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배경 설명

20세기 마지막 10년은, 사태의 격앙된 전개와 격렬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쏘련에서의 사회주의의 해체, 쏘련의 붕괴, 동유럽에서 공산주의자가 이끌던 정권들의 붕괴, 이들 나라들에서 자본주의가 복구되는 일련의 과정 ― 이 모든 것들로 인해, 사회주의의 세계적 영향력은 크게 역전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공산당들은 맑스-레닌주의 기본 신조에 대한 심각한 자기반성에 들어갔다. 그들은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몰려 무기력해졌고, 많은 공산당들은 맑스-레닌주의라는 혁명의 정수를 버리고, 사민주의를 받아들였다. 이렇게 국제 공산주의 운동이 혼란 속으로 내던져지고 있던 시기에, 이 창조적 과학(역자: 맑스-레닌주의)을 끊임없이 풍부하게 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발전과 더불어 나타난 결점과 실패들은, 맑스-레닌주의의 과학적 방법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거나 혹은 그것에 과학적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믿는 몇몇의 공산당과 노동당들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이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사람들의 과학적 엄밀함이 불충분했고, 부족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국제 공산주의 운동을 재조직하고, 맑스-레닌주의의 기본 신조를 인정하는 모든 공산당과 노동당을 불러 모으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1993년 인도공산당(맑스주의자)는 이러한 시도의 하나로, “현 세계정세와 맑스주의의 유효성(Contemporary World Situation and the validity of Marxism)”이라는 국제 쎄미나를 조직했다. 30개 당이 쎄미나에 초청되었다. 인도공산당(맑스주의자)와 인도공산당을 비롯한 21개 당이 쎄미나에 참가했다. 4개 당은 자신들의 대표를 보내지는 못했으나, 서면으로 기고문을 보내왔다. 5개 당은 각자 나라의 중요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다는 서신을 보내왔다. 쎄미나는 준비된 목표들을 달성함에 따라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이러한 성공으로 여러 참가자들은 사회주의를 방어하는 투쟁에, 사회주의라는 목표를 향한 싸움을 계속하기 위한 투쟁에,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다.

5년 후인 1998년, 그리스 공산당은 현재 중요한 국제적 사태들에 대한 의견들을 교환하고 경험들을 공유하기 위해, 공산당‧노동당 국제대회를 조직하는 과업에 착수했다. 그 해로부터 일곱 차례의 대회는, 그리스 공산당의 주최로 그리스에서 진행되었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당의 수는, 맑스주의의 타당성과 유효성을 반영하며 꾸준히 늘어갔다.

대회를 보다 원활하게 조직하기 위해, 국제 공산당‧노동당의 실무그룹이 구성되었다. 이 그룹은 대회에 참석하려는 당들과는 별개로, 대회의 주제와 장소 및 날짜를 정했다.

이러한 대회를 조직해보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세계 여러 지역들에서 이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요청들이 있었다. 이에 따라, 8회 대회는 뽀르뚜갈의 리스본에서, 9회 대회는 벨라루시의 민스끄와 10월 대혁명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러시아의 모스끄바에서, 10회 대회¹⁾는 브라질의 쌍파울로에서 열렸다. 그리고 올해 2월 열린 실무그룹 회의에서, 11회 대회를 인도 공산당(맑스주의자)와 인도 공산당의 공동 주최로, 인도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12회 대회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²⁾ 그러면, 이 대회는 세계의 모든 대륙에서 개최되게 되는 것이 된다.

제11회 공산당‧노동자당 국제대회 주최자

인도 공산당(맑스주의)‧인도공산당

Ⅱ. 델리 선언

제11회 공산당‧노동당 국제대회가 2009년 11월 20~22일에 걸쳐, 뉴델리에서 개최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세계적 자본주의 공황, 노동자‧민중의 투쟁, 공산주의‧노동자계급 운동의 대안과 역할”에 대해 토론하였다:

• (우리는) 현재의 세계적 공황은 자본주의의 역사적 한계와 그것의 혁명적 전복이 요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로부터 발생한 위기임을 재확인한다. 그것은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자본주의적 사적 전유 사이의, 자본주의의 주요 모순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의 정치적 대리인들은 위기의 밑바탕에 놓여있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이같이 해결 불가능한 모순을 감추려 애쓰고 있다. 또한 이 위기는 제국주의 세력 사이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그들은 IMF, 세계은행, WTO 등의 국제기구들과 협력하여 자신들의 ‘해법들’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해결책이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 착취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는 전 세계에 걸쳐, 군사적‧정치적 ‘해법들’을 침략적인 방식으로 추구하고 있다. NATO는 새로운 침략 전략을 진행 중이다. 정치 체제는 민주주의와 시민적 자유, 노동조합의 권리 등을 박탈해가면서 더욱 반동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이번 위기는 자본주의하에서의 구조적인 부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관행화되고 있다.

• (우리는) 아마도 1929년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하고, 전면적인 이번 공황이 건드리지 않은 분야가 없음을 재확인한다. 수십만 개의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농업과 농촌 경제가 고통 받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농민‧농업노동자들의 가난과 고통은 심화되고 있다. 수많은 인민들이 실업상태에 놓여있고, 길바닥에 나앉고 있다. 실업은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도 5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은 전 세계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 전 인류의 1/6인, 10억 이상의 인민들이 굶주리고 있다. 청년, 여성, 이주민들이 가장 먼저 희생되고 있다.

이번 공황을 극복하려는 각각의 자본가 정부는, 저들의 계급적 본성대로 근본적인 문제는 다루지 못한 채, 공황에 대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라는 것을 비난해 온, 신자유주의의 숭배자들과 자본주의의 사민주의 관리자들은 이번에는 하나같이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국가를 이용하고 있다. 이와같이 자본가 국가는 언제나 잉여가치를 착취하기 위한 수단들을 보호하고 확장한다는 기본적인 진리가 여기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제 정책과 긴급 금융들을 위한 비용들은 공공의 비용으로 지불되는 반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전혀 없다. 긴급 금융 정책들이 공표되면, 저들은 가장 먼저 구제에 착수하고 그 다음으로 이윤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들을 더욱 확장한다. 은행과 금융 기업들이 지금 다시 무대로 돌아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구제 금융 정책이라는 선물이 있는 반면, 증가하는 실업률과 실질 임금의 저하는 근로 인민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

• (우리는) 이번 공황이 효과적인 규제 메커니즘이 없었거나 혹은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탐욕에 기초한 탈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윤의 극대화로, 지난 수십 년간의 ‘세계화’ 기간 동안 국내의 또한 국가 간의 경제적 불평등은 급격히 확대되었다. 그런데 이윤의 극대화는 자본주의의 존재이유이다. 세계 인구의 절대 다수가 구매력이 감소하는 것은, 이것의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현재의 공황은, 자본주의 자체로부터 발생한 위기이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본질적으로 공황에 얽매여 있다는 맑스주의적 분석이 올바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은 국경을 넘어 돌아다니며, 무엇이든지 다 짓밟는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계급과 기타 근로 인민층에 대한 착취는 더욱 강화되고, 그들은 더한 고통을 강요당한다. 사실 자본주의에서는 산업예비군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야만으로부터의 해방은, 오직 진정한 대안인 사회주의를 건설함으로써만 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또한 반제‧반독점 투쟁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유일한 대안을 위한 우리의 싸움은,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투쟁이다. 유일한 대안을 위한 우리의 싸움은,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지 않으며, 민족이 민족을 착취하지 않는 체제를 위한 투쟁이다. 이것은 다른 세상을 위한 투쟁이며, 그 세상은 바로 사회주의 세상이다.

• 주요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근로 인민들에게 더 많은 짐을 지움으로써, 또한 보통 개발도상국이라고 불리는 자본주의 발전 단계의 중․하위 국가들의 시장을 침투․지배함으로써, 공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첫째로, 저들은 WTO 도하 무역협상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 하고 있는데, 이 협상은 특히, 농업 기준(Agricultural Standards) 및 비농업시장접근(NAMA: Non Agricultural Market Access)에 관련해 해당 국가의 인민들을 희생시키는 경제적 불평등 협정들을 반영하고 있다.

다음으로, 애당초 환경 파괴의 원인인 자본주의는 자신들이 야기시켜 온 기후 변화 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데 필요한 부담 전체를 노동자계급과 근로 인민들에게 지우려 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기후 변화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구조조정 계획들은, (사실) 환경 보호와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녹색 성장’, ‘녹색 경제’로부터 영감을 얻은 기업들은, 이윤의 극대화를 지원하는 새로운 국가 독점 규제들을 강제하고, 인민들에게 새로운 압제를 부과하는 데 이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하에서의 이윤 극대화는 환경보호 및 인민의 권리들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 (우리는) 노동자 계급과 민중이 이 자본주의 공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본의 지배에 맞선 투쟁들을 강화하는 것 뿐임을 특별히 강조한다. 노동자계급의 경험이 그들의 힘을 결집시키고, 이러한 공격들에 대항할 때, 노동자계급의 권리는 지켜질 수 있다. 농성파업, 공장점거와 같은 노동자계급의 전투적 행동들은,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노동자들의 요구사항들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최근 라틴 아메리카에서 벌어진, 대중시위와 노동자계급의 행동들은 어떻게 할 때 권리가 지켜지고, 투쟁을 통해 승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공황의 시기에, 노동자계급의 불만이 다시 한번 끓어오르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들에서 거대한 노동자계급의 행동들이 목격되었거나, 목격되고 있다. 그들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행동들은, 즉각적인 개량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처지에 대한 장기적 해결책을 위해서도, 절대 다수의 억압받는 인민들을 결집함으로써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제국주의는 쏘련의 붕괴와 이번 공황 전의 호황으로 자신감의 날개를 달고, 노동자계급과 인민의 권리에 대한 전대미문의 공격을 감행해 왔다. 이것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의 그리고 유럽연합․유럽안보협력기구․유럽의회 등 국가 간 포럼에서의 광적인 반공선전과 함께 했다. 하지만 저들이 아무리 애를 써 본들, 현대 문명에 뚜렷하게 새겨진 사회주의의 업적과 기여를 지울 수는 없다. 이처럼 집요한 공격들로 지금까지 우리 투쟁들은 대개 이전에 쟁취한 권리들을 지켜내는 수세적인 투쟁이었다. 지금의 위기로 우리는 (이제), 권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새로운 권리를 쟁취할 공세를 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줌의 권리를 얻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전체를 파괴시키기 위한 자본의 지배에 대한 맹공격, 정치적 대안 사회주의를 위한 공격을 개시할 때이다.

• 이러한 상황 하에서, 공산당과 노동당은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위한 투쟁에, 의료․교육․사회복지의 공공․무상을 위한 투쟁에, 성 차별과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에, 청년․여성․이주노동자․이민자․소수민족을 포함한 근로 인민의 모든 계급․계층․부문의 권리를 보호하는 투쟁에, 가능한 한 광범위한 계급․계층․부문의 민중 세력들을 규합하고 결집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복무할 것을 결의한다.

• 각자의 나라들에서 이러한 과업의 책임을 맡도록, 그리고 인민의 권리를 위한 또한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광범위한 투쟁을 개시하도록 공산당과 노동당에 요구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본질적으로 공황에 얽매여 있지만, 저절로 무너지지는 않는다. 공산주의자들이 이끄는 반격이 없다면, 반동 세력의 부상이라는 위험을 낳는다. 지배 계급은 저들의 현 상태를 지키기 위해, 공산당과 노동당의 성장을 막기 위한 총공격을 개시했다. 사민주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규제’, ‘글로벌 가버넌스’ 따위의 슬로건을 떠벌리며, 계속해서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환상을 퍼뜨리고 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계급투쟁을 부정하고 반민중적인 정책들을 지지함으로써, 자본의 전략에 복무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의 개량일지라도 자본주의하의 착취는 폐절하지 못한다. 자본주의는 전복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중 투쟁을 지도할 노동자계급이, 이념적․정치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 제국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같은 온갖 종류의 잡설들이 만연해 있다. 그러한 잡설들에 맞선 우리의 대답은 이것이다. ‘사회주의가 대안이다(socialism is the alternative).’

(세계 인구의 절대 다수인) 노동자계급과 사회의 모든 억압받는 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며 세계 도처에서 모인 우리들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공산당의 역할을 강조하며, 인민들에게 우리와 함께 더욱 힘차게 투쟁할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인류 미래를 위한 진정 유일한 대안은 사회주의 뿐이며, 미래는 우리들의 것이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2009년 11일 22일,

인도 뉴델리에서,

제11회 공산당‧노동당 국제대회 참가자 일동

제11회 공산당‧노동당 국제대회 델리 선언^*3)

번역: 김해인(편집출판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