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배아복제에 대한 관점  

- 자본주의시대까지 인간은 아직 야만을 벗어나지 못했다

권정기 | 편집출판위원장 |

2004년 2월 12일 황우석ㆍ문신용 연구팀이 핵을 제거한 사람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에서 분리한 핵을 밀어 넣고, 전기적 충격을 가해 분할을 유도하여 배아를 만들어 내고, 이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였다는 내용이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200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줄기세포를 가지고 많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황우석교수를 비롯한 생명공학자들은 주장하고, 언론은 이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IT(정보통신)산업을 이어갈 이른바 차세대 성장산업을 찾으려는 국가와 자본은 생명공학을 이용한 산업(바이오 산업)에서 그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배아줄기세포를 가지고 과연 얼마나 많은 난치병환자들이 치료될 수 있을지, 그리고 자본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또 생명공학자들은 얼마나 많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지 아직은 지극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일부 스타생명공학자들이 탄생하고 이들의 연구소에 거액의 정부지원금이 지출되고, 새로운 소식이 발표될 때마다 일부 바이오산업의 주가가 출렁거리고 있는 정도이다.

이글에서는 자본의 탐욕에 의해 장악되어 자본에게 봉사하고 있는 생명공학의 문제점을 다루고자 한다.

이른바 “생명윤리” 측면에서의 문제점

2004년 2월 12일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황우석ㆍ문신용 연구팀의 문신용교수(서울의대 산부인과학교실)는 ꡔ인간생명과학ꡕ¹⁾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인간의 발달은 산전기와 산후기로 나눌 수 있다. 산전기의 각 개체를 수정 직후에는 수정란, 수정 후 8주까지는 배아, 그 이후는 태아라 부르며, 태생 후에는 영아라 부른다. 또한 이러한 산전의 활동시기를 재태기라 부른다. 9개월간의 임신기간 동안 수정란으로부터 신생아까지의 체중변화는 약 60억 배나 된다. 새로운 개체가 살아 있는 동안 이러한 극적인 성장과 발달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산전기는 두 시기로 나뉘는데, 수정 후부터 8주까지는 배아²⁾기, 9주부터 출생까지는 태아기이다.” (강조는 인용자)

이글에 따르면 인간의 발달단계는 수정란, 배아, 태아, 영아 단계로 나눌 수 있고, 수정란부터 인간이라는 새로운 개체가 출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자랑스럽게 진행하고 있는 실험인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도려내고 나머지 부분을 폐기해버리는 것은 살인행위라는 것이다.

어떤 이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형성된 수정란과, 핵을 제거한 난자와 체세포에서 분리한 핵을 결합하여 만든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은 살인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신이 배양한 것을 배아라고, 자신이 추출한 것을 ‘배아줄기세포’라고 명명하는 것은 이미 그것이 인간이라고 실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정란이라는 의미를 난자와 정자와 결합이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의 출발이라는 의미로 볼 때,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자궁에 착상하면 수정란과 동일하게 발전한다는 것을 볼 때도 수정란과 다름이 없다.

박병상(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씨는 ｢화려한 줄기세포의 이면³⁾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궁에 착상하면 사람으로 태어날 배아는 진화와 역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보아도 분명한 생명이다. 만두 속에 들어간 세포덩어리와 다르다. 단순한 세포덩어리는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고, 제아무리 치성을 드려도 생명체로 분화하지 못한다. 배아는 수정란에서 분화했다. 따라서 그 연속선상에 있는 수정란도 생명이다. 현재 불임클리닉은 의뢰 부부의 수정란들을 초기 배아까지 분열한 후 자궁에 한두 개 착상하여 아기를 잉태시킨다. 그 과정에서 남는 수정란이나 배아는 혹시 있을 다음 임신을 위해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존엄성 있는 절차를 거쳐 폐기한다.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은 이용 목적에 따라 함부로 규정할 수 없다. 연구 또는 치료용 재료일 수도 없다. 수정란에 깃들어 있는 생명은 불임클리닉 기술이 도입된 후 착상 이후로 늦춰진다던가. 줄기세포가 개발된 요즘은 수정 후 14일 이후부터로 슬며시 바뀐다던가. 그런데, 생명공학자는 수정 후 14일 이전의 배아를 이용하자고 고집한다. 곧 생명을 죽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그 배아 안쪽의 세포덩어리를 떼어내 잘 분화하면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 가능한 줄기세포를 유도할 수 있고 그 줄기세포는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를 위해 요긴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아직 꿈의 가정일 뿐 실효성 있는 근거는 없다.

줄기세포는 배양 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조직으로 분화할 수는 있다. 심장 세포조직과 함께 배양하면 심장 세포조직으로 성장한다. 쥐 심장조직과 섞어 넣어 사람의 줄기세포를 잘 배양하면 사람의 심장조직으로 분화하므로, 환자의 심장에 줄기세포로 배양한 싱싱한 심장조직을 주입하면 심장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심장 조직으로 분화된 줄기세포가 주위 상황에 따라 다른 조직으로 변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조직을 이식한 환자가 심장마비로 속절없이 사망할지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진행해야 할 연구가 산적하다. 십 년이 걸릴지, 삼십 년이 필요할지 현재 아무도 점치지 못한다. 그래서 생명공학자들은 생명의 시작을 자의적으로 바꾸려 한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수백 가지 조직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로 분화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에는 근육 신경 혈액 섬유질과 같은 여러 가지 조직이 필요한데 한 가지로 분화되는 줄기세포로 장기까지 분화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김훈기 박사가 주장한 210여 가지 장기로 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마땅히 취소해야 옳다. 장기는 줄기세포를 목적으로 한 수정 후 14일 이내의 초기 배아가 아닌 수정 후 8주 이전의 배아에서 추출한 세포들로 얻을 가능성은 있을지 모른다. 동물연구에서 승전보를 울린다. 이러다가 목소리 높은 생명공학자와 관련 자본들이 생명의 시작을 수정 후 8주로 바꾸려 들까 겁난다.” (강조는 인용자)

그러나 배아를 인간생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혹은 인식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그리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인간’배아의 ‘존엄성’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생물학적으로 인간생명이라고 규정되는 것이 결코 축복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굶어서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 10만원을 내고 호텔에서 호의호식하는 개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간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인간일반이 아니라 어떤 계급의 ‘인간’인가가 중요하다. 노동계급인 인간, 민중인 인간은 목적이 아니다. 착취재료일 뿐이다. 자본축적의 수단일 뿐이다. 불충분한 노동부통계를 보아도 2004년 10,473,090명의 노동자 중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재해자수)이 88,874명이다. 2,825명이 죽었고, 죽음은 면하고 요양하고 있는 사람이 86,049명이다. 자본을 위해 1년에 3000명 가까운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사람은 얼마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살하고 있는가! 석유자본의 이익을 위해 이라크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인민들이 죽어가고 있는가?

줄기세포로 치료 대상이 되는 전 세계 환자수가 1억 300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이 창출할 시장규모만 해도 연간 3000억 달러나 된다고 한다. “황금시장”(아직은 미약한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 그것도 배아수준의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과학 발전은 민중의 희생의 결과이지만 그 열매는 자본이 독식한다

황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서 16명의 여성에서 추출한 242개의 난자가 사용되었고, 이중 배아를 복제하는 단계까지 성공한 난자는 30개였고 이중에서 단 1개의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난자를 추출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호르몬을 과다하게 투여해 과배란을 유도해야 하고, 전신마취 하에서 난소를 가늘고 긴 바늘로 찔러 난자를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호르몬시스템의 불안정, 불임, 극단적으로는 사망 등 많은 부작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전국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연구에서 난자를 기증 혹은 파는 여성은 누구일까⁴⁾? 자본가계급의 여성이 자신의 난자를 판매할 리는 없고, 분명 빈곤한 계층의 여성일 것이다.

연구비 또한 민중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정부는 2005년에 황우석 교수팀에 265억의 국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민중은 난자와 돈만 대는 것이 아니다. 만약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개발된다면 그 초기에 시술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재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효과와 안전이 검증된 기술은 무척 고가일 것이기 때문에 민중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물론 기술이 더한층 고도로 발전하여, 어떤 기술이 한물간 구닥다리 기술이 될 때는 민중들도 조금씩 그 맛을 볼 수도 있을 것 이지만...

결국 민중들의 돈과 몸의 희생으로 과학은 발전하고, 자본은 그 과학기술을 상품화하여 열매를 독점한다.

야만의 시대

엥겔스는 ｢자연의 변증법｣⁵⁾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경제학자(부르주아  제학자 - 인용자)들이 최고의 역사적 성과라고 찬미하는 자유경쟁, 즉 생존을 위한 투쟁이 동물계의 정상상태임을 다윈이 증명했을 때, 그는 자신이 인간에게 그리고 특히 자기 나라의 국민들에게 얼마나 신랄한 풍자문을 썼는지 알지 못하였다.”(강조는 원문)

생존경쟁 약육강식 적자생존, 이러한 동물계의 논리는 자본주의 법칙이다. 우리는 아직도 동물계에 살고 있다. 사자처럼 자기구역에 오줌을 누어서 배타적 영역을 표시하는 대신, 국경을 긋고 으르렁거린다. 그럴듯한 논리로, 이론으로 포장을 하지만 알맹이는 하나 － 내가 더많이 먹겠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급기야 ‘과학’의 힘을 빌려 식인의 습성이 부활하고 있다. 배아복제를 통한 줄기세포이용이란 식인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마치며 

과학이 자본의 도구가 되어 배아복제에서 보듯이 인류의 진보가 아니라 퇴보를 초래하고, 핵무기개발에서 보듯이 인류의 복지가 아니라 인류의 파괴를 위협하고 있다. 자본을 사회적 소유로 하고(자본을 폐지하고) 그리하여 과학을 사회적으로 소유할 때만이 이 모든 불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이 노동자계급의 소유가 될 때는 현재 배아복제에 쏠리고 있는 재원은 다음과 같은 성체줄기세포연구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보도하는 글을 소개한다.

 제목 : 머리카락에서 줄기세포를 얻는다⁶⁾

모낭이 줄기세포의 훌륭한 소스라는 사실이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줄기세포는 알려진 대로, 미완성된 세포로 몸의 어떤 조직도 될 수 있다. 머리카락은 모낭에서 자라며, 모낭세포는 모낭주위에 있는 작은 돌출부의 줄기세포에서 생겨난다. 더군다나 빨리 자라고 끊임없이 새로 나는 머리카락은 줄기세포의 훌륭한 소스가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한편, 펜실베니아 대학의 연구원들은 이미 대머리 치료에 줄기세포가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Yasuyuki Amoh 박사팀은 줄기세포가 잠재적으로 신경학적 상태를 다루는 데에 쓰일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그들은 쥐의 수염에서 채취한 모낭 줄기 세포에서, 세포를 신경으로 발전시키는 물질로 알려진 nestin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쥐의 피부에 모낭 줄기세포를 이식한 후 줄기세포가 성숙한 신경세포로 발전되는 것을 지켜봤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모낭줄기세포로 피부세포와 근육세포는 물론, 심지어 melanocytes라 불리는 색소를 만들어내는 세포를 만들 수도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결과는 모낭줄기세포가 (다양한 치료 약 개발에 쓰이는)줄기세포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스가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UK Medical Research Council's National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의 Robin 박사는 “우리는 가능한 최고의 줄기세포 소스를 찾아내고 싶다.” 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와 모낭에서 얻어진 줄기세포의 질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이번 모낭줄기세포의 발견은 줄기세포 연구에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그 동안 줄기세포의 연구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어왔던 태아에게서 세포를 얻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과연 이번 연구결과로 일단락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출처: http://news.bbc.co.uk/1/hi/health/4378941.stm.)≪노사과연≫

3) http://blog.daum.net/brilsymbio/482344

6) 이 글은 http://www.scieng.net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