동 노선의 정립이 가능하다. 그러면 이념적 측면에서 사회주의운동을 역사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맑스-레닌주의라는 개념이다. 19세기 중후반의 맑스주의, 그리고 20세기의 레닌주의 그리고 그것들의 통일로서 맑스-레닌주의는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를 담는 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 사회주의라는 논리와 맑스-레닌주의라는 역사적 접근을 통일적으로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21세기 현재의 현실에 결합시키는 것을 통해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과 발전은 가능할 것이다.

한편 한국의 사상적 지형에서 여전히 자율주의가 건재하다. 자율주의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원천적으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무정부주의의 일종이다. 이것은 노동자들보다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사상적 방황을 하는 지식인들의 현 주소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도대체 일관된 논리도 없고 허황된 말들로 가득찬 자율주의가 횡행하는 것은 지금 시기 지식인들이 노동자와 민중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운동에서 과학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여전히 청산주의가 강하다. 쏘련 붕괴 이후 영향력을 상실한 사회주의의 사상적 영향력이 복원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청산주의는 90년대 초반에는 운동을 떠나는 모습으로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2000년대의 청산주의는 운동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과학적 사회주의를 거부하고 공상적 노선을 좇는 것으로 많이 나타난다. 최근에 유행하는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철저히 혁명적 노선을 거부할 때만 사고가 가능한 것이다. 또 이진경 등이 말하는 코뮨주의 등도 20세기의 맑스-레닌주의에 대한 철저한 반대와 비토를 전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과학적 정신, 혁명적 정신은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것이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을 규정짓는 사상적 스펙트럼의 현주소이다.

그러면 운동은 절망적인 것인가? 한국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전망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국의 운동의 미래는 일본과 같이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인가?

그러나 변증법은 절망이 깊을수록 새로운 희망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가르친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모순 자체가 운동을 복원하고 있다.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착취,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반동적인 부르주아지들의 억압의 강화, 미제국주의가 대표하는 제국주의 질서가 세계인민의 숨통을 막고 있는 현실, 이러한 자본주의, 제국주의의 모순 자체가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제 서서히 상처를 회복하고 있는 노동자계급의 전위들의 모습이 있다. 쏘련 붕괴의 원인을 분석하고 21세기 사회주의의 전망을 찾는 것을 기초로 기존의 운동에서 무엇이 올바랐고 무엇이 오류였는가를 냉정히 평가하고 새로운 운동의 전망을 모색하는 것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노동자계급의 당면한 정치적 과제는 프롤레타리아 전위당을 건설하는 것이다. 8,90년대의 운동이 그 목전에까지 다가갔으나 실패했던 전위당의 건설을 반드시 이루어내는 것이 곧 한국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이고 혁명의 전망, 혁명운동의 재건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뜨로츠키주의자들처럼 혁명적 목소리만 외쳐대는 공허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전위당 건설의 조건을 분석하고 당건설 기관들을 창설하고 그러한 작업을 노동자 대중에 의거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힘을 결집시키는 것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우리가 건설할 전위당은 대중적 전위당이다. 모택동의 말처럼 물고기는 물속에서 놀아야 한다. 즉, 대중과 굳건히 결합된 전위들의 결집으로서 전위당인 것이다. 대중적 영향력을 획득하고 대중적 정치적 영향력과 지도력을 확보하고 과학적, 혁명적 원칙을 갖고 현실 정세를 변혁해가는 정치적 구심으로서 전위당! 이제는 이러한 전위당의 건설을 노동자계급의 당면 목표로 분명히 세워야 한다.

세계대공황이 강제하는 격동의 시대는 맑스-레닌주의자들이 의식적으로 혁명을 준비해야 함을 말한다. 1980년대 운동의 부활은 80년대 초반의 암흑기에 혁명운동을 의식적으로 준비한 많은 비합법 단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바로 지금 1980년대 초반의 결연한 자세를 갖고서 변혁의 시대, 혁명의 전망, 당건설의 전망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80년대에 운동이 고조되자 많은 시인들이 나타났다. 그 시인들은 민중의 현실을 노래하고 민중들의 의식을 깨우고 착취사회와 구별되는 민중해방의 세상을 제시했었다. 대동사회라는 표현도 그때 나왔고 김남주 시인의 경우 광주를 노래하며 혁명적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자신의 피를 토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신경림, 정희성, 박노해 등 많은 시인들은 운동의 전진을 고무하는 혁명의 나팔수였던 것이다. 시는 민중의 혁명혼을 깨우는 무기이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한 하늘아래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선언이다. 다시금 변혁의 시대를 준비하고 운동의 총체적 전망을 고민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시인의 존재는 귀중한 것이다. 운동의 과학성과 혁명성을 결합시키는 나팔수로서 시인의 존재는 사회주의 운동에서 필수이다.

80년대의 시는 많은 것을 말했지만 계급성과 민중성을 널리 선전한 것이 특징이다. 시는 그림으로도 발전했는데 각종 판화와 그림들이 전하는 찌릿한 민중들의 모습은 부르주아적 삶과 구별되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제 2010년대의 지금의 현실에서 시는 단지 80년대를 복원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웬만큼 독하게 마음먹지 않고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지독한 착취와 억압의 현실, 바로 지금의 현실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전달하는 것이어야 한다. 고도화되는 억압의 기제들, 능숙하게 노동자와 민중의 불만을 흡수하는 체제의 능력, 그리고 자본의 억압에 짓눌려서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노동자의 현실과 분열의 모습,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서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선진적인 사람들, 자본의 세계화로 인해 강제되는 국제적 시야의 확장, 전 세계 노동자의 현실적인 교류와 단결들, 다시금 전면화된 제국주의 세계체제,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세계에서 저항하고 노래하고 노동하고 싸워나가는 사람들. 한 마디로 전 세계의 프롤레타리아트가 이제 시의 대상이고 영역이어야 한다.

혁명운동에서 시인은 절실한 존재이다. 진군의 나팔소리가 없는 싸움은 없는 것이다. 다시금 진군의 나팔소리를 울려대는 시인의 등장이 필요한 시기이다. 가슴벅차게 노동자와 민중의 전진을 형상화하고 노동자와 민중에게 혁명혼을 불어넣는 시인의 존재는 지금 시대의 요청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