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헤딘의 소행

‘분쟁’을 총괄하고 나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프간ㆍ무자헤딘(이슬람 성전사)의 존재와 역할이다. 그것은 코란 성구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쏘련의 아프가니스탄 군사지원에 저항하는 세력의 별칭이다. 주로 좁은 의미에서의 이슬람주의자와 국왕제를 지지하는 보수반동 정치세력 등으로부터 성립한다. 이슬람주의와 보수정치세력은 서로 물과 기름 같은 관계에 있다(아래의 무자헤딘 조직 일람표 참조).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 조직 일람

반정부 7조직(페샤와르 7동맹)

이슬람주의(급진파라고도 함)
이슬람당	그루브딘 헤크마타르	파슈톤 인	공칭(公稱)병력 약2만
이슬람당 하리스 파	유누스 하리스	파슈톤 인	〃        약2만
이슬람협회	브루하누딘 라바니	타지크 인	〃        약3만
이슬람통일체(시아파)	라스르 사야프, 후에 카림 하리리	하자라 인	〃        약1만
왕정지지ㆍ민족주의(온건파라고도 함)
이슬람혁명운동	무하마드 나비 무하마디	파슈톤 인	공칭병력 3000
아프가니스탄민족해방전선(※)	시프가토라 무자디디	파슈톤 인	〃   5000
이슬람혁명민족전선	사이드 아프마드 가이라니		〃   5000

※ 하미드 가르자이 현 대통령도 소속해 있다.

그 외의 지방군벌(1992년 이후)

아프간이슬람운동	라시드 도스탐	우즈베크 인	전 정부의 지방부대
이스마일 한	헤라트 시 중심	파슈톤 인	92년 이후 결성
탈레반		파슈톤 인	94년 하리스파와 이슬람협회로부터 분열

무자헤딘은 단순히 ‘분쟁’의 한쪽 당사자만은 아니었다. 1989년, 제네바협정의 합의 조인과 쏘련군의 완전철수 이후에도, 그들은 그 지역에 머물렀다. 이어서 1992년에 나지불라 정권에 승리한 후에도 그들은 각자의 고향에 무용의 병사로서 개선하지 않고 다른 임무를 위해 그 지역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 ‘아프간 내전’(1992~2001년) 시기, 그들은 무자헤딘 당파 간의 끝없는 살육의 배틀로열에 참가하거나, 탈레반으로 변절하거나(탈레반은 이들의 원래의 소속집단에 총구를 겨누었다), 또다른 이는 아프가니스탄 이외 지역의 ‘민족분쟁’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이제까지는 자유주의세계의 전사로 칭송받았으나, 이번에는 마치 사갈(뱀과 전갈)처럼 미움을 받으며, 자유주의세계에 적대하는 ‘이슬람원리주의자’라든가 ‘테러리스트’라고 불리기에 이르렀다. 이 변천과정은 ‘분쟁’이 초래한 가장 기괴한 것 중 하나다.

마흐마드 마무다니는 그의 저서(��아메리칸 지하드―연쇄하는 테러의 루트(アメリカン․シハード―連鎖するテロのルーツ)��, 오치 미치오(越智道雄) 옮김, 이와나미쇼텐, 2005년)에서, 이슬람에 관한 저명한 이데올로그인 이크발 아흐마드의 말을 인용하여 ‘무자헤딘으로서는 쏘련의 철수가 승리의 순간보다도 정체 폭로의 순간이 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205~206쪽) 이는 실로 정곡을 찌르는 평가다. 나는, 이하 그 ‘정체’에 대해서 기술하고 싶다.

대체 누가 자금과 병기를 무자헤딘에게 공급한 것인가. 이제까지도 단편적으로 언급해왔지만, 개괄적으로 정리해두자. 그들의 자금과 병기를 마련한 것은 근본적으로 CIA이다.

“미국이 행한 최대의 비밀전쟁인 아프간 성전이 1981년에 CIA의 케이시 장관의 책임하에 놓일 때까지, 흑자 예산의 연간 액수는 90억 달러를 넘는 일은 없었다. 레이건 정권이 들어선 첫해부터 1990년까지의 10년간 흑자 예산은 실제는 4배가 되고, 연간 액수 360억 달러에 달했다.(존. K. 쿨리, ��비성전(非聖戰)��) 이 금액은 막대한 것이며, 우두머리들에게 있어서는 양손에 차고도 넘칠 정도였다.

그 자금은 프랑스의 ��피가로�� 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해서 우두머리들의 손으로 건너간다. 이란의 샤 팔레비 정권의 붕괴(1979년 2월) 이전, CIA의 중동사무소는 테헤란에서 페샤와르로 이전했다. 그 기회에 CIA는 이전에 개설하고 있었던 은행구좌를 사용해서 무자헤딘 조직에 자금을 보내도록 했다. 그것들이 아시아 파운데이션, 인터내셔널 레스큐 커미티, 디 아프간 릴리프 커미티 및 가톨릭 릴리프 서비스 등, 다시 말해 CIA의 위장조직의 구좌 명의이다.

두번째로, 자금원은 서독, 영국, 프랑스 및 네덜란드 등의 선진국 및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쿠웨이트 등의 걸프만 지역의 국가들이다. 중동 제국(諸國)의 경우는, 소위 오일달러이다. 서방 측 세계 전체의 아프가니스탄 총 전쟁비의 약 절반은 오일달러였다고 아흐메드 라시드는 적고 있다. (앞서 언급한 ��탈레반��) 통상 타인의 자금으로 어떤 목적을 위해 고용되는 병사를 용병이라 한다. 따라서 무자헤딘은 CIA와 중동지역의 반동세력 등이 제휴하여 고용한 국제용병인 셈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전선으로 향하는 무자헤딘 병졸들에게 항상 윤택하게, 끊임없이 병기와 용돈이 우두머리로부터 제공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도리스 레싱이라는 영국 여성작가는 그녀의 저작 ��아프가니스탄의 바람��(가지 에쓰코 옮김, 쇼분샤, 1988년)에서, 1986년 가을 페샤와르의 호텔에서의 광경을 기록하고 있다. 머리가 더부룩하고 고픈 배를 움켜쥔 무자헤딘이 삼삼오오 호텔로 몰려온다. 그리고 그들은, 무기가 도착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도 조금도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며 끝도 없이 투덜거린다.(74쪽)

우두머리들은 CIA로부터 입수한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탕진하거나 사재로 비축한다. 어떤 두목은 페샤와르에 큰 저택을 갖춰놓고 있었다. 또한 받아놓은 병기의 부정유출을 행한다.

우두머리들은 그 병졸들에게 일정 정도 병기에의 굶주림을 조성해두는 것이 관례이다. 그것은 ‘성전’을 명목으로 하여 전사의 투쟁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CIA에서부터 무자헤딘 말단 병사에 이르기까지의 원조 루트는, 만사가 금전투성이 이다. 자금의 제공자와 수취인 사이에는, 용병제라는 수단과 관련된 유착과 부정으로 더럽혀진 측면이 있다.

계속해서 누가 무자헤딘을 징집(徵募)하는 것인가, 그 문제로 옮겨가 보자. 그것은 크게 나누면 다음의 세 가지 계통이다.

(A) 우선 CIA. CIA는 ‘더블릭 샤누트’라고 하는 외인부대 징집을 전문으로 하는 명목상의 조직을 세계 각지에 만들고 있었다. 미국 내에서는 뉴욕,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 등의 ‘아랍계 아메리칸 센터’에서 모집한다. 뉴욕의 브루클린에서는, 정식으로는 ‘알키파 아프간 난민센터’가 그 업무를 담당한다.(존 K. 쿨리, ��비성전��, 제5장 ｢망령들｣)

(B) 또 하나의 징집 조직은, 이른바 알카에다이다. 알카에다의 전신인 ‘알지하드’는 1982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징집활동을 시작, 중근동 일대로 확대하고 있었다. 여기서 채용된 사람의 다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에서는 ‘무슬림 동포단’원이거나, 튀니지의 경우는 비합법인 이슬람교 정당원, 알제리에서는 군의 탈주자와 실직 중인 이슬람주의자이다. 그 외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요르단의 왓파브 파의 출신자 등. 국가별 단위로 보면, 한 국가에서 각각 수천 명에 달한다.

이 중동으로부터의 원정부대의 편성은 단순히 알카에다만의 공적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중동 제국 정부로부터 절반은 공인된 지지가 더해지고 있었다. 즉, 제국(諸國) 정부가 무자헤딘 지원자에 대해서,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행 여비(귀국, 재입국하지 않는 조건으로 왕로<往路>만)를 지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동 제국은 각각의 정권 유지나 왕족 지배층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트러블 메이커를 국외로 추방했던 것이다. 아프간 무자헤딘이 강력한 이데올로기집단인 듯한 인상을 부여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C) 세 번째가 아프간 난민이나 파키스탄의 이슬람주의자를 타깃으로 해서 징집하는 조직이다. 그것이 아프간 반혁명 무장집단이다.

(A), (B) 및 (C)의 전체 수는 시기나 계절에 따라 다르나, 8만에서 10만으로 일컬어진다. 그 안에는 (C)에서 모집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상의 (A)(B)(C)와는 별개로, 아프가니스탄의 중앙산악부 하자라 지구에 거주하는 시아파 주민이 시아파 무장조직(이슬람통일체, 라슬 사야흐가 대표, 후에 카림 하리리가 취임)에 채용되어 있다. 이 무장조직은 CIA와 적대관계에 있고, 이란과 중동지역의 시아파 신도단체로부터 자금공급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세계 30개국으로부터 이슬람주의자, 난민 및 실업자가 파키스탄의 ISI(군통합정보부) 캠프에 집결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바로 무자헤딘의 전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최신병기를 정교하게 조작하고, 야전에서 민첩 과감하게 진형을 정비해 교전하는 능력, 다시 말해 전투원으로 길러내기 위한 훈련이 실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훈련의 중핵이 되고, 동시에 그것을 코디네이트하는 것도 CIA다. 그 훈련장소는, 미국에서는 CIA, 그린베레 및 SEALS(해군특수부대)의 전용시설이다(※). 파키스탄에서는 ISI의 캠프에서 CIA의 매뉴얼을 사용해 훈련을 행한다.

※ 존 쿨리는 앞서 인용한 ��비성전��의 ‘아프간(무자헤딘―인용자 주) 병사 훈련계획’이라는 제목의 대목(119쪽)에서, 미국 국영 테러리스트 훈련학교로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포토블랙, 버지니아 주의 윌리엄즈버그 및 같은 주의 포트 A.P. 힐의 이름을 들고 있다. 이들과는 별개의 조지아 주 콜럼버스에 남북 아메리카 훈련학교―활동가들 사이에서는 그것을 ‘암살학교’라고 부르고 있다―가 있었다. 2001년 11월 국제반전조직 ANSWER 등이 테러리스트의 학교를 폐쇄하는 운동을 벌였다. 아프가니스탄에의 공격 중지를 요구하는 행동의 일환이었다. 1980년대 CIA는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국가 테러리스트를 양성하여 중남미에 대해서도 그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사상운동�� 2001년 12월 15일자, 원문 WORKERS WORLD ONLINE 2001년 11월 29일자에서 아리카와 히후미 옮김)

또한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차머스 존슨은 남북아메리카 훈련학교를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그의 저서 ��제국 아메리카와 일본 무력의존의 구조(帝国アメリカと日本武力依存の構造)��(슈에이샤, 2004년)는 ‘냉전 그 세 번째 중남미’에서 열다섯 쪽에 걸쳐 ‘미국이 이 지역에서 행한 냉전정책의 비열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우선 CIA는, 베트남전쟁에서의 게릴라전 경험자를 실기 지도원으로서 임무를 맡겼다. 그 커리큘럼은 60종류의 살인, 파괴의 패턴을 비롯해 폭파, 방화, 공장에서의 사보타주의 비밀공작(전략적 사보타주) 등이다. 이 비밀장소는 ‘살인교습소’ 또는 ‘암살학교’라고 일컬어졌다. 훈련을 받은 무자헤딘은 쏘련군의 헬리콥터와 전차에 의한 공륙이정면(空陸二正面) 작전에 대해서, 소부대 혹은 히트앤드런(유격전) 전술로 공격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이것이 후에 쏘련군, 아프가니스탄 국군 및 민병에 대해서 유효한 전력이 되었다.

아프간 무자헤딘이라는 국제용병부대는, 요컨대 이렇게 이미지화할 수 있다. 즉, 그들은 파키스탄이라는 더할나위없이 유리한 지리적 요건을 얻은 데다, 넘칠 정도의 자금과 최신 병기를 지원받아, 이슬람이데올로기라고 하는 전의(戰意) 고양의 신탁(神託)을 받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살육과 파괴를 위한 고도의 기술을 습득했다. “대쏘위협”론이라는 국제적인 이데올로기 홍보도 또한 그들의 편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1980년대 일본에서도 “대쏘위협”론의 콘서트 속에서, 무자헤딘을 뜨겁게 사모하는 코러스가 있었다. 허다한 휴머니스트와 문화인, 지식인도 거기에 가담했다. 나는 그들에게 언제나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

무자헤딘은 쏘련의 침략에 대항하여 아프간 사람의 아프간 국가사회를 건설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이루어내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쏘련 괴뢰정권을 지양하는 정권을 수립한다고 했으나, 그것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ㆍ이슬람 당(헤즈비 이슬라미)은 그 정치강령에서, ‘당은 사람으로써 평화적으로 현재의 불안, 부정 그리고 착취에 대항해 투쟁하는 방비를 갖춘 유일의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실현의 편린조차 나타낼 수 없었던 것이다. 1982년 미 국무성은 ��아프가니스탄 점령 하의 2년간��이라고 하는, 이른바 ‘아프가니스탄 백서’를 발표했다. 거기에 따르면, 당시 무자헤딘의 7조직을 페샤와르 7동맹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나, 국무성은 그 7동맹에게 서로 타협해서 연합전선을 결성하도록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백서��는 불평하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무자헤딘의 제 당파는 정권 수립에의 구체적ㆍ실천적인 과정을 보이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휴머니스트와 문화인, 지식인은 그러한 정치적으로 무능한, 그와 같이 군사 우선의, 줄여서 말하면 폭력기구 그 자체에 지원을 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들, 그녀들이여, 생전의 자신의 사고와 언동을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가.

희생된 용병은 어떻게 처우받고 있는가. 용병에게 늘 붙어다니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그들이 희생자가 됐을 때 그 대우가 공무로서의 국군병사나 민병의 경우와 비교해서 결정적으로 다르게도 나타난다. 나는 아프가니스탄 연구자의 저작을 훑어보면서, 이 문제를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무자헤딘은 매달 필요경비를 지급받을 뿐이다. 더구나 급여에 상당하는 물건이나 가족수당 같은 것은 없다. 그들이 사망하면 어떻게 되는가. CIA와 각각의 무장조직의 우두머리는 무자헤딘 병졸의 죽음에 대해 위로와 애도를, 가족에게 충분한 보상을 행하고 있을까. 그들이 쓰러진 산야에는 돌을 쌓아올리고 빨갛고 하얀 헝겊을 끝에 매단 나무기둥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실로 본의가 아닌 표현이긴 하나, 그들은 길에 쓰러져 비참하게 죽은 것처럼 취급받았던 것이다. 용병이란, 이 얼마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인가. 나는 1989년 카불에서의 국제회의에 참석한 뒤 시 교외의 조금 높은 언덕 위에 있는 탓바이 하이쇼바라고 하는 혁명순직자의 공동묘지를 방문했다. 함께한 회의의 멤버들도 거기에서 정부가 그 순직용사들을 정중하게 묻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새 비석 앞에서는, 상복을 입고 있는 가족이 몇 시간이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아마도 그 가족은 순직한 가족의 일원과 기억을 주고받고 있던 것일 터이다. 정부는 그 장소를 보장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90년대를 뒤돌아보자. 총괄의 대상 시기로부터 멀어지지만, 사람들은 이 20세기 최후의 10년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는가. 첫 번째로 상기되는 것이 사회주의세계 체제의 붕괴이고, 그 붕괴를 촉진한 미국을 위시한 제국주의와 국제독점자본에 의한 구 사회주의권을 포함한 전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의 글로벌리제이션의 진행이다. 90년의 이라크에 의한 쿠웨이트 침공, 걸프전쟁은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석유를 둘러싼 다툼(그 배후에 국제석유자본의 이해대립이 있다)이지만, 제국주의의 개입은 중동지역의 정치지도를 크게 바꾸었다.

두번째로 떠올리는 것이, 세계 각지에서 끝도 없이 발생된 살육을 수반한 ‘민족’분쟁일 것이다. 조금 길어지지만, 중동연구자 우스키 아키라(臼杵陽)의 개괄을 빌려보자.

“쏘련이 붕괴하고 미쏘 냉전이 종언한 뒤부터, 세계 각지에서 종교ㆍ종파분쟁이 빈발하고, 마치 제1차 세계대전 전의 상황(발칸 문제―인용자주)가 재현된 듯한 상황이 되었다. 유고슬라비아 해체로 시작해서 보스니아ㆍ헤르체고비나, 그리고 코소보 등 발칸 지역의 분쟁, 또한 체첸 분쟁, 중앙아시아의 페르가나 분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구 쏘련의 주변부, 또한 인도ㆍ파키스탄의 카시미르 분쟁, 필리핀 남부에서 무슬림 해방을 목표로 한 모로해방전선의 문제, 인도네시아의 아체분쟁 등, 분쟁지역은 구 동구로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에 걸쳐 각지로 퍼지고 있다.”(��세계화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世界化するパレスチナ/イスラエル紛争)��, 2004년, 이와나미쇼텐, 20쪽)

더군다나 이 시기 알제리에서도 이슬람주의에 의한 반정부운동이 수만 명의 유혈사건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무튼 이러한 일련의 분쟁의 규모는 주저없이 하나의 대전에 상당하는 것이었다. 우스키는 ‘무슬림에 의한 이의제기가 계기’로 이 분쟁이 일어났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선행하는 80년대까지의 미쏘대립과 그것이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인가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 분쟁을 조장했던 것은 마찬가지로 글로벌리제이션의 추진자(제국주의)와 지역반동세력이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 반혁명 측의 정보글로벌리제이션을 돌아보면 명확하다.

그런데 분쟁의 주체가 된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아프간 반혁명파 무자헤딘, 또는 국제용병이었던 것은 아닌가하고 나는 생각한다. 나지불라 정권 붕괴 후, 그들은 거기에 남아서 ‘내전’에서 싸우는 사람과, 각각의 출신국에 돌아간 ‘아프간 귀환병’ 또는 ‘아랍ㆍ아프간 전사’ ‘아프가니’로 나뉘었다. 후자의 국제용병의 출신국을 살펴가면, 그 출신국과 분쟁지역이 겹친다(출신국은 30개 남짓이었다). 그들은 고도의 테러와 공작(조직)능력을 학습하고 있다. 게다가 일정한 이데올로기적 경향을 가진다. 역시나 그들은 이슬람교의 교전(敎典)을 외우고 있지만, 그것을 모든 것에 관철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실은, 자살ㆍ타살을 포함한 희생ㆍ파괴ㆍ섬멸의 언어로 채색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그들은 제국주의와 이슬람주의에서 합금화된 괴물이었던 것은 아닐까. 제국주의와 이슬람주의에 공통된 점은 반쏘ㆍ반사회주의이다. 반쏘ㆍ반사회주의가 양자를 합금화했다.

90년대 글로벌리제이션과 민족분쟁과 더불어 상기된 것이. 미국 내외의 제 시설에 대해 잇따라 발생한 거대한 반미파괴활동이다. 이것도 괴물의 소행이다. 90년대―살육과 파괴와 동란의 시대는 80년대의 부정적 부분을 이어받고 있다.

이들 일련의 반미군사활동 흐름의 궁극적 케이스라고도 말할 수 있는 9․11사건을 예로 들어 검토해보자. 9․11사건의 실행범의 이름을 내가 알 수는 없다. 가령 그 인물은

● 실제로 미국에 거주하든가, 혹은 미국의 생활과 미국인의 습관이나 방언 등을 숙지하고 있는 점

● 극히 높은 기술 및 일사불란한 공동작전에 의해 건조물이나 기물의 파괴, 사람과 가축의 살상 등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학습하고 있는 점

● 계획을 순조롭게 실행할 즈음하여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는 작법을 몸에 익히고 있는 점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것은, 우선 CIA의 훈련을 마스터한 사람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또한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CIA의 복무규정에 준거하고 있다. 왜냐하면 CIA의 공작과 정보활동은 일체 은닉되고, 만일 누설하면 ‘국가안전보장법’에 의해 중죄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9․11사건에 이슬람주의자가 실행범으로서 가담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인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무하마드를 위해서 순교사할 때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코란��에는 “We belong to God and we return to him”이라고 하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지하드로 나서서 참가한 자는 결과의 여하와 상관없이 축복받는 자라고 믿는 것이다.

만일 CIA의 기관이나 그 직원이 어떤 사람에게 9․11의 궐기를 이룩하게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CIA 최대의 비극적인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CIA가 가령 궐기를 촉구하지 않아도, CIA로부터 전수된 기술을 구사하는 자가 현대사회에 이의제기의 모티프를 품고 있다면, 9․11 모의는 결코 불가능한 사업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9․11사건은 CIA가 추구해 마지않았던, 용솟음칠 듯한 살육ㆍ파괴의 이념이 그 고도의 기술에 배신당해, 가장 훌륭하게, 가장 완벽한 형태로 구체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인민의 다수는 미국 대통령부가 전쟁이나 분쟁에 사실상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전쟁을 실감할 수 없는 시스템 안에 있다. 그것은 CIA가 끼어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가령 미국문화정보국은 ABC, CBS 및 NBC 등의 민간 대형방송기관과 연결해서 외교정책을 훌륭할 정도로 널리 전개하고 있다. 그것들의 음성과 스크린에서는 CIA의 비밀은 보이기 힘들다. 더구나 무자헤딘이 찾아갈 운명 등은 미국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미국인민의 명예를 위해서도, 또한 사실로서도, 어떻게 해서라도 말해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미국인민이 CIA를 비롯한 미국 정권의 외국과의 비밀전쟁이나 분쟁의 수단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다든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본서에 때때로 등장하는 필립 보노스키나 뉴욕시립대학의 존 서머윌 등은 일찍이 CIA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그때마다 경계를 호소하고 있다. 서머윌은 1980년 8월 11일자 ��뉴욕 타임스��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은 쏘비에트연방이 조약에 근거하여 개입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들(미국인민)을 세뇌해서 핵병기에 의한 몰살의 갈림길까지 폭주시키기 위해 이 개입이 일부러 과장되고 왜곡되어 전달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 세뇌와 폭주를 거부하는 것은 쏘비에트의 정책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외교정책이 펜타곤에 지시받는 CIA에 의해 실행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진실에 충실하기 위한 미국의 양심의 소리를 듣는 느낌이 든다.

CIA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므로, 혹 CIA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미칠 터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CIA장관을 파면한다는 상투적인 수단을 사용해 자신의 책임을 벗어난다.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CIA��, 브라이언 프리맨틀 저, 신조 데쓰오 옮김, 신초샤, 1984년) CIA의 전면적 관여의 근저에 있던 무자헤딘의 책임과 명운은 아직도 명확해지지 않고 있다.

※아프간 무자헤딘과 반미테러리스트와의 계보ㆍ관련에 대해서 마흐무드 마무다니는 그의 저서 ��아메리칸 지하드―연쇄하는 테러의 루트��(앞에서 언급)에서 검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3장 아프가니스탄’에서, 아프간 지하드(반쏘)가 아메리칸 지하드(반미)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CIA가 초래한 진정한 데미지는 무기와 금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폭력을 낳아 널리 퍼뜨린 방법에 대해서의 정보를 민간인에 보급한 것이었다.’(159쪽) 또한 마무다니는 아메리칸 지하드는 ‘악이라고 마침내 알게 된 제국(미합중국)에 대한 돌격대였다’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 지하드는 레이건의 악의 제국(쏘련)에 대한 십자군으로부터 태어난 진정한 이데올로기적 괴물 같은 아이인 것이다. <노사과연>

사사키 타츠오

번역 : 리떼(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