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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현장 >
제목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글쓴이 연정|르뽀작가, 자료회원 E-mail send mail 번호 221
날짜 2013-03-06 조회수 2145 추천수 101
파일  1362533444_잊지 않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hwp

  

























—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파업투쟁 300일 —















연정|르뽀작가, 자료회원1)




















사 측의 노조파괴와 단체협약 해지에 맞서 지난해 4월 23일 파업에 돌입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투쟁이 2월 28일 현재 312일 차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동지를 믿고 90% 이상의 조합원이 투쟁하고 있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조합원들의 파업투쟁 300일 즈음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 필자주















3백일까지 싸울 줄은 몰랐습니다










2월 13일, 서울 충정로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본사 앞. 회사 측의 노조파괴와 단체협약 해지에 맞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이하 ‘지부’) 조합원들이 파업에 돌입한 지 297일 되는 날이다. 평균 나이 45세인 지부 율동패 ‘몸치탈출’의 <처음처럼>과 <내일의 노래> 율동으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파업투쟁 300일 시민과 함께 하는 콘서트’ 1부 집회가 시작된다.










“3백일까지 싸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난번 11월에 있었던 2백일 투쟁 결의대회와 문화제가 정말 끝일 줄 알았습니다. 근데 다시 3백일이 왔고, 3백일 문화제와 집회를 준비하면서 고통스러웠습니다. 3백일을 기념하는 것이 조합원 동지들에게 과연 힘이 될 것인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쟁을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들 때문에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는 3백일 집회와 문화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다 한다. 다행히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 등 여러 연대 단위의 관심과 지원으로 이날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김호열 지부장은 연대의 힘과 동지애가 없었으면 3백일을 이렇게 굳건하게 버텨내지 못했을 거라 이야기한다.



















휴지조각이 된 공동경영 약정










골든브릿지증권의 전신은 1954년에 설립된 대유증권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즈음에 이 증권회사를 인수한 리젠트퍼시픽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영국계 투기펀드 BIH(Bridge Investment Holdings)는 소위 ‘먹튀’를 시도했다. 2005년 청산 직전에 있던 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가 골든브릿지그룹 이상준 회장이다. 노동운동 경험이 있다는 이상준 회장은 노사 공동경영을 보장하는 ‘브릿지증권 공동인수와 경영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고, ESOP(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우리사주 신탁제도)를 약속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노동운동을 했다는 이상준 회장을 신뢰하고 인수에 협조하였다. 하지만, 인수가 완료되자 사 측은 노동자와 노조 탄압에 들어간다. 사 측은 정리해고 시 노조와 협의하도록 되어있던 단체협약을 ‘사규 위반 시 해고, 단협 개정을 위한 쟁의행위 시 해고,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주는 쟁의행위 시 해고, 모든 합의조항 협의로 변경’ 등 노동조합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노동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사 측은 2011년 10월 단체협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지난해 4월부터 무단협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공동경영 약정’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 사 측은 지난해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노조 깨기의 실체가 드러난 바 있는 창조컨설팅을 동원하여 노조탄압을 하였다. 골든브릿지는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를 인사팀 직원으로 채용하여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고, 노조 탈퇴 강요와 협박, 임금체불 등 노동자·노조탄압을 하였다. 결국 지부 조합원들은 지난해 4월 23일, 전면 파업농성에 돌입한다. 2월 16일은 파업농성 3백일이 되는 날이다.





김호열 지부장은 파업투쟁 3백일을 오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장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10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한 조합원들은 대출을 받고, 차를 팔고, 걸어 다니면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 수가 많기 때문에 생계비는 꿈도 꾸기 어렵다. 파업 초기에 지부와 사무노조에서 모금을 해서 생계비 지급을 한 번 한 적이 있고, 추석 때 20만원, 지난 설에 30만원 지급한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92명 조합원 중에 아직 86명의 조합원이 파업 대오를 이탈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90% 이상의 조합원들이 1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파업투쟁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대표자인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여기서 밀리면 회사도 일터도 동지들도 다 잃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질 수 없는 싸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라고 각오하고 싸워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힘들었습니다. 그 힘든 과정 속에서도 저는 조합원 동지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본인의 안위보다 다른 동지들의 어려운 사정과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동지들을 보면 전 너무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지부장에게 ‘마지막 마무리 시점에 희생양이 필요하면 본인을 희생양으로 삼아도 좋다’는 얘기를 한 조합원이 있었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온전한 정규직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파업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얘기한 조합원도 있었단다. 또, 출산휴가가 끝난 후에 회사의 온갖 회유를 뿌리치고 회사 업무가 아니라 파업투쟁에 당당하게 복귀한 여성 조합원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정년을 불과 6개월 남겨두고 후배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함께 투쟁하는 선배 노동자들도 있다.










“그러한 조합원 동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3백일이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저희 조합원 동지들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표자인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김호열 지부장은 창조컨설팅이 투입되었음에도 6개월 이상 조직 대오가 깨지지 않고, 정권교체기 새정부 출범기에 평조합원이 무너지지 않고 싸우고 있는 유일한 파업 사업장이라는 자랑도 곁들인다. 지부장의 노동조합과 조합원 자랑은 끝이 없을 것 같다. 지부장은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면 절대 지지 않는다며 세상이 망가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내는 데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연대투쟁의 모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조합원들의 의지와 신념에 함께 하기 위해 많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사무금융서비스노조 간부·조합원, 시민들이 함께 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명촌주차장 송전탑에서 130일 가까이 고공농성 하고 있는 천의봉·최병승 씨는 1월 말에 있었던 울산 희망버스에 함께 해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조합원들에게 전화통화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나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조합원들을 자주 보아왔지만, 정작 이들의 현안 문제로 열린 집회에서 본 것은 몇 번 안 된다. 대부분 다른 투쟁사업장 집회나 문화제, 희망버스 등에서 봤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조합원들 덕분에 지난해부터 서울에서는 나름 폼 나는 집회를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사람 수 때문이 아니라 골든브릿지 조합원들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연대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최병승 씨가 발언요청을 받고 쓴 편지를 낭독한다.










“많은 사람이 현실에 맞게 타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라는 것에 대한 자각과 자존감, 신념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포기하지 않게 합니다. 동지들이 이 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에 파업이 장기화될 것 같아 걱정됩니다. 그러나 이 투쟁은 내 일터를 지키고 내 고용을 지키는 것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최병승 씨는 골든브릿지 노동자들의 승리를 기원하며, 자신들도 포기하지 않고 승리해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한다. 백기완 선생님은 여는 말로 조합원들을 격려하고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밴드 ‘미류와 멍구’, 노래패 ‘꽃다지’도 골든브릿지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함께 했다.





이 날 전국철거민연합에서 맛있는 우거지 된장국으로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전국철거민연합의 음식은 농성하는 이들 사이에서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전철연 회원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무대 뒤편에 가보니 구수한 냄새에 군침이 돈다. 바닥에 크레파스로 ‘약속지켜’라는 문구를 쓰는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집회가 끝나자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국밥과 김치를 받아들고 건물 앞과 로비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는다.















너희들 미래의 밑거름이 될 엄마의 싸움










“2012년 4월 20일 금요일이었을 거야. 퇴근하는 길에 문자 한 통으로 엄마 회사의 파업이 시작되었지. 이 파업으로 회사가 정상화되길 바라며 짐을 꾸려 파주로 합숙을 들어갔을 때 너희들은 학기 초라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했고, 아빠도 한참 바빴던 때였지. 하지만 엄마가 무엇을 하러 떠나는지도 모른 채, 일 잘 하고 오라며 아빠와 함께 웃으며 잘 있다고 사진도 보내주고 힘을 주던 너희들...”










저녁식사가 끝나고 김덕진(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씨의 사회로 2부 콘서트가 시작되 자 민상희 조합원이 울먹이며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낭독한다. 민상희 조합원이 말을 잇지 못할 때마다 조합원들이 “울지마! 울지마!”를 외치며 격려한다. 민상희 조합원이 지난 3백일 파업 기간 동안 아이들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 함께 일했던 동료의 배신, 더운 여름날 추운 겨울날 집회와 일인시위를 하던 서럽고 굴욕적인 기억들을 한 줄 한 줄 읽어내려 간다. 지난 3백일 함께 투쟁했던 동료의 편지글을 찬 바닥에 앉아 듣고 있는 조합원들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든다.










“그래도 서로를 위하고 격려해주고 이 싸움 승리할 거라며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무엇보다 너희들이 아플 때 너희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보다 걱정해주며 먼저 가서 돌봐주라며 엄마 몫까지 열심히 해주신 분들. 엄마는 이 파업이 언제까지 일지 그리고 어떤 결과로 끝을 맺을지 아빠에게 그리고 너희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고. 지금은 못나고 부족한 엄마일지라도 적어도 함께 하는 동료들을 배신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안하다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불의에 타협하는 그런 사람이 아님을 너희들에게 꼭 보여줄 거란다. 그리고 엄마의 이 싸움이 너희들이 앞으로 나아갈 미래의 밑거름이 되어 일하는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누리고 대가를 받는 그런 세상 나무로 자라나길 소망한단다.”















300일, 동지라는 재산이 늘어난 시간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에서 준비한 오뎅탕도 인기를 끌었다. 전날 밤에 오뎅탕을 끓이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자 김필수 조합원이 자원하여 바로 육수를 내어 만든 오뎅탕이다. 오뎅과 함께 버섯, 무우, 파, 고추가 어우러져 끓고 있는 오뎅탕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음식을 만든 정성과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먹어보니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많이 억울하고 분하지만, 더 담담해지는 것 같아요. 3백일 동안 파업투쟁을 하면서 동료들을 더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돈은 없지만, 사람도 재산으로 본다면 동지라는 재산이 늘어난 거죠. 우리 꼭 이길 겁니다.”










문화제 중에 오뎅이 남았는지 김필수 씨는 휴대폰에 “오뎅 드세요”라는 멘트를 띄워 들고 다닌다.





사 측은 단체협약 원상회복이라는 조합원들의 소박한 요구에 대해 용역 폭력과 불법대체근로로 응답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골든브릿지저축은행에 대한 부당 지원 등과 관련하여 골든브릿지 이상준 회장과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전 남궁정 사장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및 업무상배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와 서울서부지검은 사 측이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자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는 이상준 회장과 남궁정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현 대표이사 등을 부당노동행위와 파견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골든브릿지에 엄무 겸직에 대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세이 예~!”“예~!”










콘서트에 인디밴드 허클베리핀과 와이낫이 함께 했다. 소설가 이시백 씨의 강연도 있었다. 다른 투쟁사업장에 연대를 가서 힘을 주는 일을 열심히 하던 조합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와이낫이 두 번째 곡으로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을 부른다. 










잎새 하나가 나지막이 떨어져





맑은 하늘은 울고 말았지





내가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음을





마치 그렇게 잊은 듯 눈을 감아도





우린 모든 걸 담고 있음을





- 와이 낫,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밤 샙시다!”










조합원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고 어깨를 걸고 노래한다. 환호하고 함성을 지르며 마음껏 즐긴다. 허클베리핀은 승리하는 날 멤버 전체가 와서 축하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와이낫은 모든 약속은 지켜지기 위해 있다면서 사 측의 약속 파기를 꼬집고 조합원들을 위로한다. 김호열 지부장은 공연이 끝난 후에 공연자들에게 따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나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조합원들이 주인공인 이 자리가 진심으로 기뻤다.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발길이 가볍다. 늦겨울 밤공기가 상쾌하다. 봄이 오려나보다. <노사과연>






1)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기록하고 있다. ≪참세상≫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에 르뽀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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