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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현장 >
제목 신뢰로 거듭나는 노동조합이 희망
글쓴이 연정|르뽀 작가, 자료회원 E-mail send mail 번호 234
날짜 2013-10-14 조회수 2110 추천수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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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구미지부 선거, 기호 1번 박성호 지부장 후보*





[* 편집자주: 이글은 인터넷 진보언론 ≪참세상≫에도 실려 있다.]





지난 9월 24∼26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8기 지부 임원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단독 후보조이거나 후보자가 없는 타 지부와 달리 구미지부에서는 두 후보조가 출마하여 열띤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구미지부에는 대우라이프지회와 한국오웬스코닝지회, 코스파지회 등 총 5개 지회가 있습니다. 구미지부는 KEC지회와 스타케미칼지회 등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노조탄압과 구조조정 사업장이 속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구미지부 선거에는 기호1번 박성호(지부장, 스타케미칼지회)-이성언(수석부지부장, KEC지회)-박준호(사무국장, 스타케미칼지회), 기호2번 김준일(지부장, KEC지회, 옥중출마)-장병국(수석부지부장, 스타케미칼지회)-박재관(사무국장, 스타케미칼지회) 후보가 출마하여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박성호 씨는 ‘연대투쟁의 모범’이었던 한국합섬(현 스타케미칼) 노조에서 2003~4년 사무국장, 2006~7년 부위원장, 2008년에는 지회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올해 초에 노동조합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희망퇴직’을 거부하다 해고되었으며, ‘스타케미칼지회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거운동의 기회가 양 후보에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부 선관위의 편파적인 선거업무와 사무처의 선거개입, 지회의 선거운동 방해로 인해 기호 1번 박성호 후보 조는 지부 조합원들을 만나는 기회조차 제약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번 금속노조 구미지부 선거에 ‘강철도 녹슬면 고철! 구미지부 리모델링!’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마했던 박성호 후보 조는 결국 당선되지 못하였습니다. 현재 박성호 후보 조는 금속노조 본조에 선거운동 과정, 투표·개표 과정에서 발생한 선거관리지침 위반 등과 관련하여 ‘금속노조 구미지부 제8기 임원선거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추석 연휴를 3교대 근무로 쉬지 못하는 한국오웬스코닝 정문 앞에서 하루 4∼5회씩 조합원들에게 홍보물을 배포하고 인사하며 보내던 금속노조 구미지부 기호 1번 지부장 후보 박성호 씨 인터뷰 내용을 나누고자 합니다.





강철도 녹슬면 고철! 구미지부 리모델링!







●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강철도 녹슬면 고철! 구미지부 리모델링!’이라는 이번 선거의 슬로건이 그 답변이다. 금속노조 구미지부를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출마를 결심하게 했다.

현재 구미지부는 지부 차원의 일상 활동이 거의 없는 상태이고, 금속노조 본조의 투쟁지침은 각 지회의 상황과 상태에 따라 집행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지부 독자적인 교육과 선전․조직사업은 전무하며, 지회에 대한 지도력도 없다. 지부 집단교섭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지부 소속 사업장에 구조조정과 노조파괴·교대제 변경·아웃소싱 등이 진행되어도 거의 대응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자본의 이해가 관철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내가 속한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지회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산별노조로 단결했다고 하지만, 실제 공동요구와 공동투쟁의 정신이 없는 것도 보았다. 무늬는 산별로 바뀌었지만, 투쟁하는 KEC지회에 대한 지부 차원의 연대투쟁이 조직되지 못했다. 구미지부는 지도력을 발휘하지도, 발휘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런 풍토에서 알음알음 인적 관계로 연결된 세력들이 노조의 패권을 장악하고 민주노조 정신을 훼손해 왔다. 조합원 무서운 줄 모르는 노조는 민주노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현장과 사람이 중심이라고 생각한다면 조합원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출마로 이어지게 되었다.







복수노조 폐해를 실천적으로 극복하는 길







● ‘구미지부 리모델링’이라는 슬로건의 의미와 주요 공약을 소개해 달라.





앞에서 구미 지역의 상황을 설명했는데, 민주노조를 떠나 노동조합 조직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 거짓과 왜곡이 난무하고, 자본의 이익이 여과 없이 노조 지도부를 통해 관철되고 있다. ‘리모델링’이라는 말에는 계승과 극복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솔직히 구미지부의 현실을 진단하면 타파하고 극복해야할 게 대부분이다. 현장에서 다시 조합원의 의지를 세우고 지부를 변화시키겠다는 의미에서 ‘리모델링’이라는 표현을 쓴 거다.

기호 1번이 가장 자부심을 갖고 신뢰하는 것은 수년간 자본에 맞선 KEC지회 투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투쟁 노하우와 96년 이후 힘겨운 조건에서도 지역 민주노조운동을 책임져 왔던 조합원 동지들의 민주노조에 대한 의지다. KEC지회 투쟁에서 이루어졌던 법적 대응과 상황판단, 조직분석에 기초한 전술개발, 경영분석에 기초한 대안 제시는 전문가들과의 공조․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것을 지부 차원의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부 정책자문단을 구성해서 지회별 조직 분석과 컨설팅을 하고, 지회별 맞춤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 임원들의 지회 할당 책임제 도입 등 지회 조직력 강화를 위해 지부 집행 체계를 정비할 것이다.

또 하나의 주요 공약은 복수노조 시대 공세적인 조직사업이다. 법제도 개선투쟁뿐만 아니라 공단 노동자를 조직하는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구미공단에는 삼성과 LG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있다. 이 사업장들을 조직하는 것은 복수노조의 폐해를 실천적으로 극복하는 길이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조직기획단을 구성해 전방위적인 사업을 펼칠 것이다.











[출처: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사보다 먼저 해고한 노동조합?





● 이번 금속노조 구미지부 선거에서 스타케미칼 문제가 거론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합섬노동조합 5년 투쟁 끝에 2010년 스타플렉스 자본이 한국합섬 공장을 인수하면서 가동하게 된 스타케미칼이 올해 1월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일방적인 폐업을 선언했다. 사 측의 공장 가동 중단 선언 다음날, 일부 조합원들이, 당시 집행부였던 차광호 지회장 집행부가 2012년 금속노조의 파업 지침에 따라 전개된 파업으로 인해 공장이 망했다며, 조합원들에게 불신임 서명을 받았다. 차광호 지회장이 사임한 후에 새로 지회장이 된 유승재 지회장은 전체 조합원에게 “폐업은 기정사실이니 회사가 퇴직 위로금을 챙겨준다고 할 때 모두 사표를 쓰는 것이 실리다. 사표를 쓰더라도 고용승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사표 제출을 강요하여 조합원 168명 중에 139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28명은 현재 스타케미칼지회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이하 ‘해복투’)에서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이고, 나머지 1명은 유승재 지회장이다.

2월 17일 스타케미칼 사 측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29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미 그 전에 유승재 집행부가 회사와 청산합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비공개로 작성한 고용승계 대상자 명단에 그 28명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회사보다 먼저 해고를 한 노동조합을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나?

2013년 2월 8일 스타케미칼 지회는 대의원 대회를 개최하여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나를 포함한 6명에 대해 징계 제명을 결의하고, 이를 구미지부 운영위에 제출했다. 2013년 3월 4일 구미지부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6명의 징계 대상자를 반조직적 행위 등을 이유로 전원 제명 결의했다. 하지만 6월 19일 금속노조 징계위원회 재심에서 이 6명에게 (징계 사유라 볼 수 없으므로) 징계를 하지 않으며, 징계 대상자와 해고자들의 해고투쟁에 대해 현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엄호 지지할 것을 적극 권유하는 결론이 나왔다. 금속노조 징계위는 “현재 스타케미칼지회 집행부가 너무도 쉽사리 희망퇴직(권고사직)에 합의한 것은 그동안 투쟁을 통해 전통을 만들어왔던 금속노조의 정신을 일보후퇴시킨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구미지부는 이 사실을 공지할 책임을 회피하고, 구미지부가 수개월간 이들 6명을 반조직행위자라 낙인찍어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았다. 또, 구미지부의 행태를 비판한 지역의 활동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지부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합원 서명을 받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또한, 스타케미칼 현 집행부 간부들이 해복투 성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의 집기를 파손하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한편, 사표를 낸 스타케미칼지회 간부 11명은 회사로부터 매월 16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지난 8개월간 우리가 보고 겪은 이 일은 금속노조의 현 상태를 확인시키기에 충분했고, 우선 망가진 지역운동을 다시 복원해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 구미지부 선거가 스타케미칼지회 문제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나 양 측의 후보가 모두 스타케미칼지회와 KEC지회 만으로 구성된 것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이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선거가 스타케미칼 문제 당사자들 중심으로 진행된 것은 주객관적인 조건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2010년 타임오프제가 도입되면서 당시 지부 전임이던 사무국장이 현장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에 지부는 전임을 낼 수 있는 지회가 없어 해고된 동지들이 개인적인 결단을 해서 임원을 맡아 왔다. 이것이 객관적인 조건이다.

주관적인 조건은 올해 초에 발생한 금속노조 구미지부의 노골적인 반노조 행위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본조에 문제제기를 해온 당사자가 ‘스타케미칼지회 해복투’와 KEC지회라는 것이다. 구미지부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두 조직이 동시에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이 주관적이자 주체적인 조건이다.

구미지부의 상황은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고, 그 가운데 스타케미칼 문제가 놓여 있다. 대체 전국 어느 지회 간부가 조합원에게 사표를 강요하고 자신들은 청산한다는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겠는가? 그래놓고 지부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건 조합원을 우습게 본다는 거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느낀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회 선출직 임원들이 후보자 회사 출입 막아





● 선거운동 과정과 그 속에서 느낀 어려움은?





9월 6일 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을 했다. 9월 7일 새벽 5시부터 한국오웬스코닝 정문 인사를 시작으로 현장을 돌고 있는데, 조합원들과 직접 대면하는 게 쉽지 않았다. KEC 외에는 사내 출입에 제약을 받고 있다. 지회 선출직 임원들이 앞장서서 출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부로 내려간 각 후보의 포스터와 정책자료집은 어느 곳에 얼마나 배포가 됐는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 한국오웬스코닝에는 9월 20일 현재까지 정책자료집을 현장에서 본 사람이 없다고 한다. KEC에도 우리가 지부 선거관리위원장에게 항의해 받아서 갖다 줬다.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 지부 사무실에서 뜯지도 않은 우리 포스터를 발견하기도 했다.









[선거운동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 구미지부 사무실 폐휴지함에 뜯지도 않고 놓여 있던 기호 1번의 포스터. 출처: 금속노조 구미지부 8기 임원선거 기호1번 박성호 후보 선거대책본부]







9월 6일 후보 등록 마감 후에 선관위와 후보 간 회의에서 각 지회별로 현장순회는 하지 않는 대신 식당 인사 3회를 보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9월 10일 지부 선관위가 회의를 열어 한국오웬스코닝과 대우라이프 사 측이 공문을 보내 식당 인사를 자제해달라고 했다며 후보들에게 협조해달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그날 이후 대우라이프, 한국오웬스코닝지회는 우리 기호 1번에게 사내 출입이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부 선거관리위원회에 거의 매일 문제를 제기했고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계속 발송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어떤 후보도 사내에 들어올 수 없다던 한국오웬스코닝에 기호2번 후보가 지회장과 함께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나오다가 정문에서 출근인사를 하던 우리 기호1번과 마주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다.

선거 초반에 지부 채용 상근자가 기호2번과 한국오웬스코닝, 대우라이프지회를 방문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것은 간접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부 선관위와 중앙선관위에 선거중립의무 위반이므로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지난 주에 그 상근자가 한국오웬스코닝 조합원에게 “기호2번 지지를 부탁합니다”란 문자를 보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미지부 선관위는 각 후보들의 홍보물과 관련해 우리 것은 저쪽 후보에게 보여주고, 저쪽 후보가 내는 것은 한번도 우리한테 사전에 알려준 적이 없다. 최소한 룰은 지켜져야 하는데, 이렇게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선거진행은 말이 안 된다. 합의된 선거운동 방식조차 지켜지지 않는 데다가 지부 선관위의 편파적인 선거업무, 사무처의 선거개입, 지회의 선거방해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치러지는 최악의 선거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중앙선관위에 문제제기를 했다. 중앙선관위는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지부 선관위에 확인하고 시정하라 했다는데, 지부 선관위원장은 중앙선관위로부터 지부 선관위가 알아서 하라고 했단다. 공문으로 확인된 것이 없어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선거규정에 대한 이해와 선거운동의 공정성에 대한 기준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는 금속노조 법률원에 금속노조 구미지부 선거의 불공정성과 선거방해가 선거중단 또는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 상태로라면 금속노조가 조합원 직선제를 실시한 이래 최악의 부정선거로 인한 무효소송이 불가피할 거다.





조합원을 중심으로, 조합원과 함께, 조합원을 주인답게





● 선거운동을 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현장의 반응은 “열심히 한다. 듣던 거와 다르다”로 요약된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출마를 결심할 때 가졌던 절박감이 더 커졌다. 조합원들은 여전히 노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우리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성과 이전에 소통의 문제가 존재한다. 자본은 모든 것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조합원에게 거짓말을 하며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이런 모습이 우리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조의 기본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조합원과 함께, 조합원을 주인답게 만드는 데 있다. 그래서 노조의 조직체계에서 대의원의 역할이 중요한 거다. 정보가 지도부에 집중되어 있고, 이것이 왜곡되면 조합원은 현실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여기에서 자본의 갈라치기가 시작되고 조직력이 훼손된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오래된 간부일수록 관성화된다는 것과 나날이 변화를 모색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다.

스타케미칼 상황에 대해서도 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현 지회 지도부로부터 “차광호 전 지회장이 잘못해서 노노갈등이 일어났다”는 정도로 듣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사실을 알리자 놀라워하며 본인 지회 조합원들은 전혀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소식조차 선거운동이 제한되면서 진실을 알릴 기회가 없는 조합원이 많다. 선거의 당락을 떠나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사실을 사실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고, 이게 노동조합이란 조직에서 벌어진 일이란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노동조합 운동의 위기는 우리 안에 있다.





노동조합만이 희망





● 이번 선거에 임하는 각오는 무엇인가?





단위 사업장의 울타리에서 지역을 바라볼 때와는 다른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직접 지역을 책임지기 위해 나서면서 만나는 조합원들과 지회의 상태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보면 현재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가 그냥 온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무너져 있다. 임단투를 제외하고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은 없다. 자본이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지회는 현상유지만 한다. 그러다 자본이 작심하고 노조를 때리면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을 지키는 게 힘들어진다. 어느 사업장 한군데도 안전한 곳이 없다. 지금 노동조합 운동은 자본이 평화냐 전쟁이냐를 선택하는 판국이다. 우리 처지는 지극히 수세적이다.

나는 그간 자본과의 투쟁에서 쌓은 우리의 경험이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사례를 차곡차곡 쌓아 분석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조합원들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며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집단 토론을 통해 조직이 가야 할 길을 찾는다면 충분히 자신감을 갖고 해볼 만하다.

어렵게 왔다. 23일 자정이면 선거운동이 끝나고 선택의 시간이 온다. 조합원 동지들에게 못 다한 말 한마디만 하고 싶다. 현실의 조직에 절망하기보다 우리가 함께 변화시켜야 할 조직의 미래를 걱정하고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 강철도 녹슬면 고철에 불과하다. 민주노조의 자랑스런 기풍은 한순간 흔들릴 수 있지만, 신뢰로 거듭난다면 노동조합만이 희망이다.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거짓에 휘둘리지 말고, 진정성을 믿고 같이 가자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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