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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정세 >
제목 ‘노동’이 배제된 일본 총선, 그리고 그 이후
글쓴이 임덕영|회원 E-mail send mail 번호 227
날짜 2013-01-14 조회수 3542 추천수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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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선거의 이미지










일본에서 경험하는 첫 선거이다. 하지만 나는 투표권이 없다. 또 선거일이 일요일이다. 따라서 휴일에도 변화가 없다. 그래서 나로서는 그다지 다이내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선거는 ‘정치적 이벤트’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외국인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충분한 것이었다. 선거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텔레비젼의 생생한 중계는 어떻게 되는지, 정책을 둘러싼 대립은 무엇인지 등등 궁금한 게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막상 선거‘철’이 되어도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텔레비젼 프로그램도, 사실 한국에 비해 상당히 건조한 편이다. 한국은 연이어 지지율이라든가, 예상의석수라든가 각종 수치를 내보이지만, 일본 TV 프로그램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선거 운동도 매우 검소하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교토에서는 선거 자동차로 지나다니거나 역 앞에서 선전하는 사람들 몇 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동원되는 사람은 고작 4-5명 정도이다. 한국처럼 ‘화려한 축제’라고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공식 유인물과 포스터 정도였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 일본인의 관심은 매우 낮았던 것 같다. 나름대로 ‘의식 높은’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도, 그저 자신과 상관없는 가쉽거리 정도로 치부되는 듯 했다. 한국과 같이, 종종 발견되는 특정 후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투표율은 전후 사상 최저인 59.32%를 기록하였다.















2. 중의원 해산과 그 배경










먼저 이번 선거와 관련된 몇 가지 정보를 알려두고자 한다. 이번 선거는 중의원 선거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일본의 국회는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된다. 중의원은 법을 제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참의원은 중의원을 통해 올라온 법안을 검토하여 최종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참의원에서 법안이 기각된다면, 다시 중의원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중의원에서 2/3 찬성으로 의결된다면 그 법안은 그대로 통과된다. 따라서 참의원의 역할은 어찌보면 매우 왜소하다고 할 수 있다. 총리도 중의원에서 선출되는만큼, 중의원의 역할은 참의원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중의원은 4년, 참의원은 6년의 임기를 가진다. 그러나 총리의 권한에 의해 중의원은 해산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중의원의 4년 임기를 다 채운 경우는 단 한 차례밖에 없다고 한다. 그만큼 중의원 해산이라는 것은 일반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의원 해산을 총리가 선언하면, 곧바로 선거 시즌에 돌입한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흥미로운 것은, 중의원 해산 선언에 맞추어 모든 중의원이 ‘만세’를 부른다는 것이다. 중의원은 이제 실업자가 될 지도 모르는데, 왜 ‘만세’를 부를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제 선거라는 ‘전장’에 나가니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다고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번 해산 시에도 모두 만세를 불렀다.





이번 중의원 해산은 11월 16일 민주당 대표이자 총리인 노다의 해산선언으로 이루어졌다. 원래 8월 노다 총리는 소비세증세법안 등에 대해 자민당과 공명당이 합의를 해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중의원을 해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결국 세 정당은 그렇게 합의를 했고, 이에 반발하여 민주당의 일부는 탈당을 감행하였다. 그런데 민주당이 만약 해산을 한다면, 선거에서 선전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다. 지난 1-2년은 정말 일본 전국이 뒤집어진 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건, 사고가 연이어 벌어졌다. 지진이 일어났고, 츠나미가 덮쳤다. 게다가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수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피난 생활 중이다. 경제는 끝간데 없이 추락하고 있고, 예전의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가전업체들은 부도직전에 내몰려 있다. 생활보호 수급자는 계속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는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소비세 인상은 확정 단계에 있고 아울러 각종 사회복지도 ‘일체화 개혁’이라는 슬로건 하에 축소 움직임이 거세다. 전기세나 가스세도 계속 인상되고 있다. 그들의 약간의 진보적인 듯한 각종 정책, 예를 들어 아동수당이나 오키나와 미군기지 해결, 고속도로 무료화 등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따라서 지지도는 최악이었고, 국정을 운영할 만한 힘은 잃어버렸다. 따라서 노다 총리는 지지부진 끌다가 몇 가지 법안을 통과시키고, 결국 마지못해 중의원 해산을 선포하였던 것이다.















3. 선거 결과에서 보이는 것










선거 결과를 간략히 분석해 본다. 일본의 정당은 워낙 복잡하고 이합집산이 수시로 이루어져 설명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고, 또 제대로 알기도 어렵다. 이번 선거에는 총 13개의 정당이 출마했다.











































































































































































구분





해산 전





선거 결과





민주당





230





57





국민신당





3





1





자민당





118





294





일본미래당





61





9





공명당





21





31





일본 유신회





11





54





공산당





9





8





민나노당





8





18





사민당





5





2





신당 대지





3





1





신당 일본





1





0





신당 개혁





0





0





행복실현당





0





0





제파





0





0





무소속





9





5







         <표1> 제46회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은 과반수를 훨씬 넘는 294석을 얻었으며,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이라 예상되는 공명당도 31석을 얻었다. 따라서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하면 전체 2/3석을 넘기 때문에, 이들의 의지에 따라서 사실상 의회의 모든 결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편, 기존 여당인 민주당은 57석을 얻는 데 그쳐, 대참패를 기록하였다.





그 밖의 정당에 대해 살펴보자. “일본 미래당”은 신생정당이다. 원래 민주당 내에서 꽤 큰 계파를 가진 오자와 씨가, 애초의 소비세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공약이 오히려 적극적 증세로 돌아서자, 자신의 계파를 데리고 나와서 만든 당이 “국민의 생활 우선 당”이었다. 이 캐치프레이즈는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할 때 내세운 것이었는데, 그는 민주당이 예전의 초심을 버렸다는 것을 호소하기 위해 이 어색한 이름의 당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자와 씨는 구태의연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자신만으로는 세를 유지할 방도가 없었다. 이 때 시가현의 카다 유키코(嘉田由紀子)지사와 함께 만든 당이 “일본 미래당”인 것이다. 내건 공약은 소비세 증세 반대와 원전 반대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대참패를 기록하게 되어, 이 계파의 존립을 장담하지 못할 수준까지 내려갔다. 선거가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은 12월 27일 오자와 그룹은 다시 “생활의 당”이라는 당을 꾸려 나갔다. 이 당에 대해 야스다 유키히로(일본 레이버넷)씨가 한국의 인터넷 언론 ≪참세상≫에 “일본 우익의 부상, ‘노동자에겐 정치적 재난’”1)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보면, ‘일본의 미래’가 중도 좌파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게 맞나? 라고 솔직히 의문이 든다. 특히 “민주당을 탈당한 진보 세력을 중심으로 탈 원전을 제시하는 중도 좌파 “일본의 미래”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지만, 지지율은 침체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또한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탈당파가 기존의 탈원전 세력을 끌어 들여 “일본의 미래”라는 정당을 창당하며 획득 의석이 주목 받고 있다.“고 까지 썼는데, ‘일본의 미래’에 결합한 세력이 ‘진보 세력’인지, 그 세력을 ‘중도 좌파’라고까지 쓰기에 적당한지 외국인인 나로서는 좀 의아하다. 겉에서 보기에는 ”일본의 미래“라는 정당은 아주 급조된 정당에 ‘불과’한 것이라 보인다. 이런 정당에 들어가 있는 ‘탈원전 세력’을  ‘좌파세력’이라 일컫는 것도 그렇고, 또 만약 ‘탈원전 세력’이 좌파세력이라면, 그러한 정당에 들어가는 것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이를 중도좌파라 표현한 야스다 유키히로 씨의 견해에는 상식적으로도 좀 납득하기 힘들다.





그 외에, 한국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일본 유신회”가 있다. 현재 오사카 시장을 맡고 있는 하시모토 씨, 그리고 대표로는 전 도쿄도지사를 맡았던 이시하라 씨가 주요인물이다. 하시모토 씨는 원래 오사카부 지사였다. 오사카는 오사카 부가 있고, 그 안에 오사카 시가 있다. 그런데 이 행정체계가 불합리하다고, 하시모토 씨는 주장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시모토 씨는 이러한 불합리성은 행정이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오사카부 지사를 그만두고 오사카 시 시장선거에 나섰다. 그 대신 오사카 부 지사에는 자신과 뜻을 함께 한다는 사람을 내세웠다. 선거 결과는 대승. 그 이후 하시모토 씨는 하시즘이라는 비아냥거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급진적인 행정개혁을 밀어부쳤다. ‘쓸데없는’ 인권박물관, NPO 단체 등에 대한 지원을 과감히 줄이고, 버스요금을 올리거나 버스기사의 임금을 과감히 삭감, 교육에 대한 ‘개혁’을 밀어부쳤다. 공무원에 대한 구조개혁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만든 것이 ‘일본 유신의 회’이다. ‘일본 유신의 회’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지역마다 자생적인 ‘유신의 회’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오사카라는 지방자치체와 ‘일본 유신의 회’만으로는 전국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전 도쿄지사 이시하라 씨의 ‘태양의 당’과 합당, 이시하라 씨를 당 대표로 내세우면서 이번 중의원 선거에 임했다. 워낙 그 기세가 등등했기 때문에, 민주당과 비슷한 54석을 얻었음에도,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 듯 하다. 사실상 의석은 그가 시장으로 재직 중인 오사카 시에 집중되어 있는데, 전국적 세로 확장된다면, 어찌보면 다음 중의원 때에는 집권을 넘보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있기도 하다. “일본 유신의 회”는 자칭 제3극으로서 자민당, 민주당에 대립되는 제3세력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려고 하였는데, 민주당이 완패하는 바람에, 1대 2중의 구도가 되어 버렸다.





다음 공산당이다. 일본 공산당은 그 이름 만큼 ‘과격’하고 급진적이지는 않다. 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 소비세 반대와 원전 제로를 케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지지부진하여, 종래의 의석수 중 하나를 잃었다. 사민당의 경우, 그 결과는 비참한데, 고작 2석을 건졌을 뿐이다. 정말로 당의 존폐 여부가 거론될 지경이 되었다. 사실 공산당과 사민당은, 원전 반대를 내세우는 ‘사회운동적’ 성격을 가진 정당으로서 기능해왔다. 물론 계급적 정당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의 정당조차 이제 몰락하기 일보직전인 것이다. 적어도 중의원 선거에서는 그렇게 결과가 나왔다.





그 외에 ‘민나노 당’이 있다. 민나노 당은 정책 성격 면에서 ‘일본 유신의 회’와 아주 흡사하다. 따라서 양 당 사이에는 합당 혹은 연대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시하라 씨의 ‘태양의 당’에서 ‘민나노 당’의 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자 ‘일본 유신의 회’의 하시모토는 ‘민나노 당’보다는 ‘태양의 당’을 선택하였다. 나중에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하시모토는, 정책상 ‘민나노 당’과 가장 흡사한 것은 맞으나, 정치라는 것이 정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어쩔 수 없이 합당이나 연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민나노 당’은 ‘일본 유신의 회’와 거의 동일한 정책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약진하여 18석을 얻었다.





그 외에 작은 정당들은, 자민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만들었거나, 그 전국적 영향력에 있어서 크게 제한적인 정당이므로 분석을 제외하겠다.





이 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일본의 우경화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 중의원 선거는 비례투표와 소선구제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자민당이 얻은 비례득표율은 앞서 대패한 선거와 거의 비슷한 27.62%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선거 결과는 소선거구제라는 제도의 반영이며, 그다지 유권자는 우향우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비례선거에서 두번째로 많이 획득한 정당은 ‘일본 유신회’로 20.38%, 민주당을 앞질렀다. 따라서 자민당의 지지율은 거의 변함이 없지만, 보다 극우적이고 “혁신”적인 일본 유신회가 부동층을 잡았다는 해석이 가능하여, 일본의 정치의식지형은 확실히 오른쪽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4. 선거 후 변화










중의원 선거의 결과, 압승한 자민당의 총재 아베 씨가 2012년 12월 26일 총리에 취임하였다. 그 이후 아베 씨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다.





먼저 논란이 되었던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에 대해서는 TPP에 적극 찬성하는 인물들을 주요 내각 부서에 임명하였다. 농수대신으로 농정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를 임용하였으며, 경제관계 주요 각료로 TPP 찬성파를 배치하였다. 또한 경제산업대신에 취임한 모테기 토시미츠(茂木敏充)는 ‘미국과 가능한한 빠른 단계에서 서로 이야기할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였으며 2013년 1월 조정 중인 미국과의 수뇌회담을 위한 사전 협의를 적극적으로 할 의향을 비추었다.





다음, 생활보호법 개정이다. 12월 27일 타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대신은 생활보호법에 의한 급부수준을 10% 하향조정할 방침을 밝혔다. 이것은 원래 자민당 공약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인데, 내각 출범 후 불과 하루 지난 날 전격 발표한 것이다. 연정 대상자인 공명당은 이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급부 수준 하향 외에, 수급자의 의료부조의 급증에 대한 조치로 고려 중인 ‘일반의약품’의 저렴한 약품 사용 의무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원전에 대해서는, 2030년을 목표로 탈원전을 실현하겠다는 민주당과는 정반대로, 원전 신설도 용인할 태세를 비추었다. 선거 직후인 12월 21일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정한 것은 정한 것이고, 이제 한번 검토하고자 한다”면서 원전신설을 용인하지 않았던 민주당 정권의 방침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하였다. 특히 구체적으로는 츄고쿠 전력이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야마구치현의 원자력 발전소의 착공에 대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림1> 자민당 후쿠시마현 유인물. ‘탈핵’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 있다. 그러나 교묘하게 다른 지역의 원전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다음, 군사외교면의 변화이다. 아베 내각은 안전보장체제의 검토에 착수하였으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기 위한 ‘국가안정보장기본법’(가칭)의 제정의 추진, 장기적 방위력 정비의 방침을 나타내는 방위계획의 대강의 개정, 미일 협력 증진 등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집단 자위권 행사의 용인이다. 원래 일본 헌법 제9조는 전쟁의 포기를 정하고 있지만 자국을 지키는 ‘자위권’까지 포기하지는 않으며, 따라서 ‘자위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자위대의 무력 행사가 용인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이 해석대로라면, 일본과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은 일본을 ‘집단 자위권’으로서 도울 수 있지만, 일본은 미국이 공격을 받거나, 해외 파병 등의 요구에 대해 응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 된다. 만약 ‘집단 자위권’ 행사가 용인된다면, 일본 자위대는 실제 전투지역에 대한 파병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라 몇 차례 언급하고 있지만, 그만큼 자민당은 ‘집단 자위권’에 집착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선거가 끝난 후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이루어진 것이다. 모두 연말 연시에 정신이 팔려있을 동안,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새 정권은 상당한 속도로 우파적인 행보를 거침없이 펼치고 있다. 이러한 것들 중 일부는 민주당 정권의 정책과 반대되기도 하지만, 앞서 ≪정세와 노동≫ 2012년 12월 호 (85호)의 히로노 쇼조 씨가 쓴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 민주당 정권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속도와 과감성이라는 면에서는, 단연 자민당이 앞서는 것이다.















5. 일본 노동 문제의 실종










이러한 반동화에 대해 애석하게도 솔직히 일본 내의 반발의 움직임은 미약하게만 보인다. 원전 반대 집회 등 모처럼 활발히 보였던 사회운동도 정신없이 몰아치는 공격에 도무지 반격의 기세가 보이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이번 총선은 ‘원전’이라는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사안이 첨예하게 부딪혔고, 또 사회보장과 연계된 ‘소비세’라는 굵직한 안건이 걸려 있었다. 또한 댜오위다오 (센카쿠 열도) 문제나 독도 문제 등 내셔널리즘을 부추기는 사안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이 문제들은 모두 노동자계급에게 그 자체로 치명적이며, 따라서 이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을 조직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노동자들의 움직임은 솔직히 잘 보지 못했다. 모처럼 활기를 띠었던 원전 반대 운동도, 시간 맞추어 시작, 시간 맞추어 끝내는 질서정연한 비폭력 운동(일본 공산당 홈페이지에서)의 형태로서 이루어져 보인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노동문제”의 실종이다. “노동문제”는 완전히 이번 총선에서 묻혀 버린 것처럼 보인다. 대량 해고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는커녕, 모두 한 목소리로 일본 경제를 어떻게 하면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매몰되었다. (“일본을 되돌리다”가 이번 자민당의 케치프레이즈였다) 빈곤 문제는 세금의 분배 문제로 치환되었다. 각 정당은 최저임금제도를 언급은 하고 있지만, 거의 시늉정도이다. 간혹 피폭 노동자 문제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전문가, 활동가들의 기자회견, 세미나, 다큐멘터리 등등 활동 이외에, 해당 노동자들의 결집으로 이어지는 사례, 혹은 조직화하려고 하는 사례를 나는 아직 거의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세계 곳곳에서, 이른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는 이 변화의 정세 속에서, 나에게 일본의 민중들은, 묵묵히 참아가며 짓눌린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인지, “노동 문제”는 문제로까지도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어떻게 일본 사회에 파열구가 생겨날 수 있을지는 인근 한국 민중에게도 관심사이자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워낙 단단한 일본 사회이기 때문에, 어떻게 사회운동이 부활을 고할 수 있을지 다소 요원해 보이기도 하다. 또한, 점차 침체, 관료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운동이 일본처럼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다소 소름이 돋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동아시아 지역의 운동에서 가장 중심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곳은, 일본의 대중 운동이라는 점이다. 점차 깊어지는 경제 공황은 일본 대중 운동의 부활에 적지 않은 자극이 될 것이다. 그러한 자극이 조직적인 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기를, 소망해 본다. <노사과연>






1)야스다 유키히로(일본 레이버넷), 2012.12.





일본 우익의 부상, “노동자에겐 정치적 재난”





[기고] 일본 우경화와 재무장 통한 강한 국가 vs 서민 생활과 안전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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