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MTU)입니다. 이주노동자라는 이름보다 외국인노동자로 또는 불법체류자로서만 알려진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게 이상하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도 이 땅에서 생산현장에서 노동을 하며 생산을 책임지는 똑같은 노동자입니다. 그렇기에 노동자로서 인정받고 노동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어떤 이는 장애인이라서, 어떤 이는 여성이라서, 어떤 이는 비정규직이라서, 어떤 이는 외국인이라서 그 당연한 권리를 빼앗기고 내몰린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모든 이는 평등하고 동등한 권리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국인들과 똑같은 한 명의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땅에서 똑같이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한국인들과 똑같은 권리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외국인이라고 그 권리를 빼앗길 순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땅에서 너무나도 많은 차별과 탄압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불법으로 내몰리고 숱한 임금체불과 폭행, 폭력 등이 일상입니다. 또한 귀신처럼 무시무시한 인간사냥꾼인 출입국 관리소의 강제추방의 공포는 이주노동자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습니다.

2004년 1월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 중이던 네팔 노동자 깨비, 헉 동지는 합법집회에서 경찰들과의 합동으로 단속을 들어온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쏘는 가스총에 맞고 실신한 채 끌려 연행되었습니다. 그 뒤 밝혀진 바로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단속 장비에는 맹수를 잡을 때 사용하는 그물총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범죄자나 강도,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그리고 더더군다나 맹수 역시 아닙니다. 하지만 출입국을 비롯한 법무부, 정부는 우리를 범죄자로 규정짓고 있으며 강도, 반한단체, 테러리스트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단지 일을 하기 위해 왔을 뿐입니다. 그런 우리를 범죄자로 또는 테러리스트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잘못된 법과 잘못된 시선일 뿐입니다.

올해 5월에 너무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가 난무하는 데도 노동부에선 대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권리를 우리가 찾자는 생각으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이주노조를 만들고 설립허가를 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와 노동부는 불법체류자는 노동자가 아니며, 심지어 임금체불조차 받을 권리가 없다며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라 선두에서 열심히 투쟁하던 아노아르 위원장을 뚝섬 역에서 20명 정도의 인원으로 표적연행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로 등을 밟고 때리고 팔을 꺾었으며, 수갑을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조여 왼팔에 일시적 마비 증상까지 나타나는 등 무자비한 폭력이 있었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적법한 절차를 전혀 무시한 불법 연행이고 이주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법무부의 부당한 행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현재 아노아르 위원장은 연행 당시 입은 부상과 7개월간의 보호소 수감 생활로 건강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입니다.

이주노조에선 연행과정에서의 폭력으로 인해 아노아르가 당한 부상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손해보상 재판을 신청했으며, 국가인권위에는 부당한 연행과정이었으므로 “보호”를 해제해달라고 진정을 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인권을 보호한다는 국가인권위를 믿었고 ,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국가인권위를 믿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7개월을 끌며 비난이 잠잠해질 것을 기다리다 보호해제요청에 대한 기각판정을 내렸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아무리 불법 연행이었다 하더라도 이 후에라도 적법한 절차를 대신 거쳤으므로 그 불법적 행위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단속을 해도 된다는 것을 나서서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금도 살인적으로 자행되는 단속이 이 판결에 의해 얼마나 더 잔인해질 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이에 우리 이주노조는 12월 5일 국가인권위 점거를 시작했습니다. 국가인권위의 사과와 재판결을 요구하며 위원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국가인권위는 면담 요청을 15일이 넘도록 미뤄오며 경찰을 부르겠다는 식의 협박과 걸어놓은 플랭카드를 끊는 등 굉장히 기만적인 행위를 했습니다. 대한민국에 과연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없는 것일까요?

아노아르 위원장의 건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재판을 한 번 받으러 나온 뒤면 며칠을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나쁜 상황입니다. 단지 이 땅에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그 힘듦에도 불구하고 보호소 생활을 하며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주노조에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임시 비자를 내주고 안정적 생활을 보장해 줄 것을 또한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보장받을 이러한 권리마저도 무시하며 힘들면 돌아가라는 말도 안 되는 답변만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 동지는 산재로 다친 허리 치료를 이유로 신청한 치료비자마저 노동조합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인정해줄 수 없다며 비자 연장 신청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불법 테러단체로 매도하며 그 곳에서 활동한단 이유만으로 모든 권리를 포기하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노아르 위원장을 가둔 것만으로 부족해서 샤킬 직무대행마저 연행하려는 현재의 법무부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이주노조에선 이러한 불법적 행태를 좌시하진 않을 것입니다. 우리도 한국에서 살아가는 인간이고 노동자이기에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 계속해서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그러한 자리에 동지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주노동자건 한국인이건 구별되지 않고 이 땅에서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추기 : 국가 인권위 농성 17일 차인 12월 21일에 농성 해단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투쟁의 끝이 아니며, 앞으로 있을 법무부에 대한 투쟁을 시작하는 자리일 것입니다. 현재 단속과 탄압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 현장으로부터 투쟁을 모아내고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주노조에 대한 와해 공작에 맞서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집행국 동지들에 대해 표적 단속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주노조의 투쟁이 더욱 활발하게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법무부를 위시한 적들의 이주노조에 대한 탄압 또한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더욱 결의를 다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주노조 활동에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노사과연≫

현장

우리가 원하는 건

단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인권, 그것뿐입니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