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공연에 부치는 연설

1935

신사, 숙녀 그리고 동무들.

그토록 대단한 영웅성을 보여주고 있는 독일 동무들을 대표하여 제가 연설을 하게 된 것은 대단한 영광입니다. 우리가 독일의 동무들의 지하활동에 대해서 읽지 않는다면 그 상황은 나쁘지 않게 보입니다만, 읽게 된다면 그들의 활동은 늘 나치의 법정에 끌려가거나, 수용소에 끌려가는 것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근 몇 년간 우리는 여러 나라에서 노동계급과 인뗄리겐치아를 향한 범죄를 목격했습니다만, 무엇보다 가장 큰 범죄는 히틀러가 저질렀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잊기 마련이기에 저의 임무는 그들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독일 상황은 우리에게 교훈이 되어야 합니다. 만국의 노동자와 지식인은 이제 그들이 스스로를 위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만, 스스로를 위하려면 먼저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이해해야만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환상을 제거해야만 하며 “언젠가 좋아질 거야”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상황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고, 이는 투쟁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독일 노동자계급을 돕는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돕게 됩니다. 우리가 “우리는 국제주의자다”라고 말할 때, 이것은 단순한 문구, 추상적인 관념이나 인정(人情)의 발로는 아닙니다. 외국에서 모든 노동계급의 패배는 미국 노동계급을 약화시키며, 모든 승리는 —쏘련에서의 것처럼— 미국 노동자의 성공에 이바지합니다. 세계의 노동자와 지식인의 승리와 패배는 서로 긴밀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런던이나 파리 혹은 취리히의 길거리에서 노동자나 지식인 혹은 학생을 멈춰세워 그에게 누구를 찬미하며 존경하는지 묻는다면 그는 독일의 탤만, 불가리아의 디미뜨로프, 헝가리의 라코셰(Rákosi)¹⁾, 오스트리아의 기술자로 교수형을 당한 비쎌(Wissel), 또 역시 교수형을 당한 에스빠냐 아스뚜리아스 광부 뮈니히라이터(Münichreiter)²⁾, 미국의 탐 무니(Tom Mooney)³⁾와 스코츠버로 소년들⁴⁾ 및 그들의 어머니들과 많은 다른 이들을 대답할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곧 우리의 주장임을 알기에, 설령 개인적으로 이들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이들은 모두 우리의 동무입니다.

저는 히틀러가 파괴하려고 시도했던 독일의 노동계급 음악 운동에 대해서 몇 마디 하고자 합니다. 독일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음악의 위기의 영향에 대해 매우 일찍 알아챘습니다. 세계적으로 진지한 음악과 가벼운 음악 간의 분리는 점점 더 광범해졌습니다. 진지한 음악—고전음악이든 현대음악이든—을 듣는 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에, 싸구려 음악의 성장은 음악의 야만을 이끌어가는 위험이 되었습니다. 라디오와 축음기가 발달해 미증유의 규모로 전세계에 음악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도 깨달아야 합니다.⁵⁾ 전형적인 위기의 단상은 이러합니다. 기술적인 가능성은 성장하지만, 문화적 수준은 저열해집니다.⁶⁾ 사회에서 음악의 기능은 점점 더 의문스러운 것이 되고 음악과 사회생활과의 틈은 벌어집니다. 지난 15년 동안에 현대 음악가들은 이 위기를 매우 깊게 느꼈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연주회가 자주 열리지 않게 되고, 그들이 고립되고 인민 대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버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길을 찾기 위해 여러 실험을 했습니다만 이러한 15년 동안의 실험이 끝나니, 현대 음악이 어떠해야 하는지 혹은 어떤 것이 그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인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이 모든 실험은 추상적이었습니다. 작곡가들은 현대 음악이 의미하는 바를 통합하려 하였지만, 현실로부터 배우지 못하였고 자신들의 음악을 현실 밖에서 세웠습니다. 거대한 계급투쟁의 시기에, 작곡의 명수들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선장수 아낙네⁷⁾처럼 누구의 생선이 냄새가 좋은지 또 누구의 작품이 더 현대적인지 다투었습니다. 저는 선입견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실험으로 얼마간의 실용적인 이로움을 획득했고 새로운 음악을 위한 재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음악이 마주한 문제는 누가 누구를 위해 음악을 작곡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그렇게 많은 자료를 모으고 나니, 작곡가는 더 이상 자신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현대 음악가 중에 나는 아르놀트 쇤베르크⁸⁾가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천재는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독일을 떠나야 했습니다.

길이 있습니까? 우리는 유일한 길은 오직 노동계급과 진보적인 지식인의 동맹에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계급은 지식인들에게 정치적으로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지식인은 노동계급에게 음악적 지식을 전달해야만 합니다. 이것은 파씨스트가 맹렬히 부정하였는데, 이들은 진보적인 지식인들을 문화적 볼셰비끼로 불렀습니다. 망명해야 했던 위대한 부르주아 예술가들에 대한 글이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자 음악계를 조직한 수많은 이들이 훨씬 더 비극적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보다 가혹한 운명을 겪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투옥되었고, 거의 대부분이 생계를 잃었습니다. 결국 유명한 지휘자들이 돈 몇푼을 벌게 되었다는 것보다 더욱더 비극적인 것은 노동계급과 손잡은 현대의 젊은 작곡가들의 전 세대가 침묵을 강요받고 자신의 예술적 계발을 정지당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몇몇 거장들이 부재하다는 것보다 독일의 음악에 지대한 위험입니다. 2년간의 파씨스트 통치하⁹⁾에서, 히틀러는 독일의 음악의 표준을 심각히 저하시켰습니다. 또한 독일 음악계를 야만으로 위협했습니다.

왜 히틀러는 자신이 파괴해야만 했던 음악을 그리도 위험하다고 보았던 걸까요? 부르주아 음악은 음악의 유일한 기능은 음악이라고 강조합니다¹⁰⁾. 이것은 건축가가 단지 집을 짓기 위한 목적으로 건축할 뿐 사람이 거기서 살게 할 수 있게끔 짓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부르주아 음악의 명백한 목표의식부재가 현실에서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매우 주요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인민은 자신이 처한 곤란에서 주의를 돌리게 됩니다. 배고픔은 진실인데 그들은 먹지 못하며, 음악으로 위문을 받을 뿐이고 추위에는 보다 고결한 세계의 광경을 하사받을 뿐입니다. 반면에 프롤레타리아 음악은 목표의식이 부재하지 않으며, 노동자와 지식인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조력하며 심화합니다. 이는 또한 음악에도 도움이 됩니다. 프롤레타리아 음악의 시작은 노동계급이 빈곤하고 음악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투쟁을 해야 하는 관계로, 많은 경우 원시적입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로 인해 자본주의 음악의 부패로부터 거대한 부르주아 문화유산을 물려받아 새로운 음악을 건설할 유일한 인민의 분파가 노동계급과 지식인임을 배우게 됩니다. 이는 어려운 과업입니다만 어떠한 커다란 방해가 있다하더라도 우리가 풀어야만할 문제입니다. 히틀러는 우리의 전투적인 예술을 금지시켰고, 모든 그 지지자들을 엄혹하게 박해했고 이로 인해 히틀러는 자신의 위험스러운 적을 제거했습니다. 하지만 혁명적인 음악은 독일에서 금지될 수 없습니다. 전승되는 혁명적인 음악, 금지된 노래는 불법적으로 입에서 입으로 옮겨집니다. 이것들은 명백하게 독특한 특색이며 언젠가는 히틀러의 피의 독재에 대한 노동자와 중간계급 지식인의 총공세 신호가 될 것입니다.

연설을 마치면서 오늘 저녁 프로그램에 대해 몇 마디 비평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혁명적인 작곡가에겐 세 가지의 과업이 있습니다. 첫째는 선동적이며 선전활동적일 것, 둘째는 교향악단과 영화 음악에 있어서 기술적으로 실험적이어야 할 것, 그리고 셋째는 노동 계급에게 음악을 교육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방법론 교육학적 발견(pedagogic-finding)입니다. 불행히도 오늘날 우리는 단지 선동과 선전 작품의 약간만을 실연(實演, demonstrate)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렇다고 해서 우리는 다른 과업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히틀러에게 희생된 자들의 자녀들을 위한 오늘 저녁 일정을 준비하는 것을 도운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나의 동무들 그 고결한 연대의 정신으로 이를 가능하게 한 가수들, 감사합니다.

동무들 그리고 동지들, 독일의 영웅적인 투사들을 기억하며 대열을 가까이 하고 거대한 강렬함으로 우리의 투쟁을 전진시킵시다. 파씨즘이 야만이며, 대중의 비탄이며, 혼란과 전쟁임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여러분, 노동자이건 교수이건 사무직 노동자이건 파씨즘이 자신의 주적인 것처럼 싸워야만 합니다. 이 싸움에서 중요한 무기는 파씨즘의 모든 희생자들의 연대입니다!

모든 반파씨스트들의 국제적인 연대여 영원하라!

출처: 영어 타이프원고, 한스 아이슬러 자료실.  EGW Ⅲ/Ⅰ, pp. 266-69.

이 논설은 아이슬러 반파씨즘 연대를 위한 1935년 봄 미국 여행 중의 연설을 망라하고 있다. 엘리 시그마이스터¹¹⁾가 영역하였고, ��아이슬러 선집(Eisler Collected Works)��으로 출판되었으며 이 책¹²⁾을 위해 편집되었다. <노사과연>

번역: 최상철(운영위원)

1) Mátyás Rákosi(1892-1971). 반파씨즘 투사이며 격변의 헝가리 역사의 한복판에 있던 공산주의자, 임레 나지 이전에 헝가리 수상. 그는 속칭 ‘스딸린주의자’인데 지배계급과 청산주의자들의 이러한 도식적인 평가가 극단적으로 진행된다면, 본 연재에서 쏘련을 옹호하며 파씨즘에 맞선 제인민들의 공동된 단결 투쟁을 역설하고 있는 아이슬러도‘스딸린주의자’로 되어버릴  것이다. 헝가리에서 그의 축출은 수정주의자들의 스딸린 격하 운동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그에 대한 공정하고 냉정한 평가는 반파씨즘 투쟁→헝가리 사회주의 성립→1956년 헝가리 사건들로 이어지는 20세기 헝가리 역사를 꿰뚫어보기 이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개괄적인 내용은 다음을 참조하라. http://en.wikipedia.org/wiki/M%C3%A1ty%C3%A1s_R%C3%A1kosi

2) Karl Münichreiter(1891-1934). 아이슬러의 본 1935년 연설이 있기 한 해 이전이며 오스트리아 내전이 있었던 1934년에 교수형을 당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독일어 위키페디아 싸이트를 보라. http://de.wikipedia.org/wiki/Karl_M%C3%BCnichreiter

3) Thomas Mooney(1882∼1942).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노동운동지도자이며 전투적인 사회주의자. 1916년 폭탄테러의 용의자로 몰려 재판을 받게되었고 1918년 종신형에 처해졌다. 1939년 사면될 때까지 22년을 복역하였다. 당시 아인슈타인도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임스 롤프에게 그를 석방하라는 탄원서를 보냈다. http://en.wikipedia.org/wiki/Thomas_Mooney

4) Scottsboro boys. 1931년 미국의 앨라배마의 스코츠버로에서 화물열차로 이동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10대 소년 9명이 단순 경범죄로 체포되었다가 백인여성을 강간했다는 누명을 쓴 사건에서 유래. 백인들만으로 구성된 앨라배마의 배심원은 9명 모두를 신속히 기소했고, 그중 8명에게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천신만고 끝에 무죄임을 입증했으나 그 중 한명은 20년간이나 복역해야 했다. http://en.wikipedia.org/wiki/Scottsboro_Boys 

11) Elie Siegmeister(1909-1991). 미국의 작곡가 음악 저술가, 교육자. 폭넓은 대중을 위해 재즈의 관용구를 연구하여 작곡에 적용하였다. New Grove Dictionary of Music and Musicians, vol. 17, Macmillan publishers, 1980. p. 298. http://en.wikipedia.org/wiki/Elie_Siegmei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