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총파업과 투쟁을 통한 산별의 실체

공공연맹은 지난 2월 대의원대회를 필두로 중앙위원회를 연이어 열며 이른바 4대 의제(▲지배구조 민주화, ▲공공 비정규철폐 및 인력충원, ▲노동악법철폐 및 민주적 노사관계쟁취 ▲업종별 사회공공 요구쟁취)를 걸고 “7월 총파업투쟁”과 “투쟁을 통한 산별전환”을 결의했다.

그러나 막상 7월이 되어선, 6개 노조만이, 그것도 500명 이상 노조는 사회보험노조와 연금노조 2곳만이 부분파업을 했다. 그것도 우리노조 파업에서 알 수 있듯, 2번의 집회동원을 제외하면, 몇십 명 단위로 돌아가면서 파업을 한 극히 미미한 파업이었다. 이것이 12만 연맹에서 거창하게 공언하고,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를 통해 두번 세번 결의했던 7월 총파업투쟁의 실체였으며, 다음달 건설하겠다는 공공산별의 실체이기도 하다.

이 7월 투쟁이 끝나자, 연맹상층은 즉각 산별노조설립을 급히 추진, 8월 한 달간 산별기획단을 가동, 9월 대대에 곧바로 산별노조 설립안을 상정 의결시켰다.

산별 실무준비기간 1개월, 자료 19쪽

그러나 이 역시, 연맹 중대규모 노조 중 산별전환투표 일정을 확정한 노조는 사보(10월)와 철도(11월) 2곳뿐인데, 그나마 철도노조는 공공산별이 아닌 운수산별 전환을 결의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맹 산별논의는 지난 1년여간 진행해왔다고 하나, 실상 현장 현안요구들과 무관한 상층거대담론 위주였고, 막상 산별노조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 7월투쟁 이후부터는 12만을 한 노조로 묶겠다는 산별건설안이 불과 1개월여 만에 마련된 것이다.

산별부터 만들고, 규약은 나중에...(?)

공공연맹을 해산하고 산별노조설립을 결정하는 대의원대회에는, 각 규정들은 고사하고, 규약안과 강령안조차 없었다. 다만 이러이러하게 해보겠다는 단19쪽 분량의 개략적 일정과 방침만이 던져졌다. 구체적 부분에 대한 대의원들의 질문에는 그저 “추후 만들 것입니다”라는 답변이었다.

12만 명의 초대규모 노조를 만들겠다면, 적어도 강령과 규약은 물론, 각종 규정이며, 재정계획, 당면사업과 투쟁계획, 각 부문별 요구들 같은, 최소한의 조건들이라도 먼저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규약도 안 만들고 노조설립을 결의하는 수가 있는가.

사려는 집의 방은 몇 개인가

“집을 사는데, 방이 몇 개며 창문이 어디로 났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는 질책에는,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반대를 하시면 된다”는, ‘늘 지지해주는 대의원들’의 표결엔 자신 있는 듯한 의장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렇게 공동투쟁의 경험 한번 제대로 축적해내고 투쟁의 동질성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인위적으로 졸속안을 만들어 교섭권과 쟁의권 집중부터 해보자는 노조통합이 가당한가. 이미 산별추진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거니와, 설사 어찌어찌 깃발을 세웠다해도, 대체 그 노조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의원 선출방식, 지부 이하 지회, 분회 등 설치형태, 조합비 납부기준 통일방법, 해고자들 및 전임자배정 문제, 소환제의 범위 내용, ‘현장파업 불승인 경우’란 어떤 경우인지, .... 등 수십여 질문들 중 어느 한 가지 질문에도 “추후 마련해가겠다”는 답변 이외 확고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리노조 역시 19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쓰고 있으나 산별 이후엔 노조비 인하와 산별 몫을 제외 5억이 안되는 예산으로 바뀌는데 거의 1/4의 예산으로 어떻게 투쟁해나갈지 고민한 흔적을 보지 못했다.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이기기 위해 단결 연대한다. 그러나 그 단결과 연대는 결코 책상에 도식을 그리거나, 어느 개인의 연구의 결과 그저 노동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 묶어준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과정에서 형성되는 동질감과 연대 의식 속에서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는 화합적 통합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최소한의 연대투쟁 경험 한번 없이, 각자의 요구와 의식과 실천과정의 차이는 무엇인지, 노조원들 간 이해가 전무하다시피 한 노조들을 도식적으로 묶어 무조건 큰 조직을 만들고, 중간과정도 없이 성급히 교섭권과 쟁의권만 중앙으로 몰아준다는 것은, 그 노조원 수가 아무리 많은들 투쟁력의 상승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며, 현장투쟁과 거리가 먼 상층들은 필연적으로 관료화될 수밖에 없다.

산별추진의 동력은 "계몽"일 수 없다

산별을 추진하는 각 노조 상층간부들은 공동투쟁으로 산별의 기초를 형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교육과 ‘계몽’으로 산별을 세우려고 한다.

그 교육내용 역시, “지금 이런저런 문제들 모두 기업별노조 때문이며, 산별만이 이에 대한 대안이다” “큰 정부와 자본과 맞서려면 우리도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하고 앙상한 “산별만능주의”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물론 한 기업의 파업보다, 산업의 파업이 더 힘을 가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조원의 권익에 민감히 투쟁이 배치되지 못한다면, 산별은 ‘다리 건너 불’에 불과할 것이다. 노조 근원의 힘인 현장성을 파괴하고 교섭쟁의권만을 중앙으로 몰아 대조직 관료권한만을 극대화한다면 이는 반노조적이며, 한 단사 만큼도 파급력 없는 산별을 만들뿐이다. 중앙집중 교섭권만을 가지고 투쟁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구걸과 거래 이외에 나올 해답은 없다.

산별은 조직형식이지 대안이 아니다

산별만능주의자들은 흔히 서구산별을 부러워한다. 크고 높은 건물, 조합원 수, 대우받는 노조간부들...그러나 그것은 노조관료들에겐 부러움일지 모르나, 그 노조로부터도 소외되는 노동자들에겐 절대로 선망일 수 없다. 동구사회주의라는 경쟁상대를 떨쳐버린 세계자본이 전면화시킨 신자유주의하, 서구산별과 사민주의정당은 노동자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권력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산별은 노동자 단결의 한 방식이지 그 자체가 대안일 수는 없다. 대단위 단결, 그것은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는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떨어지고 있는 현안에 제대로 투쟁하면서 그 투쟁을 엮어내는 것이다. 투쟁 없이 조직만 키우려는 것은 “염불 아닌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것”일 뿐이다.

2006년 11월 02일

12만 대규모노조 설립이 이렇게 졸속적일 수는 없다*¹⁾

현장투쟁력 강화 방안 없이 교섭권과 쟁의권만 집중해놓는 것은 필연적으로 관료적 거래를 수반한다

사회보험노조 현장회 ― 산별반대입장

* 출처 :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cool&id=26820&pag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