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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정세 >
제목 조 사(弔 辭)
글쓴이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운영위원회 E-mail send mail 번호 232
날짜 2013-04-03 조회수 2613 추천수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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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식 동지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도 지났습니다. 이따금 뿌연 연무가 심술을 부리지만, 그래도 봄이 왔습니다. 이제 곧 이 산 저 산 진달래 붉게 타고, 연둣빛 고운 빛으로 물들겠지요.





그런데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던 동지를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작년 11월, 큰 고비는 넘겼다며 미소 짓던 조금 지친 모습, 부르튼 입술로 자그마한 병실 탁자에서 일본어와 씨름하던 그 모습이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12월, 종교, 국가, 소유 없는 세상을 노래하던 그 글이 작별인사가 되었습니다. 전화를 걸면 언제나 들려오던 그 노래도, 그 편안한 목소리도 이제는 정녕 다시 들을 수가 없습니다. 진지하면서도 부드럽던 글솜씨도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동지들, 못다 이룬 꿈을 남겨 두고 어떻게 그렇게 가셨습니까.





동지가 80년대 학창시절에 투쟁의 길에 나선 지 30여년이 흘렀습니다.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우리를 투쟁으로 밀고 가고, 전진하고, 해방의 그날이 곧 올 것 같았던 시절, 얼싸안고 목 놓아 울고 웃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나씩 둘씩 동지들은 떠나가고, 반동의 짙은 어둠 속에서 외로움에 몸서리치던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털썩 주저앉아버린 날들도 있었겠지요.





그래도 우리는 결코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전진했습니다. 쓰러져버린 이론과 이념의 깃발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연구소를 만들고 반동의 시대에 도전했습니다.





위태위태하던 초창기부터, 동지는 연구위원장, 편집위원, 세미나 팀장으로서 궂은일,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동지가 거절하는 것을 우리는 본 적이 없습니다. 병원 근무를 끝내고 시간에 쫓겨, 햄버거를 사들고 연구소로 들어오던 모습이 아련합니다. 두 가지 일을 감당한 것이, 그 성실함이 건강을 해친 것 같아 가슴이 아파옵니다.





작년 10월 항암치료를 받으며 사선을 넘나들던 때, 동지는 말했습니다. 연구소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눈물 나온다고. 그렇습니다. 우리도 동지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눈물 나옵니다. 이 반동의 시대에는 앞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눈물 나고 가슴 아픈 존재가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 길밖에는 없습니다. 고통과 눈물을 강요하는 이 시대를 끝장내는 길은 이 길밖에 없습니다.





함께 만들고 키워왔던 연구소도 8년이 되었습니다. 동지를 보내며, 반드시 승리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동지의 꿈, 종교ㆍ국가ㆍ소유가 없는 세상까지 전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해방세상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










동지가 무척 그립습니다.















2013. 3. 9.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운영위원회










 *1)






* 연구소 창립회원이며, 연구위원장, 편집위원, 세미나팀장으로 활동해 오신 전성식 동지(49세)께서 지난 3월 8일 오후 2시 40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지난 가을 임파선암 3기로 진단받고,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수술을 받으며 투병 중이셨습니다. 회복 중이던 3월초 갑작스럽게 패혈증이 왔고 끝내 이기지 못했습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세명의 딸이 있습니다.





이 조사는 3월 23일 연구소 총회에서 권정기 편집위원장이 낭독했습니다.















보스코프스키 다시 한 번 명복을 축원합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반제 인사들이 줄줄이 타계하는 현실입니다. 전성식 선생님이 이러하고 제레미 콕번 선생님이 이러했습니다. 나중에 전성식 선생님의 문서 - 한노정연의 문서 포함해서요... - 를 도서로 발행했으면 합니다. 2013-04-11 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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