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 준비모임에서, 재능노조 금요집중집회 등에서 종종 만난 최상철 동지는 제가 “노들”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회원분들에게 말씀드려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노사과연과의 인연은 2005년 군 제대 후 ��자본론��1권과 2권 세미나를 한 것, 지금까지 소액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없는 상황에서 다소 민망한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노들야학’을 소개해야 하는 것인지 노들야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를 소개해야 하는지도 헷갈렸는데, 저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노들야학을 소개하는 것이 동지 여러분들께도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방향은 “노들”을 알리는 쪽으로 잡았습니다. 물론 제가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운 점도 다소간 있습니다.

노들야학을 처음 들어본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요즘 세상에도 야학이 있어?”, “그럼 거기는 어르신들이 계시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요즘 세상에도 야학이 있는 이유, 박탈되었던 정규교육을 그 곳에서 대신해야 하는 이유는 야학의 학생이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믿기 어려운 사실 하나. 전체 장애인의 49.8%는 초등학교 이하 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¹⁾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도권 교육에서 소외받고, 교육에서 소외된 사실 때문에 노동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그리하여 사회의 주변부에 남아야만 하는 악순환을 지금까지 이어온 것입니다.

이 고리를 끊고 장애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선봉에 서는 조직이 바로 노들야학입니다. 기본적으로 노들야학은 학습 공동체입니다. 한글, 숫자 등을 익히는 청솔반부터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한소리반까지 총 4개반에서 40여명의 학생들과 30여명의 교사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속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부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생활시설에서 거주하는 중증 장애인이 있다고 가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분은 그 곳의 생활이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탈시설을 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일상생활을 보조할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집과 노동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위의 모든 것들을 누가 공짜로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이 시대, 이 사회의 장애인은 숙명적으로 끊임없이 투쟁을 해야 하는 운명인 것입니다. 저희 “노들”의 자랑은 바로 이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판(장애인운동판)에서 노들은 투쟁 잘 하기로 유명합니다. 서울 안에서 열리고 있는 장애인 집회 어느 곳을 가나 “노들”은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노들”은 장애운동이 단위운동에 머무르는 것 또한 경계합니다. 활발한 연대활동을 통해 ‘나의 해방’과 ‘너의 해방’이 하나로 만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재능노조 투쟁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동지 여러분들 중에 노들장애인야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노들야학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은 참 다양합니다. 신임교사가 될 수도 있고, 그 보다는 업무 로드가 적은 수업보조교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되지 않으시는 분들은 정기후원 등을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라도 열려 있으니 여유 되실 때 동숭동 마로니에로 들르셔서 차 한잔 하고 가십시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