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학습지노동자의 천막농성

―학습지노조 대교지부장 해고철회 투쟁

김영아｜학습지노조 조합원

비정규개악안과 특수고용노동자

천막농성 46일차 되는 날이다.

2년을 끌던 기간제와 파견제에 관한 비정규 개악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통과되었다. 그 법안 자체가 학습지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올 상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보호입법안이라는 정부의 법적 근거마련의 전초전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전제하에 법적인 보호조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2005년 11월 24일 대법원에서 학습지노동자의 노동자성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것은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의 보호’라는 미명하에 어떤 허울을 씌워 탄압을 할 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학습지 노동자의 천막농성은 올해 특수고용노동자의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천막농성의 배경과 과정

학습지 노동자의 투쟁은 99년 ‘재능’의 파업이후 7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재능의 파업당시 강위력한 투쟁들이 있었지만 학습지 노조는 노동조합 설립이후 처음으로 본사 앞 천막농성이라는 투쟁을 전개한다. 이것이 내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내부의 의견차이로 천막을 치기까지는 진통을 겪었다. 그것은 ‘지부장 해고’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와 현실적인 조건들을 염려한 것이다. 학습지 노조는 기업별 지부들로 이루어진 산별노조이다. 지부장이라 함은 기업별 노조로 치면 노조위원장인데, 노조위원장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한 것이다. 파업을 해서 수업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단지, 회원이 감소했고, 받지 못한 회비가 많고, 교육에 불참했다는 사유를 들어 해고한 것이다.

이것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납부하지 못한 회비에 대해 교사에게 대납을 강요하고, 학습지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사장님’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사무실에 출근해서 교육참여를 강요하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이중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당하고 일방적인 해고에 맞서 어렵지만 당당하고 가열차게 투쟁해야 한다고 결정하고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반전임도 단 2명뿐이고 조합원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상태에서 회사 정문을 막고 천막을 치고 투쟁을 전개한다는 것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간부들 모두 수업을 하고 밤에는 천막으로 퇴근해서 천막을 지키고 또다시 수업을 하러 가야한다. 멀리 살거나 10시, 11시까지 수업을 하는 조합원들은 주말을 이용해서 천막을 사수해야 한다. 낮에는 간부들이 모두 수업을 가야하기 때문에 천막에 있을 사람이 없지만 다행히 연대 조직들의 도움으로 낮 시간 천막을 사수하고 있다.

중요한 시기와 그 이후의 투쟁

50여 일의 천막투쟁 과정에서 2월 4일 실질적인 해고시점은 중요한 시기였다. 그 전에 해고를 막지 못하면 사실 해고철회는 어려워진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회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실천을 통해 해고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내부의 의견차이와 계획의 부재 등으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사측은 이런 정황들을 알았는지 교섭에 응하는 척 하기도 했지만 내부를 흔들기 위한 술책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2월 4일 실질적인 해고시점을 넘긴 현재는 3월 3일 천막에 대한 가처분 결정 이후에 어떤 투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다. 가처분 결정으로 내부는 또다시 혼란이 예상되지만 지혜롭게 극복하고 투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