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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현장 >
제목 삼성반도체직업병은 기업살인이다!
글쓴이 정애정|삼성반도체백혈병유족 E-mail send mail 번호 225
날짜 2013-04-03 조회수 2685 추천수 105
파일  1364948123_s.hwp

  













편집자 주


























[편집자 주 : 이 글을 쓴 정애정 동지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같은 공장 노동자였던 남편 황민웅 씨를 백혈병으로 떠나보내고, 2008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2008년 5월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그 후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과 함께 2010년 1월 행정소송을 제기, 1심에서 기각됐고 항소 중이다. 정 동지는 현재 반올림(반도체 노동자들의 인권지킴이 http://cafe.daum.net/samsunglabor), 삼성일반노조와 함께 투쟁 중이며 동지의 사연은 지난 해 김성희 작가의 만화≪먼지 없는 방≫(보리)으로 출간되었다. 각주는 편집자의 것이다]















나는 19살의 나이에 학교장 추천으로,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 5라인1)에 입사를 하였다. 11여 년 동안 계속 5라인에서 근무를 하였고, 그 기간에 지금은 백혈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故황민웅; 2005년 7월 23일 사망함)을 만나 결혼과 함께 1남 1녀의 자녀를 두었다.





난 지금부터 위험천만한 생산라인의 현실과 이기적인 사 측의 면모와 살인적인 노동 강도 등을 지난 기억들을 되돌려 내가 경험한 대로 말하려 한다.





부서 배치를 받아서 업무 배정을 받기까지 약 한 달여간을 거쳐,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반도체 산업을 이해시키는 정도의 교육을 통해, 삼성이라는 두 글자를 머리에 각인시키고서야 라인입실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준비된 얇은 속바지와 런닝 정도의 간단한 속옷만 걸치고 핸드 샤워와 에어 샤워를 한 후 부직포 재질의 마스크와 방진모, 방진복, 방진화, 면장갑과 비닐장갑을 2중으로 착용하고 또 한 번의 에어 샤워와 핸드 샤워를 거쳐 라인에 입실했다.





방진복은 기능성 있는 보호의복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떨어지는 분진물을 차단함으로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만 가지고 있을 뿐, 통풍도 안 되고 땀 흡수와 방수도 안 되는 작업복이었다. 마스크는 침만 튀어도 다 젖어버리는 얇은 재질의 1회용품이었고, 그것마저 약품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플 때가 많았다. 방진복, 방진모, 방진화와 마스크, 면장갑에 비닐장갑까지 꽁꽁 싸맸으니 땀이 차서 손과 발에는 습진과 무좀으로 동료들이 고통스러워했고, 약품 처리된 마스크 때문에 얼굴에는 피부질환으로 병원에 다니는 동료들이 늘어 갔다.





라인에 들어가면 코를 찌르는 화학약품 냄새가 진동을 했고, 각종 기계들의 엔진소리와 알람 소리에 귀가 멍해지고 시끄러웠다. 이로 인해서인지는 몰라도 라인에서 나오면 소리를 잘 못 듣거나 난청소견을 받은 동료들도 있었다. 또한 대기 상태와는 다른 압력 때문에 피로가 빨리 왔고, 몸이 붓거나 코피가 나거나 하혈을 하는 동료도 보았으며, 순환구조로 되어 있는 공조 시스템은 환기가 되지 않아 공기가 매우 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살인적인 물량으로 잠깐 쉴 틈도 없었음에도 혹시라도 앉아서 쉴까봐 의자를 다 없애 버리고 일 안 하고 딴 짓을 하나 안 하나 감독자에 의해 감시를 당한 적도 있었다. 물량이 너무 많아 정상적으로 생산물량을 맞추기 힘들어 지면 설비의 정규 PM2)시간을 연장하여 가동하거나 인터락(안전장치)를 해제해서 자동 설비를 수동으로 변경하여 작업하는 것 등은 너무 일반화되어있었다.





내가 일했던 10여 년 동안에도 4조 2교대, 3조 3교대, 4조 3교대 등 근무형태는 회사사정에 따라 변형이 자행되었으며, 시간외 근무와 휴일에 특근하지 않으면 회사에 기여도가 적다고 하여 고과에 반영하거나, 교대조끼리 서로 경쟁하게 해서 많은 물량을 작업한 근무조를 고과에 반영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 강도를 높였다.





낙후된 설비로 인해 잦은 오류(Error)와 정지(Down)로 엔지니어들의 설비 점검률이 많아지면서, 남아 있는 가스에 노출될 확률이 높았으며, 인터락 같은 안전장치도 수동설비나 생산비중이 낮은 설비에는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다.





또한 3, 4라인에는 작업자가 화학물질에 웨이퍼3)를 직접 담가서 공정을 진행하는 수동설비가 있었으며, 이 작업은 웨이퍼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지글지글 끓는 모습과 함께 연기가 일고, 독한 냄새가 나는 것을 작업자가 직접 보고, 맡으면서 피부에 접촉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작업을 하면서도 물질이 튀었을 때 막을 수 있는 간단한 앞치마와 토시, 고글 정도만 착용했지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는 것을 막는 방독면 같은 보호도구는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반도체 노동자들은 실험용 쥐와 같다










엔지니어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이나 협력업체 사원들은 가스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설비를 뜯어 PM 작업을 할 때도 그 간단한 보호구마저 없었으며 지하(배관과 모터, 화학물질 저장 탱크 등이 존재)로 내려가 작업할 때도 외주업체 직원만 엉성한 헬멧 하나 착용했을 뿐 정규 엔지니어들은 방진복 하나로 지하를 오르내리면서 작업을 했었다. 엔지니어들의 방진복이 조그맣게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배관이 가끔 새서 물질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구멍이 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었다.





사 측은 이를 방관한 채 빠른 시간 내에 원활한 라인만 닦달했고, 형식만 갖추기 위해 최소한의 보호구만 착용케 했을 뿐, 호흡기와 피부로 흡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보호구는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라인 정전사고로 대피했었을 때도 화학물질과 독가스에 노출될 위험이 충분히 있음에도, 보호도구 하나 없이 무조건 빨리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만이 대피요령이었고, 혹 유해물질노출이 있을 경우를 대비한 예방대책은 없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복불복으로 가려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사 측은 더더욱 세세히 신경을 써야했음에도 임원들의 기름진 배만 채우느라 노동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얼마 전 산학 협력단 역학조사 결과 벤젠이 검출된 포토 공정4)에서 사용되는 PR은 반도체 회로도를 찍어내는 설비에서 사용하는 물질로서 이 공정을 담당하는 여사원들이 직접 PR을 교체(Change)하는 작업을 했었고, 여사원들이 힘이 약해 PR용기를 깨트리는 작업사고가 많이 발생하자 후에는 협력업체 남사원이 담당하는 하는 것으로 변경된바 있다. 모든 기준은 작업자의 안전이 아니라 생산 손실에 있었다.





백혈병 문제가 사회화되기 전까지는 일정기간 근무 외 시간에 IPA(이소프로필알코올)용액을 와이퍼(질긴 종이 재질)에 묻혀 여사원들에게 청소(CLN5))작업을 하게 했으며, 엔지니어들 또한 설비를 청소(CLN)할 때 수시로 사용했었다. 또한 매월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안전교육은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방사선, 벤젠과 유기용매, 화학물질에 대한 교육이나 노출 시 인체에 어떤 해를 입힐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당연히 있어야 할 내용은 교묘히 피하고, 다른 주제를 다루었으며, 이마저도 실시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거짓 사인을 하게 해서 마치 안전교육을 실시한 것처럼 조작했었다.





MSDS(물질 안전 보건 자료)6)도 배치는 되어 있으나 수검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것이지, 작업자들에게 교육한 바 없으며 MSDS자료집을 수정, 보완하는 등의 수고스러움은 보질 못했다.





이렇게 위험한 작업현장에 임산부를 위해 임부복 형태인 방진복을 만들어 일하게 하고, 임산부는 야간 근무를 하면 안 됨에도 동의서 한 장으로 마치 노동자를 위해서 그러는 것처럼 사 측은 생색내기에 바빴다. 임산부도 인력의 TO 1인으로 간주하고, 스스로 눈치 보여 노동을 채찍질하는 꼴이 되게 만드는 등 벌어야 먹고 사는 사람들의 숨통을 죄였던 것이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대책위가 만들어지면서 피해자들이 모여 산재인정과 진상규명을 요구하자, 사 측은 피해자들의 산재 신청을 막거나 또는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앞세워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회유한 사실도 있다. 반도체 현장에서는 백혈병뿐만 아니라 각종 희귀질환과 암, 여사원들의 여성질환(생리불순, 유산, 불임, 기형아출산 등)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나 백혈병이 산재로 규명받지 못하면 위의 질병들 또한 모두 개인질병으로 묻힐 것이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은 삼성이 저지른 살인이다!










죽은 사람이 재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산 사람이 운이 좋은 것이 아닐런지...





피해자들이 어떤 물질을 취급하며 일을 했는지는 삼성이 말해야 하며, 정부는 조사해서 밝혀내야 한다. 지금까지도 직업병으로 숨진 노동자들의 영정을 욕보이고, 남은 가족들에게 피눈물 흘리게 하는 삼성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노동자이기 전에 국민들이 죽어가는데 노사 간의 문제라고 뒷짐만 지고, 적극적으로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조사하고 밝혀내서 처벌하지 않는 이 나라 정부 또한 용서할 수 없다.










삼성과 정부가 노동자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까지,





삼성과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까지,





난 계속 말할 것이다!










이것만이 내가 살아 있는 죗값을 치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삼성반도체백혈병유족 故 황민웅 아내 정애정






1) 라인(Line) : 베이(Bay : 여사원인 오퍼레이터들이 일하는 작업공간)와 베이가 묶여 있는 클린룸을 통틀어 일컫는 말





2) PM업무: 설비 유지·보수 업무





3) 웨이퍼(Wafer):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둥그런 판.





4) 포토공정(Photo Resist): 마스크 위에 그려진 모양을 웨이퍼 위로 옮기는 공정





5) CLN(Cleaning): 반도체 배관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없애는 작업





6) 물질안전보건자료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s)는 전 세계에서 시판되고 있는 화학 물질의 특성을 설명한 명세서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특정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장에서는 해당 물질의 MSDS를 비치해 놓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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